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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평양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의 국가안보적 문제와 제한사항들, 그리고 그 해법은?

런던인간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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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평양선언』과『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의 국가안보적 문제와 제한사항들, 그리고 그 해법은?

 

남과 북은 2018년 9월 평양선언을 발표하고, 그 부속문서로 군사합의서를 체결하였다. 이 선언과 합의의 목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데 있다고 한다. 평양공동선언 제 5조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사분야 합의서는 총 5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조는 지상·해상·공중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제 2조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제 3조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일대의 평화수역화, 제 4조는 교류협력과 접촉·왕래의 활성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 제 5조는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다양한 조치 등을 담고 있다.


1. 남북 평양선언에서 핵 및 미사일 관련 합의 의미와 문제는 무엇인가?


가. 선언 내용(요약)

 

 ‘남북 평양선언’ 제 5조에는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는 내용이다. 1항은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적 폐기, 2항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와 같은 조치 계속, 3항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남북의 긴밀한 협력 등을 담고 있다.

 


나. 비핵화 협상 경과에서 보여준 북한의 행태


1990년대 초부터 20여 년간 이어진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은 모두 실패했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를 하는 척 하면서 시간을 벌고 국제사회를 기만해왔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조치가 유야무야 한 측면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된다. 1992년 남북 간에는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합의했다. 핵무기 개발이나 보유를 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약속이었다. 이 합의과정에서 주한 전술핵무기의 철수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994년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합의(AF)를 타결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수로 2기를 지어주고, 완성 시까지 매년 중유 50만톤을 공급하며, 북미관계 정상화를 합의한 것이다. 북한은 영변핵시설을 동결했지만 농축우라늄방식으로 핵개발을 지속해 왔다. 이로써 제네바합의도 실패했다. 2003년부터는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이 개최되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국의 조치들을 담은 9.19공동성명이 합의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선언의 잉크도 마르기 전인 2006년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따라서 6자회담 합의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이후 북한은 2017년 9월까지 6차례의 핵실험과 수많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지난해 11월말 핵무력 완성을 천명했다.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은 그들의 계산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금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협상은 성공할 수 있을까? 북한이 올해 들어 비핵화의지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2016년 중반부터 북한을 향한 강력한 제재조치가 이어졌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북한을 향한 최고의 압박 정책이 이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반면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 완성을 바탕으로 이제는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북한이 언급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즉,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국이 상응한 조치를 취하면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일방적인 비핵화는 있을 수 없으며 단계적, 동시적 조치라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2018년 4월20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2013년 채택한 경제·핵병진노선의 완성을 선언하고 더 이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필요 없기에 이 시설들을 폐기할 것임을 선언했다. 핵보유국으로서 핵불 사용, 비확산, 핵군축의 노력에 적극 참여할 것임도 밝혔다. 5월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직후 핵없는 국제사회의 핵군축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6월 미북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 매체는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한 것임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은 핵실험이나 미사일발사도 하지 않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 동창리미사일 발사장의 해체 등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데, 미국은 아무런 상응조치도 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일방적 조치만을 강요하는 등 강도적 요구만을 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미국이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의 완화 등의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여기에 맞추어 단계적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말 북미간 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서 9월 평양선언을 통해 비핵화관련 합의를 도출한 것인데, 일단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는 있으나 그 성과는 향후 북미간 협상이 재개되고 북한이 진정 문대통령이 밝힌 대로 비핵화의 진정성을 얼마나 행동으로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


다. 평양선언에 담겨진 북한의 의도 분석


첫째, 문재인 정부를 최대한 활용하여 자기들 방식의 비핵화를 추진하려는 의도이다. 그동안 비핵화는 미국과 논의할 사항이라며 한국을 배제해오던 북한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처럼, 이번 선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내용을 남북 합의에 담았다. 물론, 구체성이 결여되고 원론적인 표현으로 조건부 비핵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그 내용은 선언의 말미에 담았다. 이는 남북관계 발전 등을 앞세우고 비핵화를 논의하는 모양새는 취하면서 의제는 가장 후순위에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은 작년 말 핵능력 완성을 선언한 후에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적 행보를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북한 핵문제와 대북제재로부터 대화와 경제문제로 돌리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미 북한은 금년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채택하였다. 이 결정서의 핵심은 북한은 핵무기 병기화를 이미 실현하여 사실상의 핵보유국 목표를 달성하였으니 이제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경제건설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번 평양선언에서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민족자주와 민족자결’ 열망을 공동 표명토록함으로써 북한 비핵화 문제를 상대적으로 격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북한은 한국 정부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을 주도해나가려는 의도에 유의해야 한다.


둘째, 자신들의 비핵화에 조건을 걸어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선언에서 동창리 미사일관련 시설과 영변의 핵관련 시설의 폐기를 언급했다.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미국의 상응한 조 치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의 전제조건으로 종전선언을 재차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현재 핵의 폐기’ 등 가치 있는 비핵화 행동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행동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미래 핵’ 관련 시설을 폐기한 것으로 실질적 비핵화 조치는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한의 주장에 맞추어 미·북의 단계적·동시적 행동을 중재하면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표시 등을 불가역적 조치로 간주하고 미국에 종전선언의 수용을 요구하고 있는 입장이다.

 

셋째, 비핵화 하는 척 하면서 시간을 끌면서 결국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비핵화 관련 상호 갈등과 도전요인들은 이미 충분히 예고되어 있었다. 이제는 미·북이 싱가폴에서 합의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방법은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우선 북한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체제를 보위할 목적으로 핵을 보유하게 된 것이기에,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지 않으면 핵을 폐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실현 방침을 내세워 비핵화 단계를 잘게 쪼개어(살라미전술) 단계마다 협상을 질질 끌어가는 가운데 보상을 받으면서, 미국의 차기정권으로 넘기고, 종국에는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겠다는 의도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북한의 오랜 전략이다. 이런 북한의 의도는 9월 2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 발언에서도 확인되었다.

 

넷째, 종전선언을 강조함으로써 대북제재 완화 및 동맹약화 등의 노림수를 갖고 있어 보인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고 종전선언 후 예상되는 문제는 무엇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종전선언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등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겉치례에 불과한 가역적 행동들을 보상해주고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정당화해 줌으로써, 한미동맹관계를 약화시키고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며 국제 비확산체제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한 일단 종전선언을 한 이후에는, 북한이 약속을 어기는 행동을 보일 경우에도 미국은 한미연합연습 재개와 추가 대북제재조치 이행 등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북한은 이런 미국의 조치를 적대적으로 간주하여 핵무기 생산과 미사일 발사 도발의 재개를 합리화 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말 뉴욕에서 밝힌 것처럼,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고,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고, ‘미국으로선 손해 볼 것이 없다”라는 인식은 그야말로 순진무구하고 위험천만한 몽상이다.

 

다섯째, 미국의 핵우산 및 확장억제 해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경우, 다음단계로서 북한은 ‘현재 핵’을 신고 또는 반출하기 전에 체제안전보장을 내세워 미국의 핵 능력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만 자신들의 핵 능력을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및 확장억제력 제공 공약을 포기하는 선언을 하고 평소 핵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미국의 핵 전략자산 운용의 주체인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서 지난 9월 20일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남북정상의 선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수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국과 미국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북한의 비핵화‘가 이렇게 다른 것이다.

 

여섯째, 북한의 핵은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라는 인식을 버리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차원에서 종전선언을 고집하는 북한의 속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전선언이 잠시 평화를 담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더 많은 도전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특히 북한에게 시간끌기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최근 미국 정보당국을 인용한 보도처럼 북한의 핵능력 확장을 허용하고 궁극에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핵능력을 갖기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 노력해왔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능력을 보유할 때에만 체제가 보장되고 김정은 일가의 생존이 보장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 핵문제의 본질적 특징을 잊어서는 안 된다.


라.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은 무엇이며, 이 선언이 시행된다면 무엇이 해소되는가? 종전선언을 할 만큼 위협이 소멸되는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20-40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추가적인 핵실험 없이도 핵능력을 발전시키고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북한은 핵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약 1,000 개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스커드와 노동계열의 미사일이 주력 수단이며 대한민국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이미 실전능력이 검증되었으며, 북한은 이 운반체에 핵탄투를 탑재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수단이지만, 아직 완성된 상태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의 엔진 추력을 구비했다고 평가받지만 대기권 재진입과 비행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술력은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은 이번 평양 선언에 명시된 합의사항이 이행된다 해도 해소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의 폐기는 대륙간탄도탄 개발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고,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미래 핵능력을 제거하는 것이지 현재 핵능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종전선언을 할 만큼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현존 핵 및 미사일 위협은 전혀 소멸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 한국의 국가안보 관련 정책결정자들이 미국의 안보나 북한의 안보는 걱정하면서, 정작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는 포기하고 있는것이 아니냐 하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마.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을 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가?

 

북한 핵과 단·중거리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북한 핵 및 미사일 위협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 ‘핵 인질’ 신세가 되어 북한 독재정 권의 온갖 공갈과 협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 핵·미사일문제가 미국의 문제이기 이전에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확고한 인식과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정부의 정책과 전략을 재정비하고 군의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첫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 ‘중재자’, ‘촉진자’ 또는 ‘전달자’ 역할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주체로서의 ‘당사자’ 입장으로 당장 전환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법에 관해 한미동맹차원에서 미국과 확고한 공동입장을 견지하고 긴밀히 공조하면서, 미국을 설득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북한에 요구하고 압박하는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둘째, 북한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 관계를 추구하되,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 속도보다 앞서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재래식 군비통제 논의를 연계하여 성급하게 진행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으면 결국 남북관계의 발전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지난해의 상황보다 더 심각한 위기상황이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긴밀한 한미공조에 금이 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셋째, 종전 선언을 할 경우,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도전요인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심해야 한다. 서로 전쟁을 치룬 상대에게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을 했다고 하여 위협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위협은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갈라진 둘이 합쳐지기 전에는 잠재적이든 현실적이든 항상 위협이 존재한다. 북한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각종 트집을 잡아 한미동맹이 그들을 위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위반하면서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언제든 합의를 파기하고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넷째, 지금까지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앞으로 있을 회담까지 2차례의 미·북정상회담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과연 당사자인 한국에 대한 위협이 실질적으로 감소되었는지 여부를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북한이 취한 비핵화 행동을 통해 한국에 대한 북한 핵 및 미사일의 위협이 감소했다는 어떤 근거도 확인할 수 없다. 북한의 현존 핵과 미사일, 생화학 무기 등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에서 북한에게 어떤 보상적 조치를 취하고 남북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숙고해야 한다.

 

다섯째, 우리 군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 위협 억제 및 대응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시켜나가야 한다. 한미연합 위기관리 및 준비태세 전반에서 정신적·물리적 태세를 바로 세우고 단련해야 한다. 한국군의 정밀 재래식 전력인 3축 체계를 비롯한 전력증강계획을 중단 없이 실현해나가야 한다. 북한과 협상하려는 수단으로 스스로 우리 군을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경청하고, 이런 우리의 강력한 군사능력과 태세를 수단으로 압박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2. 남북 군사합의의 의미와 문제는 무엇인가?
가. 합의 내용(요약)

 제 1조 1항에서, 남북은 무력충돌 방지대책으로 무력불사용, 상대방 관할구역 불가침, 단계적 군축 등의 원칙에 합의하였다. 그러면서 대규모 군사훈련, 무력증강, 봉쇄·차단·항행 방해, 정찰행위 중지 등의 문제를 남북군사공동위원 회에서 협의하기로 하였다.

 

제 1조 2항에서, 남북은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합의하였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 포병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중지한다. 해상에서는 서해 덕적도에서 초도에 이르는 수역, 동해 속초에서 통천에 이르는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하고 북측 해안포와 남북의 함포에 포구·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하였다. 공중에서는 비행금지구역 내 고정익항공기의 공대지유도무기사격 등의 전술훈련을 금지한다.


제 1조 3항에서, 남북은 2018년 11월 1일부터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하였다. 고정익항공기의 경우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서부 20km, 동부 40km를 적용하고, 회전익항공기는 10km, 무인기는 서부 10km, 동부 15km, 기구는 25km를 적용한다. 산불진화, 조난 구조, 환자 후송, 기상 관측, 영농 지원 등의 경우에는 상대측에 통보하고 비행할 수 있다.


제 1조 4항에서, 남북은 교전규칙에 합의하였다. 지상과 해상에서는 경고방송 → 2차 경고방송 → 경고사격 → 2차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의 5단계를 적용한다. 공중에서는 경고교신 및 신호 → 차단비행 → 경고사격 → 군사적 조치의 4단계를 적용한다.

 

제 1조 5항에서, 남북은 우발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상시 연락체계를 가동하며, 비정상적 상황 발생 시 즉시 통보한다.


제 2조에서, 남북은 감시초소(GP)를 전부 철수하기 위해 11개씩 2018년 12월 31일까지 시범적으로 철수한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를 위해 남·북·유엔사는 2018년 10월 1일부터 지뢰제거, 감시장비 설치 등을 완료하고, 공동관리기구 구성 및 운영에 관해 협의한다. 이밖에 비무장지대 내 시범적 공동유해발굴 진행, 역사유적 공동조사 및 발굴에 대한 군사적 보장대책 협의 등을 합의하였다.


제 3조에서, 남북은 2004년 6월 4일 서명한 ‘서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의 이행, 서해에서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설정, 남북공동순찰대(남북 각 3척) 운용 등에 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합의하였다.


제 4조에서, 남북은 남북관리구역 통행·통신·통관(3통),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한강(임진강) 하구의 공동이용을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강구하고, 해주직항로 이용과 제주해협 통과 문제 등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합의하였다.

 

제 5조에서, 남북은 직통전화 설치 및 운영,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협의하고, 모든 합의의 이행상태를 점검 및 평가하기로 합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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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북한이 과거 군사협상에서 제기해 온 일관된 주장을 상당부분 관철시킴

 

남북간 군사합의는 1990년 대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 부속합의서, 2000년 대 국방장관회담 공동보도문 및 합의서, 남북관리구역의 군사보장합의서 등에 담겨있다. 1990년 대 합의사항은 이행되지 않았고, 2000년 대 합의사항은 부분적으로 이행되었다. 그동안 북한은 경제적 실리를 확보하고 나아가 대남적 화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남북 군사협상에 임한 것으로 보여 진다. 그래서 군사적 신뢰구축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00년 9월 개최된 제1차 국방장관회담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군사주권이 미국에 있고 ‘남조선 군대’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므로 한반도 군사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사안이라고 강변하면서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 협상에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철도 및 도로 연결을 비롯하여 경제적으로 실익이 되는 일이거나, 대북확성기 철거, 북방한계선(NLL)과 정전체제 무실화, 한미대비태세의 약화 등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태도로 임해온 것이다.


그동안 이번 합의사항과 연관되어 북한이 그동안 군사협상에서 집요하게 기도해왔던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측의 상대적으로 우세한 분야의 전략 약화를 기도한 점이다. 1992년 8월, 불가침부속합의서 최종 타결과정에서 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 무력증강 중지, 정찰활동 금지, 영해영공 봉쇄 금지 등을 요구했다. 우리측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는데, 자기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부속합의서를 타결할 수 없다고 협박했다. 결국 우리측은 불가침부속합의서 제1장 부기조항에 우리가 제기한 수도권 안전보장 문제와 함께 향후 군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하는 방식으로 명기한 바 있다. 금년 4.27 판문점 선언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일대 정찰금지를 집요하게 요구하였고 급기야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담게 된 것이다. 결국 북한은 이번 군사합의 1조 1항에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이 문제들을 계속 논의하는 것으로 명기시켰고,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자기들의 요구를 26년 만에 관철시킨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열세인 공중정찰분야에서 우리 군의 역량을 묶어두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기습 도발을 자행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얻은 것이다.


향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되어 있는 대규모 군사훈련, 무력증강, 봉쇄·차단, 정찰행위 중지 등은 북한이 두려워하고 불리하다고 여기는 문제들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최대치의 입장을 제시하면서, 우리의 한미연합연습을 포함한 모든 군사훈련, 3축 체제를 비롯한 모든 전력증강사업, 모든 북한의 해상 불법행위 차단 및 봉쇄 활동, 모든 정찰활동 등의 중단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런 군축 의제들은 아예 이번 합의서에 담지 말았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0일 평양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군사분야의 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장사정포와 같은 상호 간의 위협적인 군사무기와 병력을 감축하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행이 철저히 검증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동두천에 배치된 미군 MLRS 등이 포함된 한미연합 대화력 전체계를 무장해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이처럼 군사적 유·불리를 면밀히 계산하지 않는 협상은 무모한 것이다.

 

둘째, 북방한계선(NLL) 무력화를 기도해온 점이다. NLL은 1953년 이후 60여년 동안 해상에서 남과 북의 군사력을 분리시켜 온 해상군사분계선이다. 그래서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에서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로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불가침 부속합의서 타결과정에서 제10조에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는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했다. 당시 부속합의서를 빨리 타결하려 했던 노태우 정부는 결국 북한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해상불가침경계선에 대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우를 범했다. 하지만, NLL을 기준으로 불가침구역은 이행하도록 규정되어있기 때문에 북한은NLL을 성실히 준수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편으로 해상도발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을 통해 NLL의 무력화를 집요하게 시도했다. 1999년 6월 15일 1차 연평해전 도발직후 북한은 “이런 충돌이 발생하는 원인은 똑똑한 경계선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엔사와 북한군간 새로운 경계선 설정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가 수용하지 않자 북한은 일방적으로 ‘조선서해해상군사분계선’을 선포하였다. 2004년 이후 개최된 장성급군사회담에서 북한은 노골적으로 북방한 계선 무력화를 시도했다. 2006년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관한 협상과정에서 북한은 공동어로를 하려면 새로운 경계선 설정부터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측은 NLL을 중심으로 등거리 등면적으로 설정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여 접점을 이루지 못했다. 2007년 10.4선언 합의이후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 설정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NLL과 자신들이 주장하는 ‘경비계선’ 사이 수역을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자고 주장함으로써 결국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4.27선언과 평양선언 군사합의에 NLL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북한은 끝내 NLL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9.19 군사합의서에서 적대행위금지수역이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훨씬 넓은 면적으로 불균형하게 설정됨으로써 북한의 북방한계선 무실화 주장을 막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정전협정 체제와 유엔사를 무력화 시키려 시도해 온 점이다. 1990년대초 군사정전위원회 유엔군측 수석대표에 한국군 장성 임명을 구실로 군사정 전위원회 본회의를 보이콧 한 북한은 이후 정전협정체제를 조직적으로 무력화시켜 왔다. 급기야 2013년에는 정전협정을 백지화하는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이러한 북한의 의도는 자기들이 주장하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여건을 조성하려는 불순한 의도였다. 정전협정은 더 이상 충돌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과 평화협정의 체결이 시급하다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평화협정의 체결은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연합연습의 영구 중단, 나아가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물론, 북한은 2000년 9월 철도 및 도로연결에 관한 의제 논의과정에서 우리는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유엔사측과의 사전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 그리고 정전협정 절차에 따라 철도도로 연결에 합의한 바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철도도로 연결을 위해 논의하여 비무장지대에 설정된 남북관리구역에서 유엔사 요원들이 정전협정에 규정된 관할권을 행사하려 할 때마다 강력 반발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북한은 그동안 유엔사는 유엔의 모자를 쓴 미군이라며 유엔사의 해체를 요구해 왔다. 특히 지난 번 남북철도도 로연결을 위한 현장조사를 유엔사측이 불승인하자 남북관계 발전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비방한 일도 있다.


이번 9.19 군사합의를 위한 남북의 협상과정에서도 북한은 JSA(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논의에 유엔사를 배제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우선 정전체제를 무력화시키고 나아가 한미동맹을 이간시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과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하시라도 돌변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국방부와 유엔사의 긴밀한 협조는 기본이다. 특히 이번 남북군사합의사항인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공동유해발굴, 역사유적공동발굴, 한강하구 공동 이용 등의 문제는 정전협정의 관할권을 가진 유엔사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에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합의를 체결했지만, 그동안 모든 도발은 북한이 야기한 것이고, 북한이 정전협정이나 남북간 불가침합의를 잘 지켜도 문제는 전혀 없는 것이다.

 

이번 평양선언의 군사합의와 과거 군사회담과정에서 북한이 제기해왔던 내용들을 견주어 보면, 북한이 그들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하여 표현을 바꿔가면서 얼마나 끈질기게 주장해 왔으며, 이번 합의를 통해 그들의 노림수를 어느 정도 관철시켰는지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다. 이번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평가와 그 문제는 무엇인가?

 

이번 남북 군사합의의 키워드는 한반도 군사적 안정성에 기여하는 물리적·심리적 완충지대(Buffer Zone) 설정이다. 이를 통해 남북 상호 적대행위와 무력 충돌을 예방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 라고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 경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부는 사실 상의 종전선언이고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황당한 요구와 정부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 군사적 차원에서 고심했던 일부 흔적도 보인다. 그런데 이 새로운 합의사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북한의 현재 핵 폐기를 포함한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재래식 군사능력과 태세의 질적 우위를 양보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북한군의 양적 우위에 대해 우리 군의 일부 분야에서의 질적 우위로 겨우 유지해 왔던 힘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한 축인 ‘압박과 강요’의 군사전략을 버리려고 작정하지 않으면 나타날 수 없는 결과다. 남북 간에 그 흔한 상호주의 원칙도 철저히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 내부의 정치 리더십과 군사 리더십 간의 준비 논의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지·해·공 작전 현장의 중요 지휘관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다. 많은 지휘관들은 이번 발표에 놀랐다고 한다. 이번 군사합의서의 중대한 결함이라면 북한 핵과 화생무기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합의사항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가 북핵 위협을 직접 받고 있는 당사자이다. 만일 북핵 및 미사일, 화생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래식 군비통제에 관한 합의의 의미와 기능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해·공·우주 다음으로 제 5전장인 사이버공간에서는 지금도 북한의 적대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북한의 불법적 사이버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남북합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체적 남북군사합의사항의 이행을 상호 검증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과 제도적 장치가 명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기본적으로 평시 정전체제 유지와 위기 및 전시 작전태세 유지의 관점에서 이번 군사합의의 문제점과 불리점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남북 군사협의의 과정에서 유엔사측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한다. UN군 사령관 겸 CFC사령관인 브룩스 대장은 이번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유엔군 사령관 입장에서는 좋지만 연합군사령관 입장에서는 우려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엔군 사령관으로서 정전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책임과 더불어, 한미연합군사령관으로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침략 시 군사작전을 통해 승리해야 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국방부는 유엔사측과 52차례 협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가진 유엔사령관의 충분한 동의가 있었는지, 또 한미연합방위체제의 억제력과 대응력 측면에서 연합사와 어떤 논의와 대책이 있었는지 명료하지 않다.


3. 이번 합의에서 군사작전면에서의 제한사항과 해법은 무엇인가?


가. 지상작전에서의 제한사항과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우리 전방사단과 군단의 감시·정찰 능력이 약화되었다. 북측 지형의 전사면 활동은 초병의 육안, TOD, GSR로 최대 15km까지 관측 가능하고 방공관제소의 레이다는 정상 운용한다. 그러나 비행금지구역의 확대로 말미암아 북측 지형 후사면, 즉 북한군 전방사단의 위기 및 도발활동 징후를 포착하는데 필요한 UAV 운용은 불가능하고 새매 운용은 제한을 받게 된다. 백두, 금강, U-2, 글로벌 호크, 인공위성 등의 감시정찰 중점은 북한 종심지역이다. 따라서 군사분계선 일대 북한군 전방사단의 군사합의 이행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전방부대가 주기적인 정보상황평가를 기초로 맞춤형 대책을 강구하면서 효과적 대비태세를 유지하는데 제약이 따르게 된다. 공중적대행위금지구역 설정에 따른 감시공백을 메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다. 공중작전에서의 문제와 해법은 무엇인가?’를 참조할 것)


둘째, 전방부대의 경계 작전과 유사시 즉응태세를 유지하는데 제약이 따른다. GP를 철수하면 관측 및 감시 사각지대가 증가되어 북한군의 은밀한 침투와 귀순자 접수에 취약하고, 일반전초(GOP)부대의 작전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북한의 감시초소는 우리보다 3배가량 많기도 하지만 상호증원이 보장되도록 배치되어 있어 일부가 철수되더라도 상대적으로 강력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이 전체 감시초소를 철수하는 시점까지는 비무장지대 관리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남북의 감시초소(GP)를 11개씩 시범적으로 철수한다고 한다. 일단 우리에게 불리한 합의사항이다. 북한군은 세배 가량의 감시초소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철수단계에서는 반드시 남북 1:3 비율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현재 일반전초(GOP)에 설치· 운용하고 있는 과학화경계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대책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북한의 위반 시에 대비하여 철수된 GP의 즉각 복원 및 유지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셋째, 전방부대의 대대단위 거점 점령 훈련은 가능하지만, 실제 근접항공지원 요청훈련, 연대단위 기동훈련, K-9 등 포병사격 훈련 등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위기상황 발생 시 작전현장에 익숙한 실전적 기동 및 화력능력과 태세가 둔해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일반전초(GOP) 부대로 투입되기 전에 투입전 교육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지휘소 연습, 지휘조 기동훈련, 비사격 전투훈련 등을 보다 더 밀도 있게 실시해야 할 것이다.

 

넷째, 남북 간에 새로운 교전규칙을 세웠다. 남북이 공동으로 준수해야 할 규칙을 명시한 것이다. 그런데 남북은 여전한 분쟁 당사국인데, ‘평화’를 부각하기 위해 교전규칙(Rules of Engagement)이란 국제 표준어조차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상황에서 시의적절한 판단-결심-조치행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군은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원점-지원세력-지휘세력을 타격한다는 일관된 원칙으로 훈련하고 대비태세를 유지해왔다. 이 원칙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억제해왔던 유용한 군사전략적 도구였다. 따라서 우리 군은 이 원칙을 지속적으로 견지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 제시된 교전규칙이 개인과 부대의 방호를 위한 우리 지휘관의 판단을 제한하고 지연시켜서 애꿎은 국민의 자제들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

 

다섯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운영, 비무장지대 공동유해발굴 등의 과정에서 남북의 구획이 불분명해지면, 오히려 8.18도끼만행 사건처럼 무력충돌 위험이 내재된다. 예상되는 갈등요인과 불안정 요인들을 도출하여 남북이 공동의 예방적 조치를 강구하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북한의 기습적 국지 및 전면 도발 시 시의적절한 초기대응과 후속증원, 방어준비태세의 상향조정에 따른 조치들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증가되었다. 예컨대 북한군은 서해와 한강하구를 우리의 전략적 중심인 수도권을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고속 기동경로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제대별 병력·화력·장벽계획을 수립하고 합동전력의 증원계획을 재정비하고 강화된 훈련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 해상작전에서의 제한사항과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서해 5도의 방어태세 약화는 심각하다. 광범위한 적대행위금지수역이 설정됨에 따라 북한의 기습 점령 시도가 있을 경우에 외부로부터 적시적인 전력 증원이 보장될 수 있는 외선작전의 이점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황해도의 북한군 4군단은 내선작전의 이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안포 전력 외에는 어떤 부대활동도 제약받지 않는다. 우리의 불리점을 어느 정도 상쇄시키려면 황해도 내륙의 북한군 4군단의 부대활동을 규제하는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백령도·대청도·연평도 등지에 주둔한 해병부대의 실사격 훈련과 해군함정의 기동훈련이 금지되어 있어 실전적 기동과 화력능력과 태세가 유지되기 어렵다. 더욱이 해병대와 지·해·공 작전훈련을 실시하지 못하게 되어 위기 및 도발상황에서 합동전력의 즉응력에 문제가 크다. 북한의 기습점령 시도 등의 도발상황에서 초기대응과 후속증원, 방어준비태세의 상향조정에 따른 시의적절한 조치들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증가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한 대책들을 작전예규에 수록하고 지휘소 연습, 지휘조 기동, 작전현장 전술토의 등의 빈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셋째, 북방한계선 일대 경비작전은 지속되지만 대잠초계기와 헬기의 운용 여부는 불명하다. 적대행위금지수역 내에서 이 공중수단들의 운용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 초도와 덕적도를 기준으로 적대행위금지구역을 설정했다고 하지만, 덕적도 이동수역, 즉 인천항만을 포함한 것인지 불명하다. 만일 인천과 평택 수로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항만방어훈련 등이 제한된다. 북한한계선 일대의 경비작전에서 대잠초계기와 헬기의 운용은 반드시 보장하고, 인천 및 평택항만의 실전적 훈련과 방어태세는 보장되어야 한다.

 

다섯째,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합의사항에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설정하지 않겠다고 이미 합의를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한다는 명시가 없이 “평화수역의 범위는 쌍방의 관할 하에 있는 섬들의 지리적 위치, 선박들의 항해밀도, 고정항로 등을 고려하여 설정하되, 구체적인 경계선은 남북군사공동위에서 협의하여 확정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반드시 우리 군이 피로써 지켜온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야 한다.

여섯째,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내 공동순찰대 운영 등의 활동에서는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무실화 하려는 의도를 계속 보인다면 무력충돌 위험성은 더 커진다. 북한군 부업선이 민간어선으로 위장하여 조업하는 것도 예방하고 통제해야 한다.

 

다. 공중작전에서의 제한사항과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비행금지구역의 확대로 한미연합 공중정찰자산 운용에 제한을 받는다. 새매와 금강의 운용에서 감시거리가 짧아지고, 고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표적의 해상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북한군 사단 제2제대에 대한 시간적·공간적 감시공백을 메우려면 전체적인 감시정찰범위를 조정하고 빈도를 늘리고 센서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공군의 초계비행은 정상적 운용은 가능하다. 위기 및 도발상황에서 초음속 공군 전투기의 증원조치는 가능할 것이다. 승진훈련장은 비행금지구역 밖에 위치하고 있어 연합 공·지 전투훈련도 가능할 수 있지만, 자유로운 기동에는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전방지역에서 지상군과 해군작전에 대한 근접항공지원 등 합동훈련을 할 수 없어 실전 적응능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공중적대 행위금지구역에 근접한 북한의 황주, 과일, 태천 등지의 비행장에서 이·착륙하는 북한 공군기의 활동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셋째, 공중적대행위 중단 구역에 포함된 영동고속도로 북쪽 공역과 춘천 북쪽 공역에서 실전적 공지전투훈련과 연합공군훈련도 불가능하다. 한미 공군이 인근의 남쪽 공역에서 실전적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4. 이번 선언과 합의 이후에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첫째, 정부는 이번 남북 군사합의서가 북한이 비핵화 보상을 앞세워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집요하게 강요한 문서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방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둘째, 미·북 비핵화 논의와 남북 재래식 군비통제를 적절히 분리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당분간 북한의 핵, 미사일, 화생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폐기 행동이 확인될 때까지 재래식 군비의 감축 논의는 더 이상 진전시키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더라도 북한이 대남 적화의도를 포기했다는 명확한 검증이 없는 한 더 이상의 불리한 합의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성급하게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과의 초보적 신뢰구축 조치도 축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검증의 불확실성도 크다. 과속은 금물이다.


셋째, 우리 군의 경계작전태세의 취약점을 분석하여 보강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군의 초기대응 및 후속증원 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의 위기관리체제와 방어준비태세를 재정비해야 한다. 국방부는 유엔사·연합사 측과 어떤 동의를 구했고 어떤 대책을 강구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비록 완충구역 내에서 공중정찰 및 감시능력이 저하되고 실전적 교육훈련이 제한을 받는 조건일지라도 초기 대응과 후속 증원에 대한 판단과 행동의 능률을 극대화해야 한다. 또한 한미연합군은 위기고조시 준비태세의 상향조정에 따라 위기 및 방어조치들을 일사분란하게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은 정신적 태세부터 다잡고 실효적 작전예규를 마련하고 숙달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수많은 합의를 무시했고 무수한 기습 도발을 자행했었다. 준비태세가 갖추어지지 않은 군대와 국가의 말로는 비참할 뿐이다.


넷째, 우리 군의 판단과 동의가 성실히 존중되어야 하고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군 리더십은 국가 안위와 직결된 문제의 논의에서 정부 내 소수의 이상주의적 접근론자들이 문민통제 권한을 남용하며 독주하도록 방관해서도 안될 일이다.

 

다섯째, 군사공동위원회의 논의 의제는 군사전략과 군비통제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위원장과 핵심 위원은 군사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군사이론과 실제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없는 민간의 정치적 이상주의자가 나서게 되면 작전현장의 군사적 유·불리점의 판단이 배제된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다.


5.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관철시켜야 하는가?

 

첫째,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가동되면, 이번 남북군사합의의 이행을 상호 검증하고 통제하는 체계를 구비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북한의 선의만 믿고 우리의 일방적 무장해제를 진행해선 안 될 일이다.

둘째, 북한이 대규모 군사훈련, 무력 증강, 봉쇄·차단, 정찰행위 중지 등을 집요하게 요구할 것에 대비하여 치밀한 협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서해 적대행위금지수역에 황해도에 배치된 북한군 4군단 지역을 포함시켜 완성된 직사각형 모양의 적대행위금지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군의 해안포 활동 외에도 내륙의 부대증원 행동을 규제할 수 있다.

 

넷째, 서해와 동해의 북방한계선 일대의 경비작전에서 대잠초계기와 헬기를 정상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북한의 위반행동을 감시할 수 있는 우리의 수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덕적도 이동 수역은 적대행위금지수역에서 제외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인천 및 평택항만 수로 상에서의 실전적 훈련이 보장되고 방어태세가 강화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은 반드시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경비계선을 고려하는 순간 북방한계선은 무실화되고 무력충돌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된다.


일곱째, 북한의 황주, 과일, 태천 등지에서 이·착륙하는 북한 공군기의 항적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여덟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공동유해발굴 등 남북의 구획이 없는 공동 활동을 세부적으로 규정하여 무력충돌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군 부업선이 민간선박을 가장하여 조업하는 문제에 대한 철저한 예방과 단속이 필요하다.


아홉째, 북한이 화생무기를 폐기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적대행위를 중단토록 요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에 도취되어 북핵문제에 대해 착시를 일으켜선 안 될 일이다. 북한의 비핵화 도전요인들을 극복한 후에 남북한 군비통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이것이 국가안전과 우리 민족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첩경이다.

 

 

 

출처: http://bemil.chosun.com/nbrd/bbs/view.html?b_bbs_id=10067&pn=1&num=1131

한국국가전략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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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2018.10.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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