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wkchoi44님께서는 제가 앞서 제시한 사료적 근거들이 소련군이 '부르주아 이론가'인 풀러의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하기 위해 프로파간다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강력한 비판을 했다는 해석을 하실 수도 있으실지도 모릅니다. 소비에트 체제의 특성을 생각해 볼때 그러한 해석은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단순 프로파간다 치고는 너무 많은 저자들이 일괄적으로 풀러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 논거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여기서 소련군의 이론과 풀러의 이론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풀러의 전략적 마비 사상에 대해서는 이미 wkchoi44님께서 논문 7-16쪽에서 충분히 쓰셨으니 여기에서는 따로 자세히 쓰진 않겠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주 텍스트는 풀러의 "Strategic Paralysis as the Object of the DecisiveAttack", 일명 Plan 1919가 되겠습니다.1


익히 보셨겠지만 Plan 1919에서 풀러는 "조직의 파괴 방법"으로 "조직을 소멸시키는 방법"과 "조직을 와해시키는 방법"을 대비시키고 전자는 "경미한 부상을 연속해서 입힘으로써 출혈을 강요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것"과 같고 후자는 "머리에 직접 총을 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풀러는 후자의 내용을 주장하며 "현재 통용되는 이론이 병력의 살상을 중심으로 한다면 새로운 이론은 지휘 체계를 타격하여 적 병력을 공격하기 전에 알아서 완전히 붕괴되는 최적의 공격 시기를 포착하는 것"임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투하쳅스키는 풀러의 책을 보지 않았던 때에 풀러의 이러한 발상을 부정하고 있었습니다. 투하쳅스키는 1923년에 저술한 글인 「빈대의 전쟁」에서 그러한 '마비'와 그에 따른 '와해'를 주장한 지휘관인 니콜라이 페틴을 비판했습니다. 투하쳅스키가 인용한 페틴의 글은 이렇습니다.


"나는 스스로 우리 전략의 이유로 전쟁의 주요한 과업을 분류하는데 주로 초점을 마주첬다. 전쟁의 문제는 적을 괴하는 것이지만 방법은 아니다. 적을 사살하고, 학살하지 않고 상대가 무의미하고 합목적성이 없다고 생각한 대규모 심리적 효과의 투사가 적의 저항을 멈추게 하고 적의 의지를 꺾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걸 달성하기 위해서 전략과 전술은 번개 같은 타격으로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기동을 할 수 있다. 그러한 기동은 적 진지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 시행될 것이다."2


페틴의 글은 풀러와 달리 전차와 항공기 같은 새로운 무기체계의 등장이 아닌 적백 내전 때의 비정규전 경험에 근거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마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풀러와 큰 차이는 없다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대해 투하쳅스키는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적을 와해시켜 파괴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과업이다. 적군의 와해의 확산은 적국의 사회적 상태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적 와해의 확대가 적군의 남은 전력에 퍼진다면, 그 결과는 기본적으로 결정적인 부분인 섬멸의 결과다. 와해는 섬멸의 결과로 생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섬멸이 가져오는 것이다. 적의 모든 종류의 섬멸은 가장 유익한 능력이다. 섬멸이 단지 전쟁의 목적과 직접 연결될 뿐만 아니라 전쟁의 수행에서 극도로 중요한 후방의 막대한 경제적 지원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략)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페틴 동지는 적의 섬멸을 포기한 경솔한 슬로건을 제기한 것이다!." 3


그리고 투하쳅스키는 계속 페틴의 발상을 비판했습니다.


"필자는 적을 한 번의 타격으로 파괴하는 것은 이제 힘들다고 지적할 것이다. 적의 섬멸은 자주 연속적인 작전으로 수행되었다. 페틴 동지의 전쟁에 대한 빈곤한 발상을 이해하려 노력해 보자. 페틴 동지의 발상은 빠르고 단기간의 타격으로 적을 와해시키는 선동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격은 승리의 원칙의 체계적인 발전이 아니다. 승리의 원칙은 적의 격멸이고, 적 전선의 중요한 지점을 섬멸하는 것이며, 여기서 상황의 모든 이점을 아군의 손에 넣는 것이고, 적 작전을 적의 완전한 섬멸로 확대시키는 걸 이끄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없으면, 승리의 원칙은 나태한 발상이 된다. 페틴 동지는 적을 고갈시키는 작전을 확대시시켜 적을 와해시키는 상상으로 연결하고 있다. 대회 첫날에 당의 관대한 선동가들은 동지에게 좋은 반대를 했다." 4


그리고 투하쳅스키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작전은 군대가 적의 인력과 물자를 파괴하기 위해 수행하는 조직적인 투쟁이다. 무슨 가상적이고 추상적인 적의 신경계통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실제 조직인 적의 부대와 실제 신경계인 적의 통신을 파괴하는 게 작전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5


이 부분은 풀러가 "이 때 포병과 공군은 적의 통신선과 보급선에 대하여 화력을 집중하여야 한다. 단 이 때 적의 통신선을 완전히 파괴하여서는 안된다. 공군과 전차를 이용한 공격 뿐만 아니라 적의 통신을 통하여 전달되는 비보는 적을 공포로 몰아 넣을 것이다."라는 말과도 정면으로 대치됩니다.


이걸로 투하쳅스키는 풀러의 책을 읽기도 전에 풀러의 발상을 부정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투하쳅스키가 풀러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씀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 투하쳅스키는 1년 후에 글 「고위 사령부의 문제」에서 작전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작전은 생존해 있는 적의 군사력을 섬멸하기 위해 수행한다. 작전은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섬멸의 가장 좋은 수단은 적을 함정에 빠트리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렇게 하여 적이 자신들의 후방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적을 함정에 몰아넣기가 힘들거나 불가능하다면, 작전은 적을 물리적인 파괴를 달성해야 한다."6


이세르손 또한 이렇게 말했습니다. 


"더 큰 돌파 제파는 더 종심 깊이 있는 목표를 잡을 수 있다. 모든 경우 공세 타격은 작전술적 돌파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적의 전체 종심에 있는 모든 저항을 횡단해야 한다. 공격 제파가 적의 방어 종심 내에서 돌파구 형성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하며 격렬한 전투를 계속하는 동안 돌파 제파는 적을 포위하고 섬멸하기 시작할 것이다. 작전술의 견지에서 이 행동은 작전술적 종심 내에서 몇 개의 단계로 수행하는 새로운 거대한 다방면의 전투다." 7


이러한 소련군의 발상은 풀러의 전략적 마비에서 나온 적의 두뇌를 타격하여 적을 한 번에 무너트린다는 발상과는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풀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돌파에 성공한다면 추격을 바로 진행하여야 하며, 추격 부대는 중형 전차와 차량화 보병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 부대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D형 중형전차로 구성된 중대가 앞서도록 해야 하며, 모든 통신시설을 점령하고, 적의 집단군 사령부를 분쇄하며 적의 조직된 저항을 와해시킬 것이다. 독일군 서부 전선군 사령부를 목표로 수백 톤의 폭탄을 떨어뜨려 처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적어도 생각할 능력은 마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련군 이론은 한 번의 작전이나 기동으로 적을 전략적으로 무너트린다는 발상을 이미 1920년대부터 부정해 왔습니다. 여기서 소련군은 단일 작전이 아닌 최초 작전, 추격 작전, 최후 작전으로 구분된 연속적인 작전 개념을 만들고 중시해 왔습니다.8


투하쳅스키는 1923년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직 지속적인 추격과 연관된 일련의 연속적으로 수행되는 공세 작전만이 과거의 군대를 무너트리는데 최고의 방법이었던 단일한 파괴적인 교전을 대체할 수 있다."9


이세르손은 이렇게 썼습니다.


"현대 작전은 한번의 작전술적 효과로 구성되지 않는다. 현대의 종심 작전술적 전개는 일련의 중단없는 작전술적 노력이 하나의 전체로 합쳐지는 걸 필요로 한다. 작전술의 용어에서 이것은 일련의 연속적인 작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이해는 본질적으로 부정확하다. 현대 작전이 일련의 연속적인 작전이다. 한 작전은 종심이 없으면 그 핵심을 빼았기고 역사적으로 보수적이 되서 종심을 결정하는 새로운 상황에 부합하는데 실패한다. "10


그리고 1930년대에 소련군의 총참모장이었던 알렉산드르 일리치 예고로프는 기계화 부대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대규모 기계화 부대는 차량에 탑승한 대규모 전력과 공군의 지원 하에 보병 부대들의 국경 교전 1일차에 투입되어 보병을 지원하고 적 지역을 돌파한다. 


이 집단의 주요 목표는 다음 과 같다.


a. 적의 엄호 부대 파괴


b. 적의 병력 동원과 새로운 제대를 위협


c. 적지의 종심 침투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의 임무에서 나타나는 전쟁 수행 중에 형성된 적 예비대를 사로잡고 섬멸하고 작전술적으로 중요한 지역 장악


d. 종심 깊게 배치된 적이 후퇴하도록 강요.11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소련군의 주요 이론가들은 자신들의 기동전 방법인 종심 작전의 목표는 하나같이 적에 대한 연속적인 작전을 통한 섬멸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소련군의 1936년도 야전요무령은 1장 2항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붉은 군대의 전투 작전은 항상 적의 섬멸이 목적이다. 적에 대한 결정적인 승리와 섬멸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기본적인 전시 목표다. 이 목적을 달성하는 유일한 수단은 전투다. 전투 결과는 아래 사항을 포함한다. 


a. 적의 전력과 물자 섬멸

b. 적의 사기와 전투 능력 상실


공세와 방어를 막론하고 어떠한 전투의 목적은 적의 패배다. 그러나 주 노력 축선에서 저항 없는 추격으로 이끄는 공세만이 적의 인력과 물자를 완전히 섬멸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적을 패배시킨다는 목적으로 적과 계속해서 싸우는 걸 노력하는것이 붉은 군대의 훈련과 임무 수행의 기본이다. 우리는 적을 공격해야 하고 특정한 명령 없이도 용맹한 방법으로 이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12


여기에 어디 '전략적 마비'가 있으며 '적 사령부를 공격'이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호주의 저스틴 켈리(Justin Kelly)와 마틴 브레난(Martin Brennan)이 "J. F. C. 풀러나 B. H. 리델하트 모두 전격전의 창시자가 아니었고 소련군 이론의 발전에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며 "전간기의 어느 국가도 풀러와 리델하트의 이론을 실제로 옮기지 않았음에도, 풀러와 리델하트는 매우 흥미로운데 독일군 및 소련군과 대조되는 정도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겁니다.13






  1. 인용되는 한글 텍스트는 디시인사이드 기갑 갤러리 '카더라통신'의 번역임을 알려드립니다.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arm&no=305614
  2. Тухачевский, "Война клопов",Избранные произведения, Том 1, pp. 106-107.
  3. Ibid., p. 107.
  4. Ibid., p. 107-108.
  5. Ibid., p. 108.
  6. Тухачевский, "Вопросы высшего командования", Избранные произведения, Том 1, p. 185
  7. Isserson, The Evolution of..., p. 69.
  8. 여기에 대해서는 R. Savushkin, "K voprosu o zarozhdenii teorii posledovatel'nykh nastupatel'nykh operatsiy," Voyenno-istoricheskiy zhurnal, 5 (May, 1983), translated by Herold Orenstein, Sellected Readings in the History of Soviet Operational Art (Fort Leavenworth, Kansas: Soviet Army Studies Office, 1990) p, 97-103을 봐 주십시오.
  9. Тухачевский , "Поход за Вислу", Избранные произведения, Том 1, p. 142
  10. Isserson, The Evoution of..., p. 48.
  11. A. I. Yegorov, "Taktika ioperativnoye iskusstvoRKKA na novornetape," Voyenno-istorzcheskiyzhurnal[Military-historical journal],
    10 (October 1963), translated by Herold Orenstein, Sellected Readings in the History of Soviet Operational Art, p. 23-24.
  12. Provisional Field Revulations for the Red Army, translated by Foreign Broadcast Information Service, 1986, p. 2.
  13. Justin Kelly and Mike Brennan, Alien : how operational art devoured strategy, (Carlisle, PA : Strategic Studies Institute, U.S. Army War College, 2009), p.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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