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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러시아, 제국주의 그리고 현실주의

에이브
215 0 1
  1. 22.03.14. 03:18
  2. 22.03.14. 02:23

22.03.14. 03:18

 대학원을 준비하던 저는 스터디그룹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공부했습니다. 다들 관심사가 다 그쪽이다 보니 저한테 2014년의 사건에 대해서 묻는 사람이 있었어요. 제가 뭐라고 답변했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없지만, 그 사람은 나 보고 그런 시각은 제국주의가 아니냐고 다그치듯이 말했습니다. 국제정치학에 대해서 문외한이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그렇게 현실주의와 제국주의를 혼동하는 것입니다. 마치 연필깎기와 사과씨의 공통점이 뭐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둘은 연관점이 없습니다. 그래도 여러 생각을 해보니 이번 사태와 이어보면 좋은 이야깃거리를 주는 것 같아 몇 마디 써보려고 합니다.

 

현실주의는 연구 패러다임이라는 것인데. (이론이기도 하지만요.) 세상을 해석하는 어떤 개념이 상당히 확립되고 널리 공유된 개념이라고 보시면 좋아요. 그래서 이제와서 현실주의를 연구한다고 하면 너무 붕뜬 느낌이 드는 것이죠. 그렇다면 현실주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현실주의를 공부하는 선생님들은 국제체제가 매우 사납고 위험한 동네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규범에 따라서 질서있게 통치하는 모습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국제체계에서는 이런 역할을 할 레비아탄이 없습니다. 그래서 국가들이 최후의 순간에 믿을 수 있는 것은 119에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뿐입니다.  이런 현실에서는 나쁜 의도가 없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위협이 되고, 때로는 상대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 잦아 보입니다.

 

이런 렌즈로 볼 때 국제체제는 참으로 모험을 하기 어렵고 늘 경계를 늦춰선 곳입니다. 하지만 이는 체제의 본질이 무질서하고 혼란하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모두가 굴복할 권위를 가진 힘이 없기 때문인 것이죠. 이런 체제에서도 따를 규칙은 있고 그런 규칙은 국가들 사이의 힘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국가들은 대게 그런 규칙에 따라 행동합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때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니까요. 현실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가들 간에 힘의 차이에서 비롯한 규칙에 순응 하는 것이 강하던 약하던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시각은 한편으로 지나치게 냉소적이고 잔인해 보입니다.  현실주의자들은 미국이 같은 동맹인 남베트남을 저버리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헝가리와 체코에서 사태에 개입하지 않은 것도 소련과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나아가서 미국이 소련을 막기 위해서 칠레와 같은 소국에 독재자를 지지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고 까지 주장합니다. 이러한 윤리 의식의 부재 때문에 현실주의는 자주 제국주의나 팽창주의와 연관되곤 합니다.

 

 제국주의를 어떻게 정의할 지는 힘든 문제입니다. 좁게는 제국주의는 19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유행하던 서유럽 열강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식민화 정책이고, 넓게는 다른 국가를 착취하는 모든 사회, 문화, 경제적인 행태일 것입니다. 만약 이런 표현이 상대에게 "당신은 제국주의자야라고 한다."라고 할 때 쓰인다면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빌려 말할 좋은 표현은 없지만 "다른 주권 국가나 공동체에 대해서 그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권리가 있다는 믿음" 아닐까요? 쉽게 말하자면 제국주의는 상대국을 지배할 권리에 대한 도덕적, 실리적 주장인 것이죠.

 

지금 러시아를 지지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와 몇 가지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이 분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라의 국토안에서 군사적인 행동을 할 권리가 있으며 그것이 정의롭다고 주장합니다. 두 번째로 이 분들은 우크라이나에 탈나치화를 주장하십니다. 즉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부를 교체할 재량권이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인이 사실 러시아인은 같은 민족이라 전쟁이 될 수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요약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주권을 침해하고, 그들의 정부를 바꾸고 나아가서는 민족성을 부정할 도덕적, 실질적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분이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미군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다른 나라의 정부을 바꾸고 그들의 삶을 파괴했지만 보상도 없었기에 제국주의라고한다면, 러시아는 이미 제국주의의 체크리스트를 침공 이틀차에 전부 채워버렸습니다. 물론 대체로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라면 본인이 그런 고상한 고민을 해서 떠든 것은 아닌 것 같지만요.


이런 식상한 프로파간다보다 몇몇 분들은 미어샤이머나 월트를 끌어와서 "러시아는 현실주의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합니다." 그 분들에게 있어서 현실주의의 법칙을 어긴 미국이 결국 러시아를 통해 댓가를 치루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고 러시아는 잘못이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미어샤이머 교수께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게 상당 부분이 있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시각이 조금 이상합니다. 현실주의의 조언에 정말로 잘 따랐을까요?

 

 현실주의와 제국주의의 핵심적으로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내 나라가 이걸 받아야 마땅하다는 제국주의와 다르게 현실주의는 윤리도 없지만 정의도 없습니다. 현실주의는 사리분별이 있지만 제국주의는 자기가 남보다 강하다는 것외에 분별할 수단이 마땅히 없습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어샤이머, 월트, 스나이더 등 현실주의에 내로라하는 학자들은 전쟁에 반대하는 서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분들은 이라크가 지역의 균형을 어지럽히지 않았고, 미국에 위협적이지도 않기 떄문에 국익에 상관없는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로부터 17년 후 월트와 미어샤이머는 굉장히 비슷한 내용의 두 저서를 썼습니다. 두 책은 대외정책공동체가 미국의 외교를 패권적 자유주의의 길로 미국을 몰아넣어국익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오직 현실주의에 기초한 대외정책이라 주장합니다. 두 학자는 미국이 자유무역의 상호 의존성, 민주주의의 우월성 그리고 이를 강제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미국의 패권이 남용하면서 수많은 비극을 초래하였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이해를 침해한다고 비판하였습니다.

 

두 학자의 비판은 강대국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깹니다. 하지만 왜 그것이 나쁜 지에 대해서는 현실주의에 근거해서 비판합니다. 어떤 국가가 상대방에게 위협적이면 그에 저항하는 균형이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국가들은 민족주의를 가지고 있어서 힘으로 짓누른다고 하더라도 강하게 저항합니다. 국제 무역은 상호 의존성을 초래하지만 그 의존의 정도가 차이가 있고 거기서 얻은 혜택을 나중에 다른 나라를 해하는데 쓸 수 있어서 함부로 이득이 있다고 행하면 안됩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도 국제체제에서 지켜야하는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 결과 대가를 혹독하게 치루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가까워지고 그 밑에 중동과 아시아의 독재 국가들 합세하였습니다. 체제의 강요는 몇몇 국가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다가왔지요. 중동에서 발현한 민족주의는 수십년간의 게릴라전의 수렁에 미국이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중국의 패권를 방치하였습니다.

 

요점은 미국은 국제체제에 대해서 좋은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그것을 행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행동이 사악한지는 둘째치더라도 전혀 도움이 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틀에서 볼 때 러시아는 정말로 현명하게 처신하다가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불쌍한 피해자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이전부터 사방에 위협을 가하며 자신을 봉쇄할 균형 동맹에 기틀을 잡았습니다. 2014년 돈바스 전쟁에서 개입한 이후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이 미래에 우크라이나가 될 지 모른다는 공포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러시아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무기를 사고 군대를 재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겉으로는 서유럽국가들은 굴복하고 조용히 눈감은 척을 하였지만 뒤에서는 만약을 위한 대비를 시작한 것입니다.

 

 서구사회 정치에 대한 개입은 단순한 머저리를 히스테리에 빠진 채로 깨어난 거인으로 각성시켰습니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은 사실 대선 개입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서구 사회에 존재하던 균열을 확장하려던 시도였습니다. 순전히 남에 나라 정치가 잘 안굴러가게 하려던 것이죠. 문제는 이런 개입은 러시아를 필요 이상으로 두렵게 만듭립니다. 왜냐하면 외교가 들러리인 것은 어디까지나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때 까지니까요. 더군다나 자신의 체제가 무조건 올바르기에 그것을 남한테 강제해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건드렸다면 도대체 무슨 재난이 벌어지겠습니까? 

 

 경제적으로 러시아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들의 자원을 레버릿지로 사용하였습니다. 서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볼모로 서유럽의 두려움을 샀지만, 반드시 두려움은 굴복으로만 이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두렵다는 사실은 오직 내가 두려울 때에만 가치가 있습니다. 여기서 러시아의 결정적인 실수가 나옵니다. 러시아는 자신이 긁어모은 두려움 위에서 군림할 만큼 강력한 국가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기것해야 이탈리아 수준의 GDP를 가진 국가입니다. 러시아의 수출은 태국이나 베트남과 비교해도 매우 형편없을 정도로 제조업의 비중이 낮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산품과 산업기술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잘난 것은 석유가 많다는 것입니다. 자랑하던 1억의 인구는 유럽의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인간개발지수가 떨어집니다. 교육과 보건의 몰락하니 그 사이는 알콜 중독이 채우고 있습니다. 올르가르히는 그나마 자라나던 신생기업들을 새싹이 나기도 전에 수확했습니다.

 

 국가의 하드파워는 군사력과 경제력입니다. 군사력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힘을 대표합니다. 경제력은 잠재적으로 군사력으로 변환할 수 있는 힘이지요. 최신 기술을 선도할 수 없고, 공산품마저 경쟁력이 없으며, 사람들은 교육받지 못하고 늘 아프며, 가장 우수한 사람부터 나라에 냉소하여 빠져나가는 국가의 권력이란 것은 얼마나 초라하고 위태롭습니까? 푸틴은 아마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남은 힘 마저 무너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조금이라도 러시아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도 침공할 여력이 없던 나라라는 사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계기를 통해서 서방에게 헐벗은 채로 노출되어버렸습니다. 겁쟁이처럼 숨어었던 국가들이 2세기 전부터 썩어가던 곰가죽 안에 숨어있던 나약하고 처녀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겁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현실주의가 관심 있는 것은 누가 어떤 것을 가질 권리 따위가 아닙니다. 그것을 행할 능력이 있는지,  행한다면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도움이 되는지, 그래서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내 행동이 어떤 행동을 가져올지에 대해서 바라 볼 뿐입니다.

 

투키디데스는 멜로스의 대화에서 "강자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하고, 약자는 견뎌야만 한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주의는 강자가 약자를 이긴다는 단순한 법칙이 아닙니다. 현실주의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할 때, 그는 이런 것을 얻을 수 밖에 없다."라는 것에 대한 탐구입니다. 약자가 견뎌야 할지언정 강자라고 인과에 따른 결과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무언가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잘 된다는 것의 보장은 본인이 생각한 정의나 단순히 강하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지요.

 

 제국주의자들은 일반화할 수 있는 자국의 권리가 주어진 국경밖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타국의 비극은 기꺼이 감수할 만한 것이라고 주장하지요.  현실주의자들은 국경 너머에 있는 마땅하고 일반적인 사실은 오직 비극이 모두에게 필연적이라는 사실 뿐입니다. 그렇기에 국경 밖에서 자신의 운명을 찾았다면 대게는 권리 따위가 아니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인 것입니다.

 

끝으로 저는 우리나라도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을 좌초시키고 러시아를 겁탈하게 만들었던 그 규칙이 우리의 바람에 자비로울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나요? 그 끝에 얻게 될 것은 정말로 그런 위협을 감수할 만한 것인가요? 저는 아직까지 살면서 그런 가치를 나라 너머에서 찾아본 적은 없습니다.

22.03.14. 02:23

제가 대학원을 준비하던 시절 아는 친구들과 같이 공부했는데, 관심사가 다 그쪽이다 보니, 나한테 2014년의 사건에 대해서 묻는 사람이 있었어요. 제가 뭐라고 답변했는지는 사실 잘 기억을 못하지만, 그 사람은 나 보고 그런 시각은 제국주의가 아니냐고 다그치듯이 말한 것이 기억이 납니다. 국제정치학에 대해서 문외한이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그렇게 현실주의와 제국주의를 혼동하는 것입니다. 둘을 비교하는 것은 마치 연필깎기와 사과씨의 공통점이 뭐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지만 그래도 이번 사태와 이어보면 좋은 이야깃거리를 주는 것 같아 몇 마디 써보려고 합니다.

 

현실주의는 연구 패러다임이라는 것인데. (이론이기도 하지만요.) 세상을 보는 렌즈에 있어서 확립되어 이것은 이렇다라고 널리 공유된 개념이라고 보시면 좋아요. 그래서 이제와서 현실주의를 연구한다고 하면 너무 붕뜬 느낌이 드는 것이죠. 현실주의는 그러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현실주의를 공부하는 선생님들은 국제체제가 매우 사납고 위험한 동네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익숙한 정부나 규범이 지배하는 현실과 다르게 국제체계에서는 이런 역할을 할 레비아탄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들이 최후의 순간에 믿을 수 있는 것은 119에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뿐이라는 것이죠. 이런 현실이 모든 국가들로 하여금 나쁜 의도가 없어도 순전히 자기 한 몸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협이 되고 때로는 상대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 잦다고 봅니다.

 

이런 렌즈로 세상을 바라볼 때 국제체제는 참으로 모험을 하기 어렵고 늘 경계를 늦춰선 안되는 동네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체제가 무질서하고 혼란하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모두가 굴복할 권위를 가진 힘이 없기 때문인 것이죠. 그렇기에 국제체제는 국가들 사이에 불평등하게 분배 된 힘의 차이에 따라서 질서를 갖추고 대게 그런 규칙에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왜냐하면 대게 그런 규칙을 어기면 자신의 목숨이 위협 받기 때문이죠. 현실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든 국가가 힘의 차이에서 비롯한 규칙에 순응 하는 것이 강하던 약하던 그 국가가 목숨을 부지할 상책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시각은 한편으로 볼 때, 지나치게 냉소적이고 잔인하게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현실주의자들은 미국이 같은 동맹인 남베트남을 저버리는 것이 올바르며, 헝가리와 체코에서 사태에 개입하는 것도 옳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나아가서 미국이 소련을 막기 위해서 칠레와 같은 소국에 독재자를 지지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고 까지 주장합니다. 현실주의자들의 이러한 윤리 의식의 부재 때문에 현실주의는 자주 제국주의나 팽창주의와 연관되곤 합니다.

 

 제국주의를 어떻게 정의할 지는 힘든 문제입니다. 좁게는 제국주의는 19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유행하던 서유럽 열강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식민화 정책을 표현하는 데 쓸 수도 있고. 넓게는 강대국이 다른 국가를 착취하는 모든 사회, 문화, 경제적인 행태를 포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런 표현이 상대에게 당신은 제국주의자야라고 한다면 어떤 의미로 쓰인 것일까요? 제가 다른 학자분들의 말을 빌려 말할 좋은 표현은 없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어떤 나라가 (보통은 자국이) 다른 주권 국가나 공동체에 대해서 그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권리가 있다는 믿음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제국주의는 국가 단위에서 상대국을 지배할 권리의 도덕적, 실리적 주장인 것이죠.

 

지금 러시아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와 몇 가지 공통되는 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이 분들은 소극적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라는 주권의 영역을 침해하고 군사적인 행동을 할 권리가 있으며 그것이 정의롭다고 주장합니다. 이 분들은 여기서 우크라이나의 일정 영토나 존재가 러시아로 하여금 주권을 침해해도 좋다고 믿으시며, 동시에 그것이 올바르다고 주장합니다. 두 번째로 이 분들은 우크라이나에 탈나치화를 주장하십니다. 즉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주권을 바꿔야 할 도덕적 그리고 실질적 재량권이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죠. 마지막으로 이 분들은 우크라이나인이 사실 러시아인과 같기에 이는 전쟁이 될 수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이는 한 민족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 것이죠. 요약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영토적 주권을 침해하고, 그들의 정치체계를 바꾸고 나아가서는 독립적인 민족을 부정할 도덕적 그리고 실질적 권리의 믿음을 바탕하여 이번 사태를 저지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분이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미군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다른 나라의 정부을 바꾸고 강제로 민주주의를 이식하고 그들의 삶을 파괴했지만 보상도 없었기에 제국주의라고 비난 하신다면 러시아는 이미 제국주의의 체크리스트를 침공 이틀 차에 전부 채워버린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대체로 그런 분들이라면 보통 그런 고상한 이유로 이야기하지 않은 것을 알기에 비웃을 겁니다만.


몇몇 분들은 이런 식상한 프로파간다보다 미어샤이머나 월트의 미국의 대외정책 비판을 끌어와서 "러시아는 현실주의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합니다." 그 분들에게 있어서 현실주의의 법칙을 어긴 미국이 결국 러시아를 통해 댓가를 치루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고 러시아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죠. 심지어 미어샤이머 교수께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게 상당 부분 할애하시면서 비판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시각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현실주의의 조언에 정말로 따랐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라고 했을까요?

 

 이런 태도에서 현실주의와 제국주의의 핵심적인 두 가지 차이가 나타납니다. 둘 중 하나는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이론이라는 점과 하나가 분별력을 제공해준다면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어샤이머, 월트, 스나이더 등 현실주의에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서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분들은 이라크가 지역의 균형을 어지럽히지 않았고, 미국에 위협적이지도 않으며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에 그 어떠한 국익이 없기 때문에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로부터 17년 후 월트와 미어샤이머는 굉장히 비슷한 내용의 두 저서를 썼습니다. 두 책은 미국의 대외 정책이 워싱턴 정계와 학계가 만들어 놓은 대외정책공동체가 패권적 자유주의의 길로 미국을 몰아넣어서 국익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오직 현실주의에 기초한 대외정책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월트와 미어샤이머는 미국이 91년 이후 자국의 패권을 무역 자유화를 통한 상호 의존성이나 민주주의의 우월성 그리고 이를 강제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남용하면서 수많은 비극을 초래하였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이해를 침해한다고 비판하였습니다.

 

두 학자의 비판은 강대국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무시하지만 왜 그것이 나쁜 지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이론에서 발을 떼지 않았죠. 어떤 국가가 위협적으로 다른 나라를 힘을 짓누르면 당연히 그에 저항하는 균형이 형성되기 마련이며, 나의 경쟁자들이 한편으로 뭉치게 만듭니다. 국가들은 민족주의를 가지고 있어서 힘으로 짓누른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강하게 저항하기 마련이죠. 국제 무역은 상호 의존성을 초래하지만 그 의존의 정도가 차이가 있고 거기서 얻은 혜택을 다른 나라를 해하는데 쓸 수 있기에 함부로 나의 경쟁자가 이득을 보도록 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이라는 강대한 국가 마저도 국제체제에서 지켜야하는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 결과 대가를 치루게 되었죠. 러시아와 중국은 가까워 졌을 뿐만 아니라 중동과 아시아의 독재 국가들이 이들 편에 뭉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체제의 강요는 몇몇 국가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다가왔지요. 중동에서 발현한 민족주의는 수십년간의 게릴라전의 수렁에 미국이 빠지게 만들었고, 그 사이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중국의 패권국화를 방치하였습니다.

 

요점은 미국은 국제체제에 대해서 좋은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그것을 행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며, 행동이 사악한지는 별개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에 해선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틀에서 볼 때 러시아는 정말로 현명하게 처신하다가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불쌍한 피해자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사방에 위협을 하며 자신을 봉쇄할 균형 동맹에 기틀을 잡았습니다. 2014년 돈바스 전쟁에서 개입 이후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이 미래에 우크라이나가 될 지 모른다는 위협에 빠져 러시아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무기를 사고 군대를 재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거의 예외가 없었죠. 겉으로는 서유럽국가들은 굴복하고 조용히 눈감은 척했을진 언정 만약을 위한 대비를 시작한 것입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둔하다고 평가한 서구 사회의 정치에 개입하여 이들을 히스테리에 빠진 거인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은 사실 대선 개입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서구 사회에 존재하던 균열을 확장해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하려고 하였죠. 문제는 이런 개입은 필연적으로러시아를 필요 이상으로 위협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밖에 정치가 둘째라는 것은 어디 까지나 안에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때 까지니까요. 더군다나 자신의 체제가 무조건 올바르고 그것을 강제해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집안일을 건드렸다면 도대체 무슨 재난이 벌어지겠습니까? 

 

 끝으로 러시아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들의 자원을 레버릿지로 사용하였습니다. 서유럽의 에너지를 볼모로 서유럽의 두려움을 샀지만,반드시 두려움은 반드시 굴복으로만 이어지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내가 두렵다는 사실은 오직 내가 두려울 때에만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러시아의 결정적인 실수가 나옵니다. 러시아는 자신이 긁어모은 두려움 위에서 군림할 만큼 강력한 국가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기것해야 구소련의 붕괴에서 갓 벗어난 이탈리아 수준의 GDP를 가진 국가입니다. 러시아의 수출은 태국이나 베트남과 비교해도 매우 형편없을 정도로 제조업의 비중이 낮을 뿐만 아니라 많은 공산품과 산업기술을 수입하던 나라였습니다. 잘난 것은 석유가 많다는 것이며, 자랑하던 1억의 인구는 유럽의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인간개발지수가 떨어졌습니다. 교육과 보건의 몰락은 알콜 중독이 다시금 거리를 정복하게 만들었고, 올르가르히는 그나마 자라나던 시장의 신생기업들이 피어나기도 전에 짓눌러서 그 녹기를 빨아 먹었습니다.

 

 국가의 하드파워는 당장 사용 할 수 있는 힘인 군사력과 잠재적으로 군사력으로 변환할 수 있는 경제력으로 구성됩니다. 최신 기술을 선도할 수 없고, 공산품마저 경쟁력을 갖출 수 없으며, 사람들은 교육받지 못하고 아프며, 사회에 냉소하여 가장 우수한 사람부터 빠져나가는 국가가 가진 권력이란 것이 얼마나 초라하고 위태롭습니까? 푸틴은 아마 그 사실을 알았기에 자신의 힘이 무너지기 전 마지막으로 조금이라도 러시아의 위상을 지킬 순간이 오직 지금 뿐이라고 보았을 것입니다.

 

문제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적 이미 그마저 달성할 러시아의 힘이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러시아가 전쟁이라는 쇼다운으로 통하여 서방에게 헐벗은 채로 노출되어버렸습니다. 겁쟁이처럼 구석에 숨어있던 서방의 타락한 국가들은 2세기 전부터 썩어가던 곰가죽 안에 숨어있던 나약하고 처녀를 발견하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겁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누군가는 물어볼 것입니다. 어째서 미국이 러시아보다 더 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어떻게 보면 러시아의 욕망이 미국의 그것보다 나을 수가 있는데 어째서 미국은 러시아와 다르게 처벌 받지 않았느냐고? 여기서 현실주의와 제국주의의 궁극적인 차이가 나타납니다. 현실주의에게 있어서 세상은 어떤 윤리도 규범에 따라야 할 책무가 없는 곳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러시아가 했다면 진작에 망하였을 실수를 여러 번 저지르고도 살아남은 것은 순전히 미국이 러시아보다 압도적으로 자산이 많기 때문입니다.

 

현실주의가 관심 있는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어떤 믿음을 가졌거나 혹은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주장이 아닙니다. 과연 그것을 행할 능력이 있는지, 그것이 과연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도움이 되는지, 그것이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가져올지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국가의 존립에 위협이 되는 지에 대해서 바라 볼 뿐입니다.

 

투키디데스는 멜로스의 대화에서 "강자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하고, 약자는 견뎌야만 한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주의는 강자가 약자를 이긴다는 단순한 법칙이 아닙니다. 현실주의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할 때, 그는 이런 것을 얻을 수 밖에 없다."라는 것의 대한 통찰입니다. 약자가 강자보다 더 많은 것을 견뎌야 할지언정 강자가 그가 행한 일의 결과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모두가 무언가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잘 된다는 것의 보장은 바램이나 정의 혹은 단순히 강하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란 것이죠.

 

제국주의자들은 자국의 장밋빛 미래와 자신들의 마땅한 일반화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국경밖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타국의 비극은 기꺼이 감수할 만한 것이라고 주장하죠. 현실주의자들은 그런 미래를 밖에서 찾기 않습니다. 미어샤이머와 월트는 대통령은 대외정책보다 나라 안에서 더 나은 사회건설, 예컨데 좋은 복지나 의료체계 그리고 교육 같은 것에 국가의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그들에게 국경 너머에 있는 마땅하고 일반적인 사실은 오직 비극이 모두에게 필연적이라는 사실 뿐입니다. 그렇기에 국경 밖에서 자신의 운명을 찾게 된다면 규칙에 따라 살아나갈 궁리나 똑바로 하고 주어진 자신의 위치에 충실하라고 조언할 뿐이죠.

 

끝으로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우리 스스로를 조심스럽게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정말 우리가 지지하던 바램이 미국을 좌초시키고 러시아를 겁탈하게 만들었던 그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확신할 수 있나요? 그 끝에 얻게 될 것이 정말 그런 위협을 감수할 만한 것인가요? 저는 아직까지 살면서 그런 가치를 나라 너머에서 찾아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대학원을 준비하던 저는 스터디그룹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공부했습니다. 다들 관심사가 다 그쪽이다 보니 저한테 2014년의 사건에 대해서 묻는 사람이 있었어요. 제가 뭐라고 답변했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없지만, 그 사람은 나 보고 그런 시각은 제국주의가 아니냐고 다그치듯이 말했습니다. 국제정치학에 대해서 문외한이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그렇게 현실주의와 제국주의를 혼동하는 것입니다. 마치 연필깎기와 사과씨의 공통점이 뭐냐고 물어보는 것처럼 둘은 연관점이 없습니다. 그래도 여러 생각을 해보니 이번 사태와 이어보면 좋은 이야깃거리를 주는 것 같아 몇 마디 써보려고 합니다.

 

현실주의는 연구 패러다임이라는 것인데. (이론이기도 하지만요.) 세상을 해석하는 어떤 개념이 상당히 확립되고 널리 공유된 개념이라고 보시면 좋아요. 그래서 이제와서 현실주의를 연구한다고 하면 너무 붕뜬 느낌이 드는 것이죠. 그렇다면 현실주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현실주의를 공부하는 선생님들은 국제체제가 매우 사납고 위험한 동네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규범에 따라서 질서있게 통치하는 모습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국제체계에서는 이런 역할을 할 레비아탄이 없습니다. 그래서 국가들이 최후의 순간에 믿을 수 있는 것은 119에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뿐입니다.  이런 현실에서는 나쁜 의도가 없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위협이 되고, 때로는 상대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 잦아 보입니다.

 

이런 렌즈로 볼 때 국제체제는 참으로 모험을 하기 어렵고 늘 경계를 늦춰선 곳입니다. 하지만 이는 체제의 본질이 무질서하고 혼란하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모두가 굴복할 권위를 가진 힘이 없기 때문인 것이죠. 이런 체제에서도 따를 규칙은 있고 그런 규칙은 국가들 사이의 힘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국가들은 대게 그런 규칙에 따라 행동합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때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니까요. 현실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가들 간에 힘의 차이에서 비롯한 규칙에 순응 하는 것이 강하던 약하던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시각은 한편으로 지나치게 냉소적이고 잔인해 보입니다.  현실주의자들은 미국이 같은 동맹인 남베트남을 저버리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헝가리와 체코에서 사태에 개입하지 않은 것도 소련과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나아가서 미국이 소련을 막기 위해서 칠레와 같은 소국에 독재자를 지지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고 까지 주장합니다. 이러한 윤리 의식의 부재 때문에 현실주의는 자주 제국주의나 팽창주의와 연관되곤 합니다.

 

 제국주의를 어떻게 정의할 지는 힘든 문제입니다. 좁게는 제국주의는 19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유행하던 서유럽 열강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식민화 정책이고, 넓게는 다른 국가를 착취하는 모든 사회, 문화, 경제적인 행태일 것입니다. 만약 이런 표현이 상대에게 "당신은 제국주의자야라고 한다."라고 할 때 쓰인다면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빌려 말할 좋은 표현은 없지만 "다른 주권 국가나 공동체에 대해서 그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권리가 있다는 믿음" 아닐까요? 쉽게 말하자면 제국주의는 상대국을 지배할 권리에 대한 도덕적, 실리적 주장인 것이죠.

 

지금 러시아를 지지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와 몇 가지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이 분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라의 국토안에서 군사적인 행동을 할 권리가 있으며 그것이 정의롭다고 주장합니다. 두 번째로 이 분들은 우크라이나에 탈나치화를 주장하십니다. 즉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부를 교체할 재량권이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인이 사실 러시아인은 같은 민족이라 전쟁이 될 수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요약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주권을 침해하고, 그들의 정부를 바꾸고 나아가서는 민족성을 부정할 도덕적, 실질적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분이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미군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다른 나라의 정부을 바꾸고 그들의 삶을 파괴했지만 보상도 없었기에 제국주의라고한다면, 러시아는 이미 제국주의의 체크리스트를 침공 이틀차에 전부 채워버렸습니다. 물론 대체로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라면 본인이 그런 고상한 고민을 해서 떠든 것은 아닌 것 같지만요.


이런 식상한 프로파간다보다 몇몇 분들은 미어샤이머나 월트를 끌어와서 "러시아는 현실주의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합니다." 그 분들에게 있어서 현실주의의 법칙을 어긴 미국이 결국 러시아를 통해 댓가를 치루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고 러시아는 잘못이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미어샤이머 교수께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게 상당 부분이 있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시각이 조금 이상합니다. 현실주의의 조언에 정말로 잘 따랐을까요?

 

 현실주의와 제국주의의 핵심적으로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내 나라가 이걸 받아야 마땅하다는 제국주의와 다르게 현실주의는 윤리도 없지만 정의도 없습니다. 현실주의는 사리분별이 있지만 제국주의는 자기가 남보다 강하다는 것외에 분별할 수단이 마땅히 없습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어샤이머, 월트, 스나이더 등 현실주의에 내로라하는 학자들은 전쟁에 반대하는 서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분들은 이라크가 지역의 균형을 어지럽히지 않았고, 미국에 위협적이지도 않기 떄문에 국익에 상관없는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로부터 17년 후 월트와 미어샤이머는 굉장히 비슷한 내용의 두 저서를 썼습니다. 두 책은 대외정책공동체가 미국의 외교를 패권적 자유주의의 길로 미국을 몰아넣어국익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오직 현실주의에 기초한 대외정책이라 주장합니다. 두 학자는 미국이 자유무역의 상호 의존성, 민주주의의 우월성 그리고 이를 강제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미국의 패권이 남용하면서 수많은 비극을 초래하였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이해를 침해한다고 비판하였습니다.

 

두 학자의 비판은 강대국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깹니다. 하지만 왜 그것이 나쁜 지에 대해서는 현실주의에 근거해서 비판합니다. 어떤 국가가 상대방에게 위협적이면 그에 저항하는 균형이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국가들은 민족주의를 가지고 있어서 힘으로 짓누른다고 하더라도 강하게 저항합니다. 국제 무역은 상호 의존성을 초래하지만 그 의존의 정도가 차이가 있고 거기서 얻은 혜택을 나중에 다른 나라를 해하는데 쓸 수 있어서 함부로 이득이 있다고 행하면 안됩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도 국제체제에서 지켜야하는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 결과 대가를 혹독하게 치루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가까워지고 그 밑에 중동과 아시아의 독재 국가들 합세하였습니다. 체제의 강요는 몇몇 국가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다가왔지요. 중동에서 발현한 민족주의는 수십년간의 게릴라전의 수렁에 미국이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중국의 패권를 방치하였습니다.

 

요점은 미국은 국제체제에 대해서 좋은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그것을 행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행동이 사악한지는 둘째치더라도 전혀 도움이 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틀에서 볼 때 러시아는 정말로 현명하게 처신하다가 단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불쌍한 피해자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이전부터 사방에 위협을 가하며 자신을 봉쇄할 균형 동맹에 기틀을 잡았습니다. 2014년 돈바스 전쟁에서 개입한 이후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이 미래에 우크라이나가 될 지 모른다는 공포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러시아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무기를 사고 군대를 재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겉으로는 서유럽국가들은 굴복하고 조용히 눈감은 척을 하였지만 뒤에서는 만약을 위한 대비를 시작한 것입니다.

 

 서구사회 정치에 대한 개입은 단순한 머저리를 히스테리에 빠진 채로 깨어난 거인으로 각성시켰습니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은 사실 대선 개입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서구 사회에 존재하던 균열을 확장하려던 시도였습니다. 순전히 남에 나라 정치가 잘 안굴러가게 하려던 것이죠. 문제는 이런 개입은 러시아를 필요 이상으로 두렵게 만듭립니다. 왜냐하면 외교가 들러리인 것은 어디까지나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때 까지니까요. 더군다나 자신의 체제가 무조건 올바르기에 그것을 남한테 강제해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건드렸다면 도대체 무슨 재난이 벌어지겠습니까? 

 

 경제적으로 러시아는 너무 오랫동안 자신들의 자원을 레버릿지로 사용하였습니다. 서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볼모로 서유럽의 두려움을 샀지만, 반드시 두려움은 굴복으로만 이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두렵다는 사실은 오직 내가 두려울 때에만 가치가 있습니다. 여기서 러시아의 결정적인 실수가 나옵니다. 러시아는 자신이 긁어모은 두려움 위에서 군림할 만큼 강력한 국가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기것해야 이탈리아 수준의 GDP를 가진 국가입니다. 러시아의 수출은 태국이나 베트남과 비교해도 매우 형편없을 정도로 제조업의 비중이 낮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산품과 산업기술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잘난 것은 석유가 많다는 것입니다. 자랑하던 1억의 인구는 유럽의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인간개발지수가 떨어집니다. 교육과 보건의 몰락하니 그 사이는 알콜 중독이 채우고 있습니다. 올르가르히는 그나마 자라나던 신생기업들을 새싹이 나기도 전에 수확했습니다.

 

 국가의 하드파워는 군사력과 경제력입니다. 군사력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힘을 대표합니다. 경제력은 잠재적으로 군사력으로 변환할 수 있는 힘이지요. 최신 기술을 선도할 수 없고, 공산품마저 경쟁력이 없으며, 사람들은 교육받지 못하고 늘 아프며, 가장 우수한 사람부터 나라에 냉소하여 빠져나가는 국가의 권력이란 것은 얼마나 초라하고 위태롭습니까? 푸틴은 아마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남은 힘 마저 무너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조금이라도 러시아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도 침공할 여력이 없던 나라라는 사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계기를 통해서 서방에게 헐벗은 채로 노출되어버렸습니다. 겁쟁이처럼 숨어었던 국가들이 2세기 전부터 썩어가던 곰가죽 안에 숨어있던 나약하고 처녀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겁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현실주의가 관심 있는 것은 누가 어떤 것을 가질 권리 따위가 아닙니다. 그것을 행할 능력이 있는지,  행한다면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도움이 되는지, 그래서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내 행동이 어떤 행동을 가져올지에 대해서 바라 볼 뿐입니다.

 

투키디데스는 멜로스의 대화에서 "강자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하고, 약자는 견뎌야만 한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주의는 강자가 약자를 이긴다는 단순한 법칙이 아닙니다. 현실주의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할 때, 그는 이런 것을 얻을 수 밖에 없다."라는 것에 대한 탐구입니다. 약자가 견뎌야 할지언정 강자라고 인과에 따른 결과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무언가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잘 된다는 것의 보장은 본인이 생각한 정의나 단순히 강하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지요.

 

 제국주의자들은 일반화할 수 있는 자국의 권리가 주어진 국경밖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타국의 비극은 기꺼이 감수할 만한 것이라고 주장하지요.  현실주의자들은 국경 너머에 있는 마땅하고 일반적인 사실은 오직 비극이 모두에게 필연적이라는 사실 뿐입니다. 그렇기에 국경 밖에서 자신의 운명을 찾았다면 대게는 권리 따위가 아니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인 것입니다.

 

끝으로 저는 우리나라도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을 좌초시키고 러시아를 겁탈하게 만들었던 그 규칙이 우리의 바람에 자비로울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나요? 그 끝에 얻게 될 것은 정말로 그런 위협을 감수할 만한 것인가요? 저는 아직까지 살면서 그런 가치를 나라 너머에서 찾아본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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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짐 22.03.21. 18:51
말씀대로 현실주의는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도구'이고 이걸 사용하는건 사람이죠.

우크라이나를 비웃거나 러시아를 옹호하는걸 보면 현실주의때문에 어쩔 수 없다~ 라고 하는데 그 도구를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는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수준이 높아지고 미국 관료들도 진지하게 가능성을 논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는 등 탈냉전기의 안보 지형이 다시 한번 크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그 격동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때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냐가 관건인데, 아마도 크게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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