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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트사이트를 '주야간조준경'이라고 적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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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다시피, 국군에서는 11K 도트사이트를 '주야간조준경'의 한 종류로 분류합니다. 말 많고 탈 많은 기관총용 05K 야간조준경이나 PAS-01K 열상조준경처럼 말이지요.

 

나름대로의 사연이 얽힌 이름이기도 합니다. 요즘이야 배틀그라운드 덕분인지 지나가던 중고생들도 도트사이트와 스코프의 역할 구분정도는 할 줄 아는 세상이 됐지만, 도트사이트 도입을 추진하던 무렵에만 해도 그런건 밀덕후들 아니면 구분할 줄 아는 사람도 없었던 시절이란데서 문제가 시작됐지요.

 

도트사이트 도입을 추진하던 군 내 선각자들은 조준경이라면 망원조준경밖에 모르는 '돈자루 쥔' 사람들을 설득할 방법을 찾다가... 고민 끝에 악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들을 제대로 설득하는 정공법 대신, 꼼수를 써서 도입 논리를 만든겁니다.

 

90년대 말 ~ 00년대 극초반, 그러니까 미 육군도 도트사이트와 단안식 야투경을 막 제식화했던 무렵, 미 육군은 새로 받아본 장난감(?)들을 요리조리 만져보며 나름대로 새로운 사용법을 고안해냅니다. 새로 보급한 M68 도트사이트의 뒷부분에 PVS14 야간투시경을 장착해서 야간조준경으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총기의 야간조준경이 아니라 관측장비로 개인보급된 야간투시경을 총기에 장착하다간 오히려 야간전시 시야 범위가 총기의 조준점 부위로 좁혀진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운용방법이었고, 이 문제때문에 결국 미군도 도트와 PVS14를 결합하는 운용방식을 포기하게 되지만  

 

한 박자, 혹은 두 박자씩 늦게 미군 사례를 추종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던 국군의 눈에는 이 방식이 매력적으로 보인겁니다. 그도 그럴것이, 00년대 중후반이면 국군이 기존에 사용하던 PAQ-91K 야간표적지시기는 도태시켜야 할 구형 장비가 되었는데 그걸 대체할 신형 야표기는 그야말로 비리사업의 전형이라 사업 자체가 절딴나는 바람에 대체장비가 사라진 상황이었거든요.(동명부대 1진 파병 앞두고 언론에 공개됐던 사진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그 비리 야표기가 뭔지 알아보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하야... 국회에서 '배율 확대도 안되는 조준경을 도입하려는 방산비리 사업'(?)이란 오명을 쓰기도 했던 11K의 도입 논리로 야표기의 대체 수요가 나오게 됩니다. 밤에 이거 뒤에다가 단안식 04K 야투경 끼고 쏘면 야간조준경이나 다름 없어요! 하면서...

 

그리고 그 결말은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특전부대나 특공부대등의 부대에선 도트사이트란거 눈치까고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지만 상당수 부대에서 '야간조준경이라고 받은거니 밤에만 쓰는 물건이겠지'하고 고지식하게 운용하는가 하면, 심지어 전력화 초기에 어떤 부대에서는 모자란 야투경을 경계근무 인원들이 돌아가면서 쓰듯 밤에 근무나가는 근무자들이 돌아가면서 쓰게 운용하는 경우마저도 있다니 말 다했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적기에 정상적인 성능의 차세대 야간표적지시기가 전력화되는데 가장 큰 방해요소가 되었습니다. 대체장비를 도입했는데 뭘 또 사려고 예산 달라는 소리를 하는거니? 하면 할 말이 없어질테니... 애시당초 사용자인 군에서도 야표기 대체를 잘 했다고 생각할 정도기도 했고요.

 

그나마 이번 워리어 플랫폼 전력화를 추진하는 사업 실무자들은 각 장비들의 운용법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총기의 야간운용법도 정석대로 야투경 + 야표기 조합을 지향하고 있지요.), 사람 개개인의 능력에 기대는 사업은 육본에서 인사명령 한번만 나도 다시 개판으로 틀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야말로 국군에서 '주야간조준경'의 대분류에서 도트사이트를 꺼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 육군의 도트사이트 분류 명칭인 CCO(Close-Combat Optic)를 그대로 직역을 하던, 아니면 한국식 분류명칭을 새로 만들던간에, 도트사이트의 운용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식 분류명칭을 새로 만들어서 새로 납품될 도트사이트에 붙여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실무자 입장에선 전력화 하기도 빠듯한데, 분류명칭 새로 만들다가 발생할 수많은 행정소요들과 그로 인해 소요될 시간과 예산과 무형의 절차적 압박을 생각 안 할수 없을겁니다. 하지만 지금 손 봐야합니다. 처음에 제대로 도입논리를 설득하지 못하고 꼼수를 쓴 댓가를 치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나마 바로 잡지 못하면, 야전부대의 운용상의 난맥은 더 꼬였음 더 꼬였지 절대 풀어지지는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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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con 2018.11.22. 20:13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근접전술조준경 정도가 적당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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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8.11.23. 02:01
Falcon

어떤 이름이 됐든 장비의 성격을 제대로 정의해준다면 지금보단 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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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S-11K가 처음 보급 됐을때 교육이 제대로 안이뤄진건가요? 이름도 그냥 야간조준경도 아니고 엄연히 주야간조준경인데 밤에만 썼다는걸 많이는 들어봤지만 참 이해가 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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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8.11.24. 10:21
점심은평양저녁은신의주

X반도 제대로 차는 법도 교육이 안 되는 판인데 오죽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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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2018.11.23. 10:23

이 명칭은 높은 분들의 마인드를 생각해서 일부러 저런 이름을 붙여 필요성이 크게 보이려고 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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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8.11.24. 10:18
잔디

예... 그리고 그 부작용도 크지요.

했네했어 2018.11.24. 00:14

신장비가 보급되면 교범도 같이 배부되게 마련인데 교범은 쳐다보지도 않고

장비 명칭만 보고 대충 운용한다고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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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8.11.24. 10:18
했네했어

믿기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진짜로 많은 곳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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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der 2018.11.24. 05:57

망원조준경이랑 광증폭/열상 조준경 조합은 자세랑 접안 문제 때문에 저격수나 기관총 사수가 종종 쓴다곤 하지만,

일반 보병이 무배율+야간투시경+표적지시기가 아닌 무배율+야간조준경 조합을 쓰는건 많이 비효율적이죠.

 

naver_com_20140515_140921.jpg

출처: https://blog.naver.com/dapapr/110190668972

 

오래된 짤이지만 당시에 이거 보고 정말 답답해 하시던 분들 많았던 기억이 있는데 04K를 굳이 11K 뒤에 고정시켜서 달지 말고 헬멧에 달면 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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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8.11.24. 10:21
Vader

애시당초 저격수들의 야간투시 어뎁터들은 개인화기의 조준경에 야간투시 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고,개인용 야간투시경과는 별개로 따로 보급되는 물건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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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 2018.12.16. 22:04

48345034_720174748358347_9166632100080648192_o.jpg

 

출처 - https://youtu.be/Rzh-SI79Sqc

 

일단 육군 쪽에서는 어느 정도 인식은 하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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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8.12.16. 22:23
임성진

수색대도 일찍 11K 장비 성격을 간파한 축에 속한다고 거론되는 부류중 하나였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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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P 2018.12.24. 06:22

매우 안타깝게도 그러한 바램은 근시일 내에 이루어지기가 여러울것 같읍니다.

 

K-3388.png

 

그..... 그.. 무슨 설명회 자료였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마 워리어 플랫폼 관련한 자료였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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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8.12.24. 09:07
MTP

예. 이번에도 시정이 되지 않는듯 하여 구구절절 글을 적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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