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TAR 시운전 중 일화
KSTAR의 종합시운전은 진공시운전, 냉각시운전, 초전도 자석 시운전 및 최초 플라즈마 달성 실험의 총 4단계로 진행됐다.
마지막 단계, 즉 최초 플라즈마 달성을 위해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금은 개조됬지만) 당시에는
주제어실 바로 옆이 회의실이었고 유리로 된 칸막이가 있어 회의를 하면서도 주제어실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도 플라즈마의 burn-through를 성공시키지 못해서 아주 심각한 회의를 하던 당일이었다.
갑자기 주제어실 안으로 연구소 직원 1명과 검정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KSTAR CCS(Central Control System)의
서버를 조작하려 하는 것이 회의실에서 보였다. 자칫 잘못하면 극저온으로 냉각되어 있는 장치에 의도하지 않은 명령이 나가서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판단했던 우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장치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당장 나가! 이 새끼들아!"라고 그 사람들을 내보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은 연구소 전산보안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파견된 국정원 직원들이었다(...).
본인들은 정상적인 프로세스에 의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연구원들로부터 거친 표현을 들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전산보안 실태 점검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 KSTAR 건설을 책임지고 있던 몇몇 핵심 간부들이 줄줄히 소환됐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왜 연구원들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진땀을 흘리며 설명한 후에야 그 살벌했던 분위기가 진정됐다.
한마디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무심코 뽑은 격이었는데, 다행히 서로 이해하고 넘어간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어쨌든,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최초 플라즈마를 성공한 shot이라고 공표한 당일은 6월 13일, 금요일이었다.
서구의 금기를 믿는 바는 아니지만 하여튼 13일 금요일에, 건설기간 동안 겪었던 각고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으니
이 또한 평범하지 않은 사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식지 2015년 겨울호 -
거기에 더불어 실험중인 실험장비의 전산보안을 체크하려 하다니 국정원 사람들 너무하네. 정도로만 생각했죠.
웃자고 한 이야기였습니다만, fatman1000님 말씀을 듣고 보니 엄청 큰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