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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잡담.

Marseillaise 9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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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딱히 의미있거나 웃기려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만 그냥 이런저런 잡생각이 좀 듭니다.


1) 군이 뭔가를 원하므로 해줘야 한다는 얘기는 참 전가의 보도처럼 쓰입니다. 해군은 그걸 믿는지 항모를 만들자고 하죠. 해군비전 2020에선 1.5~2만톤급의 레일건(...)을 탑재한 경항모에 UCAV와 함재기를 동시 운용하는 것을 꿈을 꿨습니다. 과연 공군은 어떨까요. 사실 밀매들이 뭐라고 하건 될 사업은 되고 안될 사업은 안 됩니다. 다만 1차 FX 사업에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문제라면, 본격적으로 군이 인터넷의 밀매의 입맛을 어떤 식으로든 언론플레이를 하든 뭘 하든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공개 토론회를 해서 라팔이 F-15K를 누른다든지, '해양주권' '이순신' '동중국해' '사실상의 섬나라' '이어도' 같은 얘기를 하면 없던 예산이 생기기도 한다든지 뭐 그런 것들 말입니다. 방사청이 직도입 사업에서 1차 FX로 소위 말하는 '꿀을 빨고' 나서부터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밀덕들의 여론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국방부를 포함한 한국의 국방 사업에 자주 등장합니다만, 과연 이것이 옳은 방향인지 매우 회의적입니다.



2) 대체로 한국의 국방 기술력, 특히 항공산업 관련 기술력은 일종의 파편의 집합체입니다. 중앙 동체는 성형이 불가능한데 주익성형은 좀 된다든지, 완성될 물건의 성능을 떠나 물건에 관련된 것들의 조달구조는 다분히 파편적이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군용 프롭기에서부터 천천히 파편들이 발전하면서 일정한 플랫폼 전환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던 상황에서 기술이 '이식'된 것이니까요.


 동시에 KAI는 그 근본이 공기업이며,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빠르게 구식화된 기술을 흡수해 카피하고 재해석하는 것을 주업무로 삼습니다. 때문에 어떤 단일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이어나가는 것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고, 사실 그거밖에 불가능하죠. 핵심이 되는 기술들은 없거나 초보적이고, 그런데 신규 플랫폼을 A to Z로 할 수는 없고, 분명히 플랫폼의 수준 자체는 올라가게 되는데 그것은 꾸준히 앞서나간 물건들을 통해 진부해진 것들의 집합체로서 남아있게 됩니다. 이 와중에서 추력이니 상승률이니 선회력이니 하는 문제를 떠나서 기본적인 컨셉은 항상 무엇인가의 데드카피로 남게 되죠. 모든 사업은 양산을 목적으로 하며, X-Plane같은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집니다. 업체가 군을 유혹하는 일(마치 P-51같이)같은 건 꿈도 못 꿀 뿐더러, 군은 기본적으로 해외의 전투기를 보고 KAI에게 요구를 하니 KAI에게 남는 것은 그저 저렴하게, 그리고 사람을 쥐어짜내고 최대한 필요한 테스트를 생략하는 방향으로 리스크가 낮은 데드카피를 제작하는 방향으로 가죠. 


3) 그것과는 별개로, KAI는 차라리 그냥 KFX 홈페이지를 하나 만들고, LM이 한국의 여론에 대응하는 방식대로 대응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사실 밀매들이 무슨 최근 누군가가 그려낸 C103의 확장형이니, 그 수준이면 양호하고 이런 물건을 들이밀면 담당자도 사람이니 울컥할 수밖에 없는데, 울컥해도 사실 시끄러워지기만 하지 좋은 소리는 안 나오죠. 그냥 대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얘기, 해명할 필요성이 있는 얘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얘기하면 될 일입니다.




4) 한국의 국방비는 40조원이 조금 안 되며, 미국의 국방비는 1000조원입니다. GDP는 한국이 미국의 1/12죠. KFX에 들어갈 돈을 최하 12배로 곱하면 미군에게 갖는 무게감이 됩니다. 딱 6조만에 개발한다고 치면, 이미 미국의 F-35 이상으로 한국에게는 절체절명의 프로젝트가 된 것입니다. F-35에 쓴 돈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60조원이 조금 안 되니까요. 단군이래 최대의 사업이네 뭐네 말은 하지만, 진짜로 이게 꼬이면 어떤 사태가 되는지에 대한 생각들은 사실 그다지 없죠. 소요군이야 돈은 그냥 윗사람들이 뭐라고 하니 맞추는 리미트에 불과하고, 개발하는 업체들에게도 비슷합니다. 일부 밀매들 역시 F-35는 그저 공군과 해군, 해병대를 하나로 통합하는 정신나간 계획으로 인한 기계적 문제 때문에 발이 묶여 있을 뿐 KFX는 그럴 리가 없다고 자기최면을 걸고, 항상 '모든 것이 잘 진행될때' 만을 가정하죠. 


 그러면서 말합니다. 계란은 한바구니에 담는 것이 아니며 우리도 돼지같은 F-35가 제공능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독도가 다케시마가 되고 이어도가 중국 땅이 될 때를 막기 위해서 '보험'으로서 KFX를 해야 한다고요. 사실 전 뭐가 되든 하늘에 뜨긴 뜰 거고, 가격과 성능에 좀 애로사항이 있어도 쓸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예 독자적으로 할 능력도 안되고 하지도 않고, TAC가 미치지 않은 이상은 어쨌든 물건같긴 한걸 만들어야 하니까요. 더군다나 KFX는 사실 어느 정도 진부화된 기술들을 기반으로 적절히 어레인지한, 딱 F-2(쌍발이냐 단발이냐를 떠나서 개념적으로)가 될 것이고, 대체로 이런 물건은 가격 때문에 후회를 하지 이게 진짜로 기계적인 결함이 심각해서 욕을 하게 되진 않으니까요. 그러나 이게 정말로 기술적으로 뭔가 격차를 줄이고 의존도를 줄이는 일인가? 우린 정말 이걸 하면 뭔가를 '따라잡는가'? 리스크는 리스크 대로 전부 고려해야 되고, 성능의 열위는 감수해야 하고, 비용이 높은 것도 감수해야 되고, 절충교역과 투자로 따낸 가치가 떨어진 기술쪼가리들을 갖고 있으면 정말로 뭔가 상황이 나아지는가? T-50의 원형이라 할만한 F-16은 T-50의 25년 전에 나왔으며, KFX 수준의 세미스텔스기는 이미 유로파이터나 라팔에서 대부분 현실화되었죠. KFX는 2020년대 후반이니 여전히 25년의 차이는 있습니다. 물론 애비오닉스나 형상은 좀 시대에 맞게 탑재되기야 하겠지만, 사실 그것도 별로 혁신적이지는 않고 딱 지금 이 시점의 물건들(EOTS/IRST/전자전 포드 같은)을 달고 나오니 결국 아무것도 변한 건 없는데.. 


 


 여튼 여러모로 그냥 현시창이 아닌가, 근데 이거 한다고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어, 어차피 KFX따위 어떻게 뽑혀나오든 중국이나 일본과 전쟁할 일은 없어야 정상이니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미 국산 전투기는 멈출 수 없는 흐름이므로 딱히 할 말은 없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스라엘의 라비와 비슷한 흐름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될 것 같지도 않고.. 부탁이건대 징궈 꼴보다는 조금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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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2014.02.15. 03:39
전반적으로 해야할 것, 할 수 있는것, 하고 싶은 것의 구분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Marseillaise 글쓴이 2014.02.15. 03:44
폴라리스
저는 이런 상태로는 KAI건 한국이건 꾸준히 시대착오적 데드카피만을 양산할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거 아니면 죽어도 안된다는 구국의 집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실과 완전히 타협한 것도 아니고, '현실과 타협하되 현실을 내 발 밑에 무릎꿇리는 방식'과 비슷한 심리로 진행되는 사업같습니다. 물음표가 붙는 부분에 대해서 단순히 밀매들이나 '이렇게 되겠지'(됐으면 좋겠다의 자기최면)가 아니라 '군'이나 '연구소'가 희망사항을 언급하고 있는 것부터가 이미 좀 망조가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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