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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빨중사'님의 소설이 정말 재밌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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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출신으로 여러 외국의 특수전 전사 및 수기를 번역하시거나 본인의 경험담을 인터넷에 올려주시는 잇빨중사님이 최근 여러편의 연작 소설들을 쓰고 계신데, 실 경험자의 경험과 문장력이 만나니 장난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씬 레드 라인이나 하얀 전쟁같은 전쟁문학을 읽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백날 설명하는것보단 한번 직접 보시는게 나을 것 같아서, 여태까지 연재된 소설들의 내용 일부와 전문 링크를 첨부해 올립니다. 진짜 이런 이야기는 스크롤 내려 보는게 아니라 책으로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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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 시신들을 피해 발에 가까이 다가서자 내 몸이 밑으로 움츠려 내려간다. 빠지지 않는 자욱한 연기와 폭발로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과 철제물들, 조심해서 걷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쉬운 구더기처럼 널린 탄피들, 결국 내 모습이 될 고무 마네킹들의 살조각들과 코를 찌르는 낭자한 피 냄새. 이 세상 우리의 가족도 친구도 이런 곳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며 영원히 알 수도 없다. 주인을 잃은 AK들과 적성 장구들. 얘들아 이런 장구 안 불편하냐? 대체 AK 말고 뭐 없냐? 총들아 어떤 손들이 너를 잡고 있었니? 난 생각한다. 뭔진 모르지만, 난 이게 좋다. 모든 것의 현실인 이것이 좋다. 세운 것보다 철저히 파괴되어 부서진 것들이 좋다. 거짓이 없는 이곳이 좋다. 나의 근본이 살아숨쉬는 지금 이곳이 좋다. 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난 원래 이거였다. 창조를 원하지만 우린 어차피 파괴된다. 우린 이렇게 되기 위해 훈련했다. 파괴를 훈련하고 나 자신이 파괴되는 것도 감수한다. 우린 이렇게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도 내 목숨을 히든카드로 숨기지 않는다. 우린 이미 문명 저 멀리 떠나왔으니까. 남들은 우리를 멋있게 보지만 본질적으로 우리가 야만을 위해 훈련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한다. …… (후략)

 

 

 

 

- 잇빨중사, "복도"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35 )

 

 

 

  (전략) …… 응어리진 가슴. 어디 기댈 데 없었던 마음. 문득 문득 주체할 수 없었던 이유 모를 분노. 사회적으로 파괴된 그 모든 것의 입지 처지 불량. 회칼에 붕대 감는 법이나 배우고, 노트 가득 상대 조직과 뻐꾸기 전쟁 벌일 때 레퍼토리를 적어 암기나 했던 그런 사람. 신뢰를 받은 적이 없기에 그 누구도 사실 신뢰하지 않았던 나의 진짜 심정. 누군가 다가와 너는 좋은 사람이야 말해주기를 바라며 저질렀던 악행들. 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가 말하면 모두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 군대는 그 모든 것을 받아주면서 또한 그 모든 것에 냉담했다. 군대는 병사에게 관심이 있는 것만 관심이 있고, 어느 날 꿈에서 빠져나와 보면 어떤 면에서 지극히 각자가 개인적이고 자기 생각만 한다. 힘드니까. 내가 좀 더 편하고 싶으니까. 그러나, 그래도, 나를 끌어주었다. 나를 익명으로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내가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가혹행위 포함 혹독했다. 나는 혹독한 것에는 무신경하다. 때리고 맞고 걷고 뛰고 사소한 잘못에 지랄하고 웃고 마시고 사고치고 낙하산 타고. 군대가 개 좆같다고 처음 생각했다. 그리고 이게 무슨 특수부대야 실망도 했다. 참 많은 것을 요구했다. 지역대장은 지역대에 해척조 한 20명은 되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지역대장은 언제나 최후에는 한 마리 병사가 되어 적어도 한 30명 해치워야 게릴라 두목 아냐? 그런 사람들이다. 밉고 싫었으나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 무서운 정이 생겼다. 뭐 더 열심히 하면 특수부대 비슷하게 보이지 않아?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럼 내가 특수부대 하지 뭐. 그래서 심심하면 일요일에도 특전조끼에 돌 담아서 아주 느리게 하루 온종일 여단 영내를 뛰었다. 나를 또라이라 했다. 그런데 이 부대는 또라이를 전통적으로 좋아했다. 고로 나는 점차 정상이 되어갔다. 그런데 이 정을 떼려니 나가는 것도 쉬운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 난 미래에 꿈이 없다. 꿈을 꼭 꾸어야 돼? 사람들이 말하는 꿈은 클수록 되지 않을 확률이 99% 아냐? 나는 그냥 좋아하는 여자 만나서 다정한 여자 만나서 엄마 같은 여자 만나서 아무 거나 일하면서 살고 싶은 게 전부야. 공무원 시험 열심히 봐. 나는 소방직도 안 맞아. 나는 강제로 명령 받는 게 별로야. 나도 인간 너도 인간 아니냐? 언제부턴가 지역대 고참들도 날 거의 안 건드렸지. 물 먹어 뒈질 것 같아도 인명구조 들어가서 최종 측정 3마일 수영까지 목숨 걸고 했어. 그때 교관들은 나를 죽을 듯이 괴롭혔지만 죽일 수 있다면 죽여보라는 식으로 끝까지 했어. 어느 순간부터 나는 놋대로 안 때리더만. 우리 지역대 고참들도 그 이야기 다 들은 거지. 저 새끼 사회에서 거기 생활했다더라, 독한 놈이다. 수틀리면 저거 뭐할지 모른다. 나는 즐거웠다. 짧은 인생에서 나라는 사람이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군대는 일찍 올인하고 떠난 아버지를 대신한 아버지였다. 

 

   전역이 다가오자 드러난 것은 정말로 인생에서 내가 처음 느낀 공포였다. 나더러 나가라고? 존나 미안한데 나 장기 박아주면 안 되냐? 나,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어디 갈 때 한 군데도 없거든? 함 봐줘 보더라고. 함 봐주면 안 되더냐고. 한 남자가 처음 눈물 흘리는 거 본 일이 있어? 나 지금까지 정말 한 번도 없었어. 어쩌면 난 싸이코패시야. 남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울지 않았어. 그런데 전역 날 고여진 눈물이 한으로 남지 않게 해줄래? 니미 씨바 사람 한 번 구해볼래? 난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았어. 난 미친 초딩이야. 내 맘대로 세상을 판단하고 가버리는. 날 좀 더 성장시켜줘. 여기 밖에 없어. 난 여기를 원해. 옛날에는 전역지원서를 안 쓰면 그냥 장기였다는데 말이야. 요즘은 가만히 있으면 나가는 놈이야. 난 돌아갈 곳이 없어. 온 곳도 없어. 난 살아도 산 것이 이미 오래 전부터 아니야. 나의 손을 잡아줘. 그리고 2초라도 꼭 쥐어줘. 가라면 갈게. 니미 개 씨발 좆도 호로 쌍놈의 자식이 나가는 거지 뭐. 안녕. 

 

   옛날에 서부에 유명한 7인의 총잡이가 있었대요. 그리고 사람이 골로 가고 줄어서 이제 세 명만 남았더래요. 그런데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세상과 지구의 이치여서 이제 한 명으로 줄었더래요. 외롭더래요.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보니 딱히 외로운 것도 아니었더래요. …… (후략)

 

 

- 잇빨중사, "공(空)룡이 상공을 나르샤"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36 )

 

 

   이젠 허기도 없다. 허기로 인해 뇌 가동률이 떨어졌는지 허기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조여진 혁띠 남은 부분이 사타구니 밑으로 내려간다. 며칠 동안 무얼 먹었는지 모른다.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한 달 짜리 전술종합훈련에서 항상 마주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강도가 상상 이상이다. 오하사는 원래 골격이 크고 남성 호르몬이 강해서인지 젊은 나이에 수염이 무척 빽빽하고 터프하게 자라, 종종 전술훈련 복귀해 씻고 면도하기 전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중사로 알고 경례하곤 했다. 전술종합에서 7kg이 빠졌다면, 도래한 전쟁은 기본 10kg 이상이다. 전술종합에서 혁띠가 남아돌면 옆으로 돌려 측면 혁띠 속으로 삽입해 칼 차듯이 고정하곤 했다. 

 

   이제 근 3주. 이제 산을 타도 땀조차 안 흐른다. 호흡도 거칠어지지 않는다. 체중이 많이 빠져서 그런 것 같고, 몸도 산악에 적응되었다. 옆에 앉은 중대장 서대위도 얼핏 보면 부사관인지 장교인지 구분 안 간다. 그도 그럴 것이, 2주차가 넘어갔을 때, 옆 팀 담당관이 포로로 잡혔다는 말을 들었고, 그날 산으로 올라와서 서대위 팀은 대검을 뽑아 계급장과 마크와 모든 것을 제거했다. 그 장면은 마치 자기가 자기를 강등시키는 혹은 단체로 자살할 사람들이 하는 행동처럼 보였다. 결국 찍찍이로 붙이는 마크들이었지만 미묘하게 장교 군복은 그 마크 찍찍이만 봐도 티가 난다. 군복에 붙은 찍찍이건 뭐건 모든 것을 다 떼어내니 이상하게 서로 간에 서열도 찾지 않고 서로 상의하는 사이로 점차 변모했다. 

 

   그러나 이런 믿고 털어놓는 것은 북으로 날아오기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역대 중대장들은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팀을 한 가족처럼 꾸미게 된다. 모두 계급 안 부르고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있어, 어떨 때 들으면 형이 이야기하는 것 같고, 동생이 꼬장 부리는 느낌도 든다. 물론 팀장은 서로 호형호제처럼 지내지만 일정한 권위가 있고, 아무리 편하고 친해도 중대장에게 권위가 필요한 자리에서는 깍듯하게 하는 것이 기본적인 룰이고, 그 기본적인 룰을 더 강하게 원하느냐 덜 원하느냐가 팀장 성향이다. 

 

   일단 훈련만 나가면 같이 걷고 먹고 자고 하기에 어떤 생활의 구분이 사라진다. 팀원이 밥 해먹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는데 그저 바라만 보기가 점차 불편해지고, 보병부대라면 할 수 없는 나무를 해오고 텐트도 치게 된다. 팀원들이 며칠에 걸쳐 비트를 만들려 땅을 파고 있는데 그걸 보면서 지시만 하는 것도 곤역인 부대다. 결국 버티고 버티다가 중위도 대위도 삽과 톱을 든다. 그렇다고 팀원들이 감사하다 어쩌다 말도 한 마디 없다. 서로가 적응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전시라면 몇 명 안 되는 팀에서 단 한 명도 뒷짐을 쥘 수가 없다. 그리고 전시가 실제로 도래했다. 몇 가지 이유로 지역대 한 팀은 다른 지역데 작전에 꼈다. 

 

   이러한 전제를 두고 말하면, 서대위는 딱히 권위를 선호하거나 바라는 사람이 아니다. 서대위는 딱히 호형호제하는 팀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으나 모든 것이 이성적이고 행동에 신뢰감이 있었다. 아무리 몸 쓰는 부대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가 있고, 그럴 때 팀원들은 서대위에게 물어보면 가장 현명한 답을 얻는다는 걸 알았다. 사회나 여자친구 집안 문제 등을 서대위에게 많이 물어보았고, 서대위는 항상 ‘내가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토를 달면서 정확히 아는 것만 설명해주었다. 그래서 일부 팀원들은 서대위 영향으로 제대하고 대학 진학을 결심하기도 했다. 보기에 별 특징도 없고 터프한 것도 없고 그런 중대장이었지만, 한 6개월 지나자 남들은 물러 보인다고 떠들건 말건 팀원들이 서대위를 중심으로 잘 뭉쳤다. 

 

   이 점은 전시가 되자 무서운 힘 혹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팀원들이 죽어나가고 (그리고 삼단삽으로 매장까지 해야 하는), 다치고 지치고 하는 과정에서 일부 팀에서는 계급간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 실탄이 삽탄된 총을 가지고, 이미 사람 죽이는 경험을 했고, 그런 과정에서 사람이 총 한 방에 정말 좆도 없다는 것도 체험했다. 내가 죽을지 네가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만 위험한 것을 맡기면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는 일은 모든 사람의 가능성이었다. 그런데, 서대위의 팀은 그런 일이 없었다. 사실, 너무 심하게 장악하려 하고 사람을 무시하는 장교도 존재한다. 그럴 때 ‘넘어가면 접지하고 곧바로 갈겨버린다’ 농담 반 진담 반 그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물론 적대적 항명은 말처럼 되는 것이 아니다. 군대는 군대 방식을 생각보다 쉽게 못 버린다. 진짜 현장에 도달했을 때 지휘관 하기에 달렸다. 

 

   서대위는 작전계획을 짜도 항상 팀원의 안전을 고려했고, MSS 지점에 도달해서 최종 브리핑할 때, 각 대원이 위치할 포인트를 정확히 설명하고 1차에서 3차까지 개인별 유보계획까지 꼼꼼하게 설명했다. 그냥 거기서 총 들고 있다가 적 나타나면 쏴! 그건 어쩌면 일방적인 지시다. 서대위는 어떤 곳을 습격할 때 첨병 하나 세우더라도 보다 자세하고 명확하게 임무를 주지시킨다. 

 

   “저 자리야. 그런데 잘 봐봐. 우리 본대가 임무 수행할 때, 만약 악(적)이 등장했다 이거야. 그럼 저 자리에서 쏴야겠지? 그런데 봐. 사계가 뚫려 위치는 매우 좋지만 교전으로 치면 저기 거의 엄폐물이 없고, 저 돌무더기에 엄폐하면 절대로 이동 못하고 묶인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알려야 하니까 일단 돌무더기에서 쏘고 나서 저 나무들 뒤로 곧바로 존나게 달려서 자리를 잡아야 돼. 저 나무들에만 들어가면, 그 이후로 쏘고 이동 쏘고 이동은 쉬워. 잘 안 보이니까. 일단 저기 도달하면 2차 3차 4차 기동 후 사격위치를 눈으로 찍어둬. 그래야 너도 안전하고 시간을 끌어 우리가 대처할 수 있어. 그 뒤로 만약 본대가 위험에 빠지면 합류해서 도울 생각 말고 넌 끝까지 기동하면서 저격수처럼 쏘다가 네가 위험하면 단독, 재집결지로 가라. 우리가 설정한 재집결지 대기시간 기억하지? 시계 있지? 좋아. 질문!”  …… (후략)

 

 

 - 잇빨중사, "지역대가 - A"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39 )

 

 

 

   넌 어떤 군가 좋아하니? 난 멋쟁이 용사야. 거 있잖아. 여기는 피가 끓는 젊음의 고오향. 용맹한 사나이가 함께 뭉쳤다. 싸우면 초전박살, 노도와 같이. 평화의 꽃을 심는 멋쟁이 용사. 왜 좋아하냐구. 죄다 씨벌 군가라고 음조가 장송곡 같은데, 이 군가는 사회 가요처럼 음조가 존나 스펙타클하거든. 그 다음은 하늘의 백장미지. 공수교육처에서 배운. 그런데 그 노래 가르쳐 놓고 백장미 피면 좆대는 건 아이러니 아니니? 고공은 이 노래 안 불러야지. 할로서 백장미 피면 퇴굔데. 안 되면 퇴교하라.

 

   넘들은 참 우릴 멋있게 대단하게 보지만, 우리 안에서는 우리 참 일반적이고 그냥 평범해. 안 그래? 뭐 대부분 다른 데서 군 생활 해 본 것도 아니고, 보고 배운 것이 다 그건데. 특별할 것도 대단한 것도 사실 없지. 언론매체에서는 죄다 백호인 줄 알아. 복면하고 mp-5에 죄다 할로하고. 

 

    우리 땅 파고 걷는 넘들은 카메라가 찍어봤다 무슨 품바타령 거지 같고. 반합밥 해먹는 거 리얼타임으로 돌려 찍어봐. 개쪽팔리지. 사실 천리행군 같은 거 찍으면 그림이 나와? 용맹한 전사들이 눈깔을 부라려야 하는데, 한 4일차 되면 부라릴 힘이나 있냐 말야. 몇 년도인가, 천리행군 6일찬가 그래. 아산만 방파제 건너서 야산으로 들어가 그날 은거하는데, 군장 벗고 나니 설 수가 없는 거야. 서 있을 힘이 없어. 서려고 하면 몸이 다시 땅바닥이야. 텐트도 치고 해야 하는데. 기었어 니미 씨벌. 내가 왜 그러나 했을 거야. 왜 천리행군 전에 칫솔을 반으로 자르는지 말야. 그건 병신이지 칫솔을 버려야지. 먹긴 개 좆을 먹어서 잇빨에 뭣이 남는다고. 

 

   우린 평범한데,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전시가 되면 과연 우리가 주기적으로 하는 격리지역 작계연구처럼 할 수 있는 건가 사실 의구심이 들어. 우리가 로보캅이야? 훈련이 실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사실 좀 그렇지 않아? 맨날 측정 결과 숫자에만 집착하고. 하지만 하나만은 도움이 되는 것은 같다. 참는 거. 견디는 거. 배고파도 웃는 거. 맞아도 뒤돌아서면 동기들과 웃고 구라 까는 거. 그거지 뭐. 총은 많이 쏴봤으니 사람에다가 놓고 정확히 조준하면 되는 거지만. 그 무수한 실전상황을 우리가 곧 적응하고 해낼 수 있을까? 겁먹고 그러는 거 아냐? 까놓고 말해서 북한 애들도 정말 ISIS처럼 총폭탄 자폭 할까? 난 반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한 20년 전에는 가능했다고 생각해. 지금 정말 그럴까? 우리랑 전투하는데 질 것 같으니까, 수류탄 서너 개 안고 안전핀 뽑고 우리에게 달려들어 동무들 같이 사망동기 하자우 그럴까? 누구는 믿더라도 난 의문이 들어. 왜? 왜 그러는데? 세뇌 때문에? 나더러 하라면 못할 걸 아마. 그리고 말야, 진정한 총폭탄은 아무런 대우도 이득도 명예도 없는 상태에서 해야 진짜 아냐? 니미 씨바 공화국영웅된다고 총폭탄 자폭하면 그게 거래지. 순수한 국가영웅이야? 그렇게 치면 대우도 못 받으면서 6.25 때 목숨 걸고 싸운 사람들이 저넘들 정찰국보다 순수하고 강한 거지. 틀려?   

 

    물론 내가 죽는다고 가정하면, 난 씨바 한 새끼라도 더 죽이고 죽을 거야. 자존심이지. 뒈져도 몇 놈 죽이지도 못하고 죽으면 남자로써 거 기분 증말 좆같을 거 같애. 난 상대가 대검으로 날 찌르면 손가락으로 그 넘 눈깔 파고 죽을 거야. 나를 죽인 대신 평생 병신으로 살라고. 숟가락이 없어 소라 손가락으로 긁어서 훓어 먹듯이 박박 긁어줄 거야. 눈깔 확 찌를 거야. 아니면 귀라도 물어서 확 씹어 먹다가 뒤질 거야. 그래야 후련하게 죽을 수 있을 거 같애.

 

   알잖아. 우리 부대 구호가 단결! 인거. 증말 인간들 친하면서도 개인 자존심 정말 쩔어. 수틀리면 군번 내려놓고 맞장 뜨자는 사건은 전군에서 여기가 최고일 걸 아마. 이런 징그러운 인간들을 어떻게 이렇게 많이도 모아놨는지. 조신하다 생각했는데 중사 정도 진급하면 이 새끼가 정말 이런 새끼였나 참 많이도 놀랐다. 그래서 우리는 단결해야 하나봐. 다른 여단과도 수틀리면 싸우는 거고. 뭐 몇 공수가 세네, 어디는 물공수네. 우리 자신은 모르지. 왜? 다른 여단에 개 좆도 관심이 없거든. 뭘 하던지 말던지. 만나면 반가울 뿐이지만. 아무리 낮춰도 우린 자기 여단이 최고고. 자기 대대가 최고고 또한 자기가 세계에서 최고로 최고란 정신병이지. 

 

    장교들도 반 헤까닥한 사람들이 있어 이 분위기 잘도 조장하며 끌고 가고. 총이나 구보 안 좋았다고 하사 새끼가 중사 은근히 무시하는 놈의 부대가 어딨겠어. 똑같은 경우 장교도 창피해서 땅 보고 다니게 되는데. 하지만 난 이게 좋아. 군대는 사람을 군대식으로 개조하고, 우리도 여기로 개조되었지만 본질적으로 나는 좆도 나다. 그런 게 좋아. 내가 이만큼 뛰고 쏘고 하면 너희들이 왜 건드릴 건데? 중사인 넌 잘하냐? 상사는 못하는 게 없어 우릴 고롭게 만들지만…

 

   우린 알지. 베레모 다 썼지만 그 안에서 상또라이도 있고 체력 약한 놈도 있고 별에 별 놈이 다 있는 거. 어느 팀이 맡기면 더 잘하는지 우린 알아. 중사가 퇴근할 때 턱걸이 하고 가는 거. 하여간 재미있는 부대야. 최고 충성하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여단장이고 대대장이고. 아는 세상이 그것 밖에 없는 정말 고립된 좆만한 사회니까. 정말 전쟁 나면 어쩌냐? 작계대로 슈~~~웅 저기 위로 가는 거야? 지면 만주산적, 이기면 영웅 되는 거야? 생각만 해도 답은 없다. 참. 답이 없어. 뭐 쪽팔리게는 안 하면 되지 뭐.

 

   “중댐은... 이런 순간에도 어떻게... 이렇게 차분하고 이성적이쇼?”

 

   “오하사 너 하쇼 하슈 또 나왔네. 또 동기 먹냐?”

 

   “반까이 해서 동기 형님, 지금 이렇게 차분하슈?”

 

   “그렇게 살아온 걸 나더러 어쩌라고. 내가 뭐 페스탈로친 줄 알아? 남자 아닌 줄 알어? 다 참고 사는 거지. 세상에 나서는 사람이 많으니까. 너나 나나 뭐가 달라. 똑똑하면 늦게 죽고, 전쟁터에서 사람이 나이 순으로 죽냐?”

 

   “중댐은 어디 교수하면 잘 할 것 같습니다.”

 

   “너희들은 항상 그러지. 이 부대는 부사관 것이다. 장교는 몇몇 특전맨 빼고 그냥 왔다 갈 뿐이다. 하지만 말야. 나도 따르고 싶은 길이 있어. 그리고 내 군 생활 중에 여기가 제일 마음에 들어. 개떼로 부사관들이 개기는 곳. 말로는 안 하지만 눈으로 보여. 이방인처럼 바라보는 눈동자. 장교가 군 생활 계속 하려면 진급이 필요해.여기 오래 머물면 별은 멀어지는 거야. 보병연대장 못하면 끝이야. 하지만 진급을 빼면 여기가 가장 남자의 로망이야.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게 없을 것 같으냐 이놈아. 거지같은 소리 그만하고. 어떻게든 뚫고 나가자. 오하사 너 포기하면 실망 오진다.”

 

   “중댐, 어떻게 여기서 나가요. 누군 뭐 여기서 뒈지고 싶은 줄 알아요? 배때기에...... 총 맞고...... 서지도 못하는데 뭘...... 어떻게 해요. 그렇다고 여기서 이걸로... 자폭이라도 해요?”

 

   “지금까지 될 만해서 한 게 몇 개나 되냐! 군인이니까 했지.”

 

   시간은 30시간 앞으로 돌아간다.

 

 

 - 잇빨중사, "지역대가 - B"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43 )

 

   (전략) …… 사람 많이 안 다닌 곳의 건강한 수목과 여름 내내 자랐던 풀들. 여름에 못 느끼는 상큼한 공기가 코를 찌른다. 김상사는 점차 묘한 기분에 빠진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이걸 어떻게 애들한테 설명하나. 이 산은 김상사가 아주 오래 전 거부작전 훈련 당시 수통물 벌컥이며 다니던 산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수색하며 오르다가, 어느 순간 산길이 확 눈에 익기 시작했다. 

 

    ‘이거 잘 하면... 옛날 비트 자리도 가겠는 걸? 내 생각에 저기 넘어가면 그 자린데...’

 

    김상사는 사실 원사 짬밥이다. 오래 전에 후배 폭행사건으로 징계를 먹었고 그로 인해 언제 달지 아무도 모른다. 상사로 면역할 확률이 낮지 않다. 종종 신병? 원사들이 김상사에게는 간부식당에서 경례한다. 본부대에 올라온 것도 바로 그 폭행사건 때문이다. 야전전환으로 보병으로 넘어갈까 생각도 했고 상부도 허락할 분위기였지만, 아이들 교육 때문에 남기로 했고, 대신 대대를 떠났다. 야전전환하다 어디 강원도 떨어지면 기러기 아빠 된다. 

 

    ‘자리’는 점차 현실화되었다. 하사 시절 비트를 팠던 자리가 정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대대 팀별 비트 경연대회. 그때 팠던 것. 원래 비트는 금방 떠날 때 잠깐 사용하는 반-비트와 은거지용 완전 비트로 구분된다. 그 다음 구분은 1-2-3인용 차이. 김상사는 뒤따라오는 김병장에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한 곳을 지시했다. 김병장도 웃는다. 올라오다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김병장은 놀라웠다. 어떻게 오래 전에 야전훈련 머물렀던 자리를 다 기억하지? 한두 군데 다닌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그러나 군인에게 야전훈련이란 끊임없는 육체적 고통과 허기와 피로를 유발하는 것으로, 모든 훈련은 강한 추억으로 남게 된다. 

 

    요즘은 비트 파는 훈련 거의 안 하지만 예전에는 겨울에 전술종합 나가면 파지 말라고 해도 팠다.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면 기온 따뜻해진다. 텐트만 치는 바깥보다 기온이 훨씬 높다. 가을만 되어도 대형 반 비트 파고 그 위에 텐트를 지붕처럼 얹는다. 북한군도 명칭 똑같다. ‘삐뜨’. 부대에서는 예전 강릉 무장공비사건 비디오를 1년에 한번은 보는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김상사는 북한 정찰조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비트가 흥미로웠다. 건축하는 사람들이 피부로 체험하지만, 흙은, 일정 공간 파내면 생각보다 분량이 무척 많아지고, 그 흙으로 그 자리를 메우면 이상하게 흙이 모자란다. 북한 간첩들이 강릉에서 나온 반 삐트를 뭐 30분이면 파내 어쩌내 하지만 말만 그런 거 안다. 그 필름에서 보면 역시, 파낸 흙을 멀리 갔다 버렸고 주변의 나무를 천연 은폐물로 썼다. 비슷했다. 김상사도 겨울에 천리행군 하다 시간이 지체되어 당일 취침시간이 줄어들자, 팀원들과 짚단 깔고 덮고 잔 기억이 있다. 그거 무척 따뜻하다. 그러니 강릉 사건에 짚단 더미를 수상히 안 여길 수가 없었을 거다. 하여간, 칼바람 몰아치는 태백산 같은 곳에서 삐뜨 파고 들어가 바람 피하고, 거기에 양초 하나 켜면 고되고 어둡던 마음이 밝게 변하는 놀라운 희망을 본다. 

 

    참 그때 김상사는 공도 많이 들였다. 결과적으로 2위를 했지만, 파놓고 보니 참 훌륭했다. 비트는 파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주변환경 정화?도 중요하다. 일단 비트를 향해 자주 군화가 찍혀 ‘길’이 나면 안 된다. 비트는 산길이 없어 보이는 위치에 있어야 우수하다. 게릴라 이동도 같다. 같은 산길을 반복해 사용하는 건 위험하다. 훈련 때 힘들면 그냥 대충 하지만, 전시에는 길을 계속 섞어나 루트를 변경해야 한다. 모든 자국은 선명하면 안 된다. 자국이 세다 싶으면 근처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나 풀을 뿌린다. 아주 ‘근처’여야 한다. 저 나무에서 이 잎사귀가 여기 떨어졌구나 논리가 맞아 보여야 하는 거다. 그 외에 여러 수칙들이 있고, 당시 경연대회에서는 모든 걸 적용했다. 비트 뚜껑도 두꺼운 생 풀 덩어리를 뗏장처럼 사용했고, 풀 계속 싱싱하라고 물도 줬다. 비트 근처에 오르거나 도달할 때, 피곤하다고 나무를 자꾸 잡거나 만지면 안 된다. 손기름이 묻어서 반들반들해진다. 비트 근처에 오면 나도 모르게 몸이 가지를 부러트리거나 해서 인공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 비트는 주변 모든 것이 천연으로 보이면 좋은 점수다. 비트에서 퍼 낸 흙도 군장에 담아 멀리 갔다 버리고, 버린 흙 위로 위장도 해야 한다. 파낸 흙의 마른 정도만 봐도 판 시간을 가늠할 수 있다. 

 

    최종 수상 결정자인 대대장은 김상사(하사) 비트를 점검하는 데만 15분 이상 썼다. 순위에 들 가능성이 생겼다. 비트 경연대회는 ‘저기 있습니다. 보십시오!’가 아니라, ‘이 근처에 있습니다. 찾아보십시오.’로 시작한다. 눈으로 금방 찾고 지적이 죽죽 쏟아지면 3분도 안 되어 대대장은 “간파! 사망!” 바로 판정해 버렸다. 그러면 삼과장과 주임상사가 씨익 웃는다. 좆뺑이 까느라 수고했어. 탈락!  

 

    다가오는 풍경으로, 과거에 여기 머물렀던 기억이 김상사 눈에 선하다. 팀원들과 모닥불 자리로 사용했던 비트 위쪽 평평한 곳. 그때 먹었던 것과 모닥불가의 두런두런 이야기. 중대장이 밤에 내려가서 부식조달 하자고 우기던 장면. 두들겨 패고 기합 주던 사람인지도 모를 분위기로 형 동생처럼 주고받던 말들. 그러면서 한 기수 위 고참의 눈빛에 내가 잘못한 건 없나 살피던 시간들. 장발에 수염에 얼굴이 때로 물들고, 위장모와 야상 컬러가 시커멓게 기름때 칠을 하고. 먹고 뒹굴고, 병과 장교와 부사관, 그렇게 스쳐간 사람들. 

 

    김상사는 회한에 젖었다. 진짜 저기 그 비트 자리가 보인다.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 불야성을 이룬 저 멀리 도심을 보면서 고로쇠 물이나 빨아야 했고 배고파서 뱀도 잡아먹었던 자리. 그 자리는 살아서 움직이며 옛날을 기억해주는 것 같다. 정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인다. 

 

    그리고 김병장이 먼저 빵 빠바바방~~!! k1을 당겼다. 먼저 본 것은 김상사가 아니라 김병장이었다. 아직도 움푹 들어간 그 비트 자리에.... 한 명이 있었다. 김상사는 본능적으로 비트 자리 앞에서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갔고, 정적이 흘렀다. 김상사는 옛 생각에 넋이 나갔던 자신을 자책하면서 곧바로 총을 들었다. 놀랍게도 옛날, 비트에서 퍼 낸 흙 지어나르다 미끄러졌던 바로 그 자리다. 

 

    신음소리가 들린다. 김상사는 방아쇠 울에 검지를 넣고 소리쳤다.

 

    “어이 거기! 항복하라...... 투항하라?”

 

    북한군이 그런 단어를 듣고 북한 언어적 귀로 요해(이해)할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다시 번개 섬광처럼 주변이 동요했다. 놈이 총을 한 방 쐈다. 그 다음에 들린 말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대충 ‘내래 기럴 것으로 보이네...’ 비슷한. 

 

    다시 고요 속에 파장을 일으키는 움푹 들어간 곳의 급격한 움직임. 호의적이지 않은. 공기의 자연스런 흐름을 깨는. 뭔가 사건이 예상대로 흐르지 않을 것 같은...

 

    그 한 3초 사이, 김상사는 결심하고 k1을 머리 위로 들어 비트를 향해 수평으로 놓고 방아쇠를 연신 당겼다. 다른 병사들도 그 움푹 들어간 곳을 향해 계속 당겼다. …… (후략)

 

 

 

 

 - 잇빨중사, "그대가 머문 그 자리"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47 )

 

 

    (전략) …… “선배. 이거.... 돌아와? 1차 후, 산악게릴라전?”

 

    “타격도 만만치 않어. 그저 위치와 지하 개략도 뿐이야.”

 

    “당근 1급 비상 걸려 있고. 입구나 찾는 거야?”

 

    “너 물질 하냐?”

 

    “늙은이 미쳤나. 지금 나더러 해척하라구?”

 

    “아... 말로 표현이 안 된다.”

 

    “근데 우리가 돕긴 도와야 돼. 애들이 잘 몰라.”

 

    “해상훈련 시범, 그건 완전히 사기 보도용이지. 차라리 기자 안 오고 그냥 하는 게 더 나아.”

 

    “애들은 적이 아니라 바다와 장비가 얼마나 위험한지 걸 몰라. 지금 대수로 따지면 내 장담하지. 뽀드 대대 총 40대 중에서 5대는 반드시 퍼진다. 어떤 이유건 어떤 상황이건, 적이 총 한 방 안 쏴도. 알지요? 선배. 게다가 이제 여단 특정대도 축소되어서 모타 정비 실력 이거 믿어도 되는 거야? 어제 훈련에서도 하나 멈췄는데, 긴장하는 기색이 없어 미친 새끼들이. 장비는 고장 날 때 꼭 고장 나는 거. 침수는 별도로 알아서 하는 거고. 플라스틱 바가지 꼭 두 개씩 실어야 돼. 마음 같아선 대야를 싣고 싶구만. 아니면 반합 몇 개 뚜껑 열어놓던가. 그리고 남은 35대 중에서 독도법 불량 엄헌 데 가는 거. 기본 5대. 그 다섯 대는 전열 이탈이야. 엄헌 데서 총쌈할 거야. 뭐 씨바 훌륭한 양동작전이라고 치고. 그 90년대 초 어디 대대더라 야간 침투 조류에 밀려 거의 전체가 한 8km 벗어났나?”

 

    “아주 로맨틱하게 기억하네. 10km 넘었어. 훈련 통보 안 받은 해안부대가 쏠 뻔했잖아. 조류에 살벌하게 밀렸을 거야. 그럴 때는 노 존나게 저어도 못 돌아가. 밤새 저어봐라 씨발, 조류를 당하나. 하여간 그때, 전시와 똑같이 해보자는 대대장의 기개는 졸라 추락하고, 야간해상침투가 대대 구조훈련으로 변모했지. 무선침국이고 좆이고 다 무전기 켜고. 사람 살려. 여기가 어디야!”

 

    “지형이 들어가고 나오고 많은 데는 조류가 세잖아. 또 강물 나오는 데 세고. 내 1지역대 섹터 지형보고 헉했어. 존나 밀릴 거야. 그걸 뭐라 그러지? 독수리훈련 해상으로 뛸 때 받았던 계절별 조류 그려져 기록된 거. 그거 보도고 헤맸는데, 지금 그게 얼마나 필요한지 지역대장 중대장들도 몰라. 사실 그게 있어서 우리가 봐도 그러려니만 하고 가봐야 알지 뭐. 우리라고 뭐 그거 제대로 읽고 느껴? 선박교육 받은 늙은이들도 여차 하면 엄헌데. 우리가 너무 걱정만 하는 걸까? 형, 이거 살벌해. 난 바다에서 죽고 싶지 않아. 씨바 옛날 훈련처럼 산에서 은거지 잡고 모닥불 피우고, 내려와서 총질하다 죽고 싶다고.”

 

    “방법이 없는 거야. 전체 회의서 이런 얘기하면 노땅을 겁먹었다고 그럴 거고. 다 닥쳐야 아는 거지 뭐. 그저 잘못하면 조용히 이거 아니다. 요렇게 해야 돼. 그러는 수밖에.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됐냐? 독수리 훈련 교범대로 무월광에 무선침묵으로 뛰어도 겁나는데. 선미가 엉덩이까지 물차고, 그래도 훈련은 해안 좀 가까운 데서 시작하잖아. 그래도 해안에 안전근무 뽀드 대기하고 한 거고. 그래도 접안할 때 내 뽀드 거의 반은 침수 상태였어. 죽는 줄 알고 우리 팀 정말 무서웠지. 윗대가리들도 애들 굴리는 것만 알지 좀... 위험하다 위험해.”

 

    “그리고 그 다음인데, 순찰선 같은 거에서 기관총 쏘면 좆댄 거지. 뽀드 원복 전복?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라도 씨바 그런 구라가 어딨어. 인명구조 스쿠버 나온 놈도 단독군장 상태에서 물에 빠지면 군홧발 가위차기로 한 200미터나 갈라나? 지쳐서 익사지. 익사. 특히나 전문 아우드모터 보트도 아니고, 그냥 모자라서 채운 국산 노젓기 뽀드에 모타 단 거. 난 죽어도 그거 안 타. 그리고 나 오리발 챙길 거야.”

 

    “휴, 기상 무척 좋고 바다 잔잔해도 항상 뭐가 터지는데. 그날 일기예보 좀 안 좋아. 바다 출렁이면... 저어봐야 출렁 제자리. 아... 기도 밖에 없다.”

 

    “결론은 뭐?”

 

    “뭐긴 뭐야 육항이지. 거기가 뭐 얼마나 멀다고.”

 

    “그러니까 대가리 총 맞았냐 21세기에.”

 

    “해상은 해상이 아니면 안 될 때 하는 거.”

 

    “헬기로 군부대 피해 목표 거리 1~2km 정도에 랜딩, 체력 장비 온전하고 바로 달려 습격. 문에 성형장약 때리고 터널에서 총쌈. 만약 지상 주둔지가 크면 무시하고 바로 터널, 적으면 주둔지-터널 동시 공격. 니가 사나 내가 사나 하느님 결정해 주세요. 그거지. 왜 못하는 줄 아냐?”

 

    “몰라. 대가리들이 얇아서?”

 

    “병신아 0여단과 0여단으로 다 간 거야. 헬기가.”

 

    “감이 잡히네. 근데 씨바 병신은 또 뭐야?”

 

    “애새끼가 좀 풀어주니까. 맘먹지 또.”

 

    “에이 씨발 진짜. 이래서 내가 이 인간이 싫어.”

 

    “그만 하자. 서해바다 익사동기 될라.”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여.” …… (후략)

 

 

 

 - 잇빨중사, "무기질은 어둠을 뚫고 - A"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50 )

 

 

  (전략) …… 항상 고민했다. 인간의 삶이란 어차피 결정되어 있는 것인가. 그럼 난 뭔가? 난 저 높은 곳에 있는 분의 이미 예정된 하찮고 작은 피조물 그저 그것인가? 그럼 사람에게 인생이란 단어 만드는 것도 우습잖아. 그건 불특정한 사건의 연속을 말하는 단어야. 인생은 내가 끌고 가는 거야... 아니면 저 높은 곳에서 끌고 가는 거야? 뭐 퀘이사나 블랙홀 충돌 이런 거 생각하면 지구나 인간이 하찮기는 하나, 그럼 나는 좆도 뭐야? 이 생각을 하며 여기 존재하고 있는 나는 뭐냐고. 날 굴려 놓고 하느님 나 책임질 거야? 

 

    아니지.... 아니지... 교만이다. 내 인생을 망친 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내가 다 망쳤다. 사실 망쳤다는 단어도 이상하다. 어느 정도 해야 망치는지 어디 나와 있나? 기준이나 표본 있어? 그러나 모든 실수는 나의 아집이었다. 알게 모르게 날 도우려 하고 호의를 베푼 사람들 많았다. 내가 같잖은 자존심과 알 수 없는 오기로 모두 걷어 차 버렸을 뿐. 나는 나 외에 관심도 없이 그 모든 걸 무시했다. 맞아! 그게 운명론이건 아니건 내 인생을 오류로 몰아넣은 것은 나야. 다만, 나의 오류도 인생의 일부분인데, 내가 뭘 그렇게 그토록 조장했냐고 항변하고 싶은 거지. 

 

   분명히 장담하건데, 얼마 뒤에, 몇 분 지나지 않아. 내가 과거 꿈에서 봤던 예지를 볼 것 같다. 그게 죽으라면 죽어야지 뭐. 내가 어쩔 수 없는 거야. 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 이 작전에 나올 때, 난 사방에 대고 온갖 잡소리와 잔소리와 불만을 토로하고 장교에게 대들고 부사관들에 욕을 했지만.... 행복했어. 역시 군인은 전장에서 작전을 해야 돼. 그게 군인의 맛이야. 목숨을 걸었기에 가치가 있어. 내 것도 안 내놓고 멋진 걸 바라는 건 개 좆같은 새끼지. 그래 맞아. 난 즐거웠어. 후배들은 옛날 군대가 더 힘들었다고 착각하는데, 군대는 항상 힘들다. 옛날처럼 두들겨 패지 않아서 편할 거라고? 니들이 원사까지 달면서 계속 실제 군대를 겪었냐? 좆까는 소리. 세대가 다른데 패서 될 문제야? 우린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존나게 터지다 입대한 세대야. 씨바 체육선생에게 개 맞듯이 맞으면서 처음 배운 게 원산폭격이야. 그러므로 우리 시대는 패야 일이 돌아간 거야. 그거에 적응되어 있었으니까. 그 모든 것들. 군대 개젖같고 항상 대가리 짱구들이 옳다고 우기고, 별들에게 보이기 위해 생쑈를 하고. 측정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편법에 부대가 완전히 뒤집어지고. 별에 별 것을 다했지. 그러나 이 순간 군대는 모든 것을 넘어서 자유롭다. 여기까지 와서 참견하는 사람 없으니까. 선수 빼곤 뽀드에 안 올랐으니까. 

 

   지난 일주일이 가장 행복했다. 어리지만 ‘전우’라고 할 애들이 죽어가고 있다. 느끼는 건 뭐? 어렵게 말할 필요 없다. 무척 화가 난다. 복잡한 감정 아니다. 대상이 북한군이건 무엇이건 화가 나고 다 밥숟가락 놓게 하고 싶다. 어려운 말도 격한 말도 쓰고 싶지 않다. 그냥 그것이다. 모든 행복이 영원한 행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 거리의 사람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고 웃는 게 어디 인간사회야? 

 

   내가 이런 무기질 원사가 된 것은, 내가 아무 것도 창의적으로 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지휘관들은 2년마다 어려져. 그 2년이 쌓이니 이제 아들 나이가 지휘관 오지. 나랑 같은 연차는 사단장하고 군단장하고. 우린 갈쿠리 셋 위에 별 달면 거기서 그만이야. 점차 어려지는 대위들이 계속 아이고 조원사 수고하십니다... 하겠지. 좆겉지. 그런데 말야. 이게 꼭 군대만 그래? 아닐걸? 나이가 거꾸로 가는 건 사회도 마찬가지야. 직급 높은 놈이 꼭 나이가 나보다 많아? 먹고 살기 위해 참고 버티지. 아예 거기에 순화되어 자기 살길 냉정하게 찾던가. 어차피 가진 것 없이 좆밥으로 태어났으면 그 순환고리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거기서 벗어나려고 허우적대다 뒤지는 거지. 누가 자신이 좆밥임을 자처하겠어. 기분 드럽잖아. 다 죽여버리고 싶지. 그래서 난 어느 순간 무기질이 되었어. 난 순응이란 이름으로 모든 걸 포기했어. 

 

  

 

   그리고 지난 일주일 전부터 바로 여기 이 자리까지 나는 유기질이 되었다. 나는 소생했다. 난 인간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행복에 도달했다. 여한 없다. 나가서 아파트 경비나 하면서 살라고? NO! 사람은 다 지 성격이나 곤조로 길이 정해져 있어. 난 나가서 그렇게 못 살아. 견디지 못할 거야. 연금 따위는 내 멀어진 가족에게 주던가 안 되면 불우이웃에게나 주던가, 아무도 안 받으면 개나 줘버려. 영화 쇼생크 탈출의 흑인 장기수처럼 가석방되면 곧바로 자살할 거야. 난 2부 가리 머리로 평생을 살았어. 내 인생을 망친 게 나란 건 정확히 알지만, 그로 인해 파생된 피부로 와 닿는 것은 참지 못하겠어. 내가 해놓고 못 참는다니 나도 참 더러운 새끼지. 그래 나 같은 놈에게 행복은 행복할 때 끝내야지? 그거 더 길게 바라다 더 비참해질 거야. 그래, 나는 도래하지도 않을 내가 만족할 미래에 살았고, 재현되지도 않을 과거를 잊으려 고통 받으며 살았다. 

 

   난 길다란 이 폭약통을 양손에 하나 씩 잡을 때, 또 하나의 예지몽을 봤지. 그래, 난 군대에서 안 나가. 절대로 나갈 수 없어. 그 절대로 나가지 않을 방법이 바로 지금 눈앞에 펼쳐진다. 지금까지 먹고 싸고 가끔 노란물도 넘어오고 그랬지만. 여기가 내 집이야. 먹고 싸는 내 몸 뚱아리 같은 거는 별 거 아냐. 몸뚱아리는 뚫리고 찢어져도 상관 없어.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라는 사고의 주체가 내 인생이야. 사건과 스토리가 인생이 아냐. 지금의 실존이고, 지금 내가 내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인생이며 그 모든 것이야. 

 

   아, 씨발... 베레모 가져 올 걸.... …… (후략)

 

 

 - 잇빨중사, "무기질은 어둠을 뚫고 - B"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54 )

 

 

   (전략) …… 지역대는 평양 라인을 넘어서면서 무서운 대공화기 사격을 받았고, 일정 지역에서 잠잠한가 싶으면, 연락이 되었는지 또 올라오고 기관총까지 올라온다. 최고 대공경계 속으로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어느 상공이었는지 모르나 총알이 수송기를 뚫고 들어와 탄두 파편들이 기내에 날았고, 미군 로드마스터는 심각한 표정으로 마이크에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우리 지역대 점프마스터를 잡고 고함치기 시작했다. 모두 불안했다. 우리들만의 루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루머가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군 수송기 타고 전시에 점프할 때, 만약 수송기가 위험에 처했을 때, 기수를 최대한 높이면서 45도 이상 각도로 상승하고, 후미 문을 개방해 생명줄을 걸지 않은 병력을 털어버린다는 루머. 털어지는 병력이 사는 길은 알아서 예비낙하산 펴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우리 수송기 맞아서 위험하니까, 빠른 기동을 위해서 너희들을 턴다. 알아서 예비산 펴서 살아라. 고도는 높여줄게. 그런. 

 

    그 엄청난 중량으로 온 몸을 감싼 강하자가 팔로 어디 잡아 버틴다는 건 분명 어렵다고 모두 생각했다. 몸이 건장해서 한 80kg 강하자라고 하면, 주낙하산 15, 예비낙하산 8, 군장 40, 산악복과 총과 기타 합해서 10. 팔로 버텨야 하는 중량은 150kg 정도가 된다. 거기에 항공기 속도로 인한 원심력이나 뭐 비슷한 것이 가해지면 더 무거워질 것이다. 죽으란 소리다. 그 미쉘린 타이어 마스코트 같은 몸으로 떨어지며 스핀 먹으면 할로처럼 낙하산 몸에 감긴다. 주낙하산은 생명줄 때문에 1자로 나가면서 펴지지만 예비낙하산은 그렇게 가지런하게 펴지지 않는다. 빨리 펴려면 양손으로 캐노피를 잡아 특공무술 단전호흡 4번처럼 앞으로 던지라고 되어 있다. 

 

    결국 지역대 점프마스터가 본부팀 정작장교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김중위 GPS 찍어!”

 

    곧바로 김중위는 소형 GPS를 꺼내 찍고는, 작계 상 목표를 기점으로 응답했다.

 

    “대략, 목표 DZ에서 35km 남쪽! 현재.”

 

    지역대 강하는 팀별 강하가 아닌 지역대 통합 강하로 결정되었다. 수송기 모는 미군이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다. 여러 DZ를 돌며 목숨 걸 수 없다. 한 번에 털어야 한다. 위험하다... 

 

    비행기에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모두가 긴장해 주시하는 가운데 점프마스터인 7중대장이 ‘내측 일어섯!’ 구령을 내리기 직전 갑자기 비행기가 덜거럭 쿵쿵 거리면서 흔들렸고 밖에서는 섬광이 일었다. 지역대원들은 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기내등이 점멸하는 것을 봤다. 조종실에서 누른 내부 비상-신호등이 분명했다. 비행기 이상이 생겼다. 

 

    이때 7중대장은 전에 훈련에서 들어본 적도 없는 공포의 강하구령을 내렸다. 

 

    “내측, 외측 모두! 일어섯! 외측은 바깥쪽 정박줄! 내측은 안쪽 정박줄! 내측 외측 모두 고리 걸어!!!”

 

    7중대장의 강하구령은 악에 가까웠다. 

 

    “어떻게든 일어나! 빨리 일어나! 일으켜줘!”

 

    원래 강하지역 4분 정도 되고, 군장이 가장 무거운 전술종합훈련이라면 먼저 일어난 사람이 좌우 힘든 사람 잡아서 일으켜준다. 그러나 50명 넘는 사람들이 그런 과부하 군장 상태로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너무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였다. 비상 상황을 인지한 대원들은 몸부림치며 손톱으로 벽을 긁으면서라도 일어섰다. 지역대원들은 안간힘을 썼다. 못 일어서는 사람을 지시하며 옆 사람에게 당기라고 고함치고, 일어나는 사람을 앉은 사람이 밀어주고, 지역대장이건 담당관이건 하사건 중사건 누구의 경험도 능력도 필요 없었다. 만약 중간 열에서 무너지면 길이 막히고 생명줄이 막히면서 자칫 그 뒤가 못 나간다. 그러면 쓰러진 병사를 밟고라도 먼저 나가야 한다. 공수교육에서 수송기 피탄 시 행동요령은 배우지만 그걸 떠올릴 여유가 없다. 이번에는 수송기 조종실 후문이 열리면서 한 미군이 로드마스터를 향해 마구 고함을 지른다. 

 

  체구 크고 힘 좋은 문중사도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성공한 후에 양 옆 대원을 어깻죽지와 상박을 잡고 일으켰다. 7중대장은 계속해서 고함을 질렀다.

 

    “외측 바깥 정박줄에 고리! 내측 안쪽 정박줄에 고리!”

 

    대원들은 목숨 걸고 일어나 생명고리를 걸었다. 그러면서 의문이 들었다. 내측 외측이 동시에 나간다는 건 생명줄 엉킬 수 있으니까 말도 안 되고, 어떻게 한다는 거지? 내측 나가고 외측이 나간다는 건가? 아님 반대야? 

 

    7중대장은 경력 많은 점프마스터로, 지역대 정기강하는 무조건 7중대장 유대위였다. 7중대장은 대원들이 하는 고민을 이미 결정짓고 있었다.

 

    “잘 들어! 비상이아! 외측이 먼저 나가고 나서 내측이 이어 나가! 양쪽문 동시에 GO야! 외측 끝번이 나가면 내측 1번이 따라 나간다. 생명고리 안 밀어준다! 정확히 최대한 후미로 던지고 나간다!!!”

 

    지역대원들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강하 형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DZ는 항상 1개 팀이 안착할 곳을 정하고 (훈련상) 반복해서 뿌리는 것만 경험했다. 내측과 외측 합하면 한 점프열에 25명이 넘어 가게 생겼다. 그런 긴 DZ가 밑에 있다는 것이 분명 아니다. 일단 살려고, 수송기가 위험하니까 밑에가 어디건 시도하는 거다. 밑에 좆같은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내측 중간에 서 있던 문중사는 결과적으로 메인패스트 18번 정도가 됐다.

 

    ‘와, 이런 메인패스트 길이로 나간다고?!’ 

 

    그런데 그때였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기대도 상상도 못했던 장면. 그러면서 어떤 순간이면 지역대원들이 습관적으로 하던 장면. 체육대회나 측정에서 나타나던 장면. 

 

    대열이 어느 정도 서고 생명고리를 다 걸고, 절대절명의 GO! 구령을 기다리는 순간. 대열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가자! 가자! 나가자! 환호성이 터졌다. 작은 곳에서 시작되어 급속하게 전파된다. 아싸 가오리! 가자 씨발! 별에 별 욕설과 함께, 가자! 나가자!!! 소리를 지른다. 습관인지도 모른다. 지역대 대표로 구보 측정 같은 거 나가면 출발 전에 반드시 이런 장면 나온다. 체육대회에 우리 권투선수가 링에 오르면 모두 주먹을 휘두르며 온몸을 짜내 고함을 지른다. 죽여! 죽여 씨발! 죽여버려! 다 죽여버려! 어느 순간 어느 지역대원 한 명에서 시작한 이 고함과 환호성은 전파되어 수송기 안을 울렸다. 위급한 순간이지만 미군 승무원들은 깜짝 놀랐다. 한국군 죄다 미쳤다! 반 미치광이들이다! 

 

    동체는 더욱 전율하고 좌로 우로 밀리다가 밑으로 푹 꺼지고 난리가 아니다. 문이 열린다. 알아서 1-2-3번 강하자가 문으로 밀착하면서 여전히 고함을 지른다. 문 앞의 강하자가 생명줄 잡고 소리친다. 

 

    “그린 라이트! 그린 라이트! 그린 라이트 넣으라고 씨발 새끼들아!”

 

    7중대장은 밖을 본다.... 아무 것도 없다..... 더할 나위 없이 컴컴하다.... 물리적인 공간이라는 기분이 안 든다. 3차원이 아니라 1차원 암흑이다. 정확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걸 항상 상상해왔었다. 그리고 여긴 진짜다. 훈련 아니다. 뒈지든 살던 나간다. 그래, 멋있다. 미지! 고립무원!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 이 니미 씨발 우린 간다. 존나게 멋있다! 쩐다! 끝내준다! 우린 이런 거 하고 싶었다! 좋아 이거야! 우리 이럴려구 베레모 썼다 오케이! GO! GO! GO!

 

    그렇다. 우주 유영처럼. 깊은 해면의 잠수사처럼, 꿈처럼, 기적처럼, 바람 따라 날아간다. 아무리 짧은 순간이었지만, 문중사는 반복해서 느끼던 컴컴한 공중의 순수한 외로움을 맛보았다. 그 짧고 지독히 순수한 외로움은 마약처럼 짜릿하다. 외면에서 허둥대던 자신이 자신 그 자체로 실존하며 감각으로 자유롭다. 신도 자신에게 손을 뗀 듯한 기분이다. 바람소리와... 굉음을 챙겨 순간 사라져 간 문명의 이기 수송기. 캐노피를 스치는 펄럭이는 바람. 기공 부근에서 더욱 개지랄 퍼덕이는 바람 파르르르르르르. 오줌 눌 때 자기 좆도 안 보일 암흑. 그리고 철저히 혼자. 라이자에서 조종줄 나무토막 꺼내 잡고, 한 바퀴 돌면서 풍향과 점프열 확인하고. 밑을 보니 이건 DZ가 아니다. 그냥 울퉁불퉁한 산과 능선들이 아무런 규칙 없이 뒤엉킨 지형. 지형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게 뭐야? 고공이야? 아니 왜 이렇게 높아......’ 

 

    아무리 기다려도 DZ에 지역대원 6명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시작이었다. …… (후략)

 

- 잇빨중사, "함경도의 별"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58 )

 

 

   (전략) …… 사부는 연습 마지막에 그랬다. 

 

    “내가 내 사부 얘기를 마지막에 해준다고 했지? 그래. 내 사부는 실제로 칼을 쓰신 분이야. 사부가 크게 화를 냈을 때가 딱 한 번인데. 찔렀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 물었을 때지. 무섭게 변하시더라고. 이내 평정을 찾으시더니 그러셨어. 자신의 실제 경험 중에서, 언젠가 어느 순간 한 5미터 거리에서 달려갈 수도 어쩔 수도 없었을 때, 문득 투컴이 떠올랐다고. 그때는 투검 하는 사람 꽤 있었나봐. 그러나 배운다고 어디 쓸 데가 있겠어? 전시가 아닌 이상... 그러니 나와 약속을 해. 투검을 남들 앞에서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다고. 과시로 하면 안 돼. 또한, 사람한테 던지는 것은, 정말로 전시에 자네가 위험할 때뿐이라고. 그것만은 내가 허락한다. 던져도 된다.” 

 

    그래서 던졌다. 

 

    K-7 사수는 첨병조 앞에 위치하지 않고 저 뒤에 떨어져 버렸다. 

 

    조원 모두가 난감하고 더 이상 움직이거나 다른 행동을 할 방법이 전혀 없다.

 

    보초는 어깨에 총끈을 걸쳐 AK를 허리에 수평으로 놓고 바다를 보고 서 있다. 

 

    나는 첨병조/선두개척조로 대검 끝을 약간 뽑아 놓았고, 달려가 공격하려고 하다...... 문득...... 보초의 발에서 내 위치까지 땅으로 시선을 줄로 그어 거리를 가늠했다. 내가 항상 던지던 거리에서 한 걸음 정도 많았다. 

 

    대검을 들고 달려가려던 나는, 문득 나도 모르게 대검을 뽑아 공중에서 180도 회전시켜 날 끝을 잡았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아주 착 들어온다. 옆의 조원이 놀란 눈으로 입을 벌리고 날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쳐다보지 않아도 말이 전해져온다. 뭐야 이런 미친 새끼가... 

 

    세상은 그 보초를 중심으로 두 개로 완전히 갈라져 있고, 두 세상의 접촉은 보초 몸의 중간 수직선에 있다고 상상하고 그 선을 본다. 호흡을 들이마시며 몸을 왼쪽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대검을 머리 위 수직으로 들어, 가벼운 숨을 내쉬면서 최대한 수직 1자로 검을 투척했다. 대검이 엄지와 검지에서 떠나는 느낌은 좋았으나 맞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안 맞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 발 앞에 큼지막한 짱돌을 집었다. 보초는 서 있었다. 옆으로 지나갔으면 뒤를 돌아봐야 정상인데... 칼날이 아닌 부분으로 맞았다면 총을 잡거나 뒤돌아봐야 하는데... 완전히 빗나간 것 같다. 바닷소리에 그걸 못 느낀 건가?... 

 

    어? 

 

    천천히 주저앉는다....

 

    맞았어. 

 

    짱돌을 들고 뛴다. 

 

    이럴 때 AK라면 개머리판을 써도 되는데.

 

    어서 카라시니코프를 구해야겠다. 

 

    곧바로 공격조가 성형장약 만든 것을 들고 출입구를 향해 뛴다.

 

    저 멀리 남쪽 2지역대 섹터에서 폭발과 함께 섬광,

 

    그리고 기관총 예광탄들이 모래사장을 향해 날아간다. 

 

- 잇빨중사, "구르는 검의 노래"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61 )

 

 

   (전략) ……  시간이 흐른다. 한 시간이 지나고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흐른다. 수풀 속에 숨 쉬는 짐승이 매일 먹이를 얻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 속에서 두 가지 사건이 다시 일어난다. 

 

    하나는 9중대장 박대위와 11중대 화기 이하사였다. 야간에 잠행하던 어느 밤.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총소리가 뒤범벅 되어 섞였다. 거길 지켜볼 수 있는 쪽으로 다가섰으나 곧 동이 터온다. 문중사는 어떤 일인지 지역대원 누구인지 보려고 위험하지만 근처 능선의 수풀에 위장하고 들어갔다. 동이 터 오고 날이 밝고, 북한군과 함께 민간인들도 모습을 보였다. 둘은 명을 달리해 도로 근처에 누워 있었다. 길게 자란 머리, 더러운 얼굴과 손과 수염, AK, 군관이 둘의 시신을 뒤지는데 쌀 봉지가 나오고, 먹을 수 있는 그저 풀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삭아버린 야채가 나오고. 총알이 회수되었다. 문중사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수풀 속에 웅크린 그는 이제 누가 남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날 군장을 뒤져 간 것이 박대위와 이하사였나? 이하사는 북한군복을 입고 있었다. 위쪽에서 죽은 사람을 도로 쪽으로 끌어낸 듯 수풀에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 

 

    그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거리는 한 100미터 정도였는데, 군관이 권총을 꺼낸다. 문중사는 일어서려고 했다. 누가 살아 있다! 그리고 저 멀리서 슬로우비디오처럼 장면은 흘러갔다. 높지도 않은 중위 정도 계급인 장교가 권총을 꺼내 왼손으로 위를 당겨 장전하고, 두 발을 쐈다. 박대위를 향해. 목숨이 붙어 있던 것은 9중대장 박대위였다. 문중사는 몸이 경직되고 턱이 떨렸지만 이내 피식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그래. 그런 거지. 하지만 기억한다. 군복은 거짓말 못한다. 색깔이 멀리서도 보인다. 너 정치장교냐? 백주에 대놓고...’ 

 

    총알은 시신에 이르러 몸을 때렸고, 총알에 시신이 퉁퉁 퉁기며 밀리던 모습이 보였다. 죽은 시신에 총을 쏴도 미동도 않는 건 구라였다. 죽은 자의 몸이 총알 반대편으로 원을 그리듯 밀린다.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났다. 어느 아침, 수풀 속에서 잠이 들어 있는데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혼자였기 때문에 산을 깊이 올라갈 필요도 없었다. 밤에 내려오기만 불편하니까. 확성기는 산에 대고 떠들고 있었다. 그러려니 하려는데 문득, 문득, 아무리 들어도 자신의 이름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단어. 투항. 투항? 항복하라? 

 

    이어 아무리 앰프로 증폭되어도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신중사님이었다. 문중사는 바로 일어나 조준경에 눈을 실었다. 남쪽의 탑차 같은 스피커가 달린 차량이 오고 있었다. 어느 순간 정지하더니 마이크를 든 사람이 나왔다. 담당관 신중사였고, 그 뒤에 총구를 겨눈 보초와 군관이 따라 나왔다. 멀리서 봐도 신중사는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고, 얼굴은 밤송이처럼 부어오른 것이 여러 군데 있었고 피부는 위장한 것처럼 얼룩져 있다. 군관은 처음 보는 놈이었지만 또 정치장교였다. 

 

    문중사는 하늘을 본다. 하늘은 자신의 마지막 것까지 가져가려 하고 있었다. 한숨을 쉬고 다시 조준경에 시선을 얹는다. 병사가 입에 들이민 마이크로 신중사가 말하고 있었다. 

 

    “문주환 중사, 어서 나와 투항하라!!!”

 

    문중사의 귀에 들리는 그것으로 신중사에게 실망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저 상황에서 고문 받고 자신이 더 저항할 것이다 말할 수 없다. 다만, 구차하게 명을 유지하는 개인적인 치욕은 말하지 않아도 보인다. 문중사는 그것보다 신중사를 자세하게 보는 데 열중했다. 포켓은 다 뜯어지고 바지는 허벅지가 다 드러날 정도로 찢어져 있고, 너무도 다르게 비쩍 말라 있었으며, 한쪽 눈은 부어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있었다. 손이 묶인 상태로 간신히 서 있었고, 지나가는 한 줄기 서늘한 바람에도 훅 넘어가 버릴 것 같았다. 흔들리는 비쩍 마른 묘목 같았다. 

 

    그때 새로운 말이 귀에 반복해서 들어왔다. 

 

    “문주환 중사. 어서 나와 투항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광화국은 항복자를 살려주고 우대한다. 0공수특전여단 5대대 폭풍지역대 10중대 문주환 중사. 폭풍! 폭풍 지역대! 문주환 중사 투항하라!”

 

    그건 신중사가 머리속에서 꺼낸 멘트가이 아니다. 한 병사가 종이를 눈앞에 보여주며 신중사를 툭툭 쳤다. 문중사 귀에 들어온 말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폭풍’ ‘폭풍’ ‘폭풍’ 오랫동안 짐승처럼 뇌를 쓰기보다 본능에 의존했던 문중사 귀에 들린 그 단어. 그건 지역대 약정어었다. 바로 [강압에 의한 말/행동]이라는 약정어. 이 약정어를 말하지 않았다면 신중사는 굴복한 것이다. 지역대는 북으로 넘어오기 전에 집중화교육을 하면서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신호 전달로 지역대 일반명칭을 골랐다. 폭풍 지역대의 ‘폭풍’은 강압에 의해 행동하고 있다는 약정어였다. 오중사의 폭풍이라는 단어를 듣자 없었던 실망감이 부각되었다가 다시 저 멀리 먼지처럼 사그라지어 흩어진다. 

 

    문중사는 씨익 웃는다. 폭풍. 

 

    ‘담당관님 알아들었어요. 그만해요.’

 

    그냥 봐도 강압에 의한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신중사가 재차 그 말을 반복한다는 것은, 언어를 정 반대로 해석하라는 말이며, 더 설명하면 (제발) 투항하지 마라! 그 말이다. 끝까지 하라는 말. 자기는 신경 쓰지 말라는 말. 자기를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은, 문중사가 그 말의 뉘앙스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항상 그래왔던 분이니까. 자신을 돌보지 않고 동료를 위해 항상 퍼주는 사람. 그러면서 자신이 살아 있다고 확신하고 딱 집어 부르는지 이유는 몰랐다. 아마도 불쌍한 놈 여러 명을 칼로 거시기 해 도로에 전시한 걸 보고 문중사로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담당관님은 자기와 같은 비참한 상태로 절대 오지 말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나처럼 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차량은 곧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것처럼 준비하고, 신중사는 흔들리는 몸으로 힘겹게 차량 뒤에 오르려 했고, 뒤에서 북한 병사가 밀었다. 마이크는 아직 켜져 있었고, 신중사는 마지막으로 다시 소리쳤다.

 

    “폭풍지역대 문주환 중사. 투항하라. 폭풍!”

 

    문중사는 조준경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계속 선배를 바라본다. 신중사가 살아남을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 땅은 남쪽의 자연스런 인권 인본주의 개념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관이 법이며, 관이 죽이라면 죽이고 박수를 친다. 신중사가 협조했으니 그들이 인도적으로 목숨만 살려준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거짓말이다. 믿을 수 없다. 그간 행태를 봐도 이곳은 저개발 비-문명국. 잡히면 죽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쪽은 악랄한 게릴라다. 

 

    신중사는 결국 차에 올랐고 문은 쾅 닫혔다.

 

    문중사는 조준경에서 눈을 떼지 않고 멀어지는 차량을 바라본다. 굽이굽이 비포장도로를 따라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지는 차량. 문중사는 드디어 조준경에서 눈을 뗐다.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멈췄다. 표정은 고통스럽지도 않았고 씁쓸한 미소 같은 것이 스치는 듯하다. 좋아하지도 않고 그냥 사귄 여자가 알아서 이별을 통보하고 떠난 직후의 표정? 문중사 인생을 지배해 온 모든 것. 냉담. 그러나 그것이 문중사에게는 마음에 일렁이는 파도를 암시하는 가장 큰 얼굴표정이었다. 문중사는 태어나서 처음 하는 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잘 가. 형.”

 

    그날 밤, 정치국을 향해 내려갔다. …… (후략)

 

- 잇빨중사, "Rain"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65 )

 

 

   (전략) …… 작전참모는 두꺼운 보고철을 들고 사령관에게 보고 들어갈 준비를 한다. 질문이 있을까봐 잠시 서류를 들춰본다. 사실, 차마 읽을 수가 없는 내용들이다. 어제도 오늘도 넘어간 대원은 줄어들고 목숨을 건 레이스를 벌이며 무선전문에 단순한 문구로 말하고 있지만, 살려달라는 아우성 같다. 이런 전 세계적으로 어리석고 무자비하며 대책 없는 특수전이 어디 있나. 퇴출도 재보급도 없다니. 데리고 올 방법이 없다니... 

 

    참모는 맨 마지막 어느 지역대에 관한 내용을 보다가 두 서류의 앞뒤 순서를 망설였다. 사령관은 대대 단위로 묶어서 보고하는 것에 크게 분노했었다. 

 

    “당신 지역대 생활 해봤어? 보고를 대대로 묶어? 당연히 지역대가 보고 기초 단위가 되어야 하고, 중요한 건 팀 단위로도 자세하게 보고해. 어떻게 피 흘리는 부하들의 보고를 이렇게 대대로 묶어 대충대충 몇 마디 말로 간략하게 정리할 수가 있어? 이건 보고서가 아니라 행동하는 혈서야. 죽어가는, 그리고 데리고 오지도 못하는 내 부하들의 얘기야. 북에선 동지들이 이러고 있는데 식당 밥 먹으면서 스토아 철학이라도 떠올려? 단 한 명에 관한 것이라도 있는 그대로, 전문 그대로 완전한 상태로 모두 보고서에 넣어서 가져오라고! 알겠어?” 

 

    마지막 지역대 것은, 어느 것을 앞으로 넣고 어느 것을 뒤로 넣어야 하나. 작전참모는 망설였다. 잠시 망설이다, 사령부 수신 전문을 앞으로 하고 송신 전문을 맨 뒤로 넣었다. 정확한 교신 시각을 보니 지역대 통사가 보낸 전문이 먼저 수신되었고 그 다음 사령부 전문이 송신되었다. 사령부에서 보낸 전문은 사령관도 잘 아는 것이니 굳이 앞에 넣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군복 깃을 펴고 상의를 펴고 발을 구른 다음 사령관 실에 노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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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전사령부 예하 

 

00여단 02대대 5지역대 통신보고서 

 

사령부와 00-02-5지역대 간 송수신한 

 

마지막 전문에 관한 사항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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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 : 00여단 02대대 5지역대 

 

수신 : 특수전사령부 작전참모/전시작전실.

 

내용 : (전문 그대로)

 

10. 29 지역대 목표 타격 후 적 추격.

도피탈출 중 대규모 적과 교전. 적 정규군. 

적 포격. 30일 새벽 2차 교전. 분산탈출. 

지역대장 7~8중대장 전사. 현 생존 확인 2. 

차후 지시 요망. 안되면 되게 하라. 단결. 

 

분석 : 수차례 5지역대 교신 시 통사 피아식별이 

 

있었고, 00여단 통신대로 수신된 전문으로 보면, 

 

여단 통신대는 지역대 통사를 중사 조충환으로 

 

추정함. 조중사와 1명이 생존한 것으로 추정. 

 

이후 3일간 무선망에 등장하지 않음. 5지역대

 

는 전투불가 상태로 추정. 대대 규합에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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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 : 특수전사령부 작전참모. 전시비상작전실

 

수신 : 00여단 02대대 예하 3개 지역대 공통

 

 

내용 : 전 대대는 20XX년 10월 30일 23시까지 

좌표 39857987로 규합하여 대대 통합작전으로 

전환. 17km 북방에서 목격된 적 장거리 미슬 

포대들을 찾아 습격 섬멸 파괴하라. 반드시 제거

해야 할 주요 이동목표임. 최선을 다해 반드시 

제압하라. 재보급과 퇴출 일정 노력 중. 통일! 

 

- 잇빨중사, "선처럼 가만히 누워"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68 )

 

 

   (전략) ……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켜 좋은 무전기에서는 지독한 잡음만 들린다. 주파수 니미 씹이다 소리가 정병장 목구멍에서 나올 뻔했다. 기다림은 이제 좌절을 위한 준비였다. 제 시간에 등장하는 통사는 거의 없다. 무전기가 파손되거나, 이동 중이거나, 수동발전기나 솔라 셀이 나갔거나, 통사가 전사해 보낼 사람이 없거나. 물론 자체 통신주특기 교환교육으로 장교들이 받기는 하나 워낙 속도도 느리고 장비를 잘 다룰 줄 모른다. 가끔 그런 송신이 들어오곤 하는데, 통신단 무선병들은 금방 느낀다. 처음에 그런 상황은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 제대 통신주특기가 모두 전사/실종되었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대타로 나온 장교들은 통신 기초반 뚜드려 맞는 수준으로 들어온다. 그럼 마음이 정말 씁쓸하다. 그래도 그들의 상대는 부사관 통사들이다. 

 

    치지지지. 까르릉까르릉. 푹푹푹. 거기에 가끔 보이스 통신까지 간헐적으로 섞인다. 

 

    ‘어떤 새끼들이 이 주파수로 팩스를 보내냐. 어디 노르웨이냐? 제발 빨리 사라져라. 우리 교신시간 오기 전에...’ 

 

    그 정확히 똑같은 주파수를 쓰는 세계 모든 무전기의 잡음이 여기 모인다. 선박도 있고, 상업통신사 내부 통신도 있다. 특히, 많은 분량의 강한 디지털 송신이 같은 주파수에서 일어나면 출력이 강할 경우 모오스 신호 같은 건 금방 잡아먹는다. 모오스가 실을 푸는 거라면 디지털 대용량 송신은 폭 20미터짜리 도로를 공중에 까는 것과 같다. 그로 인해 고통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세계는 이 전쟁과 상관없이 지들 먹고살고 돈 벌기 위해 이것저것 서로 송수신한다. 그래도 가난한 놈들이다. 좀 있는 놈들은 거의 다 극초단파 이상이다. 군대도 아닌 상업회사들도 자체 보안 때문에 파형과 위상 단위를 일그러트리거나 한 파형을 수학적으로 나누거나 깨트려 섞은 다음 날린다. 둥기화 된 같은 장비가 아니면 위상각이 깨진 신호는 잡음 그 이상이 아니다. 그리고 북은 이 부대를 감시하기 위해 밤에 모든 주파수를 돌리며 교신을 캐치하려 하고, 가끔은 노력한 위장 통사가 통신단 무선병에게 교신을 걸어온다. 온전하게 호출하고 남들 보기에 드러나게 하는 건 햄 무선통신이나 이런 재래식 통신 밖에 없다. 미군 특수전은 이미 호환통신기 아니면 수신도 안 되도록 다 바뀌었고 그마저도 위성을 이용한다. 

 

    5분전. 정병장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귀만 연다. 3대대. 상황 어떤 건가. 또 오늘도 혹시나 하다가 역시나...로 허무하게 끝나는 건 아닌가. 윤상사는 살아 있는가? 김하사는 받아야할 중사도 못 달고 넘어갔을 거다. 얼굴이 낯익게 떠오르는 네 중대 통사들. 그리고 또 기억나는 것은 같이 넘어간 지역대 행정병이다. 여단을 떠나기 전에 7지역대 통사들과 부대 밖에서 오리탕에 소주 한잔 할 때 만났던 정병장보다 1년 정도 느린 짬밥의 행정병. 사령부 상병 얼굴이 아니었다. 그들은 어찌 되었는가. 눈으로 보고 말로 나누고 감정으로 피부로 와 닿는 그들. 모두 살아 있다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못내 불편하다. 

 

    1분 전. 기지무전기라고 해서 전원 빵빵하다고 먼저 마구 때릴 수도 없다. 기지국도 이미 저들에게 위치가 일정하게 노출되어 있고, 교신은 최대한 시간을 줄어야 한다. 만약 제공권이 저쪽과 이쪽이 균등하다면 이렇게 산에서 대놓고 고출력 무전기를 쓸 수도 없다. 곧바로 폭격 맞는다. 하늘은 이쪽이 지배하고 있어 이것이 가능하다. 낮에 막사 밖에 나가면 동영상으로나 봤던 한국과 미국 최신형 전투기들을 택배차량처럼 쉽게 볼 수 있다. 

 

    30초 전. 역시나로 끝날 마음에 준비를 한다. 슬퍼하지 말자. 너무 기대하지 말자. 하지만 등장했으면 좋겠다. 7지역대가 아니라도 좋다. 제발 나타나라. 3대대 전력이 이미 1/4로 하강했다는 건 안다. 그래도 머나먼 외계와 같은 이 밤하늘 공간에서 전파로 만나 안부를 묻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숨소리를 듣고 싶다. 우리가 여기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포기하지 말라고. 곧 아군이 밀고 올라가 당신들은 영웅이 될 것이라고 거짓말이라도 하고 싶다. 조금만 더 버티라고. 

 

    타전기를 잡은 일병이 정병장을 본다. 눈빛은 이미 포기하는 것 같은. 정병장은 주먹으로 면상을 갈기고 싶다. 너 이 새끼야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린 온다고 생각하는 거야. 온다고 믿어야 돼. 이건 피의 절규야. 북한 어느 산골 능선에서 급하게 안테나를 펴고 교신시간에 맞추려는 땀과 피를 생각해라. 그들은 먹지도 못하고 한 손에 총을 잡고 무전기를 조작하고 있다. 

 

    교신자가 줄어들어 점차 북한 감청반의 표적이 되는 것 같다. 듣기에 북한에도 차량이 아닌 도수용으로 감도 좋은 전파추적 방향탐지기를 가지고 있다는 설을 들었다. 정말 무서운 말이었다. 그 설은 몇 번 교신 중 갑자기 사라진 통사들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루머일 수도 있다. 

 

    정시. 정병장은 시간이 정확한지 시계의 초심을 본다. 물론 서로 초까지 정확하지는 않겠지. 침이 넘어간다. 

 

    그때였다. 

 

    저 혼탁한 잡음 속에서 무언가 정병장 귀를 자극한다. 

 

    “스켈치 꺼!”

 

    “들리십니까?”

 

    “꺼보라고. 스피커에 테이프 내려 봐.”

 

    “저는 안 들립니다.”

 

    정병장 귀에는 무언가 감으로 온다. 눈을 감는다. 

 

    “있어. 떴어. 잘 들어봐.”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우리 호출부호 날려.”

 

    “안 들립니다.:

 

    “일단 날리라고 이 새끼야. 토 달지 말고.”

 

    일병이 통신단 호출부호를 때린다. 

 

    그때였다. 정확한 숫자 호출부호. 정병장은 흥분했다. 일병도 들었다. 호출표를 본다.

 

    “어디야!”

 

    “......”

 

    “어디냐고!”

 

    “7지역대! 지정 통사 정시 등장!”

 

    정병장이 일어섰다. 

 

    “비켜! 니가 옆으로 와!”

 

    포커에서 에이스 포커를 잡았을 때? 잭팟이 터졌을 때? 

 

    정병장 몸이 떨린다. 숨을 참으면서 타전기로 호출부호를 그쪽에 인식시키고 전문이 있다고 알린다. 정병장은 탁자의 타전기를 잡고 머리는 스피커에 바짝 붙이고 그대로 멈춰 손만 움직인다. 감도는 역시 하나 제로. 들렸다 안 들렸다 한다. 그러나 고참은 그 중간 끊긴 부분을 감으로 부호를 넣어 말을 알아듣는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일병이 정병장 앞에 하달전문을 넣는다. 

 

    “안 돼. 보고전문부터 받아야겠어. 언제 끊길지 몰라.”

 

    “하달부터 해야 올바릅니다.”

 

    “아가리 닥쳐. 언제 끊길지 모른다니까.”

 

    정병장은 전문을 보내라는 부호를 재차 송신했다. 그쪽에서는 하달부터 받으려고 생각했다가 그렇게 나오자 잠시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곧 전문을 송신하기 시작했다. 

 

    “너 씨발 똑바로 받어.”

 

    정병장도 중간에 타전기로 줄바꿈 신호를 날리면서 똑같이 수신하며 종이에 받아쓴다. 

 

    “1열 오탈자?”

 

    “없습니다. 계속... 계속...”

 

    “나도 없다. 계속 간다.”

 

    긴장. 소리는 나지만 나머지는 완전한 적막. 다른 방의 잡음이 전혀 안 들린다. 오직 저 멀리 북에서 날아오는 미약한 신호 하나에 집중. 점차 끊어져 재송이 반복된다. 

 

    “3열! 완벽하냐?”

 

    “3열 중간 ㅁㅁㅁ 오탈자 둘! 재송바람!”

 

    “난 하나. 하여간 재송 요청한다!”

 

    전문이 거의 들어왔다. 길지 않다. 

 

    “수신 끝! 오탈자?”

 

    “없음.”

 

    “1번 수신자 수신 끝!”

 

    “2번 수신자 수신 끝!”

 

    “어서 하달 날리십쇼!!!”

 

    송신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워낙 기지무전기 출력이 강해서 그쪽에서는 또렷하게 들어간다. 중간에 잘 못 받았으니 거기 다시 보내라는 신호만 들으면 된다. 집중해서 정확히 타전만 하면 된다. 중간에 까르르르... 디지털도 송신된 거 같다. 전문을 송신하는 정병장의 눈은 상기되어 번뜩이고 숨은 누르고 눌러서 터질 듯하고, 팔은 정확히 날리려고 힘을 주다보니 평상시보다 속도가 좀 떨어진다. 

 

    “송신 끝! 씨벌!”

 

    “하달 송신 끝!”

 

    정병장이 의자 뒤로 몸을 젖히고 숨을 몰아쉰다. 땀이 흘렀다. 땀이. 그 짧은 순간에. 그리고 안도감. 만족감. 

 

    “야, 해역실로 수신전문 바로 전달해.”

 

    “수신전문 해역실로 전달! 긴급 아니었죠?“

 

    “아니라도 그냥 씨발 가서 바로 해역 넣으라니까.”

 

    “알았습니다.”

 

    “.... 수고했다. 욕해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정병장님. 기쁩니다.”

 

    아련하다. 담배 피우고 싶다. 그러나 곧 이어 다른 지역대 등장을 기다려야 한다. 7지역대는 대대장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대대 보고가 포함되어 있다. 대대 거의 반은 먹은 거다. 물을 잡아 벌컥 벌컥 들이마시고 다시 시계를 본 뒤에 눈을 감고 귀를 연다. 조금 일찍 등장할 수도 있으니 마음 놓으면 안 된다. …… (후략)

 

- 잇빨중사, "반사 굴절 회절"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72 )

 

 

  (전략) …… 총을 잡은 대대장은 감회가 새로웠다. 군문에 들어와 베레모를 썼고 무수한 밤 훈련과 작전을 했었다. 수없이 산을 탔고 도피탈출과 기나 긴 행군을 했다. 돌아오면 엄청난 폭음을 했고 그렇게 한 청춘을 보냈다. 그러면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었다. 어디까지 진급할 거냐고?... 아니다. 바로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 그 말이었다. 강릉사건 때도 나가고 싶었으나 부대가 해당되지 않아 못 나갔다. 물론, 언론에 나오지 않는 대간첩작전에 몇 차례 나갔으나 교전이나 뚜렷한 결과는 경험하지 못했다. 언론에서는 북한군 특수부대라고 치켜 올리면서 같이 겁 좀 먹어주면 안 되겠냐고 종용하고, 이제 예능 프로에도 카메라를 들고 여단에 들어오는 시대를 맞았다. 

 

   주기적으로 오는 북한군 정찰국이나 특수전부대 출신 강연을 들으면 저들이 재래식으로 강하게 훈련하긴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 말을 들으면서 하나 개 같은 것이 있었다. 지들이 은연중에 국군보다 훨씬 강하다는 미묘한 뉘앙스였다. 아니, 듣다 보면 완전 개무시다. 그때 생각했다. 여기 군인들이 너희들 땅에서 얼마나 대단할 수 있는지, 재래식 시각으로 보는 그들의 눈으로 강연대 앞의 사람들이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 스무 명 들어가면, 니들은 강릉 때보다 우리를 빨리 잡고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아? 장담해? 내가 보기에 쟤들도 정신상태가 정상은 아니야. 거기에 언론이 놀아나고. 그래. 내가 대대장이 되면 대대 병력만으로 함경도나 평안도 반 정도는 벌벌 떨게 만들어주지. 니들 언론은 사실을 말하지 않으니 언론으로 동화되지는 않을 거고. 우리는 너희들 언론보다 더 무서운 것을 해줄 수 있어. 뭔지 알아? 바로 구전으로 퍼지는 세간의 공포. 그게 진짜지. 

 

   니들이 무력부 산하 특자 부대 정말 강하다고 집착하는데, 니들도 기회가 오면 거꾸로 한번 당해봐. 설악단은 여기서 별개고, 바로 우리들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니들은 사지에 몰린 칼 든 중학생 같아. 우리가 하는 방법은 너희들처럼 재래식이지 않아. 비콘 유도로 순식간에 정확히 폭탄 떨어지고. 가장 안심하던 밤에 너희들 중요한 게 쾅! 터질 거다. 당연히 우리도 피해를 입으며 할 거다. 

 

   민주주의에서 태어난 부대가 지 자식들에게 무한권력을 이양하는 전제주의보다 약할 거라고 생각해? 너희들 좀비냐? 사실 좀비 맞지 뭐. 우린 우리 정부도 대통령도 비판하는 나라야. 그게 왜 강한건지 너희들은 모르지. 우린 너희들 무엇이 왜 잘못되었는지 정확히 알아. 고난의 행군이라고 죄도 없는 주민들 수십 만 명 굶겨 죽이고. 당과 서열 신분 기관으로 카스트 제도 저리가라의 계급 사회. 천민이 철저하게 천민으로 살다가 죽는 나라. 우린 너희들을 때릴 이유가 확고해. 너희들도 확고하긴 하지. 그러나 너희들은 앞뒤 논리 이유 없이 세뇌당한 거야. 너희들 부대가 전시에 전선 돌파해서 내려와 봐. 일단 당과 조선중앙통신이 한 말이 온갖 구라라는 건 곧 느낄 테니까. 

 

   그래. 우리가 관념에서 덜 지쳐. 선민의식. 사람이 사람한테 그러면 안 된다. 우린, 편협할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보편타당한 자유와 인간애를 아는 사람들이야. 너희들 민간인은 건드리지 않아. 다만 군복을 입고 우리와 상대하려면 유서를 써라. 우리도 목숨이 경각에 달하고 위기에 처하면 너희들이 자랑하는 재래식으로 가장 잔인하고 포악한 부대가 된다. 너희들은 우리 군을 약하게 보지. 그러나 무너지기 쉬운 건 너희들이야. 우린 지킬 것이 있어. 너희들은 지킬 것이 당과 수령 밖에 없어. 우린 이미 이겼어. 기회만 오면 증명하겠다. 

 

   눈을 떠서 세계의 보편타당한 진리들을 받아들여봐. 거울로 당신들 모습이 어떠한지 정확히 한번 보라고. 당신들 체제를 제3의 눈으로 다른 시각으로 한번 바라봐. 세계에 모든 것이 공평한 곳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아. 그러나 국민들에게 공평할 권리를 주는 것은 국가의 도리야. 그 도리는 군인들에게 싸우는 이유를 명확히 주지. 

 

   저 인간도 정찰국이라고 어깨에 힘 존나게 들어가 있네. 싸우면 백전백승할 기세네. 수령이 정찰조 3명과 1개 사단을 안 바꾼다는 말을 한 뒤로 제정신이 아니지. 그래 좋은 꿈 꿔라. 너희들 생각보다 여기는 사실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부대가 아니야. 너희들처럼 아주 재래식 관념을 가진 부대야. 겉은 화려해보일지 몰라도 우린 결론적으로 또라이야. 그 일본군 반자이 돌격 같은 재래식 전통이 안 사라진 부대야. 참 이상하게도 그런 게 안 사라지지. 우글거리는 부사관들 때문일 거야. 언론에 안 나오는 우리의 광기를 봤어? 대대 회식할 때 한번 와봐라. 정말 정신병원으로 보일 거다. 여긴 광기가 저 밑에 대전차지뢰처럼 숨 쉬고 있는 곳이야. 그렇게 넋 놓고 있어라. 언젠가 우리가 가서 증명하겠다...‘ 

 

   부대 작계 상 D+2일 섹터 온 사방이 뒤집어졌다. 남조선 기습부대가 왔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이날 밤, 열다섯 개도 넘는 곳에서 습격과 파괴와 많은 폭발이 일어나 대지가 진동하고 아무도 잠들지 못했다. 그 일대에서 그런 일은 초유였다. 그들은 남조선 비정규전을 과거 빨치산으로 착각했다. 일대는 혼란에 빠졌다. 경험한 적이 없는 상황-경우였기 때문이다. 일대 교도대와 준군사조직이 24시간 대기로 들어갔고, 산중을 향한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편중령이 보기에 그들의 수색작전은 어설펐다. 남쪽에서 일어난 일과 아주 똑같았다. 반비트로 숨어든 대대원을 그저 산 올라가기 힘들다는 이유로 대충 지나쳤고, 도피탈출하다 중간에 뒤돌아서 자동으로 엄청나게 긁자 떠나고 10분이 지나도 적은 엎드려 있었다. 분명 수준은 전연(전방)에 비해 떨어졌다. 편중령의 대대도 피해를 입었다. 그들은 사살한 편중령의 대대원을 도로와 마을에 전시하며 광고했다. 남조선 괴뢰를 잡았다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 동시다발적 타격작전이 일대를 다시 한 번 흔들었다. 전선과 먼 이들에게 야밤 읍내에 수류탄 서너 발이면 발칵 뒤집어진다. 그런데 다시 동시다발적 공격이 여기저기서 일어나자 적 지휘관들도 당황한 것 같았다. 어디를 먼저 가서 소탕하고 진압해야 하나. 바로 그때, 근처 산에서 불타오르는 광경을 보며 편중령은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야. 이런 거 잘 모르는구나?! 너희도 점차 적응이 될 거야. 밤잠 한 보름 설쳐봐. 훤한 점심 때 헛것이 보일 것이다. 밤에 폭발 환청이 올 거다. 우린 그대로 돌려주는 거다. 너희들이 적응되어야 본격적인 게임이다. 그때부터가 진짜 레이스지. 물론 우리도 머물지 않고 발전한다. 실전이니까. 공포의 밤과 불온의 시간들, 집 밖에 나가기 두려워지고, 어둠이 내리면 다가오는 그림자들. 두려움에 떨게 하는 작은 발자국. 그게 너희들이었고 이제는 우리다. 우린 조선중앙통신이 말하는 것처럼 소탕되지 않아. 그리고 아군 시신을 학대한 너희들 재래식 고정관념에서 나온 죄는 꼭 기억하마.’ 

 

   그때부터 밤이 되면 적은 움직이지 않았고, 불필요하게 서너 명 돌아다니다 죽어서 발견되면 사자가 가졌던 총 실탄 수류탄 대검은 사라진다. 대대에는 대검으로 무성처리한 경험들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대장 명을 거역하고 몇몇 중대에서 아군 시신 학대에 대한 보복으로, 처리한 적 시신을 마을 입구나 도로 옆 나무에 걸어두었다. 그들이 먼저 아군 시신을 훼손하고 침을 뱉고 부패할 때까지 전시했다. 적 시신을 본보기로 전시한 팀은, 바로, 앞서 동료 시신 모욕을 산에서 조용히 눈으로 봤던 팀원들이었다. 형 동생 같은 가족을 죽이고 시신을 학대한 거다. 편중령은 이 일로 그 팀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그 뒤로 그런 고의적인 행동은 사라졌으나 이 사건의 여파는 저쪽에서 매우 컸다. 밤에 아무도 걸어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야간에 아니 돌아다닐 수가 없다. 그들 입장에서 항공! 때문에 모든 보급대열은 야간에 헤드라이트를 끄고 다녔는데, 마을이 고요하게 숨죽이고 깨어 있자 바로 이 차량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마을에서 증원 병력이 나오고, 바로 그런 혼란 속에 다시 들어가 본보기 건물이나 시설을 때렸다. 이때부터 팀 첨병들은 노획한 적 군복과 총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둔지나 대규모 군락지에서 밤에 꼼짝도 안 하자, 습격팀은 그들이 구하러 나올 때까지 대놓고 도로에서 총질하며 보급품도 노획했다. 

 

   그러자 이제는 밤에 유동도 없고 차량대열도 이 일대를 피해 다른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쫓아가서 습격하기 시작했다. 비정규전은 당하는 자는 힘든 법이다. 차량 대열을 직접 습격하지 않아도, 적외선 조준경으로 트럭 운전석의 두 명만 저격해도 난리가 난다. 둘만 저격하고 떠나도 챠량 대열은 정지하고 한동안 게릴라 떠난 빈들에 공허한 총질이 이어진다. 어떨 때는 며칠 밤 조용하게 보내준다. 그러면 또 도전적으로 이동을 시작하고, 허점이 보이려는 시점에 공격한다. 어려운 전술도 아니고 손자병법에도 다 나오는 전술이다. …… (후략)

 

- 잇빨중사, "어떤 이의 꿈"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75 )

 

 

   (전략) …… 저 멀리 수송기들에서 시동이 걸리고, 완전군장의 얼굴 시커먼 5대대 작전장교가 소리친다. 

 

    “표식 없다! 좌로부터 1번기!”

 

    대원들이 어그적 보행을 시작한다. 일어서기도 힘들어 빨간모자들이 손을 잡아 당겨주고, 일어서면 한 손에 산악헬멧을 쥐고 어깨를 직후방으로 들어 군장을 끌며 다리를 오다리로 벌려 가운데 군장이 덜렁거리며 수송기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군장 덜렁거림도 훈련이나 그런 거다. 너무 무거워서 천 근 짜리 성기가 달린 듯 무척 힘겹게 각 비행기 별 2열종대로 가기 시작한다. 군장에게 붙잡혀 끌려간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우리는 서서 군장을 하네스에 걸 준비를 하며 2번기 대열을 쳐다본다. 어디서 많이 본 예지몽처럼 낯설지가 않다. 인생은 정해진 걸까? 

 

    저 수송기 광풍과 굉음은 항상 편안하던 마음을 뒤집어 놓고, 너 이제 좆뺑이 까봐. 무섭지? 두렵지? 협박을 한다. 그러면서도 그 굉음은 이 군대생활의 어떤 증명과도 같은 고유, 다른 부대와 다른 우리만의 독특한 자부심 상징이다. 프로펠러 굉음은 목공소의 톱 도는 소리와 기계적으로는 비슷하나, 소리가 그 단어와 맞다. ‘청명’. 청명하다. 아주 맑고 순도 높은 항공연료를 태워서 그런가? 그 청명한 굉음은 시간의 현재를 망각시키는 수상한 매력이 있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수송기가 뭐랄까 무생물이나 그냥 기계로 보이지 않는다. 나름 그 녀석이다. 

 

    사방은 이제 컴컴하지만 그 어둠 속에 열린 수송기 내부 사각형은 밝게 빛난다. 난 이 그림이 무척 좋다. 야간강하가 마음에 쫄려도. 

 

    “군장 걸어. 우리도 가자!” 

 

    최상사가 입을 열었다. 

 

    2번기 대열 후미가 우리 곁을 점차 떠나고, 우린 무릎을 꿇고 군장에 걸린 결속끈 고리를 하네스에 걸고, 용을 쓰며 몸을 위로 당겨 일어서려 한다. 힘겹다. ATT 최고 군장보다 훨씬 무겁네. 대체 이게 몇 킬로냐? 몸까지 완빵 특전조끼 때문에 숨이 가뿐데 군장은 거기 한참 더 용을 쓰라고 한다. 빨간모자들이 달려와 우리를 일으켜준다. 빨간모자 중 캡틴인 원사가 마지막으로 여섯 명 점검을 시작한다. 이 굉음 속 점검은 보기에 강하자를 안심시킨다. 사람들이 까먹어서 그렇지 낙하산 믿고 인간이 저 높은 공중에서 뛰어내린다는 게 사실 멀쩡한가. 점검자가 고장 난 자산기가 고도계가 툭툭 친다고 갑자기 되살아나나? 그러나 심리에는 위안을 받는다. 사고는 원인이 존재한다. 고공의 경우 그 원인을 자신이 찾지 못하면 큰일 난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강하 순직사고의 조사내용은 이거다. [이유 불분명]. 경력자도 순간 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데, 몇몇 건을 보면 할로 나온 사람으로 이해가 안 된다. 왜 그랬을까. 왜 조치하지 못했나. 이해가 안 가는 경우가 사람 돌게 한다. 사람이란 그날 컨디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본능)이 있다. 본능을 통제 못하면 거기서 오류가 나오고 오류는 사고로 유도한다. 나는 주낙하산 기능고장을 겪고 나서 그걸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자가당착에 빠진 고정관념과 순간적인 착각이 날 죽일 수도 있다는 것. 주낙 기능고장 한 번도 안 겪고 제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최상사는 종종 그랬었다.

 

    “진정한 할로는 ‘확실한’ 기능고장 겪고 나서지.”

 

    맞는 말이다. 기능고장 안 겪으면 내 낙하산 포장 하면서도 경각심이 점차 떨어진다. 고공기본에서 어떨 때 정말 바빠서, 약간 뭐랄까 대충 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개방손잡이 당기니 여지없이 잘 펴진다. 이런 게 사람을 대충 하게 만든다. LALO는 특정대에서 다 알아서 해주지만 우린 다르다. HALO는 그 무난함과 나태함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HALO 낙하산 포장할 때 말조차 걸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한 사람도 있다. 

 

      [LALO - 저고도 이탈 저고도 개방.

 

      HALO - 고고도 이탈 저고도 개방

 

      HAHO - 고고도 이탈 고고도 개방.]

 

    나를 점검하는 원사의 눈이 마지막에 나와 마주쳤다. 특정대도 본부대다. 적어도 1년에 한번 우린 하나가 된다. 우린 여단 체육대회의 본부대 국가대표. 얼굴은 서로 안다. 

 

    “너 입식 종목에서 팔굽으로 때리던 놈 아냐?”

 

    “맞습니다.”

 

    안전검사는 계속 한다.

 

    “너 원래 사회 종목이 뭐야?”

 

    “킥복싱인데, 나중에 무에타이도 했습니다.”

 

    “하사 때는 복싱으로 나왔지?”

 

    “네, 그때는 종목이 없어서.” 

 

    “작년 체육대회 때 니가 KO 시킨 대대 애가 내 외조카야.”

 

    “누구죠?”

 

    “2대대 키 작고 땅땅했던 놈. 팔굽으로 정확히 면상 세 번 갈겼어.”

 

    “그렇다고 개방핀 빼고 그러시는 겁니까?”

 

    “야 니미 공수부대에서 뭐. 그냥 그렇다는 거지.”

 

    “외조카도 가죠?”

 

    “내일 넘어가.”

 

    “......”

 

    “너희들을 위해 기도하마.”

 

    “감사합니다.”

 

    “아 아저씨 안전검사 끝!” 

 

    “단결!”

 

    점검이 끝나자 우리 여섯은 동그랗게 모였다. 

 

    “자, 마지막으로 기억하자. 네비(독도법) 때문에, 개방은 4천에서 최상사 수기로 동시에 한다. 따로 일찍 하거나 늦게 하면 낙오된다. 강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팀 (공중)결집과 네비가 더 중요하다. 만약 기능고장이나 낙오가 나면 백지로 암기한 대로 1차 집결지로 와야 한다. 30분 기다린다.”

 

    정대위가 가운데 손을 모으라고 한다. 

 

    “우리는 할로맨이다. 레디, 셋, 고!”

 

    정대위 말끝에 여섯 명이 동시에 구호한다.

 

    “물! 하늘! 선견! 정찰! 할로. 할로. 할로!”

 

    우리도 수송기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 (후략)

 

 

- 잇빨중사, "Jumping Jack Flash"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78 )

 

 

    (전략) …… 

 

    마지막에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무식하고 용감한 사람들은.....

 

    밤 10시. 이제 곧 교대자가 올 시간. 둘은 수통 물도 다 마시고 마른 혀를 빨래 비틀 듯 억지로 침을 뽑아 삼키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훈련은 껌이었다. 좀 졸아도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여긴 졸면 죽는다. 침투 한 달. 전술종합으로 숙달된 몸도 체력 바닥을 드러낸다. 모두 10kg은 빠졌다. 이때 쯤 천리행군 남하 들어가나? 그런 건 없다. 전선을 남쪽으로 돌파하는 건 죽음 그 자체다. 차라리 천리행군 복귀라 말하지 말고 적 최전선 후방을 치라는 말이 올바르다. 사령부는 (자력) 복귀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진짜 농담처럼 천리행군으로 복귀하라면 다 죽으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령부에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 있지는 않다. 전선을 관통해 힘을 발휘하려면 적어도 2개 여단 생존자들이 모여 숫자는 되어야 한다. 돌파하다 2/3는 죽을 거다. 태백산 준령 타고 채명신 유격대처럼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군대는 세뇌다. 그리고 세뇌가 군대의 맛이다. 대원들이 버티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그 공포와 죽음을 무릅쓴 역사들이다. 채명신 유격대, Y-유격대, 켈로부대, 북한산 첩보대, 구월산 유격대, 대원들은 그런 걸 읽고 감동 받고 심리적으로 추구한다. 왜? 이유 별 거 없다. 멋있으니까. 고립무원의 적지에서 쌈빡하게 싸우고 먼지처럼 흩어지는 그 명료함. 심지어 빨치산 소설 남부군을 읽어도 카타르시스 쩐다. 그렇게 남들 보기에 자기가 아는 걸 무식하게 추구한다. 평안도 산악에 점프해 들어간 Y-유격대 지대가 로망인 걸 어쩌랴. 그게 진짜 뭔지 모르면서 추구했던 거다. 그리고 ‘추구’는 신이 허락한 그 사람의 방향이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림자. 보이지 않는 움직임. 언제부턴가 숙달된 적. 조용한 그림자.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이상을 느낀 것은 북한군모였다. 아무런 징후도 외관상 음향상 없었다. 그런데 북한모는 느꼈다. 뭔가 있다. 아래는 Y자 형 계곡이 두 개 위로 올라오는데, 나무가 별로 없고 수풀만 무성했다. 그래서 산 생활은 힘들었지만, 적을 간파하는 건 항상 이쪽이었다. 특히 대낮에 올라오는 건 저격을 자처하는 행위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대놓고 드러내지 않으며 다가오는 적이 생겼다. 그때부터 지역대원들은 상대하는 적이 달라졌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틀 전에 추격을 받다 사살한 적을 보고 알았다. 온 몸이 무성처리가 되고 야간정숙보행을 위해 준비된 상태를. 느낌이 전혀 다른 부대였다. 그들은 마크가 딱히 없어 어느 부대인지 몰랐다. 골격이나 몸도 상당히 우수해보였다. 어깨 떡살과 손목을 보면 안다. 마른 몸에 손목이 두터웠다. 

 

    북한군모가 벙거지 어깨를 톡톡 친다. 벙거지가 돌아보자 계곡 중 하나를 조용히 손가락으로 지시한다. 벙거지가 으쓱하자, 북한모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다시 톡톡 쳤다. 소리를 들어봐. 벙거지 표정이 일그러진다. 진짜로, 가을벌레 소리가 사라졌다. 주변을 냉랭하게 만드는 고요. 차디 찬 칼이 뒷목에 다가오는 기분. 소름. 다시 북한모가 다른 계곡의 능선도 지시한다. 뭔가 오고 있다. 도인은 산에 산다. 버스와 자가용과 매장의 큰 댄스곡과 공사장의 굉음을 멀리하면, 자기 핸드폰의 벨 소리조차 멀리하면 귀와 코가 열린다. 그리고 요가로 말해 두정안이 열린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다른 동물이 피부로 와 닿는다. 모든 동물들은 그것이 발달해 목숨을 부지하고 먹이를 찾는다. 안 봐도 죽을 공포와 잡아먹을 군침을 느낀다. 

 

    북한모가 20미터 떨어진 자리를 지시한다. 같은 참호에 모여 있으면 둘 다 금방 죽는다. 2차대전 영화의 벙커는 죽음의 관이다. 은폐 엄폐한 호는 시각이 좁아지고 결국 옆통수 뒤통수 맞아 죽는다. 화력이 정말 우세하지 않으면 쏘고 이동하고를 섞어야 한다. 

 

    북한모는 20미터 떨어진 곳으로 자기가 가서 동시에 공격한다 말하고 있었다. 한번 쏘면 바로 기동인데, 그때부터 생과 사는 갈린다. 말대로 되지 않는다. 공포로 몸이 얼어버리면 그 자리에서 못 벗어난다. 죽을 줄 알면서 못 벗어난다. 총알을 맞을 수 있다는 공포가 과중되면 손가락만 내밀어도 맞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면 점차 몸이 움츠러들어 작아진다. 움직이면 죽을 것 같다. 그걸 이겨내야 한다. 뛸 때 뛸 줄 알아야 한다. 맞을 때 맞더라도 과감할 때는 과감해야 한다. 

 

    벙거지가 끄덕였다. 단 둘이지만 화점이 두 개가 된다. 그 화점은 이동해야 하고, 올라오는 선두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 일단 엄폐하게 해야 한다. 시간을 끌어야 한다. 북한모가 이어폰을 낀 무전기에 스켈치 신호 네 번 연속해서 천천히 누른다. 그러자 곧 위에서 스켈치로 똑같이 네 번 누른다. 칙~~ 칙~~ 칙~~ 칙~~! 죽을 사(死)... 본대는 알아들었다. 

 

    북한모가 천천히 일어선다. 그때 벙거지가 북한모의 손을 덥석 잡았다. 벙거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어둠 속 눈. 둘은 이미 알았다. 죽음이 목전에 다달았음을. 이 자리는 적을 간파하고 공격하기는 쉬우나 후퇴기동이 너무 어려운 곳이다. 기동은 등을 적에게 드러내야 한다. 도망가는 대신 위쪽 지역대 본대를 살려야 한다. 자신들이 아닌 다른 지역대원이라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북한모가 보는 벙거지의 눈은 이혼하고 떠나는 어머니를 잡는 세 살 배기 어린애 같다. 혼자는 무섭다. 북한모도 무섭고 벙거지도 무섭다. 죽는 것 이전에 혼자가 무섭다. 꼭 죽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조여 온다. 벙거지가 눈을 떼지 못한다. 어미를 잃고 온 몸이 부러지고 생채기를 입은 시라소니의 눈. 어디라도 기대고 싶은 눈. 세상의 마지막을 보는 듯한 눈. 

 

    북한모가 성호를 그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그리고 벙거지 이마에 십자가를 눌러 그렸다. 천주교 식으로 십자가 수직선이 길다. 북한모는 벙거지의 손을 잡아 자기 이마로 가져간다. 벙거지의 떨리는 손은 결국 북한모 이마에 십자가를 그었다. 북한모가 동공을 얼음처럼 차갑게 응시하며 손바닥을 선서하듯 든다. 

 

    ‘우리는 손을 들고 앞으로 나온 사람....’

 

    눈을 고정한 상태로 저 위를 향해 손을 뻗는다.

 

    ‘지역대를 살려야 한다...’ …… (후략)

 

 

- 잇빨중사, "대열의 끝에서 뒤돌아 선"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81 )

 

 

    (전략) …… 중간의 하사가 몸을 일으켜 반합을 찾는다. 그러자 중사가 하사의 손을 눌렀다. 

 

    오른손...

 

    그러자 하사도 재빨리 왼손으로 오른쪽에 누워 있는 중위 오른손을 눌렀다. 모두 멈췄다. 하사는 앉아서 굳었고 중위와 중사는 누운 상태로 눈을 떴다. 돌연사한 시체의 눈처럼 크게.

 

    서서히 중사가 소리를 죽이며 일어선다. 하사는 중사의 눈을 주시한다. 하사와 중위는 어떤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사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일어나, 양팔로 땅을 짚어 앞으로 밀면서 일어나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드는 총. 밤에 잠들기 전에 유사 시 총의 소리 없애기 위해 총기끈을 완전히 조여 놓았다. 

 

    중사는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왼손을 땅 짚고 오른손으로 총을 든 상태로 무릎으로 약간 기었다. 그리고 앞 수풀로 다가가 서서히 머리를 내밀며 천천히 살피기 시작한다. 중위와 하사도 같은 동작으로 조용히 일어나 수풀로 붙었다. 둘의 눈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린다. 아무 일이 아니기를 빌었다. 

 

    둘은 중사를 봤고, 중사가 돌아보며 눈을 맞추고 나서, 천천히 손을 들어 오른쪽 아래를 지시했다.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셋이 눈을 다시 맞추고 - 둘이 어깨를 으쓱하자 중사가 입모양으로 ‘기다려.’ 했다. 

 

    중사가 어떻게 깨달았는지 모르나 적이 올라오고 있었다. 큰 군장 없는 단독군장 형태. 저 멀리 아래 수풀에서 북한 군모가 톡톡 치솟았다 내려갔다 반복하더니 드디어 몸을 드러냈고, 첫 적은 사방에 신중하기는 하나 여유가 있었다. 이어 다음 것이 솟아올랐다. 셋. 넷. 다섯. 그리고 마지막은 군관이었다. 군관은 권총을 차고 있었지만 손에 보총도 들고 있었다. 

 

    셋은 눈을 맞추고 다시 시선을 일제히 돌렸다. 그들이 제대 정찰조라면 이거 건드리면 좆된다. 그런데 문제는 군관이다. 총 다섯 명인데 군관이 하나 섞여 있다. 계급장은 잘 안 보이지만 정치장교는 아니다. 무슨 일일까? 만약 그들이 그저 다섯이라면 무슨 뜻인가. 그러나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군대에서 장교 포함 다섯 명 가는 것이 그렇게 아주 이상한 건 아니니까. 그들이 그 방향 그 길로 계속 올라오면 셋에게 50미터 측면에 완전히 노출된다. 그곳은 사실 길도 아니고 그냥 걸어갈 만한 곳이다. 나무가 별로 없으니까. 

 

    그들과 셋의 거리 100미터. 

 

    중사가 중위를 향해 눈을 돌리고 손가락 다섯 개를 펴고 흔들었다.

 

    ‘그냥 다섯인 것 같은데요.’

 

    중위는 고민했다. 거리상으로 보면 뒤에 병력이 없어 보이지만, 만약 총질을 해서 추격이 붙으면 낮에는 굉장히 힘들다. 시각과 시야가 트여 정말 힘들다. 다만 장점이 있다면, 그늘만 아니면 총구화염이 잘 안 보인다. 중위는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마음은 그냥 조지고 싶다. 대신 해가 지기 전까지 뛰어야할 지도 모른다. 빨리 판단해야 한다. 중위는 전날 하사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살아 있는 한 그냥 살자...’

 

    그게 중위의 진짜 마음은 아닐 수도 있었다. 중위는 원칙으로 생각했다. 싸워야 군인이다. 전쟁. 전투. 적. 피한다? 아니다... 그건 원칙이 아니다. 아주 드믄 사관학교 출신으로 하도 이목을 받아 역차별을 받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원칙이었다. 그것이 그가 버티는 힘이다. 이들을 그냥 보낸다? 글쎄... 

 

    이제 지역대는 분산되었고, 11명으로 넘어온 팀은 자신 포함 세 명 남았다. 더 이상의 작계가 없다. 그 작계의 맨 마지막 문구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명확했다. [차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끝까지 저항하고 적을 공격하고 보급선을 지연토록 하라.]

 

    그러나 중위는 의견을 물어야 했다. 아니 묻고 싶었다. 먼저 손을 뻗어 중사를 잡고 눈으로 물었다. 그저 무동작 무표정의 투명한 질문. 

 

    중사는 손바닥 끝으로 중위를 지시했다.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말인데, 중사가 책임을 회피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결정 그대로 행동하겠다는 건 중위도 알았다. 그러자 하사에게 눈을 돌렸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하사의 눈은 매서웠다. 곧바로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방아쇠 당기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중위 표정이 단호해졌다. 결정했다. 둘이 쳐다보는 가운데 중위는 오른손 엄지로 자기 목을 그었다.

 

    빠르게 중위가 지시를 내린다. 중사에게 손가락 다섯 표시해 고정하고 적 대열 저 멀리 한참 뒤를 지시했다. 군관을 잡으라는 말이다. 이어 하사에게 자기가 1번 저격, 하사에게 2번을 맡으라고 했다. 중위가 양손 주먹을 두 번 강하게 폈다 쥐었다 반복하고 양팔을 수평으로 밀었다. 

 

    ‘개인거리 20미터.’ 

 

    다른 건 말할 필요 없었다. 도망치는 자가 없게 하라면 1-2-5번을 쏘고 나서 중상이든 경상이든 맞기만 하면 3-4번을 바로 찾아 쏴야 한다. 쓰러지는 걸 정확히 확인하면 뛰어 내려가서 확인하고 노획물 찾아 들고 뛴다. 상대를 정확히 저격할 경우, 적은 도주하기 애매한 지형이었다. 되돌아 뛰려면 적어도 30초 이상 전신이 등을 보이고 노출된다. 다만 문제는 총이었다. 중위는 K1을 들었고 나머지 둘은 보총을 들고 있었다. 주로 야간에 작전했기에, AK식 조준간이 얼마나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느냐. 자기가 가진 보총의 실제 영점을 당연히 모른다. 전투에서는 20미터도 총 쏘기 엄청 멀어 보인다. 북한식 이름 보총인 AK는 여단에서 1년에 많아야 두 번 쏜 경험이 있었는데, 생각 제대로 박힌 여단장은 작전 투입 직전에 여단이 보유한 모든 AK 교육실탄을 불하해 AK사격을 시켰었다. 몇 자루 안 되는 총이 무척 고생했다. 

 

    그러나 50미터 정도면 믿어보기로 했다. 중위는 당연히 적응된 K1이 빗나간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공격의 심리적 배후에는 중사와 하사의 AK 실탄 노획이 있었다. 세 명 각자 실탄 휴대가 50발이 넘지 않았다. 

 

    재빨리 서로의 쌀과 판초를 접어 넣어주고, 다 넣고 등을 치자 셋은 20미터 씩 좌우로 거리를 넓혔다. 완전 초짜라면 옆에 있어주어야 사격도 정확해진다. 그러나 이제 셋 모두 단독 상황에 놓여도 할 것은 하는 능력이 있었다. 

 

    대상은 서로 2미터 안쪽으로 가깝게 붙어 오고 있다. 보병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 정도로 만만해보였다. 뭐 이렇게 허술한가. 

 

    사격 신호인 첫 방은 중위다. 다섯은 천천히 올라왔고, 그래도 총은 양손으로 잡고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중위는 선두의 병사를 조준했다. 

 

    ‘내 앞 90도 정면에 이르면 표적 속도가 빨라진다. 넘어서기 전에 정확히 한 방에.’

 

    순간 시작되었다. 중위가 첫 방을 당기자 1초도 지나지 않아 연속적으로 총소리가 났고, 중위는 상대가 쓰러지는 걸 보고 곧바로 3번을 찾았다. 순서상 4번은 하사와 중사 다음 타깃이다. 3번은 주저앉아 총을 거총하고 자물쇠를 푸는 듯했다. 중위는 곧바로 당겼다. 천천히 뒤로 넘어간다. 이어 4와 5를 찾았다. 이미 4도 맞았는데, 5는 안 보였다. 중위는 중사를 의심하지 않았다.

 

    “5번은!!”

 

    “맞았어!”

 

    “뛰어!”

 

    셋은 밑으로 질주해 내려간다. 그들 대열에 다가서면서 총구를 겨눴다. 그리고 거리 5미터에 이르자 땅을 탕 탕 탕 탕 지향으로 쏘면서 걸어간다. 다가가 보니 셋은 완전히 죽었는지 의식과 표정이 없었으나 둘은 남아 있었다. 하사가 다가서자 중위가 약간 크게 소리쳤다. 

 

    “총만 뺏어. 반항하면 쏴.”

 

    먼저 숨이 붙어 있는 사람 실탄과 수류탄을 회수했는데, 실탄과 수류탄 휴대를 보니 아무래도 주특기 보병이 아닌 것 같았다. 휴대량이 적다. 중위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뜨고 보고 있는 적 4번을 봤다. 눈이 마주친다. 눈에 독기가 없는 걸 보니 반항할 생각은 없어 보였고, 오히려 이젠 죽었구나 공포와 포기를 담고 있었다. 중위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상태로 무방비로 있느니 자폭해. 너의 눈빛은 바보 같은 죽음을 담고 있다고. 정말 그렇게 죽고 싶어?’ 

 

    중위가 4번의 눈을 보며 말했다. 

 

    “어이 동무, 전투 끝났어. 더 안 쏴. 알아서 내려가던지.”

 

    “여기! 장교 거!”

 

    중사가 군관의 권총을 중위에게 집 채로 빼서 던졌다.

 

    “에이 씨. 예비탄창도 줘야지.”

 

    “알았으. 두 개 있네. 여기~~!”

 

    셋은 이 다섯 명이 전투경험이 없었다는 걸 총을 쏜 직후 금방 알았다. 첫 총성이 났을 때 상대가 하는 행동을 보면 답이 있다. 경험이 있는 자들은 총소리 1초도 지나지 않아 일단 엎드린다. 거의 본능적으로. 앞의 다섯은 당황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총을 잡아 응사하려고 했다. 삽탄도 안 했고 자물쇠 확인도 안 한 상태. 첫 총성에 바로 엎드리고 최대한 은폐라도 될 것을 찾고, 다음 총성에서 상대 방향을 깨달아야 경험자의 정상이다. 그 다음은 본인 용감하신 대로....

 

    다 털었다. 3번은 쓰러져 눈만 뜨고 있었다. 셋 모두 실탄과 수류탄이 나오면 다른 사람 특전조끼 등낭에 넣고, 다른 사람은 본인 것에 넣어준다. 가져가지 않을 AK는 덮개를 열고 스프링과 함께 노리쇠뭉치를 꺼내 저 멀리 던져버리고, AK 총구를 잡은 상태에서 휘어지라고 땅으로 한번 강하게 후린 다음 쓰레기처럼 던졌다. 이미 예비가 있기에 총검도 뽑아서 모두 저 멀리 던져버렸다. 

 

    대충 행동이 정리되자 중위가 선언했다. 

 

    “뛰어!” 

 

    중위가 선두로 달리기 시작했고, 이어 하사가 뛰고, 중사가 맨 마지막에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5분 정도 상향을 달리다 지형이 달라지자 중위가 정지해 수풀로 들어갔고 이어 둘이 뛰어 들어왔다. 먼저 눈으로 뒤에 붙은 게 없는지 확인하고, 눈을 감고 양손을 펴 귀 뒤에 대고 레이더처럼 돌리며 소리를 듣는다. 중위가 숨을 몰아쉬며 묻는다. 

 

    “이상한 거?!”

 

    “없음.”

 

    “없음.”

 

    “뛰어!”

 

    다시 뛰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 번을 하고 나서 중위가 다시 선언했다.

 

    “속보로 내려!”

 

    그리고, 점차 평보가 되었을 때, 중사가 AK를 하나 들고 왔음을 중위는 알았다. 중위에게 K1 총알이 별로 없다. 중사는 그 총을 줘도 K1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쓴다는 걸 안다. 물어도 소용없다. 원칙 빼면 시체다. 중사가 건네는 AK는 상태 좋아 보였다. 중위는 그 총을 받고 주저앉아 숨을 거칠게 내쉬며 각개로 걸려고 총끈을 최대한 늘였다. 그리고 조용히.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서로. 세 명 모두...

 

    무엇을 생각하나 서로 묻지 않는다. 여전히 공허하고 착잡하다. 적 몇을 사살했다고 흥분되거나 들뜨지도 않는다. 자신 안의 공포는 더욱 말하지 않는다. 숨을 몰아쉰다. 공포를 말하면 더욱 공포에 끌려들어간다. 입에서 아예 안 뱉는 게 낫다. 무언가 저지른 공허는 더욱 더해간다. 셋은 혹시나 생각해본다. 분산된 지역대원들 중에서 이 총소리 듣고 찾으려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래도 모이는 게 마음에도 생존에도 좋다. 지역대는 수력발전소 공격 이후 급격히 줄었고, 대대적인 적 추격과 포위에 전투하며 분산탈출을 지역대장이 선언했다. 시간은 흐르며 동료들은 죽어가고 내 앞에 적 시체도 쌓인다. 이것의 끝은 상상할 수 없다. 산사람이 다 죽어야 끝난다. 

 

    중위는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인의 생각이 너무 길면 좋지 않다. 어차피 하는 일은 다 무식하고 단순하다. 

 

    “깝시다!”

 

    모두 특전조끼를 벗어 실탄과 수류탄 기타를 꺼내 나열한다. 수류탄이 네 발이나 입수되었다. AK 탄창과 실탄은 대략 모아 세 파트로 나누어 분배하고, 수류탄도 나누었다. 더욱 고마운 것은 북한군이 즉석쌀밥이라 부르는 전투식량 다섯 개였다. 그리고 반찬으로 그 전투식량에 포함된 비닐 포장 단무지가 있다. 중사가 작은 단무지 봉지 하나를 들어 씨익 웃는다. 뜯어서 가운데 내밀자 모두 하나씩 단무지를 잡아 입에 넣고 씹는다. 눈을 감을 정도의 향기로운 맛. 남한 것보다는 덜 달지만 그래도 상당히 ‘먹을 만’하다. 중사는 봉지 국물까지 쪼옥 빨아 먹었다. 

 

    사람을 죽이고 얻은 것. 초라한... 가난한 자들의 총질 약탈질. …… (후략)

 

 

- 잇빨중사, "횃불처럼"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83 )

 

 

    (전략) …… 숨이 가빠지고 의문이 꼬리를 문다. 정말 오기는 와? 여기까지? 저 전폭기 폭격은 정마 우리와 관계된 거야? 그나마 우리는 남에서 좀 가까운 편인데. 다른 여단도 이런 식으로 받고 있는 건가? 확신할 수 없다.

 

    서쪽 하늘. 뭐가 좀 나타나봐. 어이, 제발. 좀 와봐. 귀를 기울여도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대공포는 더 이상 안 터진다. 기수를 돌린 건가? 

 

    그때 터지는 무전기. 

 

    [TOT! TOT.]

 

    니미 심장마비 올라 그런다. 오고 있단다. 들어온단다. 안 돌아갔단다. 적 따꿍포에 안 맞았단다. 공군이여 영원할 지어다. TOT! TOT! 

 

    난 보았다. 훈련 때 두어 번 봤지만, 이 정도 기분은 아니었다. 훈련에서는 제발 다른 쪽에 떨어져 힘만 덜 빼고 싶었었다. 산 넘어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나부터 먼저 달려가고 싶다. 밝은 녹색 하늘 위에 갑자기 무언가 돌출적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화면상 오류 같은 검은 점이 나타났고, 그건 계속 커졌다. 십자가처럼 길고, 수직선이 유난히 긴 검은 물체. 그게 남서쪽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보지는 않아도 저쪽 구릉 중심에서는 전통적인 ‘T'자로 패널을 깔았을 것이다. 불 피운다는 것은 2차대전 이야기고. 대대본부에서 장거리 무전기에 숏안테나를 꼽아 CCT처럼 유도하고 있을 거였다. 

 

    대형 십자가는 우리 바로 우리 머리 위 정확한 일직선은 아니었고 약간 북으로 치우친 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프로펠러 소리는 안 들린다. 바람 때문인지 간간히 엔진소리 같은 가냘픈 것이 우이이이잉 하고 들렸다 사라진다. 그 소리는 익히 들어서 무엇인지 안다. 니뽄도를 날로 단 선풍기가 도는 소리. 날카롭다가 종종 우왕우왕거리는 애교도 부리는 프로펠러. 

 

    물체를 주시한다. 이제 문제는 어디 떨어지느냐. 이 상황에서 공패스를 돌라고 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한 번에 고! 해야 한다. 그건 DZ조의 몫이다. 그 교신은 우리가 들을 수 없기에 눈으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갑자기 제트기 굉음이 우리 구릉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면서 거대한 제트엔진 음을 선사한다. 정말 가깝게 날았다. 그래도 고도가 높아 눈으로는 못 본다. 플라이급 핵펀치 큰 형님이 마른 농구선수 동생을 엄호한다. 

 

    우리 셋은 정말 넋이 나갔다. 눈가 저 편에 김중사가 보이는데, 서서 꼼짝도 없이 서 있다. 똑같은 걸 보고 있다. UFO를 본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 비행기 모양이 그렇게 이쁘다. 원래 이쁘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천 배는 더 이뻐 보인다. 꼬리로 가는 그 잘록한 허리 맵시가 끝내준다. 곰돌이 같이 아담한 앞대가리. 천사의 날개처럼 달린 양 날개의 프랑크 소시지 네 개. 어떤 가스나도 저런 몸매로 우리에게 쾌락을 선사해주지는 않는다. 수송기는 뭐 우리의 친구다. 자꾸 중간에 나가라고 해서 문제지만. 정말 비행기 이쁘다. 저 안에 우리 여단 낙정대 원사나 고참들이 타고 있다가 공군 로드마스터와 함께 점프처럼 GO! 해서 밖으로 차낸다. 아니지 레일로 밀 거야. 차내는 건 양이 너무 작은 거다. 화물 포장하는데 하루는 걸렸을 거다. 안에 거 깨질까봐 밑에 번들 두껍게 깔아주고 고정하고 존나게 묶는 거지. 그 위에 낙하산 달고. 간이 콩딱 만한 상태로 이 상공을 날며 저거 차내는 맛도 쏠쏠할 거다. 고맙다 공군, 고맙다 특정대. 

 

    갈매기 꼬리에서 무언가 터진다. 나오는 물체 자체는 안 보이다. 낙하산이 터져야 뭘 던졌는지 안다. 우리가 매번 보던 그것. 무언가 조그만 것이 꼼지락거리더니 고무풍선에 바람이 들어가듯이, 살기 위한 병아리의 몸부림처럼 꼬물꼬물 부푼다.... 낙하산. 

 

    하나. 둘. 셋. 넷. 어.... 네 개 씨발. 

 

    층층이 약간의 고도 차이를 두고 떨어진다. 나는 시선을 내려 어느 쪽으로 떨어지나 감을 잡아보았다. 그러나 안다. 씨발, 저게 투하고도에서 땅과 중간 정도는 와야 어디 떨어지는지 감이 온다. 내 머리 위에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놈이 수백 미터는 저 멀리 떨어지고, 나온 직후에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 자기 쪽으로 떨어질 것처럼 착각할 수 있으나, 바람도 있고... 니미 떨어질 곳에 떨어진다. 그게 답이다. 공중의 바람을 모른다. 낙하산이나 폭탄이나 처음 기체에서 분리될 때는 머리 위 같다가 저기 떨어지고, 저기 떨어질 것 같다가 내 머리 위에 떨어진다. 공중을 보면 3차원 좌표가 안 보인다. 

 

    시선을 낙하산 따라 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것을 봤다. 분명이 끝난 것 같았는데 헉. 무언가 또 나왔다. 두 개. 또 낙하산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화물낙하산보다 분명히 작다. 앞서 본 화물낙하산이 그냥 낙하산이라면 그 낙하산은 마치 보조산처럼 작아 보인다. 착각이다. 화물낙하산이 그냥 큰 거다. 그러면 저것은?... 사람이다. 대인낙하산 씨바, 이 전시에 두 명이 점프했다. 와! 씨발. 쩐다. 누구야? 뒤질려고 환장했나? 아마도 대대본부 간부거나 그렇겠지? 이제 느끼겠냐 우리 기분을. ㅋㅋㅋ 돈다. 씨바 간과 붕알이 존나 염주처럼 작고 단단해졌지? 엊저녁 비행장 메뉴 뭐였냐? 존나 똥국에 짜장밥? 100% 성공 다이어트 월드에 온 걸 환영한다. 대령 배에 왕자가 드러날 것이다. 

 

    “아니 씨바 누구야?‘

 

    “짬마와 메인패스트 막번이 동시에 뛰었군. 존나.”

 

    “대체 저게 누굽니까?” 

 

    “낸들 아냐. 우린 보급품만 챙기면 돼.”

 

    “뭐 한둘 더 넘어온다고 나아질 것도 나쁠 것도 없다.”

 

    “북한 땅에서 발 털고 접지 준비.... 와 씨바 영화다.”

 

    “계급 하바리가 뛰진 않았을 거 아냐. 앞꿈치 무릎이다.” 

 

    그러다 갑자기 화물낙하산으로 시선을 돌리니 실감이 온다. 대체 저거 합하면 무게가 얼마냐. 화물낙하산 네 개. 직접 가봐야 알겠지만, 우리가 훈련 때 야밤에 숨어서 받던 거는 그냥 형식적이라, 화물낙하산도 특정대 창고 어디 짱박혔을 존나 조그만 거에 한 70kg 매달아 차낸다. 그냥 화물낙하산 장력에만 맞춘 무게. 

 

    그러나 이건 내가 별로 못 보던 대형 화물낙하산이다. 개인용 낙하산을 보고 다시 오른쪽 화물을 보니 그 크기가 상당하다. 전에 훈련 때 뿌리던 거 아니다. 와 씨바 무게 장난 아니겠는데. 하지만 어쩌냐 이렇게 반가운 걸. 쌀 한 톨 안 흘리고 은거지로 지고 간다. 니미 걱정도 풍년이다. 

 

    낙하산을 주시한다. 바람은 서쪽으로 밀리고 있다. 이때부터 공중의 낙하산과 땅을 번갈아가면서 보고, 낙하산이 점차 밑으로 흔들리며 내려온다. 

 

    [각 인수조. DZ 서북으로 뛰어!]

 

    잠깐 정신을 못 차렸다. 이때부터다. 떨어진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인수해도 곧바로 여길 빨리 벗어나야 한다. 알 수는 없지만, 낙하산이 잠시라도 레이더에서 반짝 했다면 위치가 노출될 수 있다. 어서 화물 해체해 뛰어야 한다. 나와 하사는 일어나 달렸다. 투시경 머리 위로 올리고 풀밭을 달린다. 낙하산 접지하는 건 보지도 못했다. 디지 서북쪽으로 달리는데, 굳이 찾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후레시들이 빨간 필터를 빼고 서너 개 흔들리고 있다. 대놓고 필터를 깠다. 처음이다. 무전이 터진다. 

 

    [각 경계조. 최고 경계!]

 

    다가가니 낙하산과 투하물 결박 벨트를 해체하고 있었다. 일단 하네스 벨트를 풀고 그 다음 포장을 풀어야 한다. 두꺼운 하네스 벨트가 풀리자 모두 대검을 꺼내 칼질을 시작한다. 

 

    “종류별로 한 곳에 던져!”

 

    “모든 화물낙하산 물품을 동일하게 물품별로 분류!”

 

    내가 보기에 분량 엄청나다. 사령부가 안 보내주던 걸 몰아주는 것 같다. 남쪽에서 넘치는 것이 여기서는 보석이다. 포장이 뜯어지자 대원들이 물품 별로 꺼내서 분류하기 시작했다. 

 

    “실탄 수류탄!”

 

    “K-7용이야?”

 

    “모르겠다.”

 

    “병신아 그게 가장 급해.”

 

    “배터리는 저쪽으로.”

 

    “식량은 일단 근처에 던져놓고 나중에 분류해.”

 

    “폭약! 폭약 어디야!”

 

    “저기로!” 

 

    “니미 적외선 조준경 들어 있다!” 

 

    “몇 개야?” 

 

    “모르겠습니다. 낙하산 별로.” 

 

    “그거 따로 모아. 분배 막하면 살인난다.”

 

    “시간 없어. 군수과 담당관. 일단 불하를 시작해!”

 

    “팀으로 부르지 말고 지역대로 불러.”

 

    “못 적으니까 머리로 기억 잘해!”

 

    각 인수조들은 가져온 빈 릭샥을 벌리고 옆에서 대기한다. 

 

    “1지역대!”

 

    “일단 배터리 받아! 받고 나서 지역대 물품 복창해!”

 

    “2지역대! 배터리 배터리.”

 

    “다른 지역대 조용히 옆에 대기해!”

 

    “3지역대 폭약. 필수.”

 

    “빨리 풀고 분배해.”

 

    “이거 다 못 들고 갑니다.”

 

    “일단 분류해!”

 

    정신 없다. 난리도 난리가 아니다. 세 시간 전에 우리는 3주 만에 만나 재회 상봉의 감격을 맛 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대화가 이어지며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를 듣자, 다들 눈빛에 고뇌가 돌았다. 대화가 막히고 어둠 속 살벌한 침묵. 곧 대대 작전장교가 조를 분류하고 임무를 줘 공중재보급 조 편성을 배치시켰다. 배치가 끝난 때는 자정 부근. 이어 사방으로 정찰을 내보냈다. 아무리 그래도 감청으로 인한 정보 누수가 있다면 다 죽는다. 만약 이것이 이미 노출된 상태에서 적이 부근에 숨어 매복하고 있다면 수송기에게 돌아가라는 긴급 송신을 해야 한다. 사령부에서 보낸 전문에는 디지 패널 알파벳을 언급하지 않고, 추정이 가능한 문구로 퀴즈처럼 보냈다. 그 퀴즈에서 나온 패널이 없으면.... 음... 자칫, 아군 F-15 폭탄에 맞아 우리 다 죽는다. 다행히 명확한 답이 나왔고 그건 DZ 유도조 외에는 보안으로 말하지 않았다. 항상 이런 식이다. 똥에 회충이 섞였다는 것도 보안이다. 그리고 보안은 그래야 정상이다. 

 

    모두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감격의 시간. 대한민국 국군이 찍힌 박스가 보였고, 그토록 바라던 것이 오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문명의 저편에서 우리를 잊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갑자기 생존할 수 있다는 기운이 솟는다. 북한의 컴컴한 높은 곳 벌판. 대대가 북적이는 가운데 모두 서로에게 힘을 받고 있었다. …… (후략)

 

 

- 잇빨중사, "내추럴 본"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87 )

 

 

 

   (전략) …… 피양. 적의 심장부. 그러나 우리는 안다. 단지 상징적일 뿐이라는 것을. 적의 대가리는 미군 콘크리트 관통폭탄을 피해 이미 거기서 떴다는 것을. 그러나 상징적이다. 북한의 가장 큰 도시. 수도. 북한 안에서 어디 비교를 할 수 없는 도시이자 빈껍데기. 그래도 공격한다. 우리의 작전자 목표는 평양을 친다는 것 그 자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평양 안에 아직도 남은 각 기관과 잔존 수뇌부가 우리의 대상이다. 도시에서 반항하는 그 모든 것이 우리 목표다. 그들이 우리 수도 서울에 했던 지나치다고 할 정도의 민간인 대상 파괴. 민간인 대상이 아니라 민간인을 염두에 눈꼽 만큼도 두지 않는 비열한 공격. 우리는 평양을 불태우고 점령하러 왔다. 접수하러 왔다. 우리 병력으로 택도 없다는 걸 안다. 그래도 공격해야 한다. 자신들의 심장이 난동의 중심부가 되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그들에게 평양을 평양답지 못하게 만드는 게 우리 의지다. 

 

    우리 군장은 다른 여단 군장과 다르다. 텐트 판초 며칠 치 식량 그런 거 없다. 식량은 특전식량 서너 개가 전부. 개인적으로 챙긴 초콜릿 바 정도. 그 외에 실탄 수류탄 폭약 성형장약 소이탄 야시장비 배터리 무전기 신호탄. 그리고 일부 대원이 휴대한 문을 여는 금속 빠루와 도끼. 그리고 내 걸 대형 태극기 여러 개. 

 

    대형 목표타격 여단의 군장 반 정도 부피지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개중에는 아예 군장을 쓰지 않고 대형 백팩으로 통일한 중대들도 많다. 관급이 아니지만 누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특전군장은 자체 부피가 커서 침낭 같을 것을 빼면 억지로 모양 이상하게 졸라매야 한다. 특히나 실탄은, 다른 여단에 비해 세 배는 넘게 백팩에 담았다. 우리는 산과 들을 뛰는 게 아니라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질주해야 한다. 전투강하를 하지 않기에 가볍고 바닥이 인공구조물에 착착 달라붙는 전술화들을 신었다. 장거리 무전기는 대대와 지역대 본부만 휴대하고 모두 단거리 FM 무전기와 소형 작전무전기만 휴대하고 걸었다. 우리는 단기 승부다. 평양을 비워야 한다. 그들이 포기하게 해야 한다. 

 

    헬기 안은 조종석 전투 계기등 외에 암흑. 우리들 눈에 핏발이 서 있고, 승무원들의 눈도 공포와 기대, 초유의 경험이라는 그 모든 걸 담고 있다. 내 눈이 승무원 한 명과 정면으로 눈동자를 마주쳤는데 우리 서로 아무 말 없이 괴물 같은 추상적 공포를 주고받았다. 승무원의 입은 반 쯤 벌어진 채 다물어지지 않는다. 씨바 피양이라니... 우린 뭐 다른 줄 아냐. 우리에게도 입이 벌어질 피양이다. 

 

    조종석 바로 뒤에 붙은 중대장이 우리를 본다. 

 

    “TOT 15분 전!”

 

    연습한 대로 모두 총을 잡아 자물쇠를 안전에 건 상태로 노리쇠를 후퇴전진해 실탄을 삽탄했고, 휴대 탄창을 하나씩 손으로 터치하면서 속으로 탄창 번호를 부르고 수류탄도 터치하면서 번호를 먹인다. 나는 평범하게 가졌다. 특전조끼에 탄창 8개, 수류탄 여섯 발. 내부소탕용 CS탄 세 개. 억지로 주어 넣기는 한 스턴탄 두 발. 소이탄 하나, 지하로 들어갈 경우 쓸 야간투시경은 백팩에 넣었다. 내가 짊어지던 부피의 형태가 아니다. 

 

    삽탄하고 다시 자물쇠 엄지로 확인. 승무원은 일어서 양쪽 기체문을 열 준비를 한다. 다친 승무원 쪽은 박중사님이 앉아서 문고리를 잡고 열 준비를 한다. 

 

    아직 어둠이라 야간투시경을 쓴 중사님이 밖을 주시하다 나를 보지도 않고 툭 친다. 저 밖을 지시하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반응이 없자 중사님이 나를 돌아본다. 오른손 검지를 수직으로 들더니 원을 계속 그린다. 헬기. 무슨 뜻인가. 아, 다른 지역대 헬기. 우리 헬기 대열은 현재 대형으로는 측면에 없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우리 헬기가 날고 있다면 그건 다른 지역대다. 아마도 우리 대대. 다른 지역대도 거길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적의 심장부를 향한 각 대대 지역대의 레이스. 난 갑자기 기가 막혔다. 

 

    ‘쩐다 씨발.’  

 

    드디어 승무원이 문을 확 열어젖히고 기관총을 잡고는, 노리쇠를 철커덕 후퇴전진해 장전한다. 갑자기 솟구쳐 들어오는 차가운 광풍. 밖에 불빛이 없다. 젖은 몸이 얼얼하다. 이제 다 온 건가? 니미 씨발 종말은 이제 다 온 건가? 도시 근처의 대공포는 우리 언급도 안 했다. 없을 리가 없잖아?! 또 쏘는 거야? 

 

    차가운 광풍 속에 대형 폭발음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뭐가 터지는 거지? 폭격인가? 아니 우리가 들어가는데 폭탄을 때리면 어떻게 해! 미친 거 아냐? 아니면 뭐야? 적 대공포야? 모르겠다. 일단 백팩을 등에 짊어지고 백팩 복부 벨트를 조인다. 그리고 내가 추가로 손에 들고 갈 탄통 하나. 중대장이 소리친다.

 

    “위치로!!!”

 

    우리는 각자 정해진 문으로 기어가 다리를 밖으로 내놓고 앉기 시작했다. 억지로 자세를 잡아 앉았을 때, 저 멀리 저 앞에, 주황색 화염과 회색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이어 폭발음이 울린다. 측문 사이드에 앉은 사람은 뭐 잡을 거라도 있는데, 나는 중간이라 잡을 것도 없고 총만 움켜쥐었다. 기체가 기울이지면 어 컴컴한 땅으로 추락할 것 같은 공포가 온다. 왠만한 각으로 돌아도 안 떨어진다는 건 알지만 몸이 느끼는 걸 어떻게 하랴. 기체가 비틀 할 때마다 발끝이 간질간질 추락의 공포. 투시경 벗은 박중사가 다시 저 멀리 손가락을 뻗으며 씨익 웃는다. 작은 점들이 얼핏얼핏 보인다. 우리 대열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날아드는 헬기들. 다리가 허공에서 논다. 씨바 부들부들 노는 다리가 땅에 뻗어 서지도 못할 거 같다. 공중에서 우리가 느끼는 또 다른 공포. 

 

    ‘니미 낙하산이 없어...’ 

 

    문을 열고 나니 질주하는 속도가 피부로 온다. 귓전을 스치는 강한 바람소리와 폭음들, 퍼퍼퍼퍼 쏘는 적 대공포. 그리고 멀리 분명한 타다다다다다 기관총 총소리. 어느 헬기에서 쏘는 건가? 밑에서 쏘는 건가? 그리고 어느 순간 무거운 것들이 나타난다. 행성에 외계 흔적이 나타났다. 거대한, 괴물 같은 사각형들. 등화관제 속 화성의 외계 구조물들. 오! 도시. 도시. 괴물의 도시. 뉴스에서나 보던 그 도시. 매우 크고 기다란 것이 저 멀리 수직으로 지나간다. 무슨 무슨 탑인가 보다. 

 

    “1분! TOT 1분!”

 

    그리고 중대장은 마지막으로 조종석을 향해 소리쳤다. 

 

    “시간이 없어. 안전하게 돌아가시고 우리 하사 좀 잘 부탁합니다! 파일럿과 승무원 수고하셨습니다! 안전하게 돌아가시오, 단결!”

 

    중대장은 거수경례해 두 조종사를 번갈아 봤다. 

 

    그러자 부조종사가 좁고 짧은 거수를 올리면서 외쳤다.

 

    “우리가 다시 데리러 오는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 

 

    중대장은 측문 창으로 붙었다. 

 

    폭발. 거세다. 헬기가 빨리 착륙하려 기수를 들었고 우리 몸이 뒤로 밀리면서 착륙. 우리 것인지 미국 것인지 전폭기들이 폭격하고 있다. 우르르 쾅! 꽈릉! 쾅 쾅 쾅! 무섭다. 상당하다. 온 몸이 쩌렁쩌렁 울린다. 여러 곳에서 공중을 향해 올라가는 예광탄과 대공포 발포음 퍼퍼퍼퍼퍼퍼. 그리고 저 멀리 회색으로 터오는 여명. 우리는 폭약 1파운드의 위력을 아는 사람들. 전기식 뇌관 하나의 폭발력을 눈으로 본 사람들. 폭격은 우리들 목표를 제외한 곳을 때리고 있었다. 회색이 터오면서 건물 윤곽이 점차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폭음과 먼지 파편들이 휙휙. 

 

    “먼저 장비 밖으로 던져!”

 

    우리 모두 안의 장비를 밖으로 던지기 시작했고, 승무원들도 같이 최대한 빨리 던진다. 

 

    “GO! GO! GO!"

 

    중대장이 먼저 뛰어내렸다. 난 나가기 전에 김인동을 보고 손을 뻗었다. 그때, 무기력했던 몸에서 갑자기 동력이 나를 치고 올라 감싼다. 김인동 가슴에 댄 내 손가락에서 심장의 고동이 손으로 왔다. 승무원이 인동이를 부여잡고 뭐라 소리쳤지만 못 들었다. 미세한 여명으로 헬기 바닥에 뿌려진 피와 검게 물든 붕대 조각들. 

 

    오른손을 거두어 다시 총 권총손잡이를 잡고, 안전에서 단발로 풀었다... 그리고 점프. 

 

    “뛰어!”

 

    난 뛰어내렸다. 그리고 순간 내 백팩을 찾아 등에 메고 왼손으로 탄통을 들었다. 오른손으로 든 총구와 내 시선이 사방을 둘러본다. 저 바로 앞에 백팩을 멘 중대장이 우리 헬기와 앞 헬기의 팀원들에게 우리가 뛸 방향을 지시하고 있었다. 벌써, 1번 헬기는 다시 공중으로 뜨고 있었다. 사방에 지역대원들이 뛰고 있었고 그 주류 방향을 보고 중대장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어떤 동료는 아예 총을 각개로 걸어 가슴에 내리고 군장 위에 가장 무거운 것들을 올리고 뛴다. 장비 예비실탄 두고 가면 언젠가 후회한다. 

 

    숨 가쁘게 질주. 백팩이 출렁거린다. 염병 밝아 있을 때 완전히 밝아서 조일 걸. 무장구보처럼 페이스를 안정적으로 하고 싶은데 모두 아가지 벌리고 전력질주에 가깝다. 처음부터 구보 골인점 근처에서 하는 행동으로 전력질주한다. 

 

    넓다. 조악한 콘크리트들이 사방을 덮고 또한 무척 넓다. 자금성도 아니고, 씨발 지구상에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저 멀리 우리의 목표. 사진으로 수백 번도 더 보고 꿈에도 나온 그 건물이 보인다. 뛰다 보니 박중사님이 바로 옆에 붙어 같이 뛰기 시작했다. 박중사는 그 건물을 향해 손짓하며 웃었다. 그렇게 활짝 웃는 건 1년 동안 처음 본다. 

 

    “내 인생 최고로 쌈빡한 날이야! 이겼어. 우리가 이겼어!” …… (후략)

 

 

- 잇빨중사, "어둠의 심장을 향해 - 알파"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91 )

 

 

    (전략) …… 평양은 그냥 지은 도시가 아니다. 도시계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소련 건축기술자들이 들어와 고문을 받고 지은 계획도시다. 그리고 그 도시계획을 전수시킨 소련 기술자들은 엄밀히 말해서 군사-기술자들이었다. 도시 방어를 염두에 두고 조언하고 북한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방어개념은 소련이 2차대전 동안 아주 많은 도시들을 독일군에게 공격당하고 퇴각하고 탈환하던 경험으로 쌓은 일종의 도시계획 전술이다. 모스크바는 붉은광장이 도시의 중심점이고 피양은 김일성광장이 그 중심점이고, 거기서 도로와 구획이 시작된다. 평양은 계획도시라 서울처럼 길을 잃을 일이 없다. 서울 서대문에서 성북역까지 갈 때의 골치 아픈 이정표 전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겉으로 허허벌판 대형 건물 도시 평양은 지하에 무수한 축성이 수행되고 땅으로 덮여 안 보일 뿐이지 일종의 군사도시다. 6.25 당시 항공폭격에 치를 떨었던 북한은 도시 지하로 엄청나게 파 들어갔다. 도시 중앙 남쪽에 대동강이 흘러 천연적인 방어막이 되며, 그 대동강 북쪽이 어쩌면 진짜 평양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첫 타깃은 가장 가까운 개성이었고, 그 중심축선을 따라 북상해 2차적인 아주 중요한 목표는 당연히 평양이다. 

 

    앞서 말한 소련 전술/전략 도시계획 때문에, 만약 지상에서 평양을 포위하여 공격할 경우 공격자 피해가 크게 날 도시다. 넓은 광장과 공터들은 공격자에게 위험했다. 단번에 그들 수도의 와해 시작점을 만드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육상 방어선 관통이 아니었다. 그들도 청야전술이라는 명목으로 평양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남한의 서울처럼 어디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상징적인 도시. 

 

    그렇게 특수전사령부의 전격적인 대규모인 공중강습이 나왔다. 종심 기습. 그러나 이것을 병력 숫자로 봤을 때 정말 대규모라고 표현하기는 애매하다. 이 강습은 그들이 ‘여기만은, 아직까지, 안전하다’라는 개념을 순간 무너트리는 것이다. 태평양전쟁의 일본국민들이 전쟁을 몽상에서 첫 충격으로 느낀 것은, 미 공군의 최초 일본 본토 폭격이었다. 그 폭격으로 일본국민에게 전쟁이 추상에서 현실로 다가왔다. 그 전에는 저 멀리 태평양 섬에서 자기 자식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환상소설에 불과했다. 그들 역시 국민을 세뇌했다. 평양 강습은 세계적인 광신의 목에 진짜 칼을 들이미는 것이다. 그들이 숭배하고 찾아온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는 그곳에 총알로 상징에 기스를 내고, 폭탄으로 명예를 부수고 유적지에 불을 지르며 상처를 주는 것이다. 맹목적인 자부심에 급작스런 공포를 심어주는 우리 군의 결정이었다. 

 

    평양 공중강습 전에 남쪽 육군본부에서 일어난 어느 장면을 한번 쯤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두 장군의 단독 대화로, 두 장군은 작전 실행 이틀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다. 

 

    “사령관, 이걸 시행하면, 냉정하게 생존률 어떻게 보나?”

 

    “생존률이요? 음. 제가 거기 가야겠죠.”

 

    “무슨 소리야?”

 

    “부하들을 사지에 내몰았으면 장수도 운명을 같이 해야 맞죠.” 

 

    “그러니까 생존률을 말해보라고.”

 

    “저 사령관까지 다 죽을 겁니다.”

 

    “결의는 좋은데, 현실적인 걸 말해봐.”

 

    “포위당하러 들어가는 게 현실입니다.”

 

    “정말 그렇게 보나?”

 

    “거기 중요한 거 때리고 어디로 도망가요?”

 

    “......” 

 

    “전쟁을 빨리 끝내는 데는 정말 중요한 노력이 될 겁니다.”

 

   “생존률 그렇게 낮으면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총장님, 우린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겁니다.”

 

    “그럼 생존률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딱 두 가지입니다.”

 

    “말해봐.”

 

    “일단, 강습 2차 투입은 그들이 한 번 당했기 때문에 힘들 겁니다.”

 

    “그래서.” 

 

    “항공폭격이죠. 아군 포 사정권 안에 들면 포격도 당연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강습의 여파가 모두 강습/습격대원들에게 넘어갑니다. 내 부하들은 노가다 화력입니다. 화력엄호 없으면 죽으란 말이죠. 다만, 이건 시가전이기 때문에 그리 쉽게 진압되지 않습니다. 빠르면 3일, 길면 일주일에서 보름, 내 부하들이 평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면서 완벽히 진압되지 않으면 성공한 겁니다. 조건은 너무 다르지만 과거 베트남전쟁의 월맹군 결사항쟁 후에(Hue)를 만드는 겁니다. 혼돈과 저항과 결사투쟁. 물론 후에 만큼 버티기는 힘들죠.” 

 

    “그럼 마지막 두 번째는 뭐야?”

 

    “아군이 빨리 도달해 한 구역이라도 뚫어야 합니다. 그러면 많이 삽니다.”

 

    “결국은 전쟁의 전반적인 모양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가 공격하고 거기서 독전하는 동안 평양은 그들 취재에서 사라집니다. 평양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우리에게도 놀랍지만 그들 자신에게 당연히 충격입니다.” 

 

    “사령관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사령관님, 특수전은 전쟁의 승패 자체가 아닙니다. 승패를 위한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죠. 그러라고 이 사령부가 존재하고 나라는 사령관도 존재합니다. 제가 보는 우리 국토의 특수전은, 굉장히 심리적이고 이미지화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자가 불타고 연기 자욱한 평양에 들어가 취재를 전송하기 시작하는 순간 세계는 승패가 넘어갔다고 생각하고 우리를 승자로 생각할 겁니다. 중국도 러시아도 갚지 않을 물자를 주는 겁니다. 돕기는 해도 미국과 정면으로 붙고 싶어 하지 않아요. 우리가 북한을 점령해도 만주로 밀고 들어가지 않을 거 그들도 알아요. 전쟁을 빨리 종결시켜야 우리 경제 피해가 줄어듭니다. 전쟁 후는 경제, 맞죠? 빨리 끝내야 합니다. 저는 부하들을 사지로 내모는 마음 혹독합니다. 저도 거기 가서 권총이라도 들고 싶습니다. 아시죠? 저도 위관 영관 여기서 굴렀어요. 우리의 영예는 수행한 특수전이 전쟁 전체에 Key가 될 때입니다. 그게 특수작전 보람입니다.”

 

    “좋은 말인데, 그래도 정예 병력 너무 쉽게 소모하는 거 아닌가?”

 

    “한 가지 까먹으신 거 같습니다.” 

 

    “... 뭔데?”

 

    “우리는, 이런 거, 좋아합니다.”

 

    “좋아한다고? 죽을 거 뻔한데?”

 

    “어느 군인이 죽을 거 뻔한 거 모르고 싸웁니까? 제 부하들은 이런, 시쳇말로 쌈빡한 거 좋아합니다. 어정쩡한 거 싫습니다.” 

 

    “......”

 

    “우리 전통과 문화는 사람들 생각과 많이 달라요.”

 

    “......”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라고 이미 많이 즐겨놓고 왜 이러십니까?

 

    “......”

 

    “국민도 국군의 날 행사도 모두 그 문구를 즐겼죠. 그럴 수 있는 부대라고 모두가 상상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랐죠. 왜 갑자기 새로운 거 듣는 것처럼 그러십니까? 대한민국 국군이 우릴 이미 그런 부대로 간주하고 그러기를 내심 바라왔죠. 그것도 우리에 대한 세뇌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군과 국민은 그러라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북한보다 현대식 부대지만, 사고방식은 우리가 바로 북한식입니다! 겉보다 전근대적인 그런 게 있습니다. 잠깐이라도 경험해본 장교들은 알죠. 보병에 비교하면 여기 제정신 아니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저는 평양 2차 투입이 가능해지면, 개인적으로 헬기에 오를 겁니다. 왜냐하면... 요즘 애들 말로, 죽기 전까지 다시 볼 수 없는 ‘진짜 쩌는’ 것이니까요. 총장님 절 보십시오. 가능하면 평양을 조지고 싶으셨죠? 상징적으로 아작을 내고 싶으시죠! 우리가 평양을 조지면 육해공 모두 사기가 엄청나게 오릅니다. 아군에게 좋은 겁니다. 거 보십시오. 우리 군의 꿈입니다. 좋은 말로 포장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병력이 아까우면 최대한 빨리 밀고 올라가서 내 부하들을 구출해주십시오. 부수적으로, 전쟁 빨리 끝납니다. 평양을 잃으면 북한군도 방향성을 잃어버립니다. 평양 잃었으니 이제 백두산 지키자, 그러겠어요? 전선의 북한군들이 등 뒤에 평양이 당했다고 생각하면 그게 약하겠습니까? 평양을 손에 넣는 방법은 포격 폭격으로 가루로 만들고 들어가는 것과 함께, 이 같은 충격요법도 필요합니다. 시간 싸움이죠. 우리 걱정만 하지 말고, 거 해병대에게 대동강 물 타고 올라와 평양 인근에 기습상륙하는 거 요청해 보십시오. 금상첨화 진짜 최고 아닙니까? 그런 전투를 언제 어디서 해요. 여기 밖에 없죠. 그리고... 이 염병할 새끼들이 우리 서울에 한 짓을 기억하십시오. 돌려줘야죠. 우리 선량한 민간인들이 수도 없이 죽고 다쳤는데 그 또라이 새끼들이 말이죠. 평양은 이번 강습작전에 모든 조건이 적합합니다.” …… (후략)

 

 

- 잇빨중사, "어둠의 심장을 향해 - 오메가" (2017) 中

http://cafe.daum.net/tooth8020/3EGa/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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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2017.08.11. 16:27

잇빨중사님께 중간 전제를 양해 받으셨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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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7.08.11. 16:43
운영자

여기저기 소개해주시면 좋다고 까페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주셔서 각 에피소드의 일부 부분만 타이핑으로 옮겨 적긴 했는데... 일부 문단을 소개하는 방식이 괜찮은지는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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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2017.08.11. 16:44
22nd

아 그러셨군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문단 전제도 상관없는지 여쭤봐주십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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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7.08.11. 17:09
운영자

다행히도 잇빨중사님께서 문제 없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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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네즈덥밥 2017.08.11. 16:38

 보통 서평을 남길때 책일부 문장일부를 인용하면서 감상평을 언급하는게 많긴하지만 /비교적 장문일경우에는 원자작자님에게 허락을 구하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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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7.08.11. 17:21
마요네즈덥밥

다음부터 더욱 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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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규격 2017.08.17. 03:15
저도 요즘 정독하는데, 역시 경험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더군요ㄷㄷ
Powerplant 2017.08.28. 05:22

모 사이트에도 이 게시판 저 게시판에 도배질 해놨던데..

동일 인물은 아니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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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7.08.28. 11:35
Powerplant
제가 올린 장소는 밀리돔과 네이버 굴라그 카페, 밀리터리프레임 카페 세곳이고 여기와 같은 날에 여기처럼 한번만 올렸습니다.

비밀에서 여러날에 걸쳐 한편씩 링크 거는 글때문에 그러시는거죠? 아무리 좋은 얘기도 계속 반복되면 잔소리가 되는데 참...
5.22 2017.08.28. 15:19
잇빨중사님 유명하시죠. 최근엔 현역시절에 기반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단편 소설들을 올리고 계시더군요. 국내 특수전 전문 작가이신 김민수 작가님의 505 특전대만큼이나 인상깊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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