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에 대한 경험
요즘 전쟁영화에 저격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그리고 대부분의 저격수는 다른 사람들을 구해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존재로 나오더군요.
출처 - http://image.cine21.com/cine21/poster/2015/0116/13_45_34__54b8976ecfccd.jpg
심지어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는 '우린 그를 영웅이라고 부른다'라는 문구까지 있더군요.
하지만...정작 제가 경험한 저격수는 조금 달랐습니다.
저의 군생활 당시 000000작전이 진행중이었고 이를 위해 저격수가 투입되었습니다.
길리수트를 입고 0000소총을 들고 옆에는 관측수까지 있는 진짜배기 저격수였죠. 그리고 이 친구들을 위해 상당히 많은 시설이 지원되었습니다. 아마 상급부대에서 저격수에게 거는 기대가 엄청 큰 모양이었죠.
그런데...이 저격수가 저희를 제대로 엿먹인적이 있습니다.
제가 초소에서 적을 관측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더군요.
(임무 특성상 여러 통신장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받으니 0000장의 목소리가 들렸고 저를 엄청나게 욕하더군요.
니놈은 개--아, 근무중에 처잤냐? 똑바로 근무 안서냐...? 너 지금 죽고싶지...? 하면서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10분 정도 듣고있는데 도대체 무슨일인가 싶었지요.
그래서 감히 용기를 내서 무슨일이 있는지 여쭤보니
'니놈 눈앞에 빨갱이 놈들이 박격포를 설치했는데 그걸 왜 처보지도 못했냐...?'
라고 하더군요.
저는 엄청나게 당황했습니다. 상급부대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로 근무를 잘 서서 포상휴가까지 받았고 또 포상휴가를 받기 위해 열심히 관측했는데 어떻게 박격포를 놓칠 수 있지...? 하면서 당황했고 박격포가 어딨는지 알려달라고 하니 바로 니놈 눈앞에 있다고 저격수가 여러차례 보고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당황해서 그 박격포를 확인하니
출처 - 그림판입니다.
언덕 뒤의 통나무를 세운것이더군요.
문제는 이 망할놈의 통나무는 세운지 몇년이나 된 거고 산불이 났을 때 불타는 것까지 봤고 나뭇가지도 있어서 나무임이 확실했습니다.
그래서 박격포가 아니라 통나무라고 보고를 해도 니놈이 틀렸고 저격수가 맞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당시 저격수는 저 통나무에서 0000m거리에 배율도 00배율짜리로 관측했지만
저는 000m거리에 000배율짜리 관측장비와 고지에서 관측해 시설물 전체가 식별되었거든요. 또한 1년넘게 그 시설물을 봤고 불탄것도 제가 직접봤지만 단지 저는 병사라는 이유로 제가 틀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진을 찍어 보고까지 따로 하고 몇년간 통나무에 대한 보고기록과 불타고있는 보고기록도 찾아 보냈죠. 그때서야 제 말을 믿더군요.
참 망할놈의 저격수가 저 통나무를 박격포로 보고해 엄청난 고생을 했고 그 덕에 저격수를 칭찬하는 영화를 보면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통나무를?...설마 고의로 박격포라고 보고하진 않았겠지만 기가 차는 일화네요.
그 상관께서 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계급과 권위를 내세운 졸속(?) 갈굼이 맞물린
비 실전형(?) 군대의 씁슬한 일면이군요.
통나무가 적이 고의로 박격포로 보이도록 위장 설치한건지 그냥 어쩌다보니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서로 상반된 보고가 올라오면 교차검증같은 행위를 해서 재확인을 해야지 다짜고짜 욕지거리부터 하다니 한국군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가 드러나네요.
육군 저격수라 하면 특전사 소속이겠죠?
애당초 저격수의 감시수단이라는게 여타 본격적 감시장비들보다 떨어지기 쉽죠. 저격수는 타 감시전력이 접근하기 힘든 곳까지 진출하니까 감시정찰 자산으로 각광받는 것이지, 그것 자체가 다른 수단들보다 감시정찰이라는 면에서 무작정 뛰어나서 그런게 아닙니다.
사실 저격수건 저격수 할아버지이건 결국은 전장이라는 복합공간 안에서는 하나의 구성요소일 뿐이고 이것이 최고의 성과를 거두려면 다른 자산들과 얼마나 잘 연계되어 쓰이느냐가 관건인데... 딱 보니 상급자들은 이걸 무슨 도깨비 방망이 정도로 생각한거네요.
소초장님. 저격수에게 고배율 스코프 하나 달아드려야겠어요.
사실 저격수의 장비가 문제라기 보다는 운용상의 난맥상이라고 봐야죠. 저격팀이 휴대할 수 있는 장비라는게 결국 아무리 뛰어나 봐야 크기와 무게의 제약때문에 한계가있는 법이고, 또 아무리 훈련받은 부사관 저격수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지역에 오래 근무하면서 주변을 숙달한 병사보다 눈 앞의 상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 있는겁니다. 즉 제대로 된 운용 SOP가 확립된 경우라면 아무리 날고 기는 저격팀이 들어왔다 쳐도 주변의 소초등과 긴밀한 연계와 정보교환을 하면서 작전을 해야 하는 법인데, 적어도 본문을 보면 그런게 잘 이뤄진 느낌은 별로 들지 않네요.
참고로 저격팀에서 실제 뭘 발견하고 판단하는 것은 저격수가 아니라 관측수입니다. 저격수의 스코프는 배율이 문제가 아니라 시야가 좁아서 넓은 범위를 감시하고 정찰할 수단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관측수의 장비 및 숙련도가 저격 임무의 전반적인 성공여부를 좌우합니다. 실제로 제대로 된 저격팀 편성이면 관측수와 저격수가 거의 같은 숙련도를 가지고 있거나, 오히려 관측수가 더 우수한 저격수일 경우가 많습니다.
군간부 인성교육 및 업무교육 강화가 시급합니다.
수준이 상식이하. 기본도 안되어있네요.
지휘관이 자기 관할 구역 보고된 내용도 기억못하고 지형 파악도 안하고 자기 부하도 못믿고 자격미달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