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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에이브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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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 공부를 하면서 어지간하면 확정적인 이야기를 피해야하는 게 사실입니다만, 저는 한국에서 이 문제는 적어도 정리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전쟁을 통해 굴복시키지 않는 이상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 주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황스럽고 오히려 아직도 이런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를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북한이 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지에 대해서 책 한권을 쓸 수도 있다고 보지만 제가 이 분야에 문외한인 분들에게 짧게 이야기할 때 소개하는 두 가지 이유만 집고 넘어가자고 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이 두 가지 전제가 깨진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지는 의미있는 논의거리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북한이 군사, 경제적으로 주변국에게 절대적으로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경제, 사회, 정치, 문화 그리고 핵을 제외한 재래식 군사력에서 지금이나 앞으로 주변국과 갭을 좁힐 수 있는 그 어떠한 가능성도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입니다.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북한이 어떤 국가인지 모르더라도 이 시점에서 이 국가가 앞으로 할 일이 단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그렇죠 핵개발입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생존한 이유는 남한이 우연히 자신의 경제,사회,문화 중심지를 포병이나 기갑부대의 제한전쟁에 노출되기 딱 좋은 거리에 노출해왔기 때문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북한이 리비아나 이라크와 같이 더 상황이 나은 존재들 보다 앞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차이의 확대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의 의미를 빠르게 잃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10년 내외로 전구에서 작전 가능한 레이저 요격 체계를 볼 것이고 이미 상당히 저가의 요격무기가 이스라엘에서 손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을 치는데 쓸 비용이란게 얼마 안된다면 왜 방치해야합니까?

 

 북한은 동맹국이 위협적일 정도로 나약합니다. 중국은 북한의 행보가 마음에 든 적이 없습니다. 중국은 다른 강대국이 해왔던 것처럼 자기가 부리기 편한 지도자를 앉히거나 영향력을 북한에 발휘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이미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에게 안보까지 완전히 의존한다면 북한의 지도부가 누구던간 자기의 운명을 중국에 얼마나 잘 보이느냐에 의지해버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이건 힘이 없다면 중국말고 다른 어떤 누가 북한의 뒤를 봐주더라도 마찬가지인 문제입니다.

 

 북한의 지도부는 순전히 자국이 비참하고 나아질 가능성이 없으며 사실 주변국과 그 차이가 커질 것이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생존과 주권이 위협받습니다. 그런 국가라면 적어도 기회가 있을때 핵을 확보하고자 노력할 것이고 한번 쥐었을때 그것을 포기시킬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두번째로 한국의 존재 그 자체는 북한에게 매우 특별한 위협이 됩니다. 만약 북한이 강대국을 옆에 두더라도 강대국이 위협하지 않거나 저항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면 그렇게 발악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란이나 시리아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매우 특수한 존재론적인 위협에 지난 60년간 노출되어 왔습니다. 그건 한국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한국의 존재가 북한에 존재론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북한이 사악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양국은 (비록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지만) 하나의 같은 민족에 의해 구성된 정부에 의해 통치받아야한다는 믿음을 가진 국민들로 구성된 나라입니다. 당연하지만 그렇기에 북한에서 내부 위기는 빠르게 외부위기로 발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바로 밑에 자기보다 사회, 경제, 군사, 문화적으로 압도적으로 발전한 국가가 북한이란 땅과 국민 즉 북한의 주권에 대해서 소유권 행사를 할 당위가 크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그 어느 정치인도 자기가 차지한 자리를 더 좋은 가치를 위해 손쉽게 놓는 경우는 없습니다. 당장 민주국가의 정치에서 그렇지만 권위주의 국가에서 정치인이 자리에서 굴러 떨어진다는 것은 다음날 그 소식이 실리기도 전에 자기가 자기 가족과 함께 이름없는 평지에 묻혀질 가능성을 포함합니다. 더욱이 북한이 만약 통일이란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면 김정을 제외하더라도 북한의 핵심 엘리트와 거기에 의존하는 수많은 집단들은 자기의 목숨줄을 직접적으로 위협받게 됩니다.

 

도대체 왜 그런 위협에 노출하겠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잘 설계된 (아마 그만큼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1도 없어질) 제안을 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지도부의 목숨은 결국 남한의 손에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지도부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위협에 노출됩니다. 핵무기를 그런 상황에서 손에서 놓는다면 그게 아무리 숭고하더라도 역사에서 두고 두고 처참할 정도의 머저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그걸 살아서 지켜볼 가능성이 낮다는게 위안일지라도요.

 

그럼에도 정치적인 합의를 통해 뭔가 바꿀수 있다고 믿으신다면 한번 뭘 두고 거래하는 것이며 우리가 지불할 대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북한의 핵무기는 북한의 주권과 존재 그 자체를 보장해주는 유일한 물리적 자산입니다. 비핵화란 것은 애초에 그 자산을 필요하게 만든 위협의 근원이 북한에 두고서 자기를 지켜주는 유일한 자산을 포기하거나 다른 물건과 바꿀 것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게 어떻게든 속여서 하기로 했다고 치죠. 북한이 제시할 가격은 우리가 지불 할 수 있을까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한다면, 남한을 재래식으로 억제할 수 있을 능력과 그것을 유지할 충분한 경제적 지원(적어도 어느때 끊키더라도 최소한의 억제력이 유지될 정도의)을 요구할 것입니다. 단순히 DMZ에서 포스트 몇개를 폭파시키는 것은 간의 기별이 아니라 물분자 하나가 여러분의 몸에 습기에 끼치는 영향만큼이나 무의미할 정도로 큰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북한의 담당자라면 남한이 선제적으로 자국 병력과 자산의 60%를 비가역적으로 파기하고 수십조의 매년 무조건적인 경제지원이 보장되어야 순차적으로 핵파기를 하는게 합리적이라고 제시할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만 경제적 제재를 전부 물건너간지 오래여야만 하고요.

 

저는 이쯤되면 핵을 개발한 북한이 밉기보다 그걸 두고서 비핵화를 논의하는 사람이 비상식적인 욕심쟁이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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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짐 2021.12.04. 08:32

연구자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거라는데 의견이 거의 일치하죠.

 

하지만 이런 불편한 사실을 언급하면 원하는 정책을 펼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인들과 관료, 그리고 관련된 전문가들이 말을 얼버무리는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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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짐 2021.12.05. 11:25
김치찌짐

란코프 교수가 이와 관련된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란코프] 북한이 핵포기 의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

https://www.rfa.org/korean/commentary/lankov/cu-al-03042021094429.html

에이브 글쓴이 2021.12.05. 21:50
김치찌짐

저도 일전에 이 주장을 들오보기는 했습니다만, 조금 반문의 여지가 많다고 봐요. 저렇게 주장하시는 분들 중에서 북한과 대화나 어떤 진전을 거두었던 분들이 거의 없으시거든요. 결국 민주국가에서는 유권자에게 정책을 설명해야하고 설득받아야할 텐데 어떻게 계속 속이기만해서 뭔갈 할 수 있다는 건지는 사실 납득이 안가는 부분입니다. 란코프 교수께서는 애초에 북한과 경제협력도 답이 없다고 일전에 세미나에서 말씀하셨고 아마 그냥 말만 주고 받고 위기시 조정 정도만 논하시는 것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이걸 계속 국내 전문가들이나 논평가들은 이상하게 확장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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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짐 2021.12.06. 08:26
에이브

진전의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다르지 않을까요.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정상회담이나 이런저런 선언들이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보지만, 반대로 지지하는 쪽에서는 한걸음 나갔다고 봅니다.

 

유권자들도 성향에 따라서 나뉘죠. 여론조사에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거라는 기대는 낮지만, 정상회담이나 이런저런 공동선언 등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젊은 층으로 갈 수록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강해지는 편이니 앞으로는 달라질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유화적 대북정책이 한국에서 사용되는 옵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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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행인 2021.12.04. 13:04

중요한 건 북한에 가장큰 문제국가인 우리나라가 대응할 스텐스입니다.

정권에 따라 이래저래 흘러가면 북한 수뇌부가 뭐라고 보겠습니까?

우리나라는 대외정책에 있어 빵점입니다.

에이브 글쓴이 2021.12.05. 21:52
지나가는행인

저는 좀 잘못된 주장이라고 코멘트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질문해보셔야할 문제가 하나 있는데요. 그럼 도대체 뭘 했어야 됬냐는 겁니다. 우리가 지난 대북정책이 굉장히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잘해봐야 뭘 할 수 있냐는 것에 답을 못한다면 우리가 뭘 잘못했던간 혹은 누가 책임이 있던간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집니다. 남은 건 군사적 타격뿐인데 우리가 북한을 침공이라도 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생기죠. 지금 우리나라나 타국의 대북정책에서 문제는 핵을 방치한게 아니라 애초에 막지도 못하고 막을 수도 없는 물건이 이미 나오기 까지 했는데 아직도 어떻게 되돌릴지나 이야기하고 앉은게 문제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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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행인 2021.12.05. 22:33
에이브

미국과의 전략적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그 틈으로 핵을 구비해야 합니다. 방법은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해야죠. 핵이 없는 한 미국이 떠나는 순간 우리는 북한의 밥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안된다면 핵을 개발해야 하구요. 북한에 대한 일관된 스텐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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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델타147 2021.12.05. 10:49

북괴는 체제유지에만 몰빵한 집단이며 이 체제유지를 굳건하게 유지시키고 타 세력이 간섭하기 힘들게 만드는게 바로 핵무기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포기 할 수 없는 존재이죠

daumhyun 2022.02.04. 03:08

핵 협상 국면을 길게 유지하면서 체제유지를 위해 약간의 숨통을 트는게 북한이 취하는 스탠스인것 같습니다. 근거리 핵 투발수단은 이미 있는걸로 보이지만 이건 미국에게 압박할 명분 제공하는 꼴이고, 그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ICBM 개발은 진짜로 미국이 예방전쟁을 벌일 것이 예상되는게 현 국면입니다. 그런데 핵이 체제유지수단인건 확실하죠. 그러면 북한이 취할 스탠스는 핵 협상을 하는 척 하면서 급한 숨통을 트고 미래계획을 그리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나오는 비핵화 협상이라 봅니다. 정확히는 하는 척이죠. 미국도 그걸 알기는 아는데 어떤 모양이던 '비핵화'라는 스탠스 안에 북한을 들여놔야 한다는게 트럼프 행정부의 생각이었습니다. 본인 공략인 훈련비 삭감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여기에 그간 한국의 입장은 북한의 미래계획에서 어떻게 잘 하면 서로 만족하는 선에서 협정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죠. 이런 국면이 가능했던 이유에는 트럼프라는 사람의 포퓰리즘적인 성향이 컸지만, 바이든 정부서는 가능하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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