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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체계

현대군함의 적정 함포 구경론

꾸도 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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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함급을 상대하기 위해서 어떤 함포를 선택해야 하는가는 여러가지 고려할것이 많겠지만 과거의 해군들이 경험또는 실험으로 터득하고 선택한 함포의 사례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법칙을 발견할수 있습니다.

 

 이 파괴하고자 하는 대상함급의 배수량과 거기에 필요한 함포구경과의 상관관계를 야메 아니 약식공식화하면 함포구경의 3승 x 12 = 배수량이 됩니다. 즉 3인치는 3의 3승 x 12 = 324톤내외, 4인치는 768톤, 5인치는 1500톤내외의 상대함에 적절한 화력의 함포라는 뜻입니다. 범위가 제법 넓은 근사값이지 딱 떨어지는 계산은 당연히 아닙니다.

 

 위 식을 증명하기 위해 함포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고 군축조약에 의해 왜곡된 순양함급은 대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함중 노급전함은 전노급의 잡다한 부포를 모두 제거하고 주포와 6인치이하 부포만 남긴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 노급전함들의 부포와 구축함을 살펴보는 것이 키가 됩니다. 부포를 살펴보는 이유는 노급전함들의 부포는 대함상황하에서는 뇌격을 노리고 접근하는 구축함(이당시 구축함은 어뢰정의 역할까지 흡수)을 상대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목표함급을 특정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 공식은 전함주포에도 꽤 들어맞지만 논외로 하겠습니다.

 

 먼저 영국의 사례에서 노급의 효시 드레드노트를 살펴보면 부포는 3인치로 그당시 각국의 구축함의 배수량은 통상 3~400톤이었습니다. 하지만 노급출현이후 구축함의 배수량도 급격한 증가를 보여 단 몇년사이에 7~800톤급에 이르자 부포도 4인치가 되었고 상대방의 구축함을 파괴하기 위해 함포를 장착한 각국의 구축함급 역시 비슷한 시기에 주포가 3인치에서 4인치로 증가합니다. 이후 4인치이던 부포는 5인치를 건너뛰고 곧바로 6인치가 되는데 6인치의 대응배수량은 2500톤급으로 아직 구축함이 그 배수량에 이르지 못했지만 어뢰사거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어뢰사거리접근이전에 구축함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5인치는 건너뛰게 됩니다. 

 

 전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뢰로부터 민첩한 회피기동이 가능했던 구축함들은 배수량이 1500톤에 육박하자 5인치급 주포로 무장하기 시작했으나 군축조약으로 인해 배수량이 2000톤을 넘기기 시작했음에도 5인치로 제한받았고 조약이 사실상 무효화된 이후에도 대공임무의 증가로 인해 역시 5인치이하에 머물렀습니다. 대신 6인치 무장의 경순양함들은 2~3000톤으로 늘어난 구축함들을 사냥하기에 적절했습니다.

 

 미국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노급전함의 부포를 3인치로 시작했으나 어뢰의 성능향상과 구축함배수량의 증가로 곧 5인치를 장착했고 이후 5인치 양용포를 성공적으로 개발함으로써 6인치로 가지 않은것이 특징입니다. 영국만 잠시 4인치를 장착했던것은 영국이 효시인면도 있고 이당시 영국의 건함 정책이 부포확장에 소극적이라 딱 필요한 만큼의 부포만 장착했던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프랑스는 영미보다 노급건조에 늦은 때문인지 곧바로 6인치를 장착했는데 영국, 일본, 프랑스등 미국을 제외한 국가의 노급전함 부포의 특징은 6인치를 장착하면서 또하나의 근접전용 부포를 6+3, 6+4, 6+5 이와 같이 2중으로 장착했다는 점입니다. 6인치 장사정 부포는 고정이고 근접전용 부포가 구축함배수량에 따라 3-4-5인치로 증가하다가 항모의 발달로 6인치로 통합되지 못하고 5인치 대공포로써 따로 존재하게 됩니다.

 

 미국은 5인치 양용포를 보유했으므로 단일체계로 갔는데 이말은 곧 미국은 구축함의 뇌격으로부터 6인치 + 3,4,5 근접부포체계인 타국전함보다 다소 취약했다는 뜻이고 반대로 5인치 단일화로 타국보다 대공능력은 뛰어났다는 뜻입니다. 그당시의 미국 5인치 양용포란 말이 양용포지 대함도 어느정도 되는 대공포, 즉 본질적으로 대공포였고 결과적으론 적절했습니다.

 

 과거의 군함들이 3~400톤내외의 어뢰정-구축함을 잡기 위해 3인치를 선택한것처럼 현대에도 미사일고속정을 잡기위해 선택한 함포가 3인치였다는 것을 보면 군함은 배수량이 깡패고 함포는 구경이 깡패라는 말이 떠오릅니다.(이런 말이 있었나??) 여담으로 과거 참수리의 주포는 40mm = 약 1.6인치 이므로 50톤급 상대함에 적절한 화력이네요. 

 

 1,2차대전기 짧은 시기에 급속한 기술발전과 군축조약, 해전패러다임의 빠른 변화같은 왜곡들이 넘쳐나는 와중에 그나마 순수한 사례들을 추출하여 위 공식을 증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괜찮습니다 야메니까요. 아무튼 현대구축함에 주로 달리는 5인치건은 이미 2차대전기에도 동급 구축함을 상대하기 위한 적절한 화력은 아니었으며 현대구축함은 체급이 5000~10000톤에 육박하니 더욱 아닙니다. 된다 하더라도 미사일을 쓰는게 더 효율적이겠죠.

 

 함대공미사일이 개발되기 이전 3인치는 개함방공, 5인치는 구역방공의 역할을 담당했는데 미국의 5인치 MK42까지는 그랬습니다. 과거 키로프급의 5.1인치부터 다종다양한 군함들의 5인치의 주용도는 대공이었습니다. 하지만 각종 미사일이 개발, 발전되고 MK42의 후속 MK45에 이르러서는 컴팩트해지는 대신 부앙각, 선회속도, 연사속도 모든면에서 다운그레이드 즉 대공포로써의 능력이 감소되면서 다목적포로써의 존재감이 희미해졌습니다.

 

 미국은 이 5인치를 함대지에 포커스를 맞추려 했던것 같습니다만 성공적이진 않은것 같고 광개토급에 달린 OTO 5인치를 마지막으로 진정한 5인치 양용포는 사실상 멸종입니다. 안전거리에서 효율적인 화력의 함대지라면 6인치 이상이 적합할것이고 대공과 소형고속정,보트타격이 목적이라면 3인치 이하가 유효한 시대이므로 5인치는 성공한 다목적포였지만 현대전에서는 장사정포탄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목적에 애매한 구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론이고 AGS를 제외하고 실용최대구경의 함포인 이상 일부환경에서 함대함, 함대지로 적절할수도 있습니다. 요즘의 구축-호위함급의 주포선택 추세는 다양한 결정요인이 있겠지만 함대지에 무게를 둔다면 5인치, 대공에 중점을 둔다면 대게 3인치내외를 선택하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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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2017.10.29. 05:31

재미있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꾸도 글쓴이 2017.10.29. 18:02
minki

감사합니다.

야드버드 2017.10.29. 08:24
최근의 미해군은 과거에는 3인치(76밀리) 포가 들어갈만한 자리에 57밀리 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LCS의 주포나 줌왈트 구축함의 부포로 사용하죠.
Richard 2017.10.29. 15:02
야드버드
그거 줌왈트 부포 취소하고 부쉬마스터 30mm기관포 달지 않았나요? CIWS기능도 없다던데..
야드버드 2017.10.29. 16:35
Richard
어 그러네요. 원래 달기로 했던 57밀리를 포기하고 30밀리를 사용하네요.
지논 2017.10.30. 17:38

이런 경험식이 있는건 처음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Richard 2017.10.30. 19:40
5인치는 너무 작소. 8인치쯤 합시다.(김두환 협상모드)
Richard 2017.10.31. 17:07
점심은평양저녁은신의주
그럼 8인치 레일건으로 합시다!(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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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kim 2017.11.01. 08:37
Richard
아름다운 협상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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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2017.10.30. 22:02

함포라면 역시 16인치는 되어야 함포라고.....

꾸도 글쓴이 2017.10.30. 22:52

거함거포주의자들이 또..

DOXA1889 2017.11.08. 10:56

막 던져 보자면 k9의 52구경 155mm 달았으면 좋겠습니다 한화 방산 에서 특수목적탄 많이 개발중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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