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기 시장에서 러시아의 위상 변화와 전망(CSIS Report)

3일 전에 美국제전략연구소(CSIS)에서 따끈따끈한 리포트가 하나 나왔더군요. 지난 15년 간 세계 무기 시장에서 러시아 방산 수출의 동향을 분석한 리포트인데, 2000년대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러시아 방산 수출의 성장과 그 이후 정체 요인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규명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고 나름 유익한 정보라고 판단되어, 짧막하게나마 핵심 논지라도 다른 회원님들께 소개하고 싶은 취지에서 게시물을 작성해봅니다.

(리포트 전문은 https://www.csis.org/analysis/russia-global-arms-market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어떤 지표를 참고하더라도 2000년대 이후 쭉 증가세에 있던 러시아의 방산 수출 실적은 2010년대에 들어서는 정체하거나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리포트의 문제의식은 그래서 도대체 무슨 요인이 이런 현상을 이끌어 내는데 영향을 미쳤냐는건데, 결론은 단순합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 러시아 방산 수출 증가를 추동했던 요인들이, 오히려 그 이후의 정체 내지는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우선 러시아 방산 수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에 주목합니다. 이들이 러시아와의 방산 협력을 추진했던 주된 동기가 바로 기술 이전과 라이센스 생산을 통한 산업적/기술적 이익에 기반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러시아에게 군사 기술을 제공받던 인도와 중국의 기술 수준이 발전해 자체적으로 무기체계를 개발/생산할 수 있게 되고 인도의 경우는 좀 더 비싸지만 기술 면에서 우위에 있는 서방권 장비에 대한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러시아의 파이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입니다. 그리고 기타 요인으로는 한국, 중국, 남아공, 터키 등의 새로운 방위산업 경쟁자들의 등장과 유가 폭락 등을 들고 있습니다. 유가폭락의 경우, 고유가 시절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러시아 방위산업의 주 고객이 되었던 알제리, 베네수엘라, 아제르바이잔, 이라크 등의 군비 지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합니다.

한마디로 주 고객들의 눈이 높아지거나, 아니면 경제가 망해서(...) 지출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거죠. 뭐 향후 유가의 변동이나 러시아 차세대 무기의 성공 여부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러시아 방산 수출의 미래는 그닥 밝아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리포트를 끝내는군요. 30페이지 정도 되는 보고서지만 그래프나 표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서 텍스트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니, 시간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찬찬히 읽어보면 재미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