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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버 제독의 "댁의 아들 옆에 원자로 있어요" 일화가 좀 왜곡되서 돌아다니는 듯....

Ya펭귄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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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원자로 예산절감을 원하는 높으신 분들을 데꿀멍시키기 위해서 "댁의 아들이 원자로 옆에 있어요" 드립을 시전한 것으로 나오는 데....

 

실상은 좀 다른 이야기....

https://books.google.co.kr/books?id=U4kjnYL7-igC&pg=PA93&lpg=PA93&dq=rickover+weld+bolt&source=bl&ots=QaPTozEWbR&sig=QoiRXcFxE_7Fh4hIQ5a3Jyp1Rs0&hl=ko&sa=X&ved=0ahUKEwjoqb-Th73KAhWIkJQKHXOEDYAQ6AEIMTAC#v=onepage&q=rickover%20weld%20bolt&f=false

 

대략 요약하면.

 

1. 잠수함용 원자로 내압용기의 덮개를 닫았을 때 밀폐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해군 관련자와 민간연구원, 그리고 업계 관련자간의 토론이 있었음.

 

2. 원래 설계 초안은 용접으로 덮개와 격납용기간의 밀폐를 유지하자는 것이었음.

 

3. 그런데 노벨상 출신의 물리학자가 원자로 운용상태에 따라 (예를 들어 압력폭증 상황...) 용접이 기밀 유지에 불충분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  그 물리학자는 대형 볼트를 추가로 박아넣어서 원자로 내의 내압을 막아내도록 하자고 제안.  

 

4. 그러자 내압용기 설계에 경험있는 업계 전문가들이 볼트를 때려박으면 이중설계가 되니까 차라리 용접을 없애고 (전통적인) 개스킷을 추가하여 기밀을 유지하자고 제안함.

 

5. 그런데 리코버가(당시는 아직 제독이 아닌 듣보잡이었다고 함) 나서서 이렇게 추가 제안함.  "왜 용접을 빼요? 개스킷이랑 용접을 둘 다 넣어서 밀폐를 보강할 수 있는데요. 둘 다 하죠?  벨트 맸다고 멜빵 안하나요?"

 

6. 리코버의 의견에 대해서 관련자들은 반대를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타당한 이유가 있었음. 첫째, 필요없다.  둘째, 나중에 덮개를 다시 분리할 때 고방사성 분위기 하에서 용접을 절개하고 다시 재용접하는 고약한 작업을 해야 함.

 

7. 리코버는 그러한 의견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내의 산업계 및 학계에서 제일 뛰어나고 권위있는 개스킷-내압용기 전문가들을 소집함. 내압용기협회원, 포스터 휠러, 밥콕&윌콕스, 컴뷰전 엔지니어링 사의 부사장과 수석 엔지니어들이 거기에 포함됨.

 

8. 그 전문가 그룹이랑 리코버 휘하의 엔지니어들이 회합한 결과 한 명 빼고 전부다 굳이 용접을 할 필요가 없다고 거의 만장일치의 의견을 이룸...

 

9. 도무지 답 안나온다고 생각한 리코버 아래의 엔지니어들 결국 리코버가 직접 찍어눌러주기를 바라고 찾아옴.

 

9. 결국 리코버가 직접 회합장으로 출동.  참고로 당시의 리코버는 제독은 고사하고 아직 해군 내에서조차도 듣보잡이었던 대령 나부랭이(...)였음.

 

10. 좌중들 앞에 나선 리코버....  예의 그 유명한 "댁의 아들 옆에 원자로 있어요" 드립을 좌중들에게 날림...

    "댁의 아들들이 잠수함에 근무하고 잠수함이 박살나면 댁의 아들도 같이 박살난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말이죠...  당신들은 당신들이 주장하는 그 알량한 개스킷 쪼가리 하나만 가지고 원자로 용기 뒤에서 철철 넘쳐흐르는 방사성 물질들을 틀어막고 있는 그런 곳에다가 당신 아들들을 밀어넣고 싶소?  아니면 용접으로 밀폐를 한 번 더 보강하겠소?"

    그렇게 쏘아붙인 다음 리코버는 좌중들의 시선 하나하나를 일일히 쳐다봄.

 

11. 좌중들은 침묵하고...  리코버는 기술적인 이야기는 일체 추가 안함.  그러다가 좌중 중 한명이 답변함. "대령님이 무슨 의도로 말씀하신지 잘 이해했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용접을 추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군요. 아니, 좋은 아이디어 입니다."

그제서야 리코버는 재차 물어봄. "그럼 용접을 받아들이는 거요?"    

그리고 좌중들은 모두 리코버의 의견에 동의함.

 

 

 

 

개인적으로 저 상황을 요약해 보면...

a. 좌중들이 리코버의 2중조치에 대해 반대한 이유는 기술자로서의 기술적인 관점에서의 반대였지 예산문제나 국회의원 뭐 그런 거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음.

 

b. 리코버 제독이 지적한 부분은 '댁의 아들'이라는 감정을 자극하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지금 다루고 있는 것이  여태까지의 업계와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다루었던 보일러용 내압용기와는 위험도에 있어서 차원이 다른 "원자로 격납용기"이고 그것이 누출되었을때의 위험성을 직설적으로 지적한 것임.  당연하게도 좌중의 엔지니어들은 그것을 대번에 이해했고 따라서 2중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리코버 제독의 의견을 곧바로 받아들임.

 

c. 저 일화가 어떻게  '예산'이나 '국회의원' 같은 자극적인 양념이 붙어서 돌아다니는지 좀 거시기함....  

 

 

 

아무튼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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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don 2016.01.22. 21:51
처음 듣는 이야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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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2016.01.23. 22:32
이거 리더스에도 나왔던 이야기 인데.....당시 원자력 잠수함 관련 책임자였을텐데요...계급하고 상관 없이...인스펙션 제너럴인가?(장군아님) ....
당시 프로젝트 책임자 였습니다. 듭보잡이 아니라...
hotae12 2016.01.23. 23:29
minki
아마 후대에 알려진 위명이 아니라 당시 기준이 아닐까요? 획득담당 대령이야 깔리고 깔린게 미군이니. .
Ya펭귄 글쓴이 2016.01.24. 00:42
minki
링크 원문에 당시 대령이었고 해군 안팎에서 명성은 고사하고 주목받는 위치도 아니었다고 나옵니다. 말 그대로 듣보잡 해군 대령 A....

당연히 개발 관련 책임자였으니 업계와 학계의 최고 두뇌들을 소집할 만한 권한은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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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i 2016.01.24. 07:11

다 진급하는데 여러차례 진급 누락했죠 해군이 배는 안타고 육지로 가서 원자력만 파고 들고 있었으니....
해군내에서도 괴짜로 .....졸업 년도하고(1922년인가?), 당시 원잠 시점을 비교해 보면...그 경력이 듣보잡 들을 수준은 아닙니다.
실제로 파워가 없었다면 함정하고 잠수함 원자력 놓고 대결할때 잠수함에 힘을 보태서 통과시키지는 못했겠죠.
회의상에서도 저렇게 자기 주장을 펼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획득담당?이었나요? 프로젝트 책임자로 알고 있었는데...그거야 부르는 호칭 문제니 뭐....

 

정말 듣보잡이라면...당시 세간의 화제가 되는 원자력 부분(함정하고 싸워서 잠수함으로 이끌어 냈는데..)의 책임자를 맡기가 쉽지 않았겠죠...

 

Ya펭귄 글쓴이 2016.01.26. 00:02
minki
리코버 제독이야 원자력해군의 아버지로 명성을 날린 양반인지라 저 일화 당시의 원자로를 개발하는 시점에서는 그정도 명성은 당연히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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