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하네요...

지난주 토요일에 친척 결혼식 갔다가 복귀하는데, 고속터미널역 개찰구에서 갑자기  중년의 아저씨가 저를 붙잡더라구요.

소지품을 잃어버렸다면서 돈을 빌려달라는...

전에도 두번정도 겪어봤기 때문에 그냥 현금이 없다 하고 지나치려구 했는데 말씀하시는게 지난 경험들과는 다르게 되게 절박해 보이시더라구요.

차려입으신 것도 말끔하시구요.

그래서 빌려드렸죠... 11만원을... 원래 현금 아예 안들고 다니는데 결혼식 갔다와서 생긴 15만원중에 11만원을...

거제도 가신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정도 빌려드렸죠.

적어드린 종이를 안 잃어버리려고 뭐 담배각에 넣으신다 그러고, 하늘에 계신 부모님 계신 부모님 걸고 갚는다... 그동안 겪은 사람들이랑은 다른것 같아서요.

그 사람 이름이나 전화번호 하나 모른채 제 전화번호랑 계좌번호만 적어드리고 보내드렸습니다.

소지품 잃어버렸다면서 그 자리에서 펜이랑 종이는 또 어디서 났는지 이상하긴 했는데 의심했다간 끝도 없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역시나 감감무소식이네요.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접근을 한건지,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른건지는 몰라도, 제게 엄청 필요하고 거의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큰 돈이었는데... 정복을 입고 있었던 제 잘못이겠죠.

비록 모든 사람들이 다 이런 건 아니겠지만, 왜 이렇게 저희를 이런 호구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동기생들, 선배님들도 이런 경험이 대부분은 몇번씩 있구요.

이런 경험 말고 좋았던 경험도 있었죠. 해사간 친구랑 정복입고 고등학교 선생님 뵙고 밥 먹고 있는데 훌륭한 제자들 두셨다면서 저희 테이블 계산해주고 가셨던 분도 계셨고, 길 가면 멋있다, 수고하신다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런데 군에 좋은 사람이 더 많고 하지만 소수의 군인들이 모든 걸 무너뜨리는 것처럼, 이런일을 직접 당하니까 하아...

이제 길에서 뭐 필요하다고 말거시는 분 있으면 이제 매몰차게 무시할 것 같네요.

어디 하소연 할데도 없고 그냥 밀리돔에 글 써봅니다. 너무 순진한 제가 원망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