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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시절 만들어본 구급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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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유급지원병으로 병 생활 21개월 하고 전문하사 15개월까지 하고 전역한 잉여입니다.


군 생활은 겨우 15개월 더 했는데 예비군은 7년이고 예비군 갔더니 하사 전역 해서 사고 치고 나온 놈인줄 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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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가 나온 부대는 보직 특성상 간부1 병사3이 1개의 "반"이 되는 편제로 운용 되었는데 보병의 분대에 해당하는 규모가 저 4명이 다입니다.


워낙이 소규모로 여러 곳에서 활동하다보니 부대에서 주는 구급낭은 갯수가 한정되어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중대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둘은 구성품이 워낙 빈약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반원 한명이 다쳤는데 아무런 조치도 못해주고 수통 물 뿌리고 손으로 지혈해준 이후 미안하고, 현실에 화나 만들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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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점에서 4만원 주고 몰리+방수 기능이 있는 낭을 사서 평소에는 가방에 달고 훈련 · 실상황 때는 탄띠에 달고 작전을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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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이렇게 채워 넣었습니다.


소독약 4통, 상처치료연고 2개, 핀셋, 절단용 가위


지사제, 소화제, 진통제, 종합감기약, 수면보조제, 화상연고


종이 밴드 1롤, 방수밴드 40개, 면봉n개


압박 붕대 10롤, 거즈 붕대 4롤,  화상 거즈 5장 1팩


접착 붕대 1롤, 멸균 감마선 거즈 5장 1팩 x 10팩


안티푸라민, 접착식 파스, 소형 알콜 거즈 n개


토니캣 2개



구성품은 제 기억이 맞다면 이렇게 넣었으며,


물론 사비로 약국 가서 한 10~12만원 정도 주고 다 샀습니다.


 훈련·작전간 차고 다니니까 쓸 데 없는데에 돈 쓴다고 시비 걸던 선임들이 8월 지뢰 도발 대비 작전 때 너희 반 4명만 가는데에 있는 것 보다는 우리 xx명이 가는 곳에 더 필요 있으니까 내놓으라고 했었던게 기억에 남네요.


그래도 작전 이후 몇몇 선임들은 저에게 돈을 주고 자기네 반 것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구성품 중 수면 보조제는 실작전간 뉴스에도 안 나온 일들을 겪은 반원들이 잠 자라고 해도 안자는건지 못자는건지 불안 증세를 보이길래 나중에 교전까지 하면 불면증 걸릴까봐 넣어둔 것입니다.


지사제나 소화제는 2주간 내리 전투식량만 먹다시피하니 설사만 하고 소화는 되지 않아 사둔것입니다.


다행이도 압박 붕대, 지혈대를 쓸 만큼 큰 부상을 입은 반원들은 없었고


훈련 나간 진지의 취사병이 조리 중에 기름이 튀어 화상 연고랑 화상 멸균 거즈로 치료해준게 처음이자 마지막 실사용이었습니다.


이 때 대대에서 급하게 올라온 군의관이 이런 약은 주둔지에도 없다고 자기보다 잘 조치했다며 칭찬해준게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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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돈낭비라고 욕하면 솔직히 할 말은 없는데 만들고 나서 실 상황간 다들 탐내고 너가 옳았다고 인정해줘서 뿌듯했습니다.


마냥 쉬운 36개월은 아니였는데 그래도 잃은 것보다 배운게 더 많은 군 생활이었네요.

FAQ


Q : 구급낭 보급 안해줬나요?


A : 해주기는 해줬지만 보직 특성상 소규모 인원이 각기 다른 곳으로 훈련·작전을 나가 일일이 다 챙겨주는게 불가능했고, 구성품도 기껏해야 두명 살릴까 싶은 정도라 제가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있는 구급낭들은 병력이 조금이나마 많이 가는 곳이나 반장이 짬이 되는 반에 주어졌습니다.


반장이 짬찌여서 온갖 것 다 짬 맞은 반원들아 미안했다

Q : 왜 현역부사관 안하고 전문하사 했나요? 취소도 안하고?

A : 병 생활간 배울게 참 많다고 느꼈고 맨날 보던 병사들을 직접 지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Q : 보직이 뭐길래?


A : 노코멘드.


의무는 아니였습니다.


Q : 왜 전역했나요?


A : 노코멘드


Q : 전쟁 나면 재입대 하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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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군 시절 쓰던 패치로 답변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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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cloud 2016.08.25. 20:56

저만한 양이 저기에 다들어갔다는게 신기하군요.... 군에서 쓰던 구급낭이란게 국군 IFAK를 말하시는 건가요?

STFF_SGT 글쓴이 2016.08.26. 02:32
whitecloud
우겨넣으면 다 들어갑니다 ㅋㅋ.. 국군IFAK는 애들 잃어먹거나 집어간다는 합리적 이유로 죄다 창고에 모셔 뒀고, 국방색 사이드백 식으로 차는 낭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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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cloud 2016.08.26. 10:57
STFF_SGT
참..... 실 작전 뛰는 사람들한테 그걸 쥐어주고 해야하는데 그놈의 행정적 문제가 바보같은 상황을 불러오는군요
STFF_SGT 글쓴이 2016.08.26. 21:27
whitecloud
참 많이 섭섭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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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nd 2016.08.26. 11:41
정말... 군대 이전에 왜 사람들은... 자기가 돈 대줄것도 아니면서 오지랖은 왜 이렇게 넓은걸까요. 나중엔 공짜로 벗겨먹을 생각이나 하고.
STFF_SGT 글쓴이 2016.08.26. 21:29
22nd
사제 장비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거부감을 느끼면서 질투하고 탐내는게 참 아쉬운 현실입니다.

전역할때 사비로 사둔 미군 IFAK2, EP7귀마개, 슈어파이어ㅌ레이저 영점조절기 등등 다 제가 쓸때는 시비 걸더만 민간인 되면 어디에 쓸거냐고 달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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