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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간 사기를 떨어트리는 비닐밥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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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때 처음으로 BCT(여단 전술 훈련)을 나갔습니다. 상급부대 지침이 훈련 간 식판 사용하지 말고 반합과 비닐을 사용하라는 거였습니다. 그외에 야전침대 자제 등 취지는 최대한 물동량을 줄이란 지시였습니다.

비닐밥은 누구보다 싫어했지만 암튼 그런가보다 10박 11일 BCT를 나갔습니다. 어째뜬 맞는 말이지 않습니까?

기계화보병대대 답게 전장을 종횡무진하며 기동했습니다. 지겨운 기동이었습니다. 자는 시간 빼곤 얼음장 같은 장갑차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엉덩이와 허리가 아프고 땅바닥보다 차가운 장갑차 바닥에 발은 굳어갔습니다. 어쩌다 고지에 적 정찰조 있어서 하차해서 산 탄 게 그렇게 행복했습니다. 밖보다 장갑차가 추웠습니다. 우리 단차만 히터가 고장나서...

그렇게 이곳저곳 기동하며 여러 집결지를 오가다가 한 집결지를 가니 미군들이 있었습니다.

마침 미구니들도 24인용 텐트 치고 있더라 근데 우리가 차디찬 장갑차 안에서 찬 비닐밥 먹을 때 미구니은 온열 기능 있는 밥차에서 뷔페식으로 접시에 퍼먹고 밥차인데도 10찬은 되어보였습니다. 미군이 비전술적인건가?

제 생각에도, 전술적인 걸로 따지자면 비닐밥 쪽이 더 전술적인 건 맞습니다. 식판은 무게도 나가고 어떻게 낑겨 놓기도 힘드니까요.

다만 아주 큰 문제가, 현재는 숙영 나가는 부대도 급양대의 식단을 따르도록 되어있어서 같은 급양대인 부대와 같은식단을 먹습니다. 명태순살조림 나오면 그거 넣고 비닐밥 먹기 정말 역겨웠습니다. 게다가 말이 순살이지 가시있습니다....... 명순조 외에도 비닐밥에 넣기 힘든 것이 많습니다.



결국, 야전에서 비닐밥을 먹을 수 밖에 없는데도 비닐밥에 넣기 역겹거나, 뭔가 걸리는 메뉴를 그대로 쓰니, 결국 병사들이 사비로 뭔 가 넣을 만한 걸 사서 넣어서 먹게 됩니다. 이것도 지휘관에 따라서 비전술적이라고 하여 부식을 못 가지고 가게하면, 그냥 흠... 아무런 낙이 사라지는 겁니다.

전술적 이유로 비닐밥을 막을 수 밖에 없는데, 메뉴는 비닐밥에 적합하건 안 하건 그냥 급양대 스케쥴에 따라서 나오니까요.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비닐밥이 전술적이라고 생각되면, 숙영 나가는 부대에 한해서 비닐밥에 적합한 식단을 짜야합니다.

주식인 밥을, 여러가지 맛의 후리카게와 간장, 고추장, 카레가루 등 소스로 질리지 않게 구성 하는 것입니다. 아침으로 해물 후리카게에 간장이었다면, 점심에는 쇠고기 후리카게에 카레가루, 저녁에는 채소 후리카게에 고추장으로 말이다. 여기에 반찬은 명태순살조림처럼 비닐밥에 넣기 부적합하거나 기타 야전 취사가 불편한 반찬을 과감히 빼는 것입니다.

비닐밥의 문제는 밥을 비빈다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반찬이 뭐든 간에 넣고 비빈다에 있습니다. 군대 반찬보다 부실하게 계란에 간장, 참기름만 넣고 비벼도 맛있습니다. 값싼 후리가케만 넣은 주먹밥이 군대 비닐밥 보단 맛있습니다.

비닐밥이 진짜 전술적이라고 상부에서 생각한다면, 최소한 훈련부대의 식단만큼은 비닐밥에 적합한 식단으로 따로 구성해야합니다. 명순조 비닐밥을 먹고 무슨 사기가 생길까요?


신형 반합도 놀랍도록 개선 되었습니다. 겉뚜껑의 손잡이를 펼치고 손잡이 끝의 돌기를 속뚜껑의 구멍에 끼우면 결합이 됩니다. 3찬을 받을 수 있는 식판이 되는 것입니다.\

저도 못 써봤는데 개선되니 좋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손이 두 개가 필요합다. 반합 본체와 겉/속 뚜껑에 凹凸을 만들어서 결합하여 한손으로 들 수 있게 만든다면, 전체를 한 손으로 들고 배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체, 뚜껑, 속뚜껑에 비닐을 각각 씌우고 결합한다면, 야전에서도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캐엡첩.JPG

 


(출처 본인)

 

요철을 추가하기 힘들다면, 각각을 결합할 수 있는 클립 4개만으로도 결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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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 2019.02.19. 01:33

길게 썼다가 지웠는데 그냥 짧게 제 의견만 기술합니다.

 

말씀하시는 비닐밥 문제는 보급도 훈련도 안되고 병 숙련도조차 떨어지는 한국군의 현실을 응축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실전과 같은 훈련을 외치지만 반합은 노르망디 시절 물건이라 쓰기 힘들고, 고된 훈련 보상으로 밥이라도 줘야할 훈련에선 개밥을 주면서 설거지도 비닐로 떼우죠.

 

솔직히 병사들을 이렇게 노예로 부리는게 언제까지 지속가능할지 굉장히 의문입니다.

메론맛쥐약 2019.02.19. 15:25

워리어 플랫폼 사업도 좋지만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바뀌였으면 하네요..

비닐 주먹밥은 저도 많이 먹어 봤지만 정말 배를 채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지 그것이 음식이라 생각 해본적은 없습니다.

따끈한 밥 지어서 배식 추진 하면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미군 처럼 B-Ration같은 대용량 전투 식량을 생산하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라 생각 합니다. 물론 일회용 배식 도구와 함께면 더욱 좋겠지요.

식사는 배고픔을 없애는 것이 제일의 목적이긴 하지만 장병 개개인의 영양 섭취와 사기 진작에도 일조를 함으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틀림이 없습니다.

Юра 2019.02.19. 16:26

저도 현역때는 비닐밥먹을때 그냥 '한국전쟁때보단 낫겠지만 그냥 체험 겸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소금주먹밥이나 운 좋으면 멸치섞인 주먹밥을 먹기도 했는데 확실히 이런건 속히 개선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병력들의 전장스트레스관리를 위해서도 취사차량개발이나 차량관리가 어려울걸로 예상되니 전투식량개발에 좀 더 예산배정이 되어서 개선되었으면 좋겠네요. 기재부가 싫어하겠지만...꼭 이뤄야할 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울프팩 2019.02.20. 07:35

미군의 T레이션도 맛도 품질도 그닥이라고 합니다.  미군말로는 그것도 생존을 위해서 먹는거. 특히 아프간.이라크같이 먼지와 모래바람이 많이 부는곳에서 쥐약이라네요. 전방작전기지에서 먹다 상황이라도 걸려서 다시 돌아오면 베이키드빈에 절반이 모래라 그냥 버리고. 더 먹기싫은 MRE를 먹는다고....

울프팩 2019.02.20. 07:40

현역때보면 미군들 자기들 디팩음식도 맛 없다고 점심때 AAFEES가 터지거나 한국근무윈식당(속칭 아리랑식당)까지 와서 밥먹는 미군들도 여럿있으니 할말다한거죠. 근본적으로 입맛에 맞는 군대식사란 존재하지 않는듯합니다. 

늑대개 2019.02.20. 09:12

사실 야전에서 가능하면 최대한 밥차를 보내서 식판에 제대로 먹게 해줘야죠. 모든 야전상황이 식판을 쓰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고 식사는 가급적 최대한 여건이 허락하는 선에서 맛있고 따듯하고 편안하게 해줘야 하는 게 맞습니다. 물론 한국군이란 데가 사병을 개취급해온 게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하죠.

늑대개 2019.02.20. 09:16

반합 자체도 워낙 구시대 산물이고 요즘같이 간편식이 발달한 시대라면 이걸 미군처럼 납작하게 바꾸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야전에서 조리를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 예전만큼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불필요하죠. 일회용으로 팩 처리된 간편식이 널리고 널렸는데 반합은 이제 도태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늑대개 2019.02.20. 09:19

반합을 씻기 어려워서 비닐을 씌워서 먹으라고 할 바에는 요즘 일회용 볶음밥처럼 간편조리식을 반찬과 같이 팩으로 만들어서 주둔지에서 밥과 반찬을 추진하는 대신 이걸 데워서 보내주는게 낫다고 봅니다. 이게 먹고난 처리도 깔끔하고요.

불태 글쓴이 2019.02.20. 15:36
늑대개

그게 발열식 즉각 취식형 전투식량이죠.  근데 그건 창고로 쌓아놔야해서 불출 많이 안 나와요.

부동액 2019.03.08. 17:42
불태

발열식 즉각 취식형 전투식량 말고, 1형 전투식량 (좀더 엄밀하게는 B레이션)에 가까운 형태를 말씀하시는것 같습니다.

불태 글쓴이 2019.03.09. 00:42
부동액

그거 먹어봤는데 영하 18도에선 오면서 식더군요. 비닐밥보다 끔찍했습니다. 팥밥....김치꽁치찜.... 야삽 들고 다 매몰 시켰어요.

부동액 2019.03.15. 17:15
불태

1형 전식은 따뜻한 상태가 아니라면 먹을 물건이 아니라는데에 동의합니다.

다만 1형 전식이 차가워서 못먹을 상태라면 비닐밥은 더끔찍할텐데요

불태 글쓴이 2019.03.15. 21:02
부동액

저희는 찬 비닐밥이 찬 꽁치김치찜 전식보단 낫다고 해서요. 꽁치 그거슨 정말이지 도리도리입니다.

부동액 2019.03.15. 22:16
불태

여하튼, 주둔식과 전투식 사이의 간극을 매우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주둔식(A레이션) - 야전식(B레이션) - 전투식(C레이션)으로의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군이 추진하고 있는 PX나 취사병 업무 외주화와도 맞물려서, 주둔식은 외부업자가 담당하고, 야전식만 야전취사병이 담당토록 하는 방법도 좋겠지요. 야전식은 주둔식에 "준"하는 수준을 유지하되, 간단하게 조리하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물건으로 만들면 되구요.

 

불태님 말씀처럼 후리카케 형식도 좋고, 따뜻한 국물을 먹이고 싶다면 현 주둔식의 깡통꼬리곰탕 시리즈 같은 물건을 더하면 좋겠습니다. 그건 그냥 깡통을 따서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집시워터 2019.02.20. 09:32

추운날 뜨끈하고 영양가 잇는 국종류라도 제대로 준다면 좋겟네요  불태님이 언급한 상황에서 식사시 그런 국 하나만 잇어도 몸이 녹을꺼 같습니다 아직도 엄청 추운 곳에서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하는 모든 분들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임진강 2019.02.25. 13:39

훈련간 식판 배식을 거의 안한 군번입니다 

분대별루 2명 정도가 식사 추진가는데 반합 5~ 6개를 가지고 가서 밥2개, 반찬 2개, 찌개 1~2개 수령하고 통조림류 반찬 1개를 받아와서 분대원이 나눠 먹었는데 별루 불편하지는 않고 캠핑간 느낌였죠 

좀 여유가 있으면 가스 버너와 라면등을 가져가서 수령해온 배식식재로 부대찌개를 끌여 먹기도 해죠

물론 버너나 라면등은 가져가면 안되는 물건이지만 겨울철 필수 물건으로 짱박아서 가져갔죠 

비닐밥이란 것이 비닐 봉지에 모든 식재를 한번에 넣고  주먹밥 식으로 먹는 건지 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순한개 2019.02.27. 08:56

국군에 야전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천편일률적인 주둔식-전투식량 체제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야전에서도 천편일률적으로 주둔식을 먹으라고 하는데 야전에서 주둔식의 조리가 어렵고 또 먹기도 힘들기 때문에 (전시에 전장에 주둔식을 추진해올수도 없음, 전투식량만 맨날 먹으면 사기저하 필수) 주둔지에서 먹는 주둔식과는 달리 야전에서 쉽게 조리하고 먹을수 있는 야전식의 개발 보급이 필요하다 봅니다

 야전식은 일단 주둔지에서 보다 조리가 쉽게 반조리 상태로 식재료가 들어와야하고(야전에서 재료다듬을 시간과 환경이 안되니) 식어도 맛있게 먹을수 있는 메뉴여야 하고. 먹기 까다롭지 않아야 하죠(생선가시라던가...)민간전문가들과 공동개발해서 사전에 일선부대에서 훈련일정을 통보하면 군지사에서 그에 맞게 공급하는 식으로 했으면 합니다.아울러 따뜻하게 먹을수 있게 고체연료같은것도 지급했으면 좋겠지만 화재 문제 때문에 어렵다면 반합채로 데울수 있는 무선 포트 같은것도 지급이 되면 좋겠구요(작동은 보조배터리로)

총장이나 장관,정치인들이야 화력장비 도입하는데 우선 관심이 있어서 이런 문제는 항상 소외되는데 총장선에서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순한개 2019.04.11. 10:23

야전에서 반합에 비닐싸서 밥비벼 먹는것도 그렇게 좋지는 않을거 같은데 컵밥같은 메뉴를 편성해서 국물과 함께 종이 용기에 배식을 하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민간 전문가들과 같이 식단을 개발하고 용기는 민간에 있는 용기들을 응용하면 야전에서도 충분히 따듯하고 맛있는 식사를 제공할수 있을거 같네요. 식사가 끝나면 회수해서 보급차량 편으로 돌려보내구요

PANDA 2019.04.11. 11:57

배식을 할거면 식단을 따로 편성해야 한다는데 강력하게 동의합니다. 맨밥에 참치, 맛다시만 비벼도 먹을만하고 영양도 나쁘지 않겠죠. 나물이나 김치가 첨가되면 배변도 잘될거고요. 만약 이것도 어려워서 못하겠다하면 아예 그냥 편의점 김밥/삼각김밥같은걸 도입하는건 어떨까요? 데우지 않아도 먹을만 하고 품에 넣기에 충분한 크기라 품어서 안얼게 할 수도 있고 양이 부족하다면 아예 인당 2개씩 배식하던가요. 효율은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쓰레기도 포장이 얇아서 충분히 주머니에 쑤셔박고 챙길 수 있고 전시에 급박할때는 소각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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