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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보세요?]
 
  “아, 깨워서 미안. 근데 급한 일이야. 당장 사무실로 나와. 실제 상황이야.”
 
  [ - 보스? … 또 무슨 일인데요?]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총질이 벌어졌어. 더 자세한 것은 사무실에서 마저 이야기 하지.”
 
  라고 말하고 그녀는 그냥 수화기를 내렸다. 그녀도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분명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여느 때처럼 밤을 새워서 야근을 하고, 베를린 오피스 안에서도 동종 업계 종사자들 수명이나 그 정체를 알고 있는 자신의 후임자를 먼저 퇴근 시킨 뒤에 그녀도 서류 작업들의 마무리를 짓고서 퇴근해 갓 잠에 든지 한 시간만의 일이었다. 일어난 것이 신기했다. 본의 회사 서독 지부에서 서베를린의 그녀의 집으로 전화가 온 것이다.
 
  “ - …여보세요?”
 
  [ - 아, 제시카, 야근한건 아는데, 큰일 났으니까 당장 출근해야겠어. 실제 상황이야.]
 
  그 말에 그녀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면서, 고개를 비틀어 무선 전화기를 어깨와 얼굴 사이에 끼워놓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인지 간단하게 설명 좀 해 주실수 있나요?”
 
   [ - 심각한 일인데 알려진 정보는 얼마 없으니 전화로도 가능하겠군. 모스크바의 우리 대사관에서 연속적인 총성과 폭발음을 청취해서 대사관 경비병력들이 전부 비상이 걸렸어. 그 전에는 ‘써커스’에서 심어놓은 휴민트가 타만스카야 사단 주둔지에서 대량의 실탄을 불출한 공수연대의 출동을 확인했다고 하고.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는 이게 다야.]
 
  잠이 싹 달아났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시가전이라구요?”
 
  [ - 이미 설명한 이야기 가지고 뭘 그래. 더 이상 말 해줄 것도 없어. 당장 사무실로 복귀해서 본사랑 연락 유지하고 있어. 정신 바짝 차리라고.]
 
  서둘러 대충대충 옷을 주워 입은 그녀는 대문 밖을 나서려다 갑자기 얼빠진 후임이 생각나 다시 침실로 기어들어가서 팽개쳐놓은 무선전화기를 집어들고 후임자에게 당장 사무실로 재출근 할 것을 지시한 뒤 다시 집 밖으로 나섰다. 
 
  독일이 미국에 비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만, 편한 점들 중 하나는  본국에 비해 출퇴근 거리가 획기적으로 짧다는 점이다. 차를 타고 십 몇 분 달려서 도착한 오피스 정문에 다다르니 후임자가 먼저 도착해서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얼른 차를 세우고 줄달음 쳐 그를 따라잡으니,
 
  “안에 계신 거 아니었어요?”
 
  “나도 연락 받고 바로 너한테 전화 준거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도 하나도 모르겠어.”
 
  그녀는 후임자를 데리고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스케일은 본사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분위기는 본국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본사 말고 경쟁사, 그러니까 CIA 사무실 말이다. 
 
  달랑 두 명 파견 나온 게 전부인 우리와 달리 이쪽은 담당관만 세명에 NEO작계 등급으로는 일반 직원 취급이지만 그래도 꼴에 업무 보조인 녀석들이 몇 명 딸린 데다 수시로 본국에서 파견나온 인원들이 들락거리는 이 곳의 분위기는 본사의 사무실보다 훨씬 분주하고 난잡했다.
 
  “아, 제시카. 어서와. 지금 난리가 아냐.”
 
  “오는 동안 본국에서 특별히 떨어진 지시라던가, 새로운 정보같은 거 있어?”
 
  “너는 어디까지 들었는데?”
 
  제일 먼저 내 눈에 띈 마티가 내게 먼저 인사했다. 요 몇일 내리 초과근무를 하다가 오늘에서야 정시 퇴근한다고 좋아했던 녀석이 지금 다시 넥타이도 비뚤어진 채 분주한 모습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다. 제시카가 마티에게 묻자, 마티가 바로 되물었다.
 
    “제 2타만 사단 주둔지에서 실탄을 불출한 공수연대 병력의 시내로 이동. 뒤이어 모스크바 시내에서 교전음 청취. 이게 전부야.”
 
  “그럼 이건 아직 못 봤겠구만. 따라와.”
 
  “길! 넌 전화대기 하고 있어.”
  
  후임자 녀석을 사무실에 쳐박아놓고 마티를 따라서 몇 시간 전에 내려갔던 지하의 회의실에 가 보니, 지하엔 방금 전에 회의가 진행되었던 것 같았다. 담배 연기도 자욱했고, 아직 CIA 한명과 군에서 나온듯한 나이 적당히 먹은 정보장교 하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무어라 웅얼대고 있었다. 아직 슬라이드는 켜 져 있었다. 방 정리 개판이네. 마티는 두고 온 물건이라도 발견한 듯,
 
  “아, 여기다 두고 왔구나. 한참 찾았네. 맥, 얘기 끊어서 미안한데 앞에 불 좀 꺼봐.”
 
  “예, 보스.”
 
  슬라이드 앞 쪽의 조명이 꺼지고,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난 사진은 위성 사진이었다. 흑백이었지만 위성 사진으로 자주 봤던 곳의 모습이라 어디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성 바실리 성당과 레닌 묘지가 눈에 들어오는 광장. 어디인지 뻔하다.
 
  “붉은 광장이잖아.”
 
  “맞아. 원래 같았으면 어떤 새로운 녀석들이 나오나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돌려봤을 전승 기념 시가 행진이 벌어지는 그곳이지. 근데 여기 봐봐. 보여?”
 
  안 보일수가 없다. 까만 화면으로 그득하면서 곳곳에 조그만 하얀 점들이 보이는 가운데 관장 한복판에 나타난 새하얀 불빛과 그 안에서 타 들어가는듯 한 어떤 물체가 보인다. 
 
  “광장 한복판에 열원이 있구만.”
 
  “바로 저거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저거라고. 좀 더 확대해서 보여 줄께.”
 
  두 번째 슬라이드로 교체됐다. 비록 신호 정보 위주의 정보 수집 업무에 특화된 직장에 다니고 잇는 몸이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먹은 짬밥이 있어서인지, 무엇인지 알아 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장갑차량이잖아?”
 
  “정답. 장갑차량의 잔해야. 위에서는 공수연대의 출동사실과 연관지어서 저걸 BMD계열 차량으로 추정중이지만, 여기선 아직 알 수 없지. 아무튼, 그 외에도 주변의 다른 열원이나 연기들을 봐서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야. 교전이 확실해.”
 
  “붉은 광장 한복판에서 장갑차량이 동원된 대규모 교전? 전승기념식을 노리고 누가 테러라도 벌이는건가? 아니면 쿠데타?”
 
  “회사에선 예측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 모스크바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판단 할테니까 우리는 주독소련군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나 제깍제깍 보고하라는군.”
 
  “모스크바는 분위기는 좀 어때?”
 
  “여기는 듣는 귀가 많으니까 사무실 가서 얘기하지.”
 
  계단을 밟고 올라가 검문 상대에게 패찰을 해병에게 돌려주고 신분증을 받으며 묻자 한 손에는 아까 회의실에서 두고 온 머그잔을 들고 올라오고 있던 마티가 그렇게 말했다. 
 
  “서방측 관광객이나 언론인들은 투숙한 호텔에 감금당해서 나오고있질 못하고 있어. 변명은 그럴싸하더군. 가스 폭발로 인한 안전 상의 이유라나? 일반인들이야 두말하면 잔소리겠지. 거리 밖을 쏘다니는 건 군인들밖에 없을 거야.”
 
  “보스, 본사에 온 팩스입니다. 통신실 경유가 아니라 사무실로 바로 왔습니다.”
 
  “그럼 당장 가져 와!”
 
  보스란 마티가 아닌 제시카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제시카의 후임자가 아직 덜 식은 따끈따끈한 팩스 용지를 가져왔다. 그것을 들여다보던 마티와, 제시카와, 길버트의 얼굴 빛이 점점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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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경리과*제이미*핸슨*모친상*5월*7일*1989년*워싱턴주*시애틀*장소*성*패트릭*성당*긴급*신뢰*영국*MI-6*"크래커"*모스크바*현지시각*5월*8일*1989년*0030시*모스크바*내*급변사태*발생*GRU*본부에*소속불명*특수부대*침입*교전중*붉은광장에*크레믈린*경비연대와*불명세력간*교전상황이*확인됨*GRU는*군*내부*강경파*의심중*금년도*성과금*6월*15일*지급예정*경리과는*직원들*계좌번호*최신화*6월*1일까지*완료할것
 
  ( 긴급.  
  경리과  제이미  핸슨  모친상.  
  5월  7일  1989년.  워싱턴주  시애틀  장소  성  패트릭  성당.  
 
  긴급.
  신뢰.
  영국  MI-6  "크래커"   모스크바.
  현지시각  5월  8일  1989년  0030시.
 
  모스크바 내  급변사태  발생.  GRU  본부에  소속불명  특수부대  침입,  교전중.  붉은광장에 크레믈린 경비연대와  불명세력간  교전상황이  확인됨.  GRU는  군  내부  강경파  의심중.  
 
  금년도  성과금  6월 15일  지급예정.  경리과는  직원들  계좌번호  최신화  6월 1일까지  완료할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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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
 
  “왜?”
 
  “야근용으로 보스것도 준비 해 놓을까요?”
 
  NSA 후임자의 이야기에 마티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곧바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딴 거 안 만들어도 돼. 레이!”
 
  “예!”
 
  자기 아래의 수습 요원을 부른 마티가 ‘세 잔’을 가져오라고 지시하자, 그 녀석은 “알겠습니다!”하고 중얼거리더니 미묘한 표정 변화를 보였다. 제시카는 그 표정이 자기가 길버트에게 커피를 타오라고 시켰을 때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잠시 뒤 세 잔이 그들 앞에 다가왔다. 손잡이까지 달린 조그만 맥주잔에 콜라 색깔을 연상시키는 음료가 올라왔다. 마티가 말을 이었다.
 
  “일단은 예거 밤으로 시작하고, 다음부터는 에너지샷으로 달리자고.”
 
  다음에 NSA에서도 대통령이 나오면 우리도 좀 나아질까, 제시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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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실을 거치지 않은 이유는 MI-6에서 군통신 감청에 집중중인 소련놈들 엿먹이려고 민간 팩스를 약간의 보안작업을 거쳐 보내준거라 저 모양입니다.
 
  앞뒤의 쓸데없는 문장도 보안의 일부입니다. 어차피 소련놈들이 아예 보지도 않았다면 모를까, 저걸 살펴보면 티나긴 마찬가지겠지만, 일단은 민간 회선이니까요... 보안조치가 뚫릴지 말지 그건 영국 친구들이 해 준 조치한 수준에 따라 달라지겠죠...
 
  암튼 에스컬레이션이 시작됐습니다. 사실 챕터 1은 인물소개 수준의 파트라서 큰 의미가 없었죠... 그 동안 밀린 이야기들 한번에 다 쓰면 도배가 될테니, 적당히 나눠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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