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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in Red Line (James Jones) (1962)

22nd | 문학 | 조회 수 128 | 2016.01.22. 23:52

 (전략)  … 첫 번째 습곡 아래 후위에서 스타인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약간 마음을 놓았다. 부하들 사이에서 습곡 꼭대기 쪽으로 기어간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았는데, 정신을 수습하느라 얼굴과 온몸이 긴장되었다. 당장 아무런 총격이 없자, 그는 몸을 일으키고서 1소대가 중간 습곡을 떠나 세 번째 습곡의 꼭대기에 도달한 것을 보았다. 적어도 그들은 거기까지 갔다. 어쩌면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닐지도 몰랐다. 그는 다시 앉아서 몸을 뒤로 기대며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고, 주위에 엎드린 부하들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더욱 자랑스러워졌다. 등 뒤, 습곡 저지대에서는 박격포 분대가 포대를 세우고 있었다. 여전히 공중에서 지옥 같은 굉음이 들리는 가운데, 그들에게 기어간 스타인은 컬프의 귀에 대고 왼쪽의 풀이 나 있는 능선을 목표물로 삼으라고 외쳤다. 박격포 옆에서 브롱크스 출신의 이탈리아계 청년 마치 이병이 겁에 질린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스타인을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도 대부분 그랬다. 스타인은 다시 습곡 꼭대기로 기어갔다. 거기 도착한 다음 몸을 일으켰고, 바로 그때 1소대와 2소대의 공격을 지켜볼 수 있엇다. 그는 첫 번째 습곡 꼭대기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그 광경을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리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봐도 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전술상의 심각한 실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정말로 전술상의 실수였다면, 잘못은 화이트의 몫이었다. 먼저 화이트의 잘못이엇고, 그 다음은 2소대의 톰 블레인 소위의 잘못이었다. 화이트는 마지막 세 번째 습곡 꼭대기까지 사상자 없이 도착했다. 그는 그 사실이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어쩌면 너무 낙관적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이 받은 명령을 숙지하고 있었다. 풀이 자라는 능선 두 공에 감추어져 있는 거점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 화이트가 받은 임무였다. 그중 더 가까운 오른쪽 능선은 오른쪽 앞으로 80야드쯤 떨어진 곳에서 좀 가파르게 시작했다. 부하들이 납작 엎드려 땀을 뻘뻘 흘리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는 조심스럽게 팔꿈치를 짚고 눈썹이 보일 정도로만 몸을 들어 지형을 살펴보았다. 일본인이나 진지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화이트는 겁이 나긴 했지만 오늘 잘해내야 한다는 긴장감이 더 강했다. 그는 잠시 어깨너머로 209고지 능선에서 군인들이 절반쯤 위치를 드러내고 서서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중 하나는 군단장이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공중의 굉음과 폭발음도 약간 잦아들더니, 작은 능선에서 코끼리 머리1 로 이어지는 탄막이 걷히자 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화이트는 다시 한번 지형을 살펴본 다음 정찰병들에게 전진하라고 손짓했다.

 

  이번에도 두 소총수는 제정신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들은 겁쟁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염려되지만 않았더라면 그에게 무슨 생각이냐고 묻고 싶었다. 이번에도 화이트는 팔을 아래위로 흔들어 신속하게 전진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소총수들은 서로 쳐다보더니, 손과 무릎을 먼저 짚어 몸을 일으킨 다음 벌떡 일어나 25야드를 전력질주하여 아래로 내려간 다음 납작 엎드렸다. 그들은 스스로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려고 손과 무릎을 짚는 순간, 앞장섰던 소총수가 쓰러지더니 풀썩 튀어 올랐다. 조금 뒤 덜어져 있던 병사도 어깨를 당에 부딫치며 쓰러지더니 굴렀다. 그리하여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저격수에게 희생된 채 쓰러졌다. 둘 다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둘 다 죽은 것이 분명했다.화이트는 충격을 받은 상태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는 그들과 근 넉 달 동안 함께 지냈다. 앞에서 날아오는 총알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다시 텅 빈 능선의 조용한, 가면을 쓴 얼굴을 노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은가? 공중에서 들려오는 굉음은 조금 더 커진 것 같았다. 살집 좋고 당당한 체구의 청년 화이트는, 해양 생물학자가 되려고 공부하던 대학에서 권투와 유도 챔피언이었을 뿐만 아니라 교내 최고의 수영선수로 활약했다. 어쨌든 그들이 우리를 다 잡을 순 없다고 그는 믿음을 갖고 생각했다. 여기서 우리란 주로 그 자신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는 결정으 내렸다.

 

  "자, 제군! 가서 놈들을 잡자!"

 

  그는 이렇게 소리치고 벌떡 일어나 소대에 돌격 신호를 했다. 그날 아침 일직부터 내내 총검을 겨누고 진격해 왔던 소대원들을 바로 뒤에 거느리고, 그는 두 걸음을 떼더니 쓰러져 죽어 버렸다. 허리께부터 어깨까지 대각선으로 총알들이 궤뚫었고, 그중 하나가 심장을 파열시켰다. 죽기 직전 그가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짬은 있엇다. 어쩌면 비명을 질렀을지도 모르겠다.

 

  그 소대의 다른 다섯 명도 그와 거의 동시에 쓰러졌는데, 부상 정도가 제각기 달라서 몇몇은 죽고 몇몇은 찰과상만 입었다. 그러나 화이트가 시작한 진격의 여세는 계속 남아 있어서 소대는 맹목적으로 달렸다. 그 기세를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힘이 필요했다. 몇몇이 더 쓰러졌다. 보이지 않는 소총과 기관총이 사방에서 발사되는 것 같았다. 정찰병 둘이 죽은 자리에 도착하자 그들은 보다 멀리 있는 왼쪽 능선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고, 더욱 격렬한 교차사격을 받게 되었다. 나머지 군인들과 함께 달리며 뜻모를 소리를 지르던 빅 퀸 병장은 그로브라는 소대 선임 부사관이 두려운 듯이 소총을 집어던지고 가슴을 쥐어듣으면서 고함을 지르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퀸은 무슨 영문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근처에서는 마치 눈을 재빨리 깜빡이면 살 수 있다는 듯이 눈을 쉴 새 없이 깜빡이며 돌 일병이 내달리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공포에 질려 완전히 굳어버렸고,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던 믿음이 힘든 시험을 겪고 있었지만, 돌은 아직 화이트처럼 실패하지 않았다. 그들은 죽은 정찰병들을 지나쳤다. 왼쪽에서 더 많은 이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등 뒤의 세 번째 습곡 꼭대기에서부터 2소대원들이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지르며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이것은 2소대 블레인 소위의 책임이었다. 그것은 그다지 복잡한 책임은 아니었다. 선망이나 질투, 망상증, 혹은 억압된 자기 파괴 본능과는 무관한 것이엇다. 그도 역시 화이트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이 무엇인지 숙지하고 있었고, 빌 화이트를 뒤에서 도와주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그 역시 군단장이 지켜보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오늘 잘해내고 싶었다. 동료만큼 운동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상상력과 감수성이 더욱 풍부한 블레인은 1소대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소대에게 진격하라고 신호했다. 그는 상상 속에서 이 진격이 어떻게 끝날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자신과 화이트와 부하들이 의기양양하게 거점을 확보하고 파괴된 벙커 위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 역시 비탈을 올라가던 중에 죽었지만, 화이트처럼 꼭대기에서 죽은 것은 아니었다. 아직 숨어 있던 일본군 사수들이 총신을 들어 올리는 데 몇 초가 걸렸고, 2소대는 그 총이 발사되기 전에 완만하고 짧은 비탈을 10야드쯤 내려가고 있었다. 아홉 명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둘이 죽었고 그중 하나가 블레인이었다. 블레인은 기관총에 맞은 것이 아니라, 불운하게도 세 소총수의 표적이 되었다. 그 사수들 가운데 누구도 그가 장교라는 사실은 몰랐다. 그는 앞으로 5야드를 굴러갔고, 흉강에 세 발의 총알이 박혔는데도 즉사하지는 않았다. 그는 바로 누워, 꿈속처럼 멍한 기분으로 높고 아름답고 새하얀 구름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화창하고 새파란 열대의 하늘을 웅장한 함선처럼 헤치고 지나가고 있엇다. 숨을 쉴 때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그는 의식을 잃으면서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희미하게 자각했다. … (후략)


 
1 . 작중에서 언급되는 일련의 고지들이 모인 지형, '춤추는 코끼리' 중의 일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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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 처음으로 일본군을 본 것은 돌이었다. 군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서로 나지막이 말을 걸 때, 주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린 돌은 멍든 자존심을 다시 일깨워 눈빛에서 우울증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고개를 들었다. 그는 210 고지로 올라가는 바위투성이 비탈과 연결되는, 왼쪽의 작은 능선 뒷면을 바라보았다. 세 명이 삼각대에 연결된 기관총임이 분명한 물체를 들고서 210 고지를 향해 비탈을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돌 자신이 여기까지 올라올 때 그랬던 것과 똑같이 그들도 허리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 돌은 깜짝 놀라 자기 눈을 의심했다. 그들은 200야드쯤 떨어져 있었는데, 뒤의 둘은 기관총을 들고 함께 달렸고 앞의 한 명은 맨손에 달리기만 하고 있었다. 돌은 소총을 들고 조준기를 들어 올린 다음, 작은 구덩이 밖으로 왼팔과 어깨만 드러내고서 앞장선 사람을 겨냥하여 쐈다. 소총이 어깨 위에서 움찔했고 적은 쓰러졌다. 뒤에 있던 둘은 잘 조련된 한 쌍의 말처럼 함께 펄쩍 뛰더니 계속 달렸다. 그들은 기관총을 떨어뜨리지 않았고, 보조가 흐트러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돌은 다시 쏘았지만 놓쳤다. 그는 이제 실수를 깨달았다. 기관총을 들고 있던 자를 쏘라 맞혔더라면 그들은 그것을 놓쳤을 것이고, 버리고 가던지 아니면 걸음을 멈추고서 다시 그걸 들어야 했을 것이다. 돌이 세 번째로 쏘기 전, 그들은 바위틈으로 들어갔고, 그 너머에는 가파른 절벽이 강으로 이어져 있었다. 돌은 이따금 그들의 머리나 등을 볼 수 있었지만 조준하고 쏠 만큼 시간이 되지는 않았다. 다른 한 명은 쓰러진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돌은 처음으로 일본군을 죽였다. 따지고 보면, 국적과 관계 없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것이었다. 사냥을 꽤 많이 했던 그는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던 때를 기억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경험이었다. 섹스를 처음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은 성취감으로만 분류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무엇이든 잘 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그리고 돌은 일본인, 지저분하고 작고 노란 일본 놈들을 미워했으므로, 미군이 안전한 기회와 탄약만 제공한다면 언제든지 살아 있는 놈들을 흔쾌히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두가지 쾌감 너머에는 또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죄책감과 관련된 것이었다. 돌은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인간, 사람을 죽인 것이다. 그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짓 가운데 가장 끔찍한 짓, 강간보다 더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이 빌어먹을 세상 그 누구도 거기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 줄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그 쾌감의 근원이었다. 누구도 거기 대해 어떻게 해 줄 수 없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는 비탈에 있는 그 사람을 보았다. (가슴을 겨누긴 했는데) 정확히 어디에 맞았는지, 즉사했는지, 아니면 아직 살아 있지만 서서히 죽을지 알고 싶었다. 돌은 바보처럼 씩 웃고 키득거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멍청하고 잔인하고 인색하고, 굉장히 월등해진 것 같았다. 어쨌든 자신감에는 큰 도움이 된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 때 박격포탄이 0.5초간 소리를 내더니 10야드 떨어진 곳에서 터지며 흙먼지와 공포를 함께 일으켰다. 돌은 결국 자신감을 되찾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미처 생각도 하기 전에 그는 앞으로 고꾸라져 총을 바닥에 박고서 웅크렸다. 공포가 전신의 혈관을 통해 체온계의 수은처럼 흘러갔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일어나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또 박격포가 터져 파편이 눈 사이에 정통으로 박힌다거나 얼굴을 갈라놓는다거나 철모를 뚫고 들어와 두개골을 박살 내면 어쩐단 말인가? 그런 상상만 해도 불가능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난 뒤, 그는 다시 눈높이까지 고개를 들어 보았다. 이번에는 네 명의 일본군이 풀이 난 능선을 떠나 210 고지를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능선 어디선가에서 나타나 이미 달리고 있었다. 둘은 총을 또 하나는 손잡이가 든 상자를 들었고, 남은 하나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돌은 소총을 들고 총을 든 자들을 겨누었다. 그들이 텅 빈 곳을 지날 때, 돌은 소총을 들고 총을 든 자들을 겨누었다. 그들이 텅 빈 곳을 지날 때 그는 네 발을 쏘았지만 번번이 놓쳤다. 그들은 바위 뒤로 사라졌다.

 

  돌은 너무 화가 나서 팔을 물어뜯어 버리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욕을 퍼붓던 중, 그는 여섯 차례 총을 쏜 것을 기억했다. 클립을 갈아 넣었고, 남은 클립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서 일본군이 오기를 기다렸다. 바로 그때, 돌은 일본군을 쏘느냐 마느냐보다도 지금 본 광경이 더 큰 의미와 중요성을 지닌 사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떻게 한다? 그는 바닥에 엎드리기 직전 빅 퀸이 옆에서 달리고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이봐요, 퀸!"

 

  잠시 후 웅얼거리는 대답이 들려왔다.

 

  "응?"

 

  "저 일본 놈들이 왼쪽 능선을 떠나는 거 봤어요?"

 

  퀸이 솔직하게 웅얼거렸다.

 

  "아무것도 못 봤는데."

 

  "음, 그놈의 머리 좀 들고 살펴보는 게 어때요?"

 

  돌은 놀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갑자기 굉장히 힘이 세진 것 같았다. 자심감에 명랑해진 같기도 했다.

 

  퀸이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집어치워, 돌."

 

  그는 겸손하게, 그러나 놓친 일본군의 수는 말하지 않고서 덧붙였다.

 

  "이봐요, 병장. (그는 일부러 계급을 말했다.) 농담 아니에요. 일본 놈이 일곱 명이나 저 왼쪽의 풀이 난 능선에서 나오는 걸 봤다고요. 하나는 잡았어요."

 

  "그래서?"

 

  "저기서 후퇴하고 있나 봐요. 누가 버거 스타인1한테 알려야겠어요."

 

  퀸이 비꼬며 웅얼웅얼 말했다.

 

  "네가 할래?"

 

  돌은 그 생각을 미처 못했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그는 이미 두 명의 위생병이 비탈에서 돌아다니면서도 멀쩡한 모습을 보았다. 지금도 고개만 조금 돌리면 그들이 보였다.

 

  그가 명랑하게 대답했다.

 

  "그러죠. 좋아요. 내가 버거한테 연락하겠어요."

 

  돌은 갑자기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퀸이 말했다.

 

  "너는 그딴 미친 짓 절대 못해.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말고 입 닥치고 있어. 명령이야."

 

  돌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서서히 심장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뭔가를 하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의무를 다했지만 방면당한 것이다. 하지만 뭔가 다른 것,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 그를 재촉했다.

 

  돌이 외쳤다.

 

  "알았어요."

 

  "조금만 있으면 누가 우릴 도우러 올 거야. 누군가 올 거라고. 꼼짝 말고 있어. 명령이야."

 

  "알았다고 했잖아요." … (후략)
  

1 . 돌과 빅 퀸의 중대장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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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 "저 바위다! 저 바위를 향해 돌진해라!"

 

  그들은 모두 지쳐 헉헉거리며 그 바위 뒤로 달려들었다. 피로와 열기가 너무나 심했다. 몇몇은 구토를 했다. 한 명은 바위까지 왔지만 일사병에 정신을 잃고 입에 거품을 물고서 눈을 까뒤집고 쓰러졌다. 햇볕을 가려 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엄격한 벡은 그의 벨트와 옷을 풀어 주었다. 그런 다음 한낮의 태양 아래 바위에 기대고 누워 여름의 흙먼지 냄새를 맡았다. 그런 다음 한낮의 태양 아래 바위에 기대고 누워 여름의 흙먼지 냄새를 맡았다. 벌레들이 주위에서 윙윙거렸다. 포화가 멈추었다.

 

  "음, 이제 어떻게 하죠, 케크?"

 

  마침내 누가 물었다. 

 

  "여기 있을 거다. 어쩌면 지원 부대를 보내 줄지도 모르지."

 

  "하, 뭐하러 그러겠어요?"

 

  케크가 짜증이 묻어나는 소리로 말했다.

 

  "이 씨발놈의 거점을 확보하려고 그러겠지! 그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말로 계속하려고요?"

 

  "글쎄. 아니. 더 이상 정면 공격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원 부대를 보내 주면 뒤로 돌아가서 이 씨발 놈의 기관총들이 전부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어쨌든 도로 내려가는 것보다는 낫지. 내려가고 싶나?"

 

  그 말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케크는 다시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머릿수를 세어 보니 비탈을 오르다 다치거나 죽은 인원이 열두 명임을 알 수 있었다. 분대 정원에 가까운 수였고, 전체 인원의 3분의 1을 잃은 셈이었다. 거기에는 매크론도 포함되었다. 벨이 매크론에 대해서 알리자, 케크는 벨을 그 대신 임시 병장으로 임명했다. 벨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다.

 

  케크가 말했다.

 

  "그럴 것 같진 않아. 놈들은 우리보다 상태가 나쁘다. 하지만 보초가 있으면 좋겠군. 돌."

 

  벨은 바위에 얼굴을 대고 누워 위트를 마주 보고 있었다. 위트도 마주 보고 누워 있었다. 벌레들이 윙윙거리는 적막한 열기 속에서 그들은 누워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벨은 위트가 무사히 살아남았다고 생각했다. 그 자신처럼. 누구는 총에 맞아 죽고, 누구는 사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이 만일 영화라면, 이제 곧 끝날 것이고, 뭔가 결정될 것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극을 꾸며 공격의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한다. 영화나 소설에서 공격이 나오면, 그것은 만족스러원 결말을 낼 것이다. 뭔가 결정해 줄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을 이입시킬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관객은 집에 가서 그 의미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이 죽더라도 의미는 남을 것이다. 예술이란 쓰레기라고 벨은 생각했다.

 

  그 옆에서, 이런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분명한 위트는 무릎을 꿇고 몸을 일으키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서 바위 너머를 살폈다. 벨은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곳에는 의미 같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감정은 너무나 여러 가지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해독할 수도, 정리할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뭔가 터득한 사람도 없었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뭔가 터득한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 능선 전체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일, 혹은 모레, 혹은 글피, 그들은 어쩌면 더 나쁜 상황에서 다시 똑같은 짓을 하도록 명령받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너무나 무기력하고 멍해져서 벨은 동요했다. 섬 하나를 차지하면 그다음 섬, 고지 하나를 차지하면 또 그다음 고지, 해변 다음에는 또 해변, 올해가 가면 내년, 벨은 휘청거렸다.

 

  언젠가는 분명 전쟁이 끝날 것이다. 산업 생산 때문에라도 반드시 끝날 것이며 그것도 승리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은 현재 싸우고 있는 개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누군가는 살아남겠지만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는 개인은 한 명도 없었다. 그것은 세는 방법의 차이였다. 전체는 너무나 광대하고 복잡하고 전문적이라서 그 안의 개인 하나하나는 셀 수 없었다. 숫자로 치는 것은 개인의 집합, 사회, 숫자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 무게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벨은 다른 생각을 하고 싶어졌다. 자유로운 개인? 흥! 해병대가 이곳에 처음 상륙했을 때와 오늘의 이 전투 사이 언젠가, 미국의 전쟁은 개인의 전쟁에서 집단의 전쟁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그것도 환상일 뿐이고, 그 자신이 지금 참전 중이니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유로운 개인이라니? 그게 무슨 썩어 빠진 신화인가! 자유로운 개인의 숫자라든가, 자유로운 개인의 집합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벨이 진지하게 생각하던 문제가 마침내 나다났다.

 

  어제의 이 시각과 오늘의 이 시각의 어느 시점에서 벨은 통계적, 수학적, 산술적으로 그 자신은 이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원치 않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집에 가서 아내 마티 벨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마티가 무슨 일을 했는지, 그를 속이고 바람을 피웠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그녀에게 따지러 갈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각성이 벨에게 일으킨 감정은 희생도, 분노도, 순응도, 평화도 아니었다. 대신 무기력한 불만에 짜증이 치밀어 바위에 등과 옆구리를 문질러 참을 수 없는 갈망을 가라앉히고만 싶었다. 그는 아직 바위에서 얼굴을 떼지 않았다.

 

  그 옆의 위트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내다보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반대편에서 돌도 소리를 질렀다.

 

  "뭔가 온다!"

 

  "뭔가 온다! 누가 이쪽으로 온다!"

 

  바위 뒤의 일렬이 동시에 벌떡 일어나 소총을 겨누었다. 40야드 떨어진 곳에서 머리가 동그렇고 다리가 굽은, 비쩍 마른 일본군 일곱 명이 오른 손에는 수류탄을, 왼손에는 총검을 들고 풀이 자라지 않은 곳을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었다. 올라오는 길에 탄약을 거의 다 써버린 케크의 톰슨 기관단총은 결국 움직이지 않았다. 발사랗 준비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바위 뒤에서 소총 세례를 퍼부어 일곱 명의 일본군은 금세 제거되었다. 한 명 만이 수류탄을 던질 수 있었지만, 너무 가가이에 떨어졌다. 수류탄이 터져야 할 순간, 동시에 그들 뒤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공격하고 방어하느라 흥분한 그들은 계속해서 일곱 개의 몸둥이를 향해 총을 쏘고 있었다. 총격이 멈추자, 두 개의 몸둥이만이 계속 움직였다. 갑자기 조용해진 가운데 위트는 둘 다 정조준하여 사살했다.

 

  그가 말했다.

 

  "저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놈들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특히나 총에 맞았을 때는 말이지."

 

  등 뒤에서 들려온 폭발음을 먼저 기억해내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돌아본 사람은 벨이었다. 그가 본 것은, 케크 하사가 눈을 감은 채 희한하게 괴상한 자세로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오른손에 수류탄 고리와 안전핀을 들고 있었다. 벨은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고, 그를 가만히 돌려 눕혔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의 오른쪽 엉덩이 전체와 등 일부가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열심히 제 할일을 하는 내장의 일부도 보였다. 빈 공간에 서서히 피가 들어찼다. 그들은 가만히 그를 눕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공격 중에 톰슨 기관단총이 멈추었기 때문인지 케크는 소총을 쏘지 않고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수류탄을 거냈다. 그런데 너무 흥분해서 핀부터 뽑아 버렸던 것이다. 케크가 핀을 바라보며 서 있는 장면을 생각하자, 벨은 잠시 기절할 것처럼 어지러운 공포를 경험했다. 케크는 남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뒤로 물러나 흙 위에 주저앉았던 것이다. 그리고 수류탄이 터졌다.

 

  그들이 케크를 옮겨 놓을 때, 그는 저항하지 않았다. 의식이 있었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고 눈을 감고 있었다. 병사들이 전선으로 돌아가고 남은 두 명이 그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하며 안정시키려 했지만 케크는 눈을 감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입가의 작은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딱 한 번 입을 열었다. 눈을 감은 채 또렷하게 말했다.

 

  "씨발 애송이나 하는 실수를."

 

  5분 후 그는 숨을 거뒀다. 두 병사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고참 부사관인 밀리 벡이 지휘를 맡았다. … (후략)

 

================================================================================================

 

  (전략) … 빅 언은 내장 출혈로 죽어 가고 있었고,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15분쯤 걸렸다.

 

  빅 언이 고개를 쳐들며 거칠게 말했다.

 

  "우리 마누라한테 편지 써 줘요. 네? 잊지 마요. 내가 남자답게 죽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손이 말했다.

 

  "그럼, 그럼, 하지만 아무도 자네 부인한테 편지 슬 필요는 없을 거야. 자넨 이겨 낼 거라구. 우리한테는 들것도 있잖아. 기억나? 대대 응급처치대가 계속 따라오고 있어. 곧장 자넬 의사한테 데려가 줄 거야."

 

  빅 언은 고개를 다시 기댔다.

 

  "헛소리. 헛소리 마요."

 

  그런 다음 덧붙였다.

 

  "추워."

 

  그를 보고 있던 네 명은 땀이 비오듯 했다.

 

  벨이 말했다.

 

  "자, 자. 좀 참아 봐."

 

  "내가 남자답게 죽었다는 걸 마누라한테 알리는 거 잊지 마."

 

  빅 언은 이렇게 말하고 한숨을 쉬었는데, 대량 출혈로 인해 숨이 가빠지는 신호였다. 

 

  "하지만 놈들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그렇지? 두 고지 다 아무도 없었잖아. 케크가 뭐라고 했지? 씨발 애송이나 하는 실수를."

 

  그는 한 손을 들어 소맷부리로 얼굴을 닦고 내뱉었다.

 

  "얼굴에 씨발, 진흙이. 얼굴에 씨발, 진흙이."

 

  벨은 마지막 남은 손수건을 희생하여 웅덩이에 적신 뒤 그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러자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마누라한테 내가 남자답게 죽었다고 꼭 전해."

 

  벨이 말했다.

 

  "조금만 참아. 그렇게 말하지 마. 이겨 낼 거라구."

 

  빅 언은 다시 고개를 들고 내쏘았다.

 

  "개소리. 내장 출혈이 많아서 죽을 거야."

 

  그는 위생병을 쳐다보았다.

 

  "그렇지?"

 

  위생병은 바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봤지? 어차피 마찬가지야. 사타구니를 맞았잖아. 더 이상 섹스를 못하면 어떻게 해? 마누라한테 내가 남자답게 죽었다고 편지 쓰는 거나 잊지 마."

 

  손이 말했다.

 

  "그럼, 그럼. 편지 써 줄게. 조금만 참으라구."

 

  빅 언이 심하게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고, 그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헉헉거렸다.

 

  "제길, 추워! 얼어 죽겠다구!"

 

  그가 숨을 헐떡이면서 겨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마누라…… 한테…… 남자…… 답게…… 죽었…… 다구…… 편지…… 써." 였다. 그는 근 1분간 숨을 헐떡거리다가 마침내 호흡을 멈추었다.

 

  네 명은 일어섰다.

 

  벨이 물었다.

 

  "아내에게 편지를 써 줄 건가?"

 

  손이 말했다.

 

  "씨발, 미쳤어! 마누라가 누군지도 모른다구. 그건 중대장이 할 일이야. 난 아니야. 정신 나갔냐? 난 편지도 잘 못 써."

 

  "하지만 쓴다고 했잖아."

 

  벨이 이젠 빅 언이 아닌,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럴 땐 뭐라도 해 준다고 하지."

 

  "누군가는 해 줘야 해."

 

  "그럼 네가 써 줘라."

 

  "난 한다고 안 했어."

 

  찰리 데일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끝났어요?"

 

  손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차출된 사병 하나가 그를 큰길 가장자리에 묻었고, 소총을 땅에 박아 놓고 철모를 위에 얹은 뒤 군번표 하나를 방아쇠울에 묶어 두었다. 그의 몸을 싸 줄 담요 하나 없었지만, 들쥐나 덤불 속에 사는동물한테 먹히도록 그냥 놔두는 것 보다는 나았다. 얼굴과 맨손을 덮고 나자, 남은 구덩이를 메우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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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전쟁영화의 원작이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전쟁소설인 '씬 레드 라인'의 몇 부분들입니다.

 

사람이 죽는 장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장면과 그 상황에 얽힌 인간들의 심리묘사가 우리들이 자주 접한 '김경진류'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충격적이면서도 담담하고 사실적인 묘사라서 읽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군대에서 읽어서 더 심했는지 모르겠지만요.

 

  그런 장면들 중 몇개를 추려서 한번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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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eshim 2016.01.23. 00:15
테런스 멜릭 감독이 만들었죠. 소설 전채를 영화로 만든뒤 칼질해서 만들었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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