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와 F-16C/D

현재의 그리스를 IMF 당시 한국과 비교하며, 이를 토대로 "한국이 이러하였으니 그리스도 이러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힘듭니다.

첫번째 차이로, 일단 그리스는 디폴트 상태죠. 한국과 비교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한마디로 국가가 파산한거죠.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국가가 엄청난 경제적 수난을 겪었음에도 디폴트를 선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죠. 한국은 그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적어도 빌린 돈 갚을 능력은 됬다는 것이고 그리스는 그 마저도 못했죠. 심지어 그리스의 채무는 이자율이 3%대, 그에 반해 한국의 당시 채무이자율은 8% 이상에 달하였습니다. 여기에다가 그리스는 몇번의 채무 탕감도 이어졌고 말이죠.

한마디로 IMF 당시 한국의 경제능력과 그리스의 현재 경제능력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납니다. 심지어 그리스의 국가총생산은 필리핀에게 추월당했습니다(인구가 10배 차이난다는것을 차치하더라도, 엄연히 선진국으로 분류되던 나라중 하나인 그리스가 동남아 개도국인 필리핀한테...).

두번째 이유이자 첫번째 이유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영향력을 가진 이유는 본문에서도 설명한 그리스의 지정학적 위치와 외교 상황입니다. 그리스 주변의 국가들을 잘 확인해 보면, 터키를 빼고는 적대적인 스텐스를 취하는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그 터키도 그리스와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데다가 흑해는 터키가 막고 있죠. 거기에다가 그리스는(아직까지는) 엄연한 EU국가입니다. 당장 터키가 그리스를 공격하거나 IS에게 기적이 일어나서 이란 혹은 이스라엘 만큼의 무력을 손에 넣어, 시리아를 통해 지중해로 진출하여 그리스를 공격할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위로는 미치광이 핵개발 시도국, 양옆으로는 세계 2,3위 경제대국이자 세계에서 손꼽히는 군사국가들이며, 가상적국인 국가들을 둔 대한민국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세번째는 현재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는 군축 분위기입니다. 1997년 당시 동북아와는 다르게 2015년의 유럽은 지속적인 군축을 거듭해왔습니다. 러시아는 망했다가 다시 살아나는가 싶더니 골로가기 직전이고, 2008년 경제위기는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있죠. 한마디로 지속적으로 군비를 증강, 적어도 유지는 해야했던 동북아와는 다르게 유럽은 한층 평화(?)로워졌습니다. 그리스라고 예외는 아니죠. 유럽의 여타 경제대국내지 선진국들도 돈없다고 군축하는데 하물며 디폴트한 그리스가 현재의 군사력을 유지한다고요?

상기 3가지 이유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그것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한국이 IMF때 전투기 안팔고 탱크 안팔았으니 그리스도 안그럴것이다"라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거기에 제가 쥬브르를 예로 든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어느정도 이슈화됬으며, 그리스가 당시부터 돈이 궁했다는것을 보여주며, 그리스 무기도입의 타당하지 못한점을 지적할려고 그런것입니다. 딱히 그리스가 보유한 쥬브르의 관하여 얘기하지 않더라도, 벌써 많은 수의 전문가들이 그리스의 무기 도입 사업들이 그리스로서는 과분했다는 얘기를 한고있으며, 그리스 경제위기의 한축을 담당했다는 말을 꺼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리스를 한국이 아닌 필리핀에 비유해보고 싶군요. 필리핀은 섬 국가로서 그리스보다 많은 량의 군소섬이 넓게 퍼져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위에서는 중국이 침략의 야욕을 불태우고 있죠. 그런데도 제대로된 전투기는 한대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나마 공대공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기체는 한국으로 부터 도입한 소수의 FA-50이 전부입니다. 해군 함정중에서 대함미사일을 탑재한 함정이 없는것은 덤이죠. 결정적으로, 필리핀에게는 재대로된 '우방국' 내지 '동맹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존재하던 미군도 내쫒아 놓고 이제와서 돌아와 달라고 구걸하는 판에 뭘 더 얘기하겠습니까? 한마디로 그리스보다 훨씬 큰 군사력 소요가 있고, 당장 눈앞에 위협이 직면해 있으면서 전투력은 절망적이죠. 그럼에도 말이죠, 세계 3위 군사력의 중국은 필리핀을 침략했나요? 필리핀과 전쟁중인가요? 영토/해를 위협 당하고, 잠식당하고 있지만, 필리핀에 포탄, 폭탄, 미사일등등이 떨어진적 있나요? 답은 "없다"입니다.

이게 뭔 상관이냐고요? 군사력이 거의 0에 수렴하는 필리핀도 중국이라는 강대국을 상대로 어떻게든 살아남아가고 있는데, 주변에 영토 침탈의 야욕을 보이는 적대국도 없고, 실질적 동맹국도 가까운 거리에 존재하며, 저번달 30일 부로 디폴트를 선언한 그리스에게 150대나 되는 F-16을 나름 최신의 미라지 2000 43대와 같이 갖추고 있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죠? 오히려 팔아서 돈을 벌을 이유만 넘치는것 같은데요? 제가 필리핀을 예로 들어봤지만 현실적으로 비교를 해볼 가장 적합한 예는 1991년 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도 현재의 그리스처럼 디폴트 상태였고, 그에 따라 군전력은 아작이 났습니다. 그나마 러시아는 막대한 영토, 구소련 당시의 유산과 기술력, 연구인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천연가스와 석유가 있었기에 2010년대 초반 잠깐 '반짝'이라도 해봤습니다만, 그리스에는 뭐가 있죠? 고대 그리스의 유산이 밥먹여줄려나요? 뭐 그리스 최대의 산업인 서비스업(관광업) 차원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나마 성행하던 관광업도 그리스가 불안정해지고 세계적인 불황이 닥쳐옴에 따라 여행객이 줄어들어 작살이 났습니다. 오히려 독일 점령기를 토대로 덜미를 잡아서 독일한테서 돈을 뜯는게 더 도움이 되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씨알도 안먹힙니다. 한마디로 그리스는(지금의 군사력을 유지할) 이유도 없지만 능력도 없어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결론은 그리스는 자국과 대한민국 공군의 조금이라도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전투기 파는게 나아요. 이참에 한국에서 내고라도 걸어오면 대만에도 밑밥좀 던지는게 좋을겁니다. 어차피 중국은 그리스는 손놓은지 오래됬고, 오히려 이걸로 중국을 압박 할 수도 있겠네요. 중국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그냥 214급, 미라지 2000이랑 레오파드 2 대만에다가 팔면 되고 말이죠. 그 이전에 F-16, 미라지 2000, 레오파드 2 중고 매물로 내놓으면 사갈 나라는 차고도 넘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