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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 2
 
1989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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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모두가 피곤했다.

 

 나와 쿠퍼 중사는  문을 까고 돌입하면서 사람 몇 명을 잡느라 피곤했다.

 

 하코트 준위는 여자 역할을 담당할 배우가 자신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이번에도 지나친 몰입 이후의 후유증으로 많이 피곤했다.

 

 코왈스키 중사와 레스터 상사는 저 너머에서 나와 다른 둘이 취젓고 다닌 작전 지역의 모든 상황을 체크하며 우리의 안전을 위해 열심히 안구의 피로감을 유발 시키는 비좁은 시야의 광학기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던 데다가, 겸사겸사 눈알 돌아가는 횟수 이상으로 머리까지 굴려야 했으니 그 피로감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마저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출발은 셋으로 찢어져서 나갔지만, 돌아오는 길은 같은 차를 타고 돌아왔다. 나와 쿠퍼 중사가 작전 지점으로 이동할 때 썼던, 적당히 때가 탄 흔한 중고차처럼 보이는 작전용의 방탄 벤츠 말이다.  나는 아까 운전대를 잡고 왔다는 핑계로 가볍게 이번 논의 대상에서 빠져나왔지만, 나머지 넷은 그렇게 호락호락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하여튼, 이 인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지.”

 

 “허허, 분석관님과 같은 훌륭한 지원자가 나타날 때까지 성공적인 지연전을 수행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맷, 작위적인 존대는 도발의 의미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데?”

 

 작전을 다 끝내 놓고 퇴출수단 앞에 가서야 시작된 해당 논쟁에서 내가 누구나 납득 가능한 타당한 이유로 슬쩍 빠져 차 뒷좌석에 몸을 의지하며 잠깐씩 졸고 일어나기를 대충 두어번 반복했지만, 얼핏 깨었을때마다 논쟁은 계속 되고 있었던 듯 싶다.

 

  분명 당초 계획으로는 테러리스트 하나만 슬쩍 픽업하려고 했을 뿐인데, 테러리스트 하나만 슬쩍 픽업하려고 했을 뿐인데, 알고보니 북한 정보부서의 안가 하나를 헤집어 놓은 꼴이라 수습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 듯 했다.

 

 결국 현장 정리가 거의 마무리 되어서 사건 정리를 위한 조정을 핑계로 독일 치안관계자와 싱글벙글 웃고 있었을 것이 틀림 없는 남한 NSP쪽 사람과의 즉석 만남을 가지고 왔던 하코트 준위는 돌아오고 나서도 자기들끼리 옥신각신 하고 있는 모습에 기가 질린 나머지 자신이 운전대를 잡겠다고 스스로 투망에 걸려들었고, 다른 3인이 만장일치로 찬성 의사를 보였음은 두말하면 잔소리겠지.

 

 비생산적 활동에 모두가 진을 빼고 있는 동안 운전대를 다시 잡아도 전혀 무리없을 체력을 회복한 나 역시 은근슬쩍 묻어 갔음은 모두가 지금처럼 잊어주고 있으면 좋겠다.

 

 팀장인 나 보다도 높은 계급을 가지고 있으며, 만약 긴급 상황이 발생하여 우리의 주인님인 미 합중국 정부에서 우리 4인 1조 작전팀과 그녀의 가치를 두고 저울질을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여기 다른 네명과 맞바꿀 만한 가치를 가지고 판단할 만한 재원이 바로 아까 전의 활극에서 1911 하나로 전체 무장인원의 절반을 제압한 <로즈>, 제인 하코트(Jane Harcourt) 2등 준위(Chief Warrant Officer 2; CW2)이다.

 

 다만 이 왕가슴 동안(우리중에선 제일 어리긴 하지만, 그래봤자 59년생 서른 살 먹은 노처녀다.) 준위에게 지금 이 순간에는 불행하게도, 계급이건 뭐건 상관 없이 직책만 존재할 뿐 모두가 똑같은 동지라는 소련이나 중국조차도 포기한 골수 공산주의 군대 분위기를 지향하는 우리 회사의 사내 분위기에서 비롯된 휘말려 결국 운전대를 잡게 된 것을 보면 그녀의 가치에 비해 대접이 영 좋지 않다는 점 또한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직 특전단에 몸을 담고 있던 애송이 시절, 한국 파견 경험을 통해 나는 처음으로 무시 못할 전투력을 가진 여성 특수부대원을 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여성이 특수부대에 갈 수 있는 방법이란 공식적으로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의 직장인 델타 포스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부대 인 것 처럼 말이다.

 

 퍼니 플래툰.(Funny Platoon) 금녀의 구역으로 유명한 특수부대 안의 흔치 않은 금남의 구역이란 웃기지도 않은 조직이다. 우리가 몸을 담고 있는 델타포스에 있는 특별 부서로, 특정 스쿼드런 예하가 아닌 델타 지휘부 직속의 조직이다. 여군 준사관들로만 구성된 정보 수집 - 분석팀. 언제부터 만들어진 조직인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아마도 부대 창설 단계부터 계획된 조직이었을 것임은 추측 해 볼 수 있다.

 

 잠깐 옛날 이야기를 해 보자. 망할놈의 해군 헬기 조종사와 정비반이 모든 것을 망쳐버린 이글 클로 작전당시, 그렇잖아도 어딘지 맹한 구석이 있어서 못 미덥던데다 카터의 삽질로 수족이 절단 당하고 거시기까지 거세 당한 상태의 CIA는 이란 내에 그 어떤 정보망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TV 뉴스화면을 보고 혁명수비대의 무장상태와 훈련도를 파악하던 상황이니 말 다 했지.

 

  하지만 내가 ‘블루 팀'의 일원으로 데저트 원에 내려앉은 MC-130 수송기에서 몸을 움직여 CAR-15 한 자루를 챙겨 들고 레인저 애들 몇을 데리고서 이란인 인질을 잡으면서 인질 구출 작전의 서막을 열던 그 무렵, 테헤란 외곽에는 우리가 사용할 차량과 우리가 잠시나마 몸을 숨길 은거지, 심지어는 헬기들을 은닉할 장소까지 모든 것이 마련되어 있었다.

 

 전선 뒤편에서 마치 CIA의 공작원처럼 적 후방을 헤집고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작전을 준비하는 것 또한 델타의 요원(Operator)의 기본 소양이다. 실제로 나나 앨런 같은 초기 멤버들은 CIA에게 교육을 받기도 했고. 그리고 이런 임무를 남자들만 데리고 하기엔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것 역시 우리의 찰리라면 베트남에서 지금의 델타를 꿈꾸던 시절부터 애저녁에 생각 해 두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퍼니 플래툰의 여군들은 일반적인 군 정보부서의 근무자들같은 탁상물림과는 한참 거리가 먼 진짜 전투원들이었다. 델타가 ‘정보 수집 및 분석'을 병행할 곳이라면 그곳은 절대 쾌적한 냉방과 따뜻한 난방, 안락한 근무 환경이 보장되는 후방의 사무실이 아닌, 잘나봤자 퀴퀴하고 쥐새끼와 바퀴벌레가 서로 친구 먹고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음침한 안가, 경우에 따라선 흙구덩이에 불과할지도 모를 비트 속일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너 말야. 문명 사회에 너무 익숙해 진 거 같은데. 85년 베이루트, 기억 나?”

 

 “알다 마다. 그때 빚진 탄창 하나를 갚을 기회만 기다리고 있지.”

 

 “기억 나? 난 운전대 잡고 있는데 손만 내밀고 탄창 달라고 했었잖아.”

 

 어느새 시야에 들어온 안가의 차고를 향해 차를 서행중인 제인의 표정도 많이 풀어 져 있었다. 그때의 드라이브를 생각해보라는 내 이야기가 좀 먹혔는지, 아니면 어차피 도착했으니 그냥 알아서 맥이 빠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상관 없는 일이다.

 

 제인 역시 그런 흔치 않은 아마존들 중 하나였다. M2 카빈을 들고 베트남에 들어가서 CAR-15을 들고 베트남에서 나온 고참 그린베레 부사관 아버지를 둔 그녀는 군인 집안에서 자라나 아버지의 베트남 이야기와 로빈 무어의 논픽션을 읽으며 군인, 그것도 특수부대원의 꿈을 남몰래 키워왔다.

 

  포트 브랙의 관사에서의 청소년기를 거쳐 성년이 되자마자 바로 군대에 지원했지만 여군은 뒤에서 보급 트럭의 선탑자 자리에 앉는게 그나마 출세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실망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탁상물림'중에서도 어떻게든 이 분야와 가까운 정보병과를 지망해 남다른 커리어를 쌓아온 그녀에게 어느날 들어보지도 못 한 특수부대에서의 러브콜이 들어왔다.

 

  그렇게 그녀는 일련의 필수적이고 혹독하며 까다로운 델타의 요원 선발과정을 거쳐서 준위 계급장과 함께 어지간한 남자들도 발을 못 들이는 JSOC의 양대 산맥, 델타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제인과 처음 호흡을 맞춰 본 것은 이번 두 번째 베를린 파견이 처음이 아니었다. 85년, 베이루트. TWA 847기의 납치극으로 시끌시끌하던 당시, 나의 팀은 베이루트에서 억류된 인질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중인 CIA와 우리 정보팀을 지원하고, 구출작전 실행시엔 구출팀으로서 활동하기 위해 베이루트에 전개되었었다. 도착하고보니 사건이 터지고 딱 여덟 시간만의 일이었다. 그 때 같이 몇 번 일을 했었던 사이다.

 

 제인은 83년에 델타에 들어 온 이래 쭉 레바논에 상주 하며 CIA와 함께 녀석들의 뒤를 캐고 다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 속에는 안가 한구석 벽면의 화이트보드에 그려둔 테러 조직간의 관계도의 내용이 빈틈없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지금도 꾸준히 갱신되어 머리 속에 들어 있음이 틀림 없다. 몇 달 전에, 우리가 주둔할 새 안가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화이트보드의 내용이 지워진 적이 있었는데, 막힘 없이 슥슥 그것을 암기하고 있던 내용만 가지고 다시 그려낸 걸 보면 확실하다.

 

 “아, 집이다.”

 

 하긴, 이사온지 몇 달 안된 새 집이지만 베를린에서 2년을 쭉 살았으니 이젠 이 도시가 고향처럼 느껴 질 법도 하지. 여기서 일한지 일년이 다 다른 팀원들이나, 몇 년 전에 한번 근무하고 세계 각지를 집시들마냥 떠돌다가 다시 기어들어온 나도 이젠 여기가 집처럼 느껴지는데, 하코트 준위는 오죽 할까.

 

 나와 다른 셋은 일주일 후면 ‘H팀' 자리를 지름의 ‘R팀' 에게 넘겨주고 본국으로 복귀하겠지만, 내가 알기로 하코트 준위는 1년은 더 새로운 작전팀과 호흡을 맞추며 이곳에서 일하게 되어 있었다.

 

 사실 우리나 그녀에게 서베를린 안가가 집처럼 느껴지는데는 이 곳이 다른 안가들에 비해 빼어나게 좋은 집이라는 점이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번듯한 주택가에 마련된 2층에, 이런저런 방들이 딸린지하 1층과 넉넉한 차고, 널찍한 안마당까지 딸린, 본토 대도시의 번듯한 중산층 주택가의 흔한 주택을 연상시키는 멋진 집이었으니 말이다. 아까 말했던 쥐와 바퀴벌레가 친구들마냥 짝지어다니며 여기저기를 들쑤시는 을씨년스런 안가의 모습은 여기서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차가 들어가고, 차고 문이 닫히자 R팀의 두엇이 짙게 썬팅된 창문을 통해서 실제보다 거무스름하게 눈에 들어왔다.  우리 또한 차고 문이 완전히 다힌 뒤에야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다들 방탄복과 장구류를 걸치고 총 하나씩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곤히 잠들고 있을 이웃의 선량한 독일 시민들이 보기엔 너무나도 위험한 물건들이었다.

 

 “수고 많았어, 에드. 마지막까지 화려하구만.”

 

 R팀의 팀장이자 우리 H팀의 부팀장인 레스터 상사와 더불어 특수전요원 선발과정의 동기사이이기도 한 제이미가 내게 만약 바로 목구멍에 스트레이트로 꽂아 넣는다면 머리가 뽀개질 것이 틀림 없는 차가운 라거 한 병을 아이스 박스에서 꺼내더니만 친절하게 병까지 따서 건네주었다.

 

  난 두통이 느껴지지 않도록 천천히, 맛 좋은 독일 맥주를 음미했다. 맥주병을 잠시 내려놓고 보니, 어느새 다들 한 병 씩을 손에 들고 있었다. 안가 내에서 대기하던 R팀이 수고했다고 나름대로 준비한 소소한 선물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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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를린 주둔 미군 특수전부대의 편제는 가공의 설정입니다.
 

퍼니 플래툰의 경우는 실제한다는 카더라가 있습니다. 델타라는 조직 자체가 카더라가 많은 조직이라 실재여부는 확인하기 힘들겠지만... 여캐를 등장시키기 좋은 구실같아서 써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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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지루남 2016.01.23. 19:51
너무 재밌네요. 그런데 간혹 문장이 길어지면서 주어와 술어가 뭔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거만 다듬어주시면 더 잘 읽힐 것 같습니다.
Profile image 22nd 2016.01.23. 22:22
문단 길이 조절이 지금보다도 서툴렀던 시절에 적은거라, 고쳐도 고쳐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더라구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졸문 읽어주시고 냉정하게 평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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