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갈등으로 인해 튀르키예가 중재자 전략을 펼칠 여지가 더 많아져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튀르키예는 양측의 동맹국임을 내세우면서도 양측과의 관계를 통해 경제적, 정치적 이득을 거두는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 왔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고 우크라이나의 전쟁 노력에 외교적, 물질적 지원을 확대했다. 동시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거나 모스크바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튀르키예의 중립은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으며, 변화하는 지정학적 지형 속에서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

2023년 9월,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도록 도운 혐의로 튀르키예 기업과 한 사업가에 제재를 부과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튀르키예의 보스포러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허용하고 세계 식량 가격을 완화한 거래를 되살리는데 실패했다.

이러한 발전은 워싱턴과 모스크바가 튀르키예가 결정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미 에르도안이 굽힐 조짐이 있습니다. 2023년 10월 25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에 서명하고 비준을 위해 의회에 보냈는데, 앞서 튀르키예의 나토 동맹국들이 이를 승인하지 않자 튀르키예의 나토 동맹국들이 크게 불만을 표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튀르키예의 균형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동에서 폭력이 고조되는 가운데 튀르키예를 외교적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정학적 체스 게임에서 또 다른 전술적 움직임일 수도 있다. 

튀르키예 정치 및 국제 문제 전문가인 저는 에르도안이 오랜 나토 회원국으로서 튀르키예의 약속과 무역, 경제 자원, 에너지 수입을 위해 러시아에 의존하는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균형 잡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튀르키예의 역사적 외교 정책 궤적과 일치한다. 튀르키예는 18세기 초 러시아가 튀르키예 북쪽 국경을 따라 야심찬 지역 플레이어로 부상한 이래 서유럽 강대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균형 덕분에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은 러시아 제국과 유럽 열강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19세기까지 거의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균형 전략을 활용하지 못한 것은 제국의 멸망을 촉진했다. 패배한 중앙 강대국들과 힘을 합친 튀르키예는 비극적인 운명을 공유해야 했다. 반면, 2차 세계대전에서는 중립 전략을 통해 튀르키예는 전쟁을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다. 

냉전 기간 동안 소련의 위협이 커지자 튀르키예는 서방의 안전 보장 아래 피난처를 마련하고 1952년 NATO에 가입했다.

1990년대에 소련의 위협에서 벗어난 앙카라는 외교 정책의 자율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야망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군사적 자원과 국내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여 2010년대 초까지 중동 및 발칸 반도에서 미국의 정책에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무장 분리주의 쿠르드노동자당과 연계된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에 대한 미국의 지원과 2016년 에르도안에 대한 쿠데타 시도는 워싱턴과 앙카라 사이의 대립적인 관계의 시작을 알렸다.

에르도안은 미국과 페르시아만 동맹국들이 쿠데타에 공모했다고 비난하면서 쿠데타 시도 기간과 그 이후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편에 섰던 푸틴을 법정에 세우기 시작했다. 앙카라가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구입하자 미국의 F-35 합동 타격 전투기 프로그램에서 제외되었고, 튀르키예 방위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이어졌다. 시리아에 대한 반복적인 군사 개입과 더불어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튀르키예는 북대서양 동맹에서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전락했다고 비평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앙카라의 모스크바와의 유혹이 교착 상태에 도달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20년 2월 시리아 북부에서 러시아의 폭격으로 튀르키예 군인 34명이 사망하면서 미국과의 화해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다시 시작되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에르도안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우려로 관계 재설정을 주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르도안의 균형 잡힌 행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튀르키예가 두 개의 주요 해협을 장악하고 우크라이나와 흑해 연안의 다른 국가들과 관계를 맺은 것은 다각적이고 중립적인 접근에 상당한 지렛대를 제공했다. 에르도안은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 경제를 강화하고 서방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에르도안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조기에 차단하면서 워싱턴과 브뤼셀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분쟁이 계속되고 2023년 5월 선거를 앞두고 에르도안의 국내 인기가 하락하면서 튀르키예의 균형 잡기 행보의 지속 가능성은 다시 불확실해 보였다.

재정적, 정치적 지원이 필요했던 에르도안은 서방과 페르시아만 국가에 눈을 돌렸다. 그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고 서방에 우호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중동에서 튀르키예의 격렬한 두 라이벌)와 경제 협정을 체결했다.

2023년 여름, 에르도안은 친서방 성향의 새 내각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과 지역 동맹국들이 중동에서 형성하고 있는 새로운 힘의 균형에 맞춰 전통적인 지역 라이벌인 이집트와의 관계를 회복했다. 그리고 2023년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에르도안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거부권 철회를 발표했다.

에르도안의 친서방 행보에 서방 지도자들은 튀르키예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350억 달러 규모의 세계은행 신용을 연장하고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튀르키예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등 인센티브와 징벌적 조치를 모두 사용하는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후자는 앙카라가 외교 문제에서 확실한 입장을 취하라는 공개되지 않은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에르도안도 푸틴으로부터 비슷한 메시지를 받았다. 튀르키예와 서방과의 화해에 실망한 푸틴은 에르도안의 성공적인 중개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곡물 거래를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에서 중요한 권력 브로커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던 에르도안에게 이는 상당한 타격이었다.

에르도안은 미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직면했지만 이것이 반드시 그의 중개자 전략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튀르키예의 위치와 주변 지역과의 역사적 관계는 에르도안에게 지역 및 글로벌 행위자들 사이에서 중립 전략을 유지하고 심지어 확장 할 수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남코카서스의 발전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두 가지 예다. 이러한 상황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균형 잡기에 새로운 복잡성을 더하는 동시에 그가 기동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제공한다. 튀르키예는 나고 르노 카라 바흐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군사 공격의 핵심 후원자였으며, 이는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되고이란에 중대한 지정 학적 좌절을 초래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하마스 및 이스라엘 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중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