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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의 서베를린 - 챕터 3 : 베를린은 언제나 흐림 - 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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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인 <데킬라> 라모스 하사나, 에어백과 안전벨트가 목숨을 살린 <노크> 페더슨 중사는 물론, 내 팀원들 전부가 단단히 열 받았다. 슬픔도 나와 다른 이들이 품고 있는 중요한 감정중 하나이지만, 그보다 큰 감정은 독기. 그 때 우리들이 품고 있는 감정은 독기였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뭔가 정당한 분풀이 대상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빨갱이들 말이다. 스페츠나즈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테고.

 

  저 둘을 구하러 현장에 도착했을땐 많이 늦은 뒤였다. 너무 늦었다고 말하지 않은 이유는 그나마 두 사람이라도 구했기 때문이지만, 임시 R팀의 팀장 <폭스> 제이미 상사는 안전벨트를 메지 않았던 탓에 차량 저 바깥으로 튕겨나가 재수없게도 소화전에 머리를 부딫히고 피를 철철 흘린 채로 목이 꺾여 있었고, <스카이랩> 로드 상사의 시신은 척추가 꺾이기라도 한 듯 휴지조각처럼 접혀서 굴러다니는 모습이 심히 기괴하기까지 했다. 이전부터 제이미 상사와 친구였다던 부팀장 앨런 상사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민간인 버스 행렬을 대충 수습하고 마무리 지으려 할때 우리 팀에게 연락이 온 것이었다. 마침 버스도 목적지로 배달 끝났겠다, 같이 왔던 헌병들을 험비 채로 끌고 가보니 그야말로 인외마경이 따로 없었다. 이정도로 지독한 교통사고 현장은 본 적이 없었다. 유조차가 불타오르고 다양한 사이즈의 다양한 자동차들이 여기 박혀있고, 저기 박혀있고, 순간 내가 전쟁터에 온 것인지 사고가 난 F1 경기장에 온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총성이 현장감각을 유지시켜 주었다.

 

  우측 뒷좌석에 있던 부팀장 앨런 상사는 우리중에서도 제일 답답했을것이다. 들고 있던 개인화기가 가장 부피가 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앨런은 쿠퍼 중사가 차를 세우자 마자 제일 먼저 뒷좌석 문을 열고 나와서는, 우리 벤츠의 차량 후방으로 본능적으로 이동해 길죽한 독일제  HK21 경기관총을 거총하고선, 우리에게 측면을 완전히 드러낸 꼴인 녀석들에게 침착하게 조정간 단발로 침착한 조준사격에 들어갔다. 

 

  기관총에 왠 단발사격이냐 물어볼 지 모르겠지만, 이 총은 그 점이 눈에 띄어서 우리 부대의 선택을 받은 총이었다. 사실 지금도 이 총을 쓰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앨런은 단발 사격시엔 어지간한 저격총 수준으로 잘 맞는 이 총의 특성이 너무나 맘에 들었던지 지금도 이 총을 애용하고 있었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부대에서 저 기관총을 장만한 계기가 된 어이없는 대참극으로 끝난 첫 실전. 하, 그 땐 앨런이나 나나 참 젊었지. 우리 부대는 유독 평균 연령이 높은 편이라서  현장요원들 평균 연령이 삼십대 초중반은 되니까. 이제야 나이 평균치를 조금 높이는 수준이 됐다. 나나 쟤나 나이에 비해 참 많이 굴러먹었구나.

 

  아무튼, 사고현장이 상상 이상의 개판이었던 대 비해서, 교전 자체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앨런의 엄호를 받으며 하차하자 마자 본능적으로 찾아 몸을 숨긴 우리는 엄폐물에서 상반신을 내밀고, 각자 몇 번씩 방아쇠를 당겼는데, 그대로 상황 종료가 돼 버린 것이다. 적이 어찌나 없었는지 두 세 명이 한 사람에게 총알을 퍼붓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스페츠나즈 빨갱이들도 이미 교통사고로 죽고 병신된 인원이 8할이 넘었기 때문에 남아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 짧은 사격이 끝난 직후 다시금 찾아온 짧은 고요. 우리가 엉망으로 널부러진 제이미와 로드의 영현을 발견한 것이 그 때 쯤이었다. 로드 상사의 경우엔 너무 엉망이라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올림픽!” 제인이 크게 문어를 외쳤다. 사실 작정하고 쳐들어오는 빨갱이 특작부대라면 암구호정도는 피아식별에 큰 의미가 없다. 제인이 외친 이유는 상대에게 이쪽이 아군임을 확신시키려는 의도가 컸다. 여자 목소리니까. 곧 ‘타이거!’ 하고 답어가 나왔는데, 아는 목소리였다.

 

  우리에게 독기와 엄숙함과 영현을 남겨주고 떠난 영혼들중에는 경호 대상이었던 NSA의 제시카도 포함 되어 있었다. 그나마 그녀는 운이 좋은 축에 속했다. CIA들의 최후를 확인한 우리 팀과 R팀의 생존 인원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최소한 산채로 바베큐가 되지도 않았고, 죽기 전에 무어라 말이라도 남길 짬이라도 있었으니까.

 

  “비화장비 가방을 넘겨주면서, 꼭 파기해달라고 말하고 죽었습니다. 빨갱이들 상대하느라 죽는 순간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다시 보니 눈은 감고 죽었더군요.”

 

  “그거 말고 남긴 말은 없었어?”

 

  “춥다는 말밖엔 못 들었습니다.”

 

  추워질 정도의 짬은 있었나보다. 그녀는 재수없게도, 차량이 교통사고를 당해 기동불능이 되어 하차하려는 순간에 등에 날아드는 소총탄 몇 발을 맞았다. 차려입은 방탄복은 PKM 기관총의 큼직한 7.62밀리까지 막아줄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죽자사자 달려든 스페츠나즈 녀석들조차도 원하지 않는 죽음이었을 텐데. 정말 어처구니 없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영현과 산 사람들을 가능한 수습해 맥네어 배럭에 다시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일단 상황을 보고하러 여단 HQ로 들어갔다. 

 

  여단장이 특수부대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전투를 치르고 돌아온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하기야,  핏자국과 얼룩이 생겨 지저분한 사복 차림에 피비린내와 화약냄새가 어우러진 라모스 하사와 페더슨 중사의 모습을 보고서도 이상한 헛소리를 할 정도의 위인이라면 별을 달지도 못했겠지.

 

  “일반 오피스 직원들의 호송대열에 대한 적의 기습은 성공했고, 기관원 호송대열을 급습한 적은 괴멸적 타격을 입었으나 우리쪽도 기관원 전원이 사망하고 전멸당했다 이거군. 다들 너무 수고 많았어. 추후 별도 지시가 있을때까지 대기하도록.” 

 

  여단장은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자네들도 고생하고 온 것은 잘 알겠지만 지금은 전쟁중이라네. 자네들 없는 사이에 이쪽도 상황이 너무 악화됐어.”

 

  눈 앞에 펼쳐진 작전 지도만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충분히 이해가 됐다. 꽤 많은 인원들이 지키고 있다고 들었던 템펠호프 공항이 이렇게 순식간에 적의 수중에 넘어갈 줄이야. 최소 1개 대대규모 이상의 적 공수부대라니. 그보다 그 많은 발칸포며 수비대는 다 뭐 하고 있던건지.

 

  “알 만 하잖습니까. 대항군 뛰어보면 허점 투성이인거. 어디 한군데쯤은 언젠가 큰 코 다칠 줄 알았습니다.” 맞은편 야전침대에 상반신만 눕힌 채로 두 발은 땅바닥에 두고 있던 쿠퍼 중사가 말했다. 

 

  쿠퍼 중사의 자세를 보면 짐작 할 수 있듯, 우리는 1차 보고를 마치고 아까 그린베레들이 우글대던 그 곳으로 돌아갔는데, 꽤 사람이 많던 대기장소가 지금은 너무나도 썰렁했다. 지나가던 일병 나부랭이를 붙잡고 그린베레들 다 어디갔냐고 물어보니, 공항에 적이 내려앉아서 그것들 때려잡으러 갔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여담장이 보고 절차를 생략하고, 몸이라도 좀 씻고 옷도 갈아입으라고 먼저 보냈던 R팀의 라모스 하사와 페더슨 중사가 멀끔한 BDU 차림으로 돌아온 것과, 여단 S2에서 일을 마저 보고 하코트 준위가 돌아온 것도 이때쯤이었다.

 

  “제인, 무슨 좋은 정보 있어요?” 라고, 눈을 태트리스 게임기에서 잠시 뗐던 코왈스키 중사가 물어 볼 정도로, 제인의 표정은 뭔가 미묘했다. 그녀는 구석에 있던 접이식 의자를 질질 끌다가 그냥 휙 들고서는 우리가 옹기종기 모인 자리에 도로 펼쳐놓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적어도 누워있던 쿠퍼가 자세를 가다듬고, 코왈스키가 게임기를 내려놓을 정도는 되었다.

 

  “NSA의 마지막 기관원 소재지 정보가 여단에 접수 된 모양이야. 스페츠나즈 팀 하나가 슈타지 안가에 붙박혀서 자기네 편 기다리고 있다는구만.”

 

  “안 구하고 뭐 하고 있대요?”

 

  “공항의 구멍 틀어막는게 더 급하단 판단인거지. 어차피 당장은 소련으로 보낼 수 없을테니까, 일단 급한 불 끄고 공항이 마무리 되면 해결할 생각인가봐. 이젠 예비대도 다 긁어 모아다 공항에 꼴아박는 모양새더라고. 그런데 말이야. 왠지 우리가 이 판을 진정시킬 게임 체인저가 된 거 같은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지구상에서 이 전쟁이 서로 오해해서 벌어지는 난리 굿판이란거 아는 사람들이 누구 뿐이었지?”

 

  “화이트들이랑 저희들… 뿐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었던 회사 영감님들은 다 죽었죠.” 라고 쿠퍼 중사가 말을 하자, 제인이 무어라 대답하기 전에 내가 대화에 끼어 들었다. NSA의 후임자가 될 예정이었다던 그 친구는 우리랑 같은 자리에 없었는데? 무슨 상관이 있는거지? 무언가 껀수가 잡힐 것 같아서 입을 열었는데,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번개처럼 무슨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신입사원 친구로 무슨… 아, 잠깐. 그거 말하는거지?”

 

  “그거 뭐?”

 

  “위성통신 비화기! 그거 그 자식이 버스에 두고 간 거였잖아.” 어리버리까서 그 귀한 물건을 그대로 두고 가 준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역시 우리 팀장님은 뭔가 달라. 그게 내가 말하고 싶은거야. 그 비화기가 그 자식 물건이었으니까, 분명히 비화기 암호도 알고 있을거야. 암호의 유효기한이 다 되기 전에 확인한 뒤에, 비화기를 빌어먹을 전파방해가 되지 않는 외부로 나가서 작동시킨다면… 워싱턴 D.C에 직통으로 이 사항을 보고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모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완벽하게 이해가 되었다. 세계의 운명을 결정지을 정보분석관 제인 하코트 2등준위의 의견 제시는 계속 되고 있었다. “아까 놔줬던 KGB 소령놈이 혼자서 떠든다고 걔네 정치국이 그걸 믿어 주겠어? 이쪽에서도 누군가 맞장구를 쳐 줘야돼. 여기 가만 앉아있다가 미니트맨이든 사탄이든 아무거나 맞고 저승 가고 싶은 사람?”

 

  “정리해보자구.” 친한 동기가 죽은 충격으로 유독 많이 열받아 있어 보이던 앨런이 깊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정보와 비화기를 갖고 있고, NSA 도련님은 비화기 암호를 갖고 있는데, 이 암호는 유효기간이 설정되어 있을테고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늦기 전에 최대한 빨리 그 녀석을 구출해서 본국에 정보를 전해줘야 한다?”

 

  “비화기 암호 유효기간 문제도 있지만, 너무 늦게 정보를 전해주면 이미 전쟁은 기정 사실화가 되거나 아예 핵미사일이 날아들겠지. 너무 늦기 전에 이 개판을 뜯어 말릴 수 있는 사람들은… 이제 전 세계에 우리 밖에 없는거야.”

 

  “다 좋은데, 유효 기간은 얼마정도 될까요? 그거 모르면 말짱 도루묵인데.” 코왈스키 중사가 중요한 부분의 지적을 잊지 않았다. “베이루트에서 같이 일하면서 들은 바로는 사흘 간격으로 바꾸던데, 아주 낙관하긴 뭐하지만 아주 비관히기도 뭐한 정도지 않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차피 대사건에 휘말린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최대한 노력해서, 그것이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변수로 작동하길 바라는 것 뿐이다. 그런 변수들이 조금씩 누적되고 나비효과를 일으키는것이 전쟁이고, 그렇기에 전장의 불확실성이랑게 상존하는 것이 전쟁터 아니던가.

 

  “큰 일을 해 줬어, 제인. 그래서 그 NSA 신참은 어디 있다는데?” 내가 그렇게 묻자, 그녀는 바로 베를린 시내 지도를 꺼내 야전침대 사이에 놓인 테이블 위에다 펼쳤다. 

 

  “여기 슈테글리츠 쪽 알지? 막 호텔 있고 거기.”

 

  “알짜배기 상권에 자리 잡으셨네. 뭐 장사 할 생각인가봐? 그저께 덮친 북한 애들처럼 말이야.”

 

  작전계획을 즉석에서 수립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넓은 번화가 근처의 꽤 최근에 지은 듯한 3층짜리 상가 주택. 인근에는 다가구주택이나 식당등 신경써야 할 민간인들이 많지만 이젠 전쟁중이니까, 그렇게 비밀스럽게 작전할 필요는 없을 터이다.

 

  “하이 프로파일? 로우 프로파일?”

 

  “기습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되, 이젠 눈치 볼 것도 없으니까 가능하면 최대한 중장비를 동원하자고.”

 

  “제가 벨파스트 있을때 영국애들이랑 놀아 본 바로는, M113같은거 하나 있고 없고 차이가 정말 클겁니다. 하나쯤은 필요 해요. 방탄 벤츠나 험비로는 모자랍니다.” 쿠퍼의 예리한 지적. 마침 나도 장갑차량 지원을 이야기하려던 차였다.

 

  “크고 시끄러울텐데, 눈치 채지 않을까?”하는 코왈스키의 지적에 쿠퍼 중사는,

 

  “처음부터 들이댔다간 뭐 해보기도 전에 RPG 맞고 알미늄 스튜가 되겠지만, 좀 멀찍이 대놓고서 벤츠 타고 접근하면 문제 없을거야. 유사시에 기동타격대처럼 부르면 바로 달려와서 하차보병 까놓고 우릴 엄호하는 식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 에드, 괜찮지 않습니까?” 라고 대답하며 내 의견을 물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나와 매튜 쿠퍼 중사의 의견은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다른게 아니라 나는 M113정도로 만족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가능하면 전투공병차량까지 불러오고 싶지만, 그치들은 지금쯤 너무 바쁘겠지.” 하고 내가 입맛을 다셨다. 인질구출작전에 165밀리 포탄은 너무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녀석들도 있겠지만, 굳이 포를 쏘지 않더라도 전차의 맷집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 포까지 필요한 동네가 너무 많을테니 이 녀석을 협찬받기는 어려울 듯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헬기를 못 불러오는게 너무 아쉽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동시에 덮치는게 제일 좋은데요.” 라고 쿠퍼 중사가 말을 이었다.

 

  “그게 정석이긴 한데 어차피 사람이 모자라. 어설프게 분산하려다간 죽도 밥도 안 될걸. R팀이 온전했거나, 그린베레 파견대 친구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

 

  “아쉬운대로 보병 친구들이라도 좀 데려다 쓸까요? 얘들 그래도 얼치기들은 아니고 101공수잖습니까. 외곽 경계정도는 문제 없을텐데.”

 

  “설마 이렇게 중요한데 병사 하나도 안 내주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을 줄은 몰랐다.

 

  “이 마당에 소련 놈 말을 믿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고 믿는것도 우습지만, 설령 그렇다 쳐도 도와 줄 방법이 없네. 이미 예비대는 전부 긁어 모아서 공항으로 투입했고, 그나마도 장갑차량은 태부족이라 예비대는 트럭 타고 가는 판이야.”

 

  무턱대고 안된다고 뻗대는거면 턱을 받아치는 느낌으로 뻗대볼까도 생각 했지만, 사람이 없고 차가 없다면서 저렇게 나오니 뭐라 말 할 것도 없었다. 이 좁아 터진 도시에 이 많은 병력을 쑤셔 박아놓고도 예비대가 반나절도 안돼서 바닥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트럭이나, 아까 자네들이 컨보이 확인하고 오는 길에 같이 갔던 험비 정도는 제공할 수 있네만, 장갑차나 추가 병력지원은 곤란해. 그 KGB 빨갱이놈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믿어주고 싶지도 않고.”

 

  “빨갱이는 믿으실 필요 없지만, 저희는 기관원들이 심문한 정보를 최대한 빨리 본국에 보고하기 위해 이러는겁니다. 거기다 놈들이 생포한 우리 기관원을 먼저 빼돌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쪽 기관원 톼출 작계도 땅굴로 시 외곽으로 빼돌릴 계획이었는데, 저들이라고 그런 땅굴 하나쯤 있지 말란 법 있겠습니까? 저 많은 스페츠나즈들이 전부 담을 넘어서만 들어왔을리도 없잖습니까.”

 

  아마 평범한 부사관 준사관이라면 육군 준장 앞에서 이렇게 할 말 다 떠드는 모습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저기 저 보병 장교들 곁눈질 하는 꼴 보소. 어쩌라는거냐. 저 새끼는 내 이름도 모르고 알고 싶어도 알아볼 수도 없다. 나는 특수부대, 그 중에서도 상당히 기밀사항에 분류되는 그런 부대 사람이고 저런 양반이랑 척 진다고 해도 이 부대 뜨고 나면 나랑 얼굴 마주 칠 일도 없을 사람이었다. 나도 우리 부대장이나 어디 특전단장 이런 사람한텐 함부로 이렇게 말 못하겠지만 저 양반이라면 앞으로 특수부대 올 일이 없어 보인다.

 

  “당돌하구만, 상사.” 제법 놀랐다는듯한 육군 준장의 말에 나는, “밥 값을 하는겁니다.” 라고 적당히 대꾸했다. 

 

  “딴에는 맞는 말이군. 좋아, 상사. 일단 구출작전은 허락해 주지. 하지만 당장 지원해 줄 수 있는 장갑차량이나 병력 예비대는 없어. 알아서 수배해 가는 것 까지 말리지는 않겠네. 대신, 자네들이 실패하고 우리가 일을 해결할 때, 때 우리가 데리고 나갈 사람은 남겨 놓도록.”

 

  글쎄, 당신들은 발목만 잡지 않아줘도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약간의 비웃음이 섞인 웃음을 지으며 경례를 붙이고는,

 

  “알겠습니다.”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알아서 병력을 찾아보는 것 까지는 말리지 않겠다고? 꼰대들 푸대접은 이미 너무나도 익숙했다. 장군님? 이제 특수부대가 어떤식으로 살림 밑천 장만하는지를 보여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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