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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물마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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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에서 수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글을 씁니다.

 

디씨에서 수통에 대한 글을 보는데, 수통이라는게 의미없고 물도 채웠다가 나중에 무거워서 물을 몰래 버렸다는 내용의 댓글이 있고,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물마시는 이야기라면 저에게 재미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선 제가 나온 부대가 일반적인 보병친구들과 굉장히 달라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본론부터 이야기하면....실제 작전에 나갈때 저는 먹을 수 있는 물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꾸미기_SAM_1555.JPG

 

꾸미기_SAM_1575.JPG

 

저같은 경우 플라스틱, 알루미늄, 일체형 수통까지 모두 사용했는데 작전 중에는 일체형 수통을 사용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일체형 수통....안에 들어가는 물의 양이 0.98L입니다.

 

꾸미기_SSL15487.JPG

 

그리고 일반적으로 하루에 1.5L가 필요하니 수통의 용량은 굉장히 작다고 봐야하죠.

 

일반적인 보병친구들은 하루종일 수통의 물을 마시는건 아니라 0.98L로도 충분하여 버리는 일이 있지만 고강도작전이나 장기간 작전을 뛰면 수통의 물이 적어 미쳐버립니다.

 

그래서 마실물을 더 확보하려고 하는데....

 

보통 사용하는 방법이

 

1. 휴가나간 병사의 수통을 빌려 수통을 2-3개씩 들고가거나

 

2. 보급나온 DMZ생수통을 특전조끼의 등짐(이 특전조끼의 등쪽에는 등짐이라 불리는 의외로 큰 수납공간이 있습니다.)에 넣거나

 

3. 1.5L음료수를 등짐에 넣거나

 

 

4494943825333cd5f90093.jpg

출처 - http://realgreen.godohosting.com/img/ica21_shop/4494943825333cd5f90093.jpg

 

4. 대용량 보온물통을 구해서 시원한 물과 얼음을 넣고 분대단위로 들고다녔습니다.

 

이건 병사개인이나 분대급에서 하지 소대급정도 되면

 

정수기에 끼우는 물통 수십개와 고래통이라고 부르는 대형물통 여러개가 필요하게 되죠.

 

이렇게 물을 확보해도 물이 모자랄까봐 수통의 물을 절반만 넣게 통제를 합니다.(하지만 병사들은 자기가 당장 마실 물이니 통제를 어기고 당연히 더 넣을려고 하죠.)

 

 

쉽게 말하면 현재 수통한개로는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죠.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수통 2-3개씩 들고다녔다는 이유가 단박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분들도 장구류무게통제한다고 윗선에서는 수통을 1개만 가져가라고했지만 실제 병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수통을 2-3개씩 챙겨나갔죠.)

 

 

그럼 정말 물을 더 챙겨나갈때 병사들은 어떤것을 선호했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가장 선호한 방식은 미군과 동일한 패트병입니다.(DMZ생수)

 

그 이유는 여름에는 얼려서 여러 용도로 쓰고 가볍고 뒷처리도 쉽고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있던 곳은 독립요새에 가까운 GP이고 이 곳에는 항상 비상식수를 저장해야했습니다. 그리고 이 비상식수에는 보관기간이 있는데, 이 기간에 맞춰 물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병사들에게 마구잡이로 줘버렸죠. 그러니 수백개의 조그만 생수가 있었고 이를 어떻게 써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러니 이 패트병을 자연스럽게 선호하게 되고요.

 

 

뭐 결론만 이야기하면 먹고 살려...아니 마시고 살려다보니 마실 물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수통에 대해 가장 기억남는 것 하나.

 

1. 여름에 수통표면을 적셔서 수통피에 넣었습니다. 선임들은 이등병때 그런짓하는 절 미친놈으로 보았지만....제 수통의 물이 시원하다는 것을 알게되곤 수통피가 축축해져도 뭐라하지 않더군요.

 

2. 겨울에 미친듯이 제설을 하고 목이 말라 수통을 여니.....빌어먹을 물이 얼어버렸습니다. 겨울철에 수통의 물을 반만채워서 어는걸 막아라곤 가르치지만.....너무 추우면 반만채워도 얼어버립니다.

 

3. 수통은 최대한 깨끗하게 씻어서 관리하려고 했지만 입구가 작다보니 한계가 있었죠. 비위생적인건 알지만 어쩌겠습니다. 살려면 먹어야죠.

 

4. 마시는 문제로 굉장히 고생해도 귀차니즘이 이겨 수통을 신경쓰지 않는 병사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전우들이 나중에 연대장이나 높으신분에게 걸려서 된통당한걸 몇번 본적이 있죠.

 

5. 여름철에 일사병환자에게 써라고 칵테일 얼음이 보급나옵니다. 하지만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친구들이 없으니 이 얼음을 냉커피나 냉차를 만들때 쓰게 되죠. 최고급 칵테일 얼음이 보급나오는거 보면 참 많은 생각에 잠깁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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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현 2016.06.21. 18:00

소총 사거리 안된다고 재블린로 알카애다 관측병 잡는 그 다큐 동영상에도 소대주둔지 잘 보면 죄다 PT병으로 물을 쌓아 놨죠. 

 

야전에서 오염안되고 장시간 보관할수 있고, 보급방식도 편리하고... 

profile image
unmp07 글쓴이 2016.06.21. 18:00
안승현
패트병이 좋긴하죠.
창성 2016.06.21. 19:17
일체형 수통 가볍고 좋지만 정말 잘 찌그러지는게 단점이죠 내구성과 무게는 비례 하는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보급받은지 한달만 지나도 영광의 상처들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처음 나왔을때는 정말 신기했었습니다 뭐 어쨋든 휴대든 보관이든 제일 좋은건 페트병이지만요..
kk9946 2016.06.21. 20:29
100키로 행군하는데 고참들이 수통에다가 소주를 ㅎㅎ 그러다 목말라 디진다고 해도 다 해본짓이라고 뭐라 하더군요. 나중에는 결국 목말라 논에다 얼굴 디리밀고 논물 먹는거 보면서 속으로 한참을 웃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포대장이 정신교육중에 니들 울 나라 물 많은거 같지 산에 가서 한번 물 찾아봐... 그럼 물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될거다 라며 수통을 2~3일에 한번씩 세척하고 햇볓에 말리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40년대 쓰던 수통이었지만 관리를 해주니 냄새도 안나고 괜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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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mp07 글쓴이 2016.06.22. 06:12
kk9946
마실물이 떨어졌을때 흐르는 개천물이라도 수통에 넣어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ㅋㅋㅋ개천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그거라도 없었으면 진짜 어휴....

그리고 저같은 경우 100km행군이 끝나고 소대장이 몰래 부르던데

http://upload.inven.co.kr/upload/2014/07/05/bbs/i0609877226.jpg

팩소주라 불리는 물건을 중대장몰래 가져온 소대장이 다 못먹었다고 같이 몰래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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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cloud 2016.06.22. 03:08
제 군생활때 패트병물이 보급으로 나왔었습니다. 부대비품으로 산게 아니라 정식 보급으로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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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mp07 글쓴이 2016.06.22. 06:12
whitecloud
아 이제 보급이 나오는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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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cloud 2016.06.22. 12:08
unmp07
이게 신박한게(물론 부피가 비슷해서 그런거겠지만) 500ml패트병 두개면 수통피에 딱 맞게 들어갔죠. 저야 수통 애용가라서 수통에 넣고 다녔지만 수통 싫어하는 사람들은 수통피에 패트병 두개를 넣고 다니더라고요.
샘소 2016.06.22. 21:12
군얘기는 아니지만 옛날 추억이 생각납니다. 당시 서울살던 친구와 둘이 휴일에 수락산을 올랐는데 안일한 생각으로 귀찮아서 물을 안가지고 갔습니다. 도중에 약수터에서 목이나 축이지뭐 하는 생각과 정 목마르면 친구꺼 한모금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으로요. 문제는 그놈도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한거였어요. 당연히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데 목이 안마를리 없었고 갈증으로 지쳐버린 두 놈팽이는 그만 정상등정을 포기한채 눈에 띄는길로 하산을 결정합니다. 내려 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한참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길도 사라지고 인적도 끊기고 초여름 태양은 사정없이 내리쬐는 가운데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 접시물에도 빠져죽는다는게 이런거구나. 서울 시내 산에서 조난사 당하게 생겼으니 ㅋㅋ. 피로와 갈증에 길을 잃고 더욱 당황한 두놈은 잡목과 수풀에 온몸을 긁히면서 급한 비탈을 구르듯이 미끄러지며 서둘러 내려가는데 마침 비가 올때만 물이 흐르는것 처럼 보이는 마른 수로의 바위밑에 웅덩이가 있고 물이 조금 고여있는게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벌레도 보이는것 같고 입을 대기가 영 찝찝하더군요. 그때 친구놈이 갑자기 배낭에서 빈 수통을 하나 꺼냈습니다. "뭐냐 그거?" 제 질문에 친구놈 수통뚜껑을 열면서 자랑하듯 말하더군요 "야 이거 옥X에서 얼마전에 비싼돈주고 산건데 이게 바로 휴대용 정수기라는거야 임마" 놈은 뚜껑을 분리한뒤 통에 웅덩이 물을 조심스럽게 담은후 뚜껑을 닫더니
갑자기 지 입에 대고 치약짜듯 쭉 짜는겁니다. 수통꼭지에서 물이 똑똑똑 떨어져 입으로 들어가는데 증말 신기하더군요. "야 이거 정말 정수가 되긴 되는거야?" "먹기싫음 먹지마라 새끼야 ㅋㅋ" 먹기 싫을리 있나요. 뺏듯이 정수기를 받아들고 물을 더 퍼담아 입에 대고 짜니 시원한 물이 흘러 들어가는데 정말 정신이 번쩍나고 이런 꿀맛의 물은 다신 맛볼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이리 더운날 물도 안가져온 무식한놈이라며 책망하고 아옹다옹하며 산비탈을 굴러내려오던 두놈은 그 수통덕분에 갈증해소를 하고는 그만 담박에 다시 절친이 되어 흙투성이 옷을 입은채 산밑에 있는 두부집에 들어가 막걸리를 취하도록 마셨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벌써 여러해전의 일이긴 한데 저런 정수효과가 있는 수통이 있다면 전시에도 여러사람 살리지 않을까 하여 주저리 주저리 해봅니다.
감귤 2016.06.22. 21:33
샘소

휴대용 정수기 같은 경우는 싸게 나오는 품목들도 많으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외국군(독일....etc)에서는 전투식량에 발포 정수제를 넣어주는 경우도 꽤 있죠.

profile image
폴라리스 2016.06.22. 21:56
샘소
휴대용 정수기는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등지에 보내지는 경우가 있는데......우리 상황에서도 특수전 부대들이 비상시를 위해서 작은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profile image
unmp07 글쓴이 2016.06.23. 14:38
폴라리스

2ec88faec32b960c7c983e4febe9cf94.jpg

 

출처 - http://energium.kier.re.kr/attach/board/ee_talk/20130428/2ec88faec32b960c7c983e4febe9cf94.jpg

 

군생활할때 이런 라이프 스트로우 형태의 정수장비도 보급이 되었습니다. 군용포장에 군용마크가 있는거봐서는 정식 보급품으로 지급되는거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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