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총 쏴본 이야기
그냥 뜬금없이 떠오른 뻘글 한 번 올려볼까 합니다.
10여년 전 쯤, 미국 디트로이트에 몇 달간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난 후, 매일 지나쳐가던 건샵을 찾아가보니, 역시나 실내사격장과 렌탈총기를 갖추고 있더군요.
(출처: 구글 스트리트뷰)
실내는 뭐 조금 큰 편의점 정도 됐던 것 같고, 어쨌거나 사격장이니까, 긴장을 잔뜩 한 채로 카운터로 갔습니다.
- 총쏴보고싶다
- 어떤거?
- P226
- 저기가서 9밀리 한박스 가져와라
- ㅇㅇ
- 총쏠줄알아?
- 군대다녀왔음. (테이블 위에 놓은 총을 잡고 슬라이드후퇴고정, 탄창제거, 결합, 슬라이드전진, 공총격발 시연)
- 표적지?
- ㅇㅇ 사람모양 저거 하나
- 총알값 3x불, 총, 사로 렌탈비랑 표적지값 3x불 총 7x불
- 카드 여기
- 3사로. here we go (바구니에 총이랑 보안경, 귀마개)
네. 뭐 제가 외국인인지 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더군요. 신분증 보자는 말도 없고.
사로에 들어서니 또 적응이 안 됩니다. 군대에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두어본 가본 실탄사격장도 이런 저런 제약이 굉장히 심했고 다 준비되서 체인에 메댈린 총에 방아쇠만 당기는 수준이었는데... 그냥 바구니에 총이랑 총알 들고 가서 알아서 쏘라니!
더욱 놀라웠던건, 총알은 그냥 제가 제 돈 주고 산거라서 뭐 다 쏘고 가든 남는걸 가져가든 노터치였다는점이었죠. 처음에는 몰라서, 나중에는 가져와봤자 쓸데가 없어서 무조건 다 소모하고 오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우리나라는 2만~2만5천원에 열발, 여기는 8만원 돈에 100발. 가성비로는 상대가 안 되네요. 신나게 쐈습니다.
물론 가성비는 좋더라도 절대적으로는 만만찮은 돈이라서 자주는 못가봤고, 갈때마다 총을 바꿔보긴 했는데 전 역시 P226이 제일 잘 맞더군요.
글록은 의외로 그립감도 별로였는데다 그립에 파진 홈이 꽤 날카로워 손바닥이 쓸려 아프기까지 했고, USP는 커도 너무 크더군요. 45구경 반동도 확실히 9밀리랑은 다르고.
한 번은 뭔가 에미넴 나오는 영화에서 본 것같이 생긴 흑형들이 우루루 들어와서 옆사로에서 갱스터 그립으로 총을 빵빵 쏘길래 나중에 미국인 동료에게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사격장이 좀 위험한거 아니냐, 그놈들이 나 쏘려고 하면 아무도 못 말리겠더라고 했더니 "너도 장전된 총을 갖고있지 않았냐. 여차하면 먼저 쏴버리면 된다. 안 위험하다 ㅇㅇ"라고 하더군요.
역시 7살 아들에게 45구경으로 사격을 처음 가르쳤다는 아메리칸의 기상...-ㅅ-
아무튼 그 흑형들에게 쎄 보여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절박함 덕분인지, 군대에서도 권총은 K-5 두 번밖에 못 쏴본 것 치고는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대략 A1 사이즈만한 타겟 (58cm x 89cm)에 20야드 (18m) (사진:본인)
9점 까만 원 지름이 14cm, 20야드 사격 (사진:본인)
한 탄창은 점수위주, 한 탄창은 헤드샷 그런식으로 쏴봤었죠.
미국 사격장 주인의 위엄.....
전미총기협회 같은데서 총기 난사 사건과 총기 규제에 대응하는 논리도 그런 식이라고 하죠 ㄷㄷ
제일 좋은건 그냥 둘다 못쏘게 만드는게 좋기는 합니다만은....
영점 지대로 잡혀있는데요...ㅋㅋ 굿이네요!
좋은 경험, 부러운 경험 하셨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1911과 P320을 한번 원없이 만져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총기가 생활의 일부가 된지 수 세기가 지났으니 사상(?)이 다른 것은 당연하겠지 싶습니다.
저도 p226이 손에 잘 맞던데, 아무래도 손이 작은 편이신가 보네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