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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The Origin of Armed Dr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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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멋대로 붙여 봤습니다. ㅎㅎ

 

헨리 A. 크럼프턴 저, 김홍래 번역의 '첩보의 기술' (The Art of Intelligence)에서 발췌한 내용들중 일부입니다.

 

9.11 테러 직전의 몇 년간 알 카에다와 빈 라덴을 대상으로 한 비밀공작을 수행하던 CIA에서, 후일 세계 전쟁사에 한 획을 긋게 될 무장형 무인 항공기를 운용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옮겨 적어봤습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실전 운용 단계에 오른 기술이었습니다. 아마 몇몇 선구자들이 아니었다면 이라크 쳐들어갈때도 이런걸 만들 생각도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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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2000년 1월 각서를 통해 CIA에게 오사마 빈 라덴의 위치를 파악하고, 식별하여,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 정보는 치명적인 군사적 타격을 지원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기술적 해결책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였다. 국방부가 병력투입을 거부했던 것이다. 병력을 투입하려면 전투탐색구조(Combat Search and Rescue : CSAR) 가 필수적이며, 거기에는 군수지원이 따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웃 국가들의 외교적 승인과 작전적 지원이 필요했다. 나는 대테러센터가 전투탐색구조팀 없이도 아프가니스탄에 공작팀을 파견했으니 군대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방안은 군사교리라는 군대의 장애물에 부딪쳤다. 나는 커다란 위험이 따르는 모든 작전에 군대가 교리와 평화적 태도의 유지를 쉬운 핑계거리로 삼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으로 나는 우리가 아프가니스탄 내 판지시르 계곡에 기지를 설립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우리의 아프가니스탄 동맹과 협조하여 CIA 첩보원들이 심도 깊음 정찰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CIA 지도부가 그 개념을 거부했다. 그들은 그와 같은 공작이 너무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CIA, 특히 대테러센터를 지목하여 지시를 내렸는데, 이번 임무를 추진할 때 정보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대테러센터는 이번 임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대테러센터가 이미 갖고 있던 접근성과 기술, 권한은 각서를 통해 더욱 확대되었다. 대테러센터는 알카에다 공작을 분쇄하는데만 전념하는 공작팀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실상 그 팀은 미국 정부 전체를 통틀어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다루는 유일한 공작기구였다. 이 기구는 리치가 이끌고 있었다.

 

 리치와 나는 이미 업무상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자원이 부족하다고 불평했다. 나는 항상 그가 갖고 있는 것만으로 더 많은 것,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하라고 요구했다. 대테러센터의 과업에 대한 헌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과업에 대한 압박이 계속 거세지면서, 우리 관계도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는 지칠 줄 모르고 정직하며 영리했는데, 자신의 팀을 강하게 단련할수록 그도 더욱 영리해졌다. 그의 부하들은 상관의 지휘에 적절하게 반응했지만, 그는 그 이상을 원했다. 그는 완고하고, 인습에 얽매이지 않으며, 열정적이고,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적극 권장하고 그런 사람을 모집했는데,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보통 그런 인물은 너무 말썽이 잦다는 이유로 피했을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그를 따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위해 그에게 도전했다. 그들은 그를 독려했다. 그,들은 그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들은 정당할 경우 주저하지 않고 건설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내게도 똑같이 했다. 그것은 최고의 부하를 의미하는 표식이었다. 그들은 자기 상사를 더 나은 지도자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후 몇 달이 지나면서 나는 리치에 대해 한 층 더 감탄하게 되었다. 그가 우리의 정보수집 방식을 그리고 결국에는 전쟁수행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정찰체계를 무(無) 에서부터 개발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새로운 지시로 인해 제기된 기술적이면서 관계부처 간의 내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리치는 독특한 역량을 가진 젊은 요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알렉(Alec)은 리치의 팀에 배치된 국방부 소속 정보특기자였다. 알렉은 육군에 입대하여 한국에서 복무했으며 준위가지 진급했다. 이후 국방정보국[DIA]이 그를 테러리즘 표적을 분석하는 정보분석가로 채용했다. 1996년 코바르 타워 폭파사건(Khobar Towers bombing) 이후 합동참모본부 정보참모부[J-2]와 작전참모부[J-3]는 합동표적선정반을 구성했다. 알렉은 바로 그 표적선정반에서 근무했다. 1998년 동아프리카 폭탄 테러 이후, 이 국방부의 표적선정반이 대테러센터에 접근했다. 국방부는 두 기관의 연결을 확대하면서도 공유하는 정보를 더욱 세밀하게 특화할 필요가 있었다. 국방부는 대테러센터에 연결고리로 알렉을 파견햇다. 그는 리치와 내가 부임하기 직전인 1999년 8월에 대테러센터에 부임했다.  

 

  2000년 1월의 각서는 9개월 내에 해결책을 요구했다. 각서를 받아든 리치와 알렉은 답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고정방식의 장거리 광학장비를 비롯해 지상에 설치한 여러 센서를 실험했다. 그들은 기구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그 지역에 자주 부는 바람으로 인해 기구는 중국으로 날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곤란했다. 결국, 그들은 무인항공기[UAV]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고, 그것이라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였다.

 

  유례없을 정도로 강력한 한 무리의 미국 정부 관효 집단이 정책 수준에서 단호하게 이 계획을 지지하고 추진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의 리처드 클라크는 대테러안보분과장으로 있으면서 각서의 기안에도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이 계획에서 중요한 지도자 역할을 수행했다. 정보수집담당 CIA 차장 찰스 앨런(Charles Allen)과 국방부 작전참모 스콧 프레이(Scott Frey) 제독 또한 이 계획의 핵심 세력이었다. 그들은 클라크와 힘을 합쳐 내키지 않거나 심지어 의문을 품고 있는 관계부처의 관료들을 설득했다. 여기에는 국방부 소속의 많은 사람들, 특히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모든 기체를 혐오하는 공군이 포함되어 있었다. CIA에서 테닛 국장은 그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위험과 절차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패빗은 이와 관련된 모든 노력에 눈살을 지푸렸다. 코퍼와 나는 둘 다 기술회의론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것을 시도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밀레니엄 음모는 공격을 저지한 것에 불과했다. 알카에다가 도다시 공격해 올 것이다. 코퍼는 자신의 예산에서 500만 달러를 무인항공기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이것은 그가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예산 중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내부적으로는 적절한 무인항공기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인해 특수활동분과 지도부와 마찰이 생겼다. 그들은 다른 종류의 무인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성능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인공위성을 통한 무선 제어가 불가능했다. 특수활동분과장은 자신의 무인항공기 프로그램을 보호하려고 다른 기종을 찾는 것을 거부했다. 그래서 리치와 알렉은 공군을 찾아갔다. 그들은 프레데터(Predator)를 찾아냈다. 이 기체는 발칸 반도에서 사용된 적이 있어서 기술은 이미 입증된 상태였다. 리치와 알렉은 모처의 공군기지를 방문해 프레데터를 점검했다. 그것은 격납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프레데터는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2개의 스노모빌 엔진으로 하나의 프로펠러에 동력을 제공하는 커다란 글라이더나 마찬가지다. 날개 폭은 55피트[약 16.8미터]이고 길이는 27피트[약 8.2미터], 적재능력은 450파운드[약 204킬로그램]이다. 프레데터는 최대비행고도 2만 5,000피트[7,620미터]에서 최고대기속도는 시속 138마일[약 120노트]로 최대 40시간 체공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성능, 특히 발견당할 확률이 대단히 낮은 고도에서 장시간 머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의 요구에 부합했다. 아마 단순한 형태 대문에 그렇게 안정적이고 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플랫폼 자체는 단순했지만, 전반적인 무인항공체계(Unmanned Aerial System; UAS)는 복잡했다. 지휘/통제망은 위성을 통해 연결되고 주파수대역 접근과 용량에 따른 문제들이 논의 단계와 운용 시에 집중적으로 부각되었다. 비록 지상 발사/회수반이 차지하는 공간은 크지 않았지만 군수와 보안 소요는 만만치 않았다. 이 체계를 배치하는 데에도 국제 공역의 현재 상태나 양국 관계, 국가주권이라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유례없는 난관이 발생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이 플랫폼에 헬파이어 미사일(Hellfire missile)을 결합할 경우, 이 체계는 전쟁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불러올 수 있었다.

 

  리치의 팀은 이 무인항공기를 무인비행체계에 통합한 다음 그 무인비행체계를 복잡한 종합정보수집 임무에 투입시켜야 했다. 우선, 우리는 프레데터의 기지로 어디가 적당할지를 알아야 했다. 다음으로 그것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를 정해야 했다. 광학센서는 고고도에서 선명하고 근접한 영상을 제공할 수 있지만, 시야가 너무 좁았다. 그것은 빨대로 지구를 관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종합정보체계는 우리가 프레데터를 어디에 배치하고 어떻게 유도해야 할지 알려주는 것이 가능했다.

 

  리치와 그의 부하들은 2000년도 내내 지칠 줄 모르고 이 정보수집체계를 구축하는 데 몰두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알카에다 지도부에 대한 CIA의 모든 휴민트를 리치의 프레데터 팀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우리의 일방적 협조자는 물론 외국 연락기관의 보고도 포함되어 있었다. 리치가 바로 대테러센터 정보수집 임무를 책임지고 있기 대문에 그 과정은 간단하게 처리되었다. 다음으로 그는 관련된 시긴트[신호정보]를 팀에 쏟어 부었는데 대테러센터로 파견된 NSA 요원 덕분에 매우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그는 국가정찰국(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 NRO)을 설득해 위성사진을 넘겨 받앗다. CIA 차장인 찰스 앨런은 정보공동체 내에서 높은 신뢰도와 영향력을 갑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지원을 아기지 않았다. 그는 테러의 위협을 잘 알고 있엇기 대문에 우리의 목표를 차질 없이 추진했다.

 

  리치의 특수 무인항공기 팀은 벽면의 높은 곳에 넓은 비디오 화면을 배치하고 방의 가운데와 벽면에 열을 지어 컴퓨터 단말기를 늘어놓은 통제실을 건설햇다. 그곳은 전자두뇌와 인간두뇌로 북적거렸다. 세계 전역의 온갖 출처에서 정보가 단말기로 쏟아져 들어오자 리치의 팀은 무인비행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프레데터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표적지도 작성을 시작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기체를 확보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아무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프레데터가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비행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합동반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야말로, 기술적으로나 운용상에서나 지도력 부분에서 기념비적인 도전이었다. 클라크와 앨런, 프레이, 코퍼가 위에서 압력을 가했다. 과장된 협박을 일삼는 클라크와 대조를 이루며, 그의 보좌인 로저 크레시(Roger Cressey)는 조용한 조력자로서 유용한 역할을 수행했다. 한편 리치와 알렉은 국가안보공동체 전체를 통틀어 GS-14 직급과 중령 계급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비록 핵심 과업과 지도부 구성은 대테러센터가 맡겠지만, 12개 이상의 미국 정부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즉석 특수임무부대를 구성했다. 괄목할만한 사실은 리치와 알렉이 공군을 제외하고 어떤 기관과도 합의 각서를 체결하지 않고 이 일을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 정보보안 편제를 우회하여 신뢰 네트워크로 맺어졌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CIA에 서면으로 권한을 부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정치적 추진력과 국방부 전반에 걸친 연결성을 제공했다. 공군은 기술을 갖고 있었다. 국방정보국[DIA]은 분석가를 보내주었다. 국가영상지도국(National Imagery and Mapping Agency : NIMA)은 지형공간분석과 활용에 도움을 주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ral Command : CENTCOM)는 연락장교를 파견하여 협조했다. 다양한 기관에서 담당자들을 파견했다. 그리고 대테러센터는 CIA 곳곳에서 정보수집가의 도움을 받았다.

 

  별로 좋지 않았던 문제는 인공위성 대역이었다. 그것은 희귀하고 비싸지만 필수적이었다. 처음에 코퍼와 나는 다른 어떤 주제보다도 이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 것 같다. 또한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기지를 확보하고 유지해야 했다. 한편 리치와 알렉은 군납업자를 포함해 다채로운 관계부처 합동반을 이끌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걸쳐 역동적인 첩보망을 구축했기 때문에 시긴트와 이민트[IMINT (영상정보)]로 보강된 우리의 휴민트는 매우 뛰어났다. 우리는 적을 알았다. 우리는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 어디로 프레데터를 보내야 하는지를 알았다. 카메라의 시야가 매우 좁기 때문에 그것은 매우 중요했다. 배율은 경이적이었다. 국가영상지도국[NIMA] 분석가는 차량의 제작사와 모델을 식별하고 개개인의 키를 잴 수 있을 정도였다. 화질은 깨끗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광학센서는 명령에 따라 반등하며 지시받은 지점을 선회하고 확대했다. 대부분의 경우 무인항공기는 충분히 조용하고 작을 분만 아니라 대단히 높은 고도를 비행했기 때문에, 오직 특별한 상황에서만 지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침투징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몇 주 만에 프레데터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였다. 우리는 신속하게 아프가니스탄 내부에서 표적지역과 차량, 적의 이동 유형에 대한 장시간의 비디오 데이터를 축적했다. 우리는 모든 출처의 정보를 입력하여 프레데터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위치의 정확성을 높였다. 프레데터 운용자는 온갖 출처, 특히 휴민트를 참고했다. 그러면 이번에는 프레데터가 휴민트를 포함해 다른 정보 출처에 대한 정보수집요소를 확인하고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어느 환한 여름날, 칸다하르(Kandahar) 인근 타르나크(Tarnak) 농장지역 상공에서 이런 상승효과가 입증되었다.

 

  우리는 모두 리치의 프레데터 팀 주위에 모여서 대형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앞서 우리는 정보제공자로부터 오사마 빈 라덴이 특정 시간에 특정 위치에 나타날 것 이라는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원래 우리는 토착민 비밀공작팀을 배치해 오사마 빈 라덴을 저지, 체포 혹은 사살하려고 했다. 하지만 법적·작전적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해서 상부의 승인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에게는 인근을 선회중인 프레데터가 있었고 그것이 전송하는 비디오 스트림이 우리의 화면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이  알 카에다 시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규모 트럭 호송대가 농장지대에 접근하자 우리의 기대도 높아졌다. 경호원이 우리 쪽을 향한 채 차 밖으로 뛰어 내렸다. 경호대상자의 차가 멈추고 큰 키에 흰색 옷을 입은 남자가 내렸다. 오사마 빈 라덴이었다. 우리는 커다란 단지 내 마당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탄원자들이 허둥지둥 뒤쳐나와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잠깐 그들을 향해 아는 척을 했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하늘은 맑고 화질은 우수했다. 여자나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그를 잡았다.

 

  “오, 성모님, 맙소사!”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사람이 말을 받았다.

 

  “성모라고 하면 안 되지.”

 

  “그 자야. 빈 라덴이야.”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그는 몇 초간 화면에 모습을 보였다가 건물의 두꺼운 벽 안으로 사라졌다. 

 

  분석가들이 서둘러 백악관과 국방부에 경보를 보냈다. 인도양에 있는 미 해군 함정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해도 목표에 도달하기가지는 적어도 여섯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백악관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오사마 빈 라덴이 앞으로 여섯 시간을 더 그곳에 머무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우리는 알지 못했다. 백악관은 만족하지 못했다. 순항미사일도 발사라지 않았다. 우리는 이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코퍼와 리치는 백악관에 상황을 보고했다. 클라크와 앨런은 우리만큼이나 발끈했지만 백악관의 기대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대테러센터는 오사마 빈 라덴의 장래 위치를 예측해야 할 판이었다. 아니면 수 시간이 아니라 수 초 내에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우리는 빈 라덴을 전자광학적 시야에 포착했지만, 아무런 현실적 정책도, 명확한 권한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치명적인 속도와 정확도를 가지고 표적과 교전할만한 의미 있는 자원도 없었다. 상황은 애석하리만치 완벽하게 부조리했다.

 

  … (중략) …

 

  나는 프레데터에 무장을 장착하는 것이 아마도 우리의 치명적 임무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클라크와 앨런, 코퍼는 그 방안을 추진했다. 아주 강력하게.

 

  관료주의적 싸움은 추잡했다. 많은 사람들이 CIA가 그와 같은 치명적 능력과 권한을 가진다는 개념에 반대했다. 패빗은 단호하게 반대했다. 그는 CIA가 초래할 정치적 위험이 이득보다 훨씬 크다고 믿었다. 군부의 많은 인사들은 그것을 CIA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 간주했다. 백악관과 법무부, 국방부, CIA의 법률가들이 다양한 문제를 두고 씨름을 벌였다.

 

  마침내 클라크와 테닛, 앨런, 코퍼가 승리했다. 리치와 나는 공작적 관점에서 워싱턴 정계에서 벌어지는 비밀공작 정치의 잔인성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돈과 권한, 권력에 관한 것이었다. 도한 위험과 관계가 있었다. 즉, 누가 위험을 감수하려 하고 누가 그러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프레데터에 무장을 장착하게 되었다.

 

  이제 리치와 알렉, 그리고 이 새로운 전쟁 도구를 개발한 그들의 팀에게 과제가 주어졌다. 어떤 종류의 무기를 프레데터에 장착할 수 있는가? 정밀하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 센서와 사수를 단일 체계로 결합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전쟁과 정보를 통합할 수 있을까?

 

  알렉은 이동 능력에 있어서는 순항미사일에 버금가는 일종의 폭탄으로 대테러센터가 식별한 알 카에다의 지휘·통제·통신 허브를 파괴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 더욱이 공군은 대테러센터가 프레데터용으로 제기한 요건을 만족시키는 무지체계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리치와 알렉은 CIA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 중에는 누군가의 할머니일지도 모르는 조용하고 나이든 숙녀도 포함되어 있었다. 종말 탄도학(terminal ballistics)의 전문가이기도 한 그녀는 차분하게 초과압력과 파쇄의 효과에 대해 설명했고, 특정 탄두의 살상 범위를 설명하는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의 자신의 강의를 보강했다. 알렉과 그녀의 팀원들은 그 프레젠테이션을 ‘터진 벌레’ 슬라이드라고 불렀다. 그녀에게는 애정의 표현으로 ‘블랙 위도우’(Black Widow : 미국산 독거미) 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탄약에 대한 선택의 폭은 점차 줄어서 하나만 남았다. 헬파이어 미사일이었다. 지상의 장갑차량을 상대로 작전하는 공격헬기용으로 개발된 헬파이어 미사일은 지난 15년 동안 전투에서 이미 진가가 증명된 무기였다. 45킬로그램을 약간 넘기 때문에 프레데터의 양쪽 날개 밑에 장착이 가능했다. 9킬로드램의 탄두는 특정한 방이나 차량과 같은 고정된 표적과 인마살상 임무에 적합하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헬파이어는 공군의 무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육군 소유였다. 그로 인해 또 하나의 도전이 필요했다.

 
  2000년 12월 무렵, 겨울 폭풍으로 인해 비행 시간이 줄어들자 우리는 프레데터를 미국으로 귀환시켜 헬파이어 마사일 장착을 위한 구조변경과 시험을 실시했다.

 

  리치와 알렉은 육군의 레드스톤 병기고(Redstone Arsenal)에서 폭발물에 대단한 애정을 가진 기계공학자를 발견했다. 척 “쾅쾅” 베셀스(Chuck “Boom Boom” Vessels)라는 잘 어울리는 이름을 지닌 그는 자신의 열정을 MIT에서 갈고 닦은 예리한 지능에 결합시켰다. MIT에서 그는 슬론 펠로스(Sloan Fellows) 프로그램을 이수하여 과학경영과 경영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쾅쾅”은 미 공군과 함께 최적의 헬파이어 배치 형태를 생각해 냈는데, 그것은 신이 날 정도로 쉬워보였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겉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의 산사람다운 태도에 나는 그가 정비공이나 사냥안내인으로 오인되기 딱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문화적인 차원에서 우리 두 사람은 만나는 즉시 서로를 이해했다. 기술적으로 나는 불과 몇 분 만에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항이나 그의 자신감은 이해할 수 있었다. 헬파이어가 효과적이라는 데는 아무런 의문이 없었다. “쾅쾅”은 가끔 이렇게 선언하듯 말했다. “저는 적절한 양의 폭발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미 공군은 무장 무인항공기에 대한 시험을 2004 ~ 2005년에 진행하기로 했지만 CIA의 요구로 프로그램 일정을 앞당겼다. 존 점퍼(John Jumper) 공군 대장은 이 기술에 관한 공군의 최고 권위자였다.  그의 선견지명과 지도력은 우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1년 2월 16일과 21일, 기밀로 분류된 어느 미국 공군기지에서 표적을 향해 첫 번째 시험사격이 진행되었다.

 

  10년만에 무인항공체계는 정보수집도구로서 때로는 무기 발사대로서 널리 활용되었다. 2011년까지 몇몇 권위자들은 무장 프레데터를 활용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열성적으로 옹호하면서 무인항공기 공격이 국가의 안보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되엇다는 점을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장 프레데터를 전쟁 역사상 가장 정확한 무기로 선언했다. 2001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런 상황을 꿈도 꾸지 못했다. 단지 우리는 휴민트를 입증하고 수집한 정보를 적용하여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원했던 것이다.

 

  불과 몇 달 만에 리치와 알렉, 그리고 그들의 임무지향적인 관료주의 파괴자들은 거대하고 느려터진 미국의 보안체계 속에 활동하면서도 무장 무인항공기를 상상하고 만들어냈다. 성공을 위해, 이들 행동대원들은 선견지명이 있는 공군 장성과 성마른 백악관의 대테러분야 지도자, 공격적인 국방부의 해군 제독, 강인한 CIA 차장, CIA 대테러센터장 등등 각 부처 지도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들은 육군의 무기를 공군의 플랫폼에 달아서 CIA의 통제로 넘겨주었다.

 

  하지만 국방부와 CIA 상층부에서 대테러센터가 갖고 있는 것의 정체를 깨달은 그 순간부터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국방부는 통제권을 원했다. 이것은 이제 전쟁 도구이며 전쟁은 그들의 영역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주장이었다. 패빗과 같은 일부 CIA 수뇌부는 국방부가 그 무인항공기를 가져가 주기를 ‘바랐다.’ CIA가 위험을 감수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한 회의석상에서 패빗은 우리가 암살사업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레데터에 관계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앨런, 코퍼, 리치와 나는 그 무기체계를 계속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어차피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정보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 우리는 알 카에다를 우리 손으로 붕괴시키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은 그 일을 원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는 요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필요했다.

 

  백악관이 결론을 내렸다. 대테러센터가 프레데터를 계속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누가 방아쇠를 당기느냐에 대한 험악한 부처 간의 입씨름이 끝나지는 않았다. CIA는 대통령이 지정한 바에 따라 특정한 살상 권한을 갖고 있었지만 국방부가 이의를 제기하며 자신들이 더 큰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가들이 논쟁을 벌였다. 결국 정치지도자들은 최소한 CIA 요원이 그 역량을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무렵 이미 CIA 요원으로 신분이 전환된 알렉과 대테러센터 소속의 다른 여러 요원들이 이 체계에 대한 교육을 받고 표적조준 절차를 완벽하게 익혔다. 교육 과정에는 테닛 국장의 회의실 테이블 위에서 실시된 모의훈련도 포하모디어 있었다. 그들은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토글 스위치를 조작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들은 그 스위치를 ‘원수잉 스위치’라고 불렀는데, 원숭이조차도 그것을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원숭이 스위치’의 통제권을 두고 그치지 않던 관료주의적 다툼은 결국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이 그것을 CIA 넘기면서 끝이 났다.

 

  2001년 봄에서 여름까지 프레데터는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계속 순찰했지만, 다시는 오사마 빈 라덴을 확실하게 목격하지 못했다. 프레데터는 다양한 센서를 장착하고 있어서 알 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한 우리의 정보를 증가시켰는데, 그 중에는 그들의 전투편제와 지휘·통제·통신체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더불어 우리는 시긴트 역량도 강화했다. 이 모든 기술적 수집은 우리의 확장된 휴민트 첩보망을 보완했다.

 

  2001년 9월까지 대테러센터는 모든 지역과 부족을 망라한 100명 이상의 인간정보원을 아프가니스탄 내에 확보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를 위한 지원 조직에 침투한 정보제공자도 있었다. 우리는 무장 혹은 비무장 프레데터를 상공에 대기시켜 두었다. 다른 기술적 정보수집 체계도 배치해 두었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적을 알고 나를 알았다. 이 정도 범위에서 기술적 수집과 인간정보원을 통한시킨 상태라면,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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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2017.11.10. 03:09

결론만 말하면 빈라덴을 일찍 잡아서 미국의 모 교사가 수염을 더 빨리 깎을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거군요. 
그런 사례가 저거 하나뿐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나온 여러 무인기 관련 영화에서도 소개 되지만 

공군의 운영과 CIA의 간섭등이 잘 묘사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그런 임무에 대한 조종사들의 스트레스도....

 

아마 앞으로 무인기는 좀더 발전 하겠죠  전투기가 무인기로 교체 되는 것은 한 참 더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 합니다.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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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7.11.10. 22:14
minki

무장형 드론을 운용한 고가치표적 감시/제거를 두고 벌어진 에피소드는 별별 일들이 다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중가면 정보기관들이 무장형 드론으로 군에게 실적 나눠줄 필요 없이 직접 다 해먹는데 너무 맛들려서 나름대로 부작용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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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2017.11.10. 22:17
22nd

그 맛 들린 모 C 기관 덕분에 공역통제에 어려움 많았다는 말도 있더군요. 더 큰 문제는 무인기 통제에 할당된 주파수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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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2017.11.10. 22:53
22nd

그게 사실 주도권을 해당 기관에서 쥐고 시작한 건 맞는데..결국 공군이나 기타 여러 밀리터리쪽하고 

안 맞는 부분 때문에 티켝 태격......그렇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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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무인기의 개발 배경 및 과정에 대해

세세하면서도 맛깔나게 설명이 되어있네요.

한편으로는 미국 관료주의의 대한 면과 첨단기술이 발달한 21세기에도

여전히 인간정보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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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7.11.10. 22:17
점심은평양저녁은신의주

애저녁에 만들어서 채용해놓고도 어떻게 써먹어야 포텐셜이 터질지 진가를 못 알아보는 공군과 불과 1년여만에 테러와의 전쟁 최고의 히트상품이 된 무장형 드론이란 분야를 개척해낸 CIA 대테러센터가 참 비교되죠. ㅋㅋㅋ

 

인간정보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신뢰할만한 소스에게서 나온 인간정보만큼 확실한 정보도 없을테니까요.

꾸도 2017.11.10. 21:11

거대하고 느려터진 미국의 보안체계 ㅎㅎ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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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글쓴이 2017.11.10. 22:18
꾸도

그 보안체계가 제대로 작동 못 해서 어떤 참사가 벌어졌는지는 너무 유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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