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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의 생물학무기 유출 사고

지루남 | 전쟁사 | 조회 수 1017 | 2015.06.12. 14:00

 
 

<구 소련의 비밀 생물학무기 연구시설. 카자흐스탄의 스테프노고르스크에 있었습니다>

 

 최근 한 신문의 한 기자(실명을 적는 건 명예훼손성 같아서요)가 주한미군의 탄저균 사태에 대한 후속기사를 썼습니다.


 탄저균 사태는 미군이 실수로 오산에 살아있는 탄저균 샘플을 보낸 사건을 말합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공식사과를 했습니다.
 ‘한 기자’(한씨 성을 가진 기자가 아니라 어느 기자라는 뜻입니다)는 미국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국내에서 진행된 생화학무기 대응 프로그램의 현황과 진척 사항에 대해서 우리에게 한마디 없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그는 미군이 생화학전에 열심이었다고 주장합니다. 1968년 유타주의 스컬벨리에서 6000마리가 넘는 양떼가 죽었던 사건을 예로 들었습니다. 당시 미군이 신경가스(VX)를 공중에 살포한 훈련하던 과정에서 가스가 새어나갔습니다. 그리고 75년 미ㆍ소 생물무기금지협약(BWC)으로 탄저균의 개발ㆍ생산ㆍ비축이 금지됐지만 ‘미국은 사실상 이 협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데드핸드』(미지북스)와 너무 달라 혼란스럽습니다. 이 책은 미ㆍ소 냉전 때 양 국이 얼마나 바보 같았고, 그 때문에 인류가 멸망의 문턱까지 여러번 갔다는 역사를 다뤘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27년 경력의 데이비드 E. 호프먼이 저자며 풀리처상 수상작입니다. 모스크바 지국장 출신인 호프먼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지금껏 공개가 안된 다양한 비망록을 발굴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말입니다.

 1)1979년 소련의 우랄 산맥의 산업 도시 스베르들롭스크에서 원인모를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습니다. 358명이 발병해 45명이 사망했습니다. 인근 비밀 생물학무기 생산시설였던 19호 기지에서 근무자의 실수로 탄저균이 유출됐기 때문입니다. 75년 BWC에 사인한 소련은 적극적으로 사실을 은폐합니다.

 

 2) 이 뿐만이 아닙니다. 71년 소련의 아랄市에선 천연두가 유행했습니다. 소련군 당국이 천연두 배합물 시험을 하다 폭발하면서 천연두균이 유출된 것입니다. 이 사고로 세 명이 사망했습니다. 소련은 세계보건기구에 천연두 발병 사실을 숨깁니다.

 

 3)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69년 공격용 생물학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했습니다. 핵무기가 있는 데 굳이 생물학무기를 쓸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게다가 닉슨은 생물학무기를 개인적으로 혐오했습니다. 이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미군은 방어용으로 생물학무기를 연구했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도 70년대 생물학무기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미국의 주도에 이끌려 소련은 BWC에 사인을 했지만 내심 미국의 의도(생물학무기 포기)를 못믿어 했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나봅니다. 그래서 소련은 70년대부터 생물학무기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했습니다.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도 94년까지 생물학무기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사의 오류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스컬벨리 사건의 주범은 (한 기자의 기사와 달리) 미 육군이 아니라 미 공군이었습니다. 공군 제트기가 공중살포를 하고 있는데 실수로 VX 신경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은 상태에서 급상승해 원래 목표지역보다 더 넓은 곳으로 퍼져나간 게 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VX 가스는 생물무기가 아니라 화학무기죠. 그의 기사 표현대로 ‘생물무기가 대량살상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라면  스베르들롭스크 사건이나 아랄시 사건을 제시했어야 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구 소련이 생물학무기 살포 실험을 했던 보즈로즈데니야>

 

* 덧붙임: 좀 썰렁해서 구글링한 사진을 몇 개 붙여놨습니다. 미국이 신경질적으로 탄저균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게 이해가 갑니다. 구 소련에게 속았고, 탄저균 테레에 당한데다, 가공할만한 생물학병기를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과 맞붙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말이죠. 그렇다고 제가 '친미 수구 꼴통'이라고 지적하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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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폴라리스 2015.06.12. 14:08
우리나라 기자들에게 너무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바라시는 것이 아니실지.....
비밀글 기능 지루남 2015.06.12. 15:57
비밀글 기능 지루남 2015.06.12. 16:52
Profile image 지루남 2015.06.15. 15:22
고맙습니다. 폴라리스님. 저도 한 번 뵙고 싶습니다.
Profile image PKS 2015.06.14. 13:33
'데드 핸드'
이 책을 읽어보고싶어지는군요
Profile image 지루남 2015.06.15. 15:25

정말 재밌는 책입니다. 핵무기와 생물학무기 등 대량 살상무기로 본 냉전사입니다. '미국 만세'도, '악의 제국 소련'의 시각도 아닙니다. 양국 중 한 쪽에서 선의를 갖고 있더라도 체제 경쟁이라는 틀 속에선 왜곡돼 전달될 수 밖에 없다는 사례가 많이 나옵니다. 남북한 관계서도 참조할 점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책 정보는 다음 링크에서 보시면 됩니다.
http://www.yes24.com/24/goods/18073735?scode=032&OzSrank=1
참고로 '데드 핸드'는 구 소련에서 핵 전쟁 때 제2격을 위한 통제시스템 코드명이라네요.

Profile image PKS 2015.06.15. 21:29

정보 감사합니다 냉전에 관심이있다면 꼭 봐야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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