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주제로 글을 올리는 곳입니다. (단, 이용약관 필독)
기타

(잡썰) 해병 1사단 보병 군생활 썰.txt

데인져클로즈 8079

2

11

간혹 보면 해병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신 분들이 비밀이나 밀리돔이나 꼭 몇분쯤 있더군요.

환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구요...그래서 그냥 잡설할겸 올려봤습니다.

 

제가 눈팅 비중을 늘리고 있어서 답변을 일일이 해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한 것 있으면 여쭤보시구요.

 

 

1. 제대로 된 보병 훈련의 부재. (해병대인데도!!!)

 

해병대 보병하면 "해병의 꽃" 어쩌고 저쩌고 하죠...1사단 보병이라 행군도 겁나게 뛰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1사단 보병은 군생활 1/3 정도는 밖에서 보낸다" 는 것이 사실이구나 싶을 정도로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두달이나 한달에 한번 정도는 대형 훈련이 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훈련이 대부분 행군에만 집중되어있다는 겁니다.

뭐 행군의 이점이야 이루 말하지 않겠습니다. 병들의 숙련도 상승, 체력 강화, 전투력 강화 등의 이점이야 이루 말할 것 없죠.

그런데 행군에서 시작해서 행군에서 끝나니...하아..

그럼 대대 내에서 교육은 무엇이 있느냐?

 

총검술, 그리고 해병전사 뿐이었습니다.

제가 있던 시절엔 해병대 내에선 이름이 자자한 이영주 사령관님이 해병대 전체에 해병전사를 들들 볶던 때라, 과업만 했다 하면 총검술 아니면 해병전사 였는데,

이것 덕분에 총기 다루는 능력이 대폭 강화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당시 병기가 K-3 였는데 몇달간 해병전사 하고나니까 병기가 종이장처럼 가벼워지더군요 --;;... 하도 들고 구르다보니 팔힘이 세져서...

 

그런데 문제는 이 이상의 훈련이 없었다는 겁니다. 사단 내에 마일즈 장비가 10개 정도의 중대급 세트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저희 대대가 이걸 운용한 적은 세번 이었습니다. 훈련 상황에서. 그런데 문제는 이 마일즈 장비가 육군에서 닳을때까지 쓰다가 준거라서 상태가 개판이었습니다. 해병대용 마일즈장비를 신품으로 최근 보급하고 있다고는 듣고 있습니다만 당장 2,3년 전까지만 해도 현실이 이랬습니다.

그리고 이걸 병들에게 준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분대는 병분대장에 의해 지휘가 이루어지는데, (한개소대가 있다하면 세 개 분대 중 두 개 분대는 병분대장이었습니다.) 병분대장들의 지휘역량이...

 

일단 전술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보니, 아는 것은 그냥 "우회, 우회" 뿐이었습니다. 이걸 통솔해서, 교차전진, 교차후퇴, 제압사격, 화망구축, 이러한 개념 자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훈련나가면 늘 "이야...개판이구나.." 하는 말이 입에서 나왔었죠.


2. 병들의 수준 미달.

 

1번 항목에 이어서 말할만한 것이 병들의 수준이 너무 낮다라는 겁니다. 이건 단지 병들의 책임이 아니라 간부들의 책임도 큰데요,

기본적으로 전투시나, 전투를 가정한 훈련시 이루어져야할 행동들이 너무 굼뜨거나, 너무 멍청하거나, 너무 전술적이지 못하다는 것들이었습니다. 너무 안이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자연스레, 짬밥이 차서 분대장을 달아도 알고있는 지식이 없으니 훈련 나가면 삽질...

 

 

3. 체계화된 교육훈련의 부재.

 

그럼 평상시 영내에서 교육훈련 하면 뭐하느냐? 갓들어온 신병들 죽어라고 이론훈련 시킵니다.....아휴...

당연히 짬이 차서 다 알거 아는 사람들은 그냥 앉아서 시간만 죽이는 거죠. 신병들은 따로 앉혀서 교육시키고 숙달시키고

상병장이나 일병부터는 제대로 된 전술 훈련을 시켜야하는데, 허구한날 암구호 숙달, NBC-1 암기, 기능고장 숙지, 화생방 숙달,

이런 것만 해대니...발전이 없었습니다. 병분대장용으로 간혹 전술교재가 내려오긴 했는데

누가 읽겠습니까?

 

 

4. 간부들의 의욕 부재, 기량 저하.

 

그래도 이러한 상황에서 병들은 나름 "해병대 입대한 각오" 가 있다보니 열심히 하려 합니다. 새로운게 있으면 다들 호기심 가지고 의욕적으로 하구요. 그런데...간부들이...ㅋㅋㅋㅋ 의욕이 없습니다. 귀찮다 이거죠.

 

당장 저 있을때 해병전사 자체가 시가지전을 염두에 두고 한거다보니, 시가지 훈련을 위해 세트를 연병장에 설치할 것이 지침으로 내려왔는데요, 웃긴게 이거 사령부에서 태세 준비 할때나 검열나올때만 세워놓고 평시에는 다 허물고 훈련도 안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교육을 받은 간부가 없었거든요. 실제로 제가 이쪽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질의를 하니까 부소대장이 언제 한번 저한테 말하더군요. "1사단 내에 시가지전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사관, 장교 다 합쳐서 열손가락내에 꼽힌다" 라구요. 이사람 짬밥이 7년차였는데, 병시절까지 합하면 9년차였던 사람이었으니...뭐 믿을만 한거겠죠.

 

이래서 병들이 건의사항 시간에 "시가지전 교육을 받고 싶다"  "제대로 된 교육훈련을 받고싶다" 해도

간부들이 모른척 외면하는 일이 많았습니다...하아...

 

 

 

 

지금 당장 떠오르는건 이정도 뿐이네요...

 

요약

당장 전군에서 땡보병하면 나름 엘리트라고 하는 해병 1사단 보병들을

당장 내일이나 다음달 전장에 보낸다고 하면

"체력 좋고!" "기상 좋고!" 

그런데 전술적 지식이나 경험이 하나도 없어서 다 죽습니다...

 

신고
11




    


profile image
minki 2017.03.20. 03:15

잔인한 이야기지만....군인에게는 주기적인 실전이 결국 최고의 훈련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Mojave 2017.03.20. 06:55

미 해병대에게 전술 훈련 위탁하면 (...)

데인져클로즈 글쓴이 2017.03.22. 12:58
Mojave

제가 듣기로는 주기적으로 한국 해병대 측에서 미국 해병대 쪽으로 훈련을 받게 소수를 보내는 것으로 아는데, 저 군복무하는 동안은 못 봤네요. 그런데 부사관들 중에서는 소위 말해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훈련은 다 받은" 사람들은 몇명 보았습니다. 특전사, UDT, CCT, 해병 수색대 전부 가서 수료하신 분들이요. 

야드버드 2017.03.20. 08:32

해병1사단은  각 연대가 3개 대대이고 연대 산하 대대별로 공정, 기습, 유격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렇게 구분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구분해야 한다면 그걸 대대가 아닌 연대 단위로 나누었으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공정연대, 유격 또는 산악연대 하는식으로... 

데인져클로즈 글쓴이 2017.03.22. 13:01
야드버드

이런 구상은 처음 생각해보는데, 제가 굳이 이유를 생각해내자면, 각 연대의 독립적인 작전 능력을 키우기 위해 저렇게 하는 걸겁니다. 그리고, 1사단 해병대의 가장 큰 훈련 중 하나인 쌍용훈련은 연대별로 돌아가면서 하는데, 훈련 동안 모든 부문의 훈련을 다 하기 때문에 군수지원단이나 사단 내 독립적인 부대 말고는 연대 내에서 전부 요구되는 훈련을 소화해야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연대내에서의교류가 활발하기도 해서, 대대끼리 훈련을 위탁하거나 아니면 훈련생을 보내기도 했었구요. 이러한 점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연대별로 운용하게 되지 않았나 싶네요.

profile image
Baccine 2017.03.20. 15:44

2사단, 6여단보다 낫다는 1사단이 그 정도일줄은 몰랐군요.

 

저는 강화도에서 거진 경계근무만 하다 보낸거 같습니다만

minki님 말대로 극약처방이 있어야할게 아닐런지..

데인져클로즈 글쓴이 2017.03.22. 13:04
Baccine

제가 군생활하는 동안은 "실제 전투력" 은 6여단이 가장 높고, 체력, 장비 및 각종 훈련에 대한 체험도는 1사단이 가장 높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6여단이나 연평부대는 상황 부여에 따른 훈련만 1년에 수백차례 하는 곳인데다, 방어 위주의 전략으로 병사 개개인이 어떻게 하면 "그 섬 안에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를 연마하게 되는데, 1사단은 요구되는 임무가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하다보면 1년 다 가는 경우가 많았죠. 당장 년초에 대대급 훈련 한번하고, 쌍용하고, 각 대대별 특기 훈련하고, 다시 전국구 훈련 한번에, 이것저것 하다보면 그냥 1년이 다 갑니다...결국 짬짬이 교육훈련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게 되는건데 사단 내에나 사단 근처에는 시설들이 꽤나 많습니다만 본문에 쓴 것처럼 부사관들이나 장교들의 역량이 이를 가르칠 수준이 못됩니다.

피치블렌드 2017.03.20. 22:22
육군 출신이고 육군전체를 일반화 할수는 없겠지만 일단 제 경험상 저희 부대도 똑같았습니다. 할수있는건 행군과 주둔지 경계밖에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완수신호도 소대편제 장비도 전술대형도 기초적인 전술도 병 간부 막론하고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의욕이 없었죠. 이등병때 본 말년병장들이 이등병시절 kctc 참여한다고 여러가지 훈련도 하고 북닥거린것 같았지만 그 어떤 실전 지식도 전수받은적도 없네요. 들은건 산에서 똥싸던 이야기뿐.. 차라리 해병이 체력훈련이라도 빡시게 한다는 점이 더 낫네요. 육군은 수색친구들이나 좀 빡시지 일반 보병은 늘 작업과 삽질의 연속이었고 사격보다 나무판때기에 페인트칠하고 공구리질하는게 더 익숙했으니까요. 훈련뛰면 차단선하나 못가고 퍼지는 친구들도 수두룩.. 7사단 나왔고 그래도 나름 이름알려진 상비사단중 하나인데도 싸우면 질것같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데인져클로즈 글쓴이 2017.03.22. 13:10
피치블렌드

저희도 작업은 가끔가다 하는 편이었는데, 1사단 자체가 커다란 하나의 단일부대이고, 그러다보니 효율적으로 운용이 가능해서 쓸데없는 작업 같은 것은 적은 편이었습니다. 여름 되면 제초작업하고, 가끔가다 산불진화하고, 대민지원 나가기는 했지만 실제 작업 시간은 다른 육군들이랑 얘기했을때 훨씬 적었던 것 같네요. 해병대라 체력적으로 원래 괴물인 사람도 꽤나 있었고, 저도 삐쩍 말라서 들어갔습니다만 선임들의 갈굼과 해병대 자체적으로 운동을 격려하다보니 체력이 좋아지게 되더군요. 수색대 애들은 뭐...그냥 괴물수준이지만...ㅎㅎ 제 기수때는 수색대 상대로 대항훈련하면서 조우한적은 없습니다만 (보통 2개 대대 급이 방어에 나서고 수색대대에서 1개 중대 보내서 했던 걸로 기억되네요) 예전에 직접 조우한 선임들 말로는 얘네는 전술 교육이 제대로 되어있어서 적을 기만하는 방법이나 효과적으로 전선을 뜷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야드버드 2017.03.21. 05:49
옛날 논산 훈련소에서 교육받을때 교관이 보병은 사격과 구보만 잘하면 된다라고 말하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교관도 실전에서는 할줄아는것이 거의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드네요.
데인져클로즈 글쓴이 2017.03.22. 13:11
야드버드

아마 65만 병력 대다수가 저런 상황일겁니다. 병들은 부사관들이나 장교들이 그래도 뭘 알겠지 하는거고, 부사관들은 장교들이 그래도 학교가서 공부했으니 뭘 알겠지 하는거고, 장교들은 부사관들이 짬이 있으니 알겠지 하는거고... 물론 장교들은 중대장, 작전장교하면서부터는 나름 빠삭해지긴 합니다만 그 이하는 꿈도 희망도 없죠 ㅎㅎ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취소 댓글 등록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공지 2023년 하반기 개편 안내 (레벨 시스템 추가) 9 Mi_Dork 23.07.13.09:07 +1 3722
공지 밀리돔 후원 요청 (2023-06-23) 28 운영자 14.01.24.20:42 +13 38570
1096 기타
normal
천서리막국수 17.03.28.23:07 0 1419
1095 기타
image
yukim 17.03.28.17:32 0 1942
1094 기타
file
unmp07 17.03.28.03:48 +1 1247
1093 기타
image
unmp07 17.03.27.23:37 0 977
1092 기타
image
폴라리스 17.03.27.14:18 0 1469
1091 기타
normal
국방개형2020 17.03.25.22:14 +2 1298
1090 기타
image
Baccine 17.03.25.21:30 0 1674
1089 기타
image
xwing 17.03.25.01:06 +3 2600
1088 기타
image
꾸도 17.03.24.13:04 0 2470
1087 기타
image
데스피그 17.03.23.23:36 +6 2320
1086 기타
normal
Peter999 17.03.23.00:07 +5 1008
1085 기타
image
unmp07 17.03.22.13:04 +1 873
1084 기타
image
오홍이 17.03.21.23:45 +3 2296
1083 기타
normal
폴라리스 17.03.21.00:36 +8 801
1082 기타
normal
피치블렌드 17.03.20.22:53 +3 1161
기타
normal
데인져클로즈 17.03.20.00:25 +2 8079
1080 기타
normal
unmp07 17.03.19.22:54 +3 1209
1079 기타
image
아스튜트 17.03.18.14:57 +1 1683
1078 기타
image
unmp07 17.03.17.14:02 0 1763
1077 기타
normal
포마당 17.03.16.23:41 +1 1266

밀리돔 | milidom 의 저작물은 다음의 사이트 이용 약관 에 의거해 이용 가능합니다.
이 라이선스의 범위 이외의 이용허락은 운영진에게 문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