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_____7 Days in Entebbe.jpg

 

 

  리뷰 시작에 앞서, 이 영화 국내개봉명은 원작의 의도를 무시하는 나쁜 번역의 예입니다. 이 영화는 엔테베 공항에서의 썬더볼트 작전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7일간의 에어프랑스기 공중납치사건에 대한 영화입니다.

 

  액션영화를 기대하고 보지 마세요. 액션은 군더더기 없지만, 꼭 필요한 장면에만 나오고,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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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7일간의 인질극에 휘말린 다양한 입장의 인간들의 모습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첫 번째, 혁명가로서의 이상과 나름대로의 정의감, 신념, 동지애와 죄책감이 뒤섞인 어떤 감정들을 안고 비행기를 납치한 독일의 극좌 테러단체, 독일 적군파(바더-마인호프단)의 두 테러리스트, '자칭 혁명가'들입니다. 서로 조금씩 다른 상황에서 그들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며 속으로, 혹은 바깥으로도 크고작은 갈등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낄 최소한의   여유조차 사치인,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의 테러리스트, '자칭 해방군'들입니다. 유럽에서 국제적인 무장조직간의 연대와 그들의 이상사회 건설을 위해 날아온 2인조와는 완벽한 동지가 될 수 없는 사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조금씩, 혹은 많이 다른 대의를 위해 하나로 뭉쳤습니다.

 

  물론 그들, 가해자들만 보여주는 편향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이스라엘 내각의 구성원들도 보여주는데, 대부분은 극중 비중이 공기지만 두 사람의 존재감이 참 큽니다.

 

  첫 번째, 국방장관으로서 내각의 군사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시몬 페레즈입니다. 극중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현재 이스라엘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강경파입니다. 테러리즘과의 협상은 또다른 인질극을 불러올 것이고, 국가 안보에 치명타를 줄 것이기에 그는 테러리즘과의 불협상이란 원칙을 준수할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마냥 나쁘게만은 볼 수 없는 매파입니다. 현실적인, 이유있는 원칙론이죠.

 

  두 번째는 이스라엘 정부의 내각 최고위자인, 이크하츠 라빈 총리입니다. 그의 모습은 시몬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원칙을 따르려다 원칙에 집착하여 시작도 하기 전에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이유있는 현실론자입니다. 온건파라는 설명은 옳지 않죠. 그는 군사작전도 하나의 옵션으로 검토했고, 결국 그것을 실행했으니까. 하지만 국방장관과 총리의 노선은 엄연히 다르고, 그들은 끊임이 충돌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슬아슬하게 날을 세우면서도 서로 협력하죠. 총리는 내각의 지도자로서 사태 해결을 위한 군사적인 옵션의 준비를 국방장관에 지시했고, 국방장관과 군의 실무진들은 각고의 노력끝에 군사적인 해결책을 수립해 총리에게 제시합니다.

 

  바로 이 군의 실무진들이, 이스라엘 국방군의 최정예 특수전부대인 <사예렛 매트칼>의 일선 요원들입니다. 부족한 정보와 촉박한 시간 속에서도 다양한 작전을 구상하고, 전문성을 발휘하여 실현가능한 안을 선정하여, 구체화시키고, 이스라엘에서 4천킬로미터나 떨어진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한복판으로 날아가는 수송기에 직접 몸을 싣고 날아갑니다.

 

  이들과는 조금 다른 입장에서, 실무자로서의 헌신을 보여주는 다른 이들도 빼 놓을 수 없죠. 납치당한 에어 프랑스 여객기의 승무원들입니다. 이들은 중간에 인질 대열에시 이탈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업윤리에 따라 끝까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인질 곁에 남아, 그들의 편의를 위해 보잘것 없어보여도 최선을 다해 행동합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한 사건을 중심축에 두고 상호작용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 또 그 사건들에 반응하는 다양한 사람들. 그것이 이 영화의 주된 이야깃거리죠.

 

  국내 개봉명의 번역센스가 나빴다고 서두에서부터 말했듯, 이 영화에서 군사작전은 중요한 일부이지만 군사작전 묘사를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닙니다. 구출작전 장면은 주로 인질 구출조의 시선에서 진행되며, 생략된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던 우간다군을 제압하기 위해 다른 수송기에 실어온 M113 장갑차나, 작전수행 후 귀국하는 수송기들을 노릴 우간다 공군 전투기들을 활주로에서 격파해버린 106밀리 무반동총반의 이야기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인질 구출과정에서 비 이스라엘 국적의 유대인 세 명이 구출부대원들의 히브리어 통제를 알아듣지 못해 오인사살당한 이야기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구출작전 직전에 건강의 문제로 우간다의 병원에 후송됐다가 홀로 남겨져 우간다군에게 보복 처형당한 노파 인질의 이야기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 영화는 군사작전의 설명에 집중하기로 한 '블랙호크다운'과는 다른 성격의 영화입니다. 전 블랙호크다운을 제일 좋아하는 전쟁영화의 탑 5안에 한상 꼽아넣지만, 이 영화는 전쟁영화가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군사작전 파트가 중요해도 극의 전체구성을 위해 생략할 부분은 과감히 생략할 필요가 있죠.

 

  이 영화는 그런 필수불가결한 완급조절을 잘 하면서도 긴장된 연출을 통해, 1분, 1초의 상황 판단에 작전의 승패가 갈리는 인질 구출작전의 염통 쫄깃해지는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줍니다. 그 와중에 극의 시작부터 관객의 시청각을 사로잡는 현대무용 장면은 이 부분에서 정말 절묘한 조화를 보여줍니다. 엔딩에서의 현대무용 장면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을 할만한 예술적 안목이 없는 제가 참 원망스럽군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민족간 분쟁은 정치적, 외교적, 그리고 윤리적으로 많은 논란거리가 되는 이야깃감입니다. 영화는 사실 위주의 묘사를 통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 하지만, 그럴다고 이들의 비극 자체를 외면하지 않고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그 심각성을 강조합니다. 극 중 라빈 총리의 마지막 대사처럼요.

 

  민감한 소재를 잘 절제해서 설명해주는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요 몇년간 개봉한 군사 관련 영화들은 극장에서 두 번 보고싶진 않았던 것들이 태반이었지만, '7 Days in Entebbe'는 극장에서 두 번을 만족스럽게 보고 나왔습니다. 생각없이 백사장을 돌아다니다 예쁜 조개껍데기, 아니 진주를 주운 기분이군요.

 

  '76년 에어프랑스기 공중납치사건이나, 그로 인해 수행된, 현대 특수전의 신화이자 교과서인 '썬더볼트 작전'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비주류영화라 CGV단독개봉에 금방 스크린이 내려갈 듯 하니 서두르셔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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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마요네즈덥밥 2018.06.09. 15:24

일본적군파의 비행 납치사건도 동시기에 있었고 하이잭같은 테러리즘이 본격적으로 대유행기였죠. 예전 비행기사건사고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된적있습니다.

Profile image 22nd 2018.06.09. 15:30

심심하면 비행기 하이잭 소식이 들리던 시절이었죠. 돌이켜보면 차라리 저시절의 유럽계 이념형 테러리스트들이 상대하기 쉬운 축에 속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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