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년 다 돼가는 쉰 떡밥인데, 아직도 흥하는 떡밥이기도 합니다. 이런건 좀 문제가 해결돼서 흥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몇달 전 회원 한분이 방출되는 불미스런 결과로 끝난 격론 이후로 나름대로 생각도 해 보고 여기저기서 이야기들 주워들어가면서 정리해 본 내용을 트위터 계정에 써 본 적 있었는데, 트위터 말고도 어딘가에 적어놓을 필요가 있겠다 싶어 약간 손 봐서 여기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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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괜히 시끄러워질까봐 적지는 않았던 주제, 특전사의 사제 개인장구류에 대한 제 생각을 풀어볼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밀덕후의 사견에 불과하니 너무 주의깊게 들으시지 않아도 됩니다.

 

  전 두가지 이야기 모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1. 특전사 현용 장구류와 무기체계는 성능이나 기능상에 문제가 많고 개선점이 많다.

 

  2. 무분별한 사제 장구류 허용은 조직에 해가 될 뿐이다.

 

  박쥐새끼로 보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저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많은걸 알면서도 왜 반대하냐? 고 물으신다면, 그 이유를 적겠습니다. 현용 보급품의 성능 부족 문제는 사제 장구류 전면허용같은걸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밀덕후들 눈높이에 맞춰서 얘기해드려보겠습니다. 고증 맞추신다고 이거저거 모아서 풀세트 만들어보셨죠? 전부다 오리지널로 맞추면 돈 얼마정도 깨질거같아요?

 

  조준경 하나에 기본 몇백, 야투경은 최고급품 작정하고 구하려면 천만원대까지 깨져요. 방탄판같은것도 그렇고요. 거기다 그런것들 전부다 본질적으로 전투중에 얼마든지 소모될수 있는 소모성 물품 아닙니까. 현용 장구류들 성능이 구려서 내 돈으로라도 해결하겠다는 본인의 전문성과 열정은 물론군인으로서는 훌륭한 직업정신입니다만, 그거 전투중에도 막 스스로 알아서 인터넷 주문하고 할 정신 있을거같아요? 결국 보급체계에 들어있지 않으면 의미있는 전투력으로 작동 할 수가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말짱 도루묵이라구요.

 

  거기다가 그런 물품들중 태반이 한국이나 미국 법규정에 위반하는 불법적인 루트로 거래되는 물건들 아닙니까. 개개인이 암암리에 쓰는거 부대에서 묵인하는 정도는 당연하지만 그걸 부대 차원에서 장려하고 허가하는 공문이라도 띄우라구요? 장병들 전부 예비 범법자 되라고 부추기냐는 소리 들을수도 있는 위험한 짓입니다. 정말로 사령부만 믿고 이거저거 지르던 사람들 쇠고랑 찰 수도 있는 문제인데, 이런 위험한 일을 '탁상공론'으로 치부하시는 분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거기다 앞서도 말했듯이 그것들 엄청 비쌉니다. 진짜 욕나오게 비싸요. 사회 초년생이거나, 가정 꾸려나가시는 특전사분들 실무요원 선에서 개인 경제력으론 감당하기 벅차요. 진짜 목돈 깨서 장만해야하는거에요. 본인이 갓 사회나와서 쌓아올리기 시작한 최소한의 경제적인 여력을 쪼개야한다구요. 알면서도 그게 좋다는사람들은 정말 존경스러울정도로 본인 일을 좋아하는 분들이지만, 자기 일이 좋아도 정말 돈이 없어서 못 하는 사람들도 있을거에요. 이런 사람들 전부 빈털터리 만들어서 유지되는 '간지나는 외형'이 참 대단한 전투력이겠습니다. 그 사람들 하다못해 전부 장기 시켜준다는 보장 있어요?

 

  거기다, 부작용들도 많습니다. 말이 본인의 자유의지로 인한 구매지, 실제로는 팀내 짬 많고 금적 여유 갖추신 분들이 하사들한테 눈치줘서 억지로 그런 실 전쟁시엔 전력 유지조차도 힘든 사제 장구류들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만한 밀덕후들은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거 내무부조리고 유사금전갈취행위에요.

 

  그리고 어이없고 한심한 경우가 또 있죠, '싸제 장만은 해야겠는데 실제 정품은 너무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다. 그러니 서바이벌 게임용 모조품을 사다 쓰자.'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로 '사제장비 르네상스' 시절에 저런 일들이 왕왕 있었답니다. 저도 그런 경우 본 적 있어요. 한번 적어볼게요.

 

  몇달 전인가 디씨질하다가 특자 들어가는 부대 근무하시는듯한 현역분이 지혈대 산다면서 모 군장샵 링크를 걸었었습니다. 뭐 사나 봤더니 세상에나, 서바이벌 게임용/코스프레용 레플리카 장구류 전문 업체인 중국의 에머슨에서 만든 코스튬 플레이용 소품 지혈대를 말하는거 있죠.

 

  깜짝 놀래서 이건 민간인들이 코스프레용 소품으로 쓰라고 만든 물건이라 실제로 지혈하려고 썼다간 금방 부러진다고, TCCC 위원회에서 공식으로 이런 가짜 지혈대 사용시 파손으로 인한 응급처치 실패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 적 있다고 알려줬었습니다. 더 짜증나는게, 해당 군장샵에선 실제 지혈대 용도로 사용 가능한것처럼 약파는 광고문구까지 띄워놨더라고요.

 

  그분 역시 내 말을 듣고선 정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머지않아 현역들이 올린 다양한 종류의 글이 다 그렇듯 알아서 자삭을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뻔뻔하게 레플리카를 실물 용도로 사용할수 있다고 팔아먹는 업자들의 태도와, 그걸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최소 한개 팀이 코스프레용 지혈대를 사용할뻔 했다는 사실 자체는 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아 이렇게 여러분께 알려드릴 수 있었습니다.

 

  사람 목숨이 걸린 지혈대를 가지고도 이런 장난을 치는게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저와 제 가족의 명예를 걸고 사실입니다. 하물며 조준경이나 군장으로 장난 치는 업자들이 없을거라고, 그리고 거기에 속아넘어가는 실무 요원들이 없을거라고 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11K는 전지 수명이 약하다고 툴툴대시는 분들? 잘못하면 총 몇발 쏘자마자 망가지는 조준경을 사실수도 있습니다.

 

  전인범 장군 후임으로 들어왔다 알자회 파동으로 물먹은 악명높은 사제장비 반대파인 장뭐시기 그 양반같은 극단적인 사제장비 단속도 물론 심각한 문제가 있고 욕먹을 짓거리지만, 그렇다고 마냥 사제장비를 풀어주는게 좋은건 아니라는겁니다. 사제장비의 개인부담으로 부대 전투력을 유지하는건 미봉책이에요. 까놓고 말해서 전투복이랑 계급장 빼고 다 사제로 도배하라는 수준인데 그게 21세기 현대국가 군대 체계에서 권장할 일입니까? 무슨 자기 돈주고 갑옷 방패 무기 구해다 입던 고대 중세 군대 이야기도 아니고 말이죠.

 

  미군은 알보병들도 사제장비 잘만 쓴다! 하는 분들 있는데 네 허상이고 잘못된 정보입니다. 걔들 사제 장구류 미친듯이 쓰던 시절이라면 00년대 초중반, 이라크 침공 직후쯤 해서 군인 가족들이 전선에 나가있던 병사들한테 자기 돈으로 성능좋은 방탄복같은거 막 사서 전선으로 택배부치던 이야기이고 그나마도 얼마 안가서 무분별한 사제 방탄복 사용 자제하라는 지시사항도 떴었어요. 그들도 결국 정석대로 해결했습니다. 보급품의 수준을 끌어올려서 해결을 했죠. 상식적으로 미군이나 우리나 병사 월급 아니고선 결국 군바리들 재정 형편이란게 다 거기서 거긴데, 자기 목돈 쪼개서 그런 사제들로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떡칠하고 다니는 양반들 몇이나 있을라구요? 부대명의로 지급되는 체크 카드같은 이야기들이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자율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는 이미 몇 달 전에 밀덕계에서도 나온 바 있는 이야기구요.

 

  (모 님과 싸우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현행 장구류와 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최근 얼마간 다양한 사람들이 이 문제를 두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입니다.)

 

   여기서 제시하는 우리의 현 문제점 해결방안. 뭣도 없습니다. 미군 잘 하는 대로 따라가면 됩니다. 

 

  1. 보급품의 수준을 끌어 올려야합니다. SOPMOD처럼 기본 패키지에 소음기 근접조준경 망원조준경 패키지로 딱 꾸려주고, 보급 방탄복 보급 장구류 수준들도 업그레이드 시켜야죠.

 

  2. 사제 사용은 묵인하는 선에서 그칩시다.

 

  물론 군 보급체계의 특성상 아무리 유연한 조직이라도 최신 트렌드보단 뒤쳐질 수 있습니다. 정말로 사제를 구입하는 사람이 자기 전문성이 있어서 높은 안목으로 보급보다 좋은걸 쓰는거면 말릴 이유 뭐 있겠습니까.

 

  근데 이걸 부대차원에서 뽐뿌넣고 권장하면 위에서 말한 부작용들 터지기 시작합니다. 저것도 외부에서 들리는 이야기들 취합한 수준이니 실제로 내부에서는 우리 상상 이상으로 골치아픈 문제들 엄청 터졌을겁니다. 신용카드를 줘서 해결하자 부대운영비로 해결하게 하자 이런게 말도 안된다는 이야기들은 저보다 잘 아시는 분들이 여러번 이야기했으니 굳이 제가 말할 필요는 없겠죠. 덤으로 그런 자유로운 시스템에 구매결정권자와 판매업자의 인간적인(?) 관계가 겹치면 그때부터 비리가 터지기 시작합니다.

 

  결국은 군 조직이 제 할일 잘 해서 쓸만한 물건들을 정식 보급품목으로 지정하고 군수지원이 유지되는쪽으로 개선하는게 중요한겁니다. 사제 사용은 그런 전반적인 서포트 속에서 개인적으로 뭔가 부족하다 싶은게 한두개 있으면 개인적으로 조달해서 더 나은거 쓰는걸 말리지는 않는 선에서 적당히 통제하구요. 사제 조달한답시고 보급품만도 못한 서블용 레플 이딴거 사오면 그땐 박살내야죠. 전투력 손실이 별거겠습니까.

 

  보급품 조달 체계가 어떻게 현행 장구류 발전속도를 따라올수 있겠냐 뒷말 하고싶은거 많으실겁니다. 근데, 합리적인 납품과정을 거쳤다면 무분별한 방임보단 차라리 이게 나아요.

 

  예를 들자면, 현 미군 특수전부대 개인화기인 M4A1 SOPMOD2의 구성품으로 들어간 대니얼디펜스 레일이 현 최신 트렌드인 '레일을 어댑터에 최소한만 달아서 중량 완화시키는 방식'인 엠락이니 키모드니 이런거에 비해 조금 뒤떨어졌긴 하지만 이게 심각한 전투력 저해 요소입니까? 아니죠. 테러와의 전쟁 이래 개인장구류와 총기장착물의 발전 속도가 인류 역사상 그 어떤때보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순식간에 구식이 된 것처럼 보이는거지, DD레일같은것도 충분히 제 기능을 다 할수있는 좋은 물건인것처럼, 민감하게 유행 따라가는게 무조건 좋은건 절대 아닙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삽질로 끝나는 아이디어들이 나오는데, 덜컥 따라했다 망하면 큰일나요.

 

  정말로 중요한건 사제 허용같은 미봉책이 아닌, 보급품 개선이죠. 최근 '워리어 플랫폼'에 제가 제일 기대하는 부분도 '개별조합형'으로 통칭되는 현행 장구류 긴급개선사업이 아닙니다. 제가 워리어 플랫폼에 정말 큰 기대를 하는 이유는, 드디어, <미군이 실전적인 보병장구류를 연구/개발/조달하는 관료적/제도적 시스템>이 육참총장의 관심사항으로 우리가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때문입니다. 장군 한 두 사람의 '의지'따위가 아닌, 보수적인 누군가가 다시 위에 올라가도 꾸준히 개선된 장구류에 대한 연구와 보급이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의 개선이 이번에 관심사항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거든요. 다른 개선계획 다 엎어져도, 이거 하나만 건지면 희망이 있습니다.

 

  아무튼, 보급품의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사제는 그것을 약간 보완할수도 있는 보조재정도 개념으로 접근해야지, 마냥 사제만세는... 그거야말로 앞서 말했듯 일체 무기와 장구류를 개인이 부담해야했던 비전투적이고 중세적인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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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런 이야기는 혼자 떠들기보단 많은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나눠봐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정리하고 손봐서 다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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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평양저녁은신의주 2018.06.04. 18:05

추천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육군에 필요한 장군은 행정형 군대 같습니다.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행정형이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유지시킬 수 있는 장군이요.

Profile image 22nd 2018.06.04. 18:11

군대에서 행정적 관료적 하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결국 군대는 관료조직 행정조직이고 유능한 행정가는 군대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인재들이죠.

점심은평양저녁은신의주 2018.06.04. 18:42

https://milidom.net/index.php?_filter=search&mid=freeboard&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2020&document_srl=927170

"...최소한 현재 광학장비같은 부분은 무기체계에서 전력지원체계로 분류가 바뀌어서 소요제기에서 획득까지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

확실히 지금 육참총장님이 변화를 주려고 하는게 보이죠. 근데 이 두 체계의 차이점이 뭔가요? 혹시 두 체계의 절차가 그려져 있는 링크를 달아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담 - 개인적으로 왜 지금 육참총장님이 전인범 전 장군님 만큼의 스타성을 얻지 못하는지 모르겠네요. 계급도 더 높으시고 더욱더 합리적인 차원에서 전력을 끌어올리려고 하시는데요. 

Profile image 22nd 2018.06.04. 18:47

사실 전 전력지원체계로 바뀐다는데서 오히려 공포심이 막 생기던데요...;;

 

http://essentials.egloos.com/m/1107146

 

제 설명보단 이 링크를 참조하시는게 좋습니다.

Profile image MTP 2018.06.04. 19:11

장군 한 두 사람의 '의지'따위가 아닌, 보수적인 누군가가 다시 위에 올라가도 꾸준히 개선된 장구류에 대한 연구와 보급이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의 개선이 이번에 관심사항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거든요. 다른 개선계획 다 엎어져도, 이거 하나만 건지면 희망이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그 시스템이라는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건가요? 미군처럼 PEO 솔져나 나틱 연구소 같은걸 만들겠다는 그런건가요?

Profile image 22nd 2018.06.04. 19:15

예. 세미나 질의응답시간때 육군에서 그런 부분에 관심가지고 인력을 해당기관에 직접 파견보낼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Profile image 22nd 2018.06.07. 14:17

현직 종사하시는 분이 이런저런 말씀을 적어주셔서 두서없지만 열심히 댓글을 적고 있었는데, 그새 지우셨네요 ㅠㅠ 다행히 댓글을 등록하려하기 전에 복사해뒀기에 날아가진 않았습니다.

 

보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답글 이렇게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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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에 종사하시며 바쁘신 와중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현장의 입장을 적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역시 보는사람만 보는 트위터보단 여기저기 올려보는게 낫네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1. 육군 산하 특전사란 조직 성격의 한계.

 

이게 참 심각한 문제죠. 특수부대 운용하는 어지간한 나라들은(심지어 러시아까지) 미국식의 통합 특수전사령부 체계로, 폴란드같이 특수전 투자가 활발한 나라는 아예 특수부대를 독립 군별로 만드는 판인데 우리는 목소리가 20여년 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그때그때 다양한 사정에 막혀서 좌절되곤 했습니다. (몇 년 전 군복무 시절에 인트라넷 돌아다니다 특전사에서 만든 PDF파일을 본 적 있는데, 미래 조직 개편안 설명하는 부분에서 통합 특수전사령부로의 발전을 이야기하던거 갑자기 생각나고 그러네요.) 저도 국군 특수전부대의 발전을 위해서는 SOCOM과 JSOC같은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비의 경우에도 미군 특수부대의 경우 제가 앞서서 말한 미군의 개인장구류 연구/개발/조달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SOF AT&L라는 조직이 따로 독립되어 개인 장구류부터 침투수단등 중장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특수전용 체계들에 대한 관련사항에 관여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답답하긴 해도 첫술에 배 부를수는 없으니 이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논리를 조직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준비하면서, 이번 워리어 플랫폼 사업과 같은 호기가 중간중간 생길때 부분적인 상황 개선을 해 나가는게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타군 특수부대들도 겉과 달리 속으로는 나름대로 무기체계나 사제 장구류 도입 및 운용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결국 보병부대건 특수부대건 성능미달의 개인장구류에 고통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전력지원체계'라는 번지르르한 간판만 세워놓은, 제도적으로 무기체계에 비해 저질이 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장래에 육군의 개인장구류 조달 프로세스와는 별도로, 특전부대에서도 독자적인 연구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체계가 확립되는게 좋겠지만, 일단은 워리어 플랫폼으로 개선되는 장구류 조달 체계에 특전사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어가길 바래야겠죠. 나틱 연구소 - RDECOM - PEO 솔저로 대표되는 이런 체계의 한국적 변용이 무사히 안착하기만 한다면, 특전사도 만족스러운 양질의 보급품을 받으며 여유롭게 미래를 준비해 나갈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2. 사제 장비들에 대한 이야기.

 

리거벨트... 다행히도 최근 중국제 리거벨트가 테스트 단계에서 걸려졌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사령부 차원에서 이렇게 걸러주신다면 현행 미흡한 장구류에 대한 임시방편의 보완책으로서는 사제 장비도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본문에서도 품질이 보증되는 사제에 한해서는 가치를 크게 폄하하진 않았구요.(소모성 문제와 재보급에 관해서 제가 한계를 지적한데 대해서는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러고보니 워리어 플랫폼 세미나때 특전사분들 말씀으로는 사령부 차원에서 '우수 상용품'인가 하는 이름으로 일부 사제품들의 개인구매 및 운용을 허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사령부에서 합리적 기준을 두고 테스트를 해서 저질 장구류를 거르고 우수한 상용품들의 운용에 제약이 없게 해주신다면 누구도 반대하지 않겠죠. 저도 기준을 두고 저질품을 걸러내는 체계적인 사제 사용을 막자고 이야기하진 않습니다 ㅎㅎ

 

다만 지혈대 부분은 저도 말씀을 드리고 싶은게, '없는거보단 낫다'는 식의 말씀은 굉장히 위험한쪽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장의 의도는 이해가 갑니다. 몇 년 전만 해도 TCCC같은건 생소한 개념이었고, '나무위키에서도 욕먹는 반세기 전 수준의 구식 지혈대'를 보급받은 현장의 실무자들은 정말 답답하셨겠죠. 하지만...

 

제가 알기로 군용 장비의 제 1의 덕목은 '신뢰성'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실전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신뢰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용보단 낫다' 뿐이지 결국 위급 상황에서 제 기능을 못 할 가능성은 상존하는 물건을 덜컥 '아무 문제 없다'고 업자한테 속아서 살뻔 한 경우는 그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운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지금 것보단 낫지'식의 논리가 애매하게 오용되기 시작하면 그런 미명아래 저질의 군수품이 '우수 상용품'의 딱지를 붙이고 유통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방탄복 원단 이야기 하시니 저도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네요. 물론 말씀하신 것 처럼 실전 사용을 해도 지장이 없을 그런 우수 상용품도 있기 마련이지만, 서바이벌 게임에나 쓸만한 내구성의 레플리카도 육군이나 특전사의 많은 분들이 사셨다가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압니다. 몇 년 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6094 플레이트 캐리어의 레플리카는 봉합이 뜯어져서 방탄판이 떨어져 발등을 찍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이런 부분에서 특전사령부 차원에서 관리를 제대로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본문에서도 누차 적었지만, 그 많은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고서까지 장구류에 돈 들이시는 분들을 폄하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다만 돈들여서 산 방탄복이나 벨트나 조준경이나 지혈대가 저 모양이면 부대도 개인도 손해고 이익보는건 일부 돈에 눈 먼 업자새끼들이니까요.)

 

3. 마지막으로...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밀리터리 매니아들조차도 워리어 플랫폼 사업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게 또 덮어놓고 무식해서 그런거냐면 또 그런것도 아닌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지금같은 개선을 위한 근거 자료로는 아직 모자랍니다.

 

'장병들의 생존성이 최고의 복지'라는 데서조차도,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그것이 옳다는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워리어 플랫폼의 1차 개선안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장병의 생존성 이야기라면 차라리 이런쪽을 조금 아껴서라도 통신과 화력, 기동체계에 돈을 투자해서 개전 초기 적의 포병/대량살상무기 전력을 조기에 무력화시키고 압도적인 화력으로 전쟁을 조기에 종결짓는게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거 아니냐.' '장병의 생존성 이야기라면 비싼 방탄복 30만벌 만드는것보다 전시 소집될 동원예비군들까지 한 사람이라도 더 적 포병으로부터 목숨을 지킬수 있게 하는게 진짜 생존성 확대 아니냐.' '특수부대도 소소한 장구류 개선보다 전력화에 난항을 겪는 TMMR같은 차기 무전기에 더 힘을 실어서 원활한 통신과 화력지원을 보장해주는 쪽이 더 좋은거 아니냐' 등등 말입니다. 야간표적지시기 문제나 기타 등등에서도 이들의 '나름대로 그럴듯한' 논리가 나름대로 탄탄합니다.

 

이런 회의론자들이 하는 말들은 지난 수십년간 군에서 부족한 예산으로 많은 부분을 현대화하면서 예산 투자의 중요성에 차등을 두는 와중에 만들어진 수많은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근거자료나 논리도 나름대로, 혹은 정말로 탄탄합니다. 일개 밀매들도 이럴진데, 하물며 이런 연구를 직접 해온 군 내부의 수많은 워리어 플랫폼 회의론자들을 설득한다는건 정말 힘드실 일입니다. 도트사이트의 개념도 이해를 못 하던 국회 국방위를 설득하기는 더 힘들겁니다. 지금보다 더 치밀하게 연구하고 준비하셔서 수치로 찍어 누를 수 있게 준비하셔야 합니다. 10여년 전, 디지털 전투복 개발과 더불어 추진됐던 여러 보병장구류 개선사업들이 애매하게 끝을 맺은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이런 논리의 부족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말 걱정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발 이런 이야기를 개혁을 주도하시는 분들 귀에도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가능하면 총장님께서도 알아주시면 좋겠지만, 힘들겠죠? ㅎㅎ)

 

귀한 시간 내셔서 현장의 목소리를 적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ㅇㅇㅇ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Profile image 무지막지 2018.06.12. 06:48

일반적으로 장비 제조사는 미 국방부의 요구도 테스트를 거친후 취득한 라이센스를 내걸고 판매를 합니다. 미 국방부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장비는 군이나 개인에게 판매를 할 수 없습니다. 일반인에게만 판매가 허용될 뿐 입니다. 그리고 미 국방부는 테스트를 통과한 제조사의 장비들의 목록을 공개 합니다. 단위 부대나 개인은 그 공개된 장비목록 내에서만 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장비들을 평소에 마음대로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 소유물로 관리가 될 뿐 입니다. 가령 검열이나 행사시에는 그러한 장비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단위 부대의 요구에 의해 기존 장비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경우 최종 지휘관의 승인을 받아 상위 보급부서를 통해서 구입한 특수목적의 사제 장비는 사용이 가능 합니다. 

 

 

한국군의 사제 장구류에 대한 자세는 미군과 같을 순 없겠지만 미 국방부에서 공개한 검증된 장비 목록을 추려서 공유/ 공개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한적으로 사용을 허가하는 게 바람직 하다고 봅니다. 물론 병사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레플리를 구매하는 것을 막을 순 없겠지만 말이죠.

Profile image 22nd 2018.06.13. 10:08

전반적인  장구류 체계의 현대화가  된  상태에서, 보조재 개념으로 말씀하신   것 같은 체계적인인증을 받은 물품을사제로임시변통하는게가장  이상적이겠죠.

 

지금 국군 발전방향  봐도 워리어 플랫폼 개별조합형으로 어느정도 현대화를 시킨  상태에서  우수상용품같은 식으로 인증을 해준 물건을 사제 허용하는 식으로,  미군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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